아트록스는 출시된 이후 몇 년이 지났지만 전성기를 떠올리기 어려운 챔피언이다. 처음 등장했을 때 잠깐 정글러로 기용되는 듯 하더니 몇 번의 너프 패치와 메타의 변화로 자취를 감췄다. 유저들은 아트록스가 가끔 게임에 등장하면 새로운 챔피언을 뜻하는 '신챔'이라고 놀릴 정도였다. 이는 일종의 유머코드가 됐다.

라이엇 게임즈가 최근 구식 챔피언을 리워크해서 내놓는 횟수가 잦아졌다. 스웨인이나 이렐리아도 리워크의 수혜자로 대회에도 자주 등장하는 추세다. 그래서 아트록스에 대한 리워크 소식이 전해졌을 때, 그것도 담당자가 온갖 'OP' 챔피언을 쏟아냈던 '라이엇재그'라는 소식에 유저들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케인이나 바루스도 '다르킨' 종족의 영향력을 받은 챔피언이라는 스토리로 LoL 스토리 라인에 다르킨 종족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된 것도 아트록스 리워크에 대한 좋은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던 중에 아트록스가 최근 유저들의 랭크 게임에서 뛰어난 성적을 보이면서 위의 설명과는 다른 이유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전적 사이트가 제공하는 티어별 챔피언 승률로 봤을 때 아트록스는 '천상계'라 불리는 챌린저 티어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곳에서 아트록스는 약 11%의 픽률과 3%의 밴율, 57%의 승률이라는 뛰어난 위용을 자랑 중이다.

이쯤되면 아트록스가 리워크 직전에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프로게이머나 랭크 게임 최상위권 유저들 사이에서는 아트록스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하고 있었다.

우선 아트록스는 '정복자' 룬의 수혜자 중 하나다. 탑 라인에 탱커들이 존재감을 뽐내던 시점에 라이엇 게임즈는 새로운 패치로 핵심 룬에 '정복자'라는 것을 추가했다. 챔피언이 상대를 때리면 발동이 시작되며 일정 시간이 지난 뒤에는 챔피언의 기본 공격이나 스킬 공격의 일정 수치가 고정 피해로 적용된다. 공격력도 상승한다. 그래서 이 룬은 소위 브루저라고 분류되는 근접 전사형 챔피언들의 사랑을 받았다. 카밀이나 이렐리아, 다리우스가 그랬고, 여기에 아트록스 역시 포함됐다.

다양한 아이템 트리가 존재했던 아트록스는 최근 어느정도 코어 아이템이 정립됐다. '티아멧' 혹은 '거대한 히드라'를 먼저 갖추고 '구인수의 격노검'에 이어 '얼어붙은 망치'나 '스테락의 도전'을 구매하는 빌드다. 이러면 공격력과 체력을 동시에 만족시켜 아트록스의 강점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다.

▲ 4월부터만 따져도 이렇다(출처 : lolgamepedia)

이처럼 아트록스가 재평가를 받자 특정 지역 리그에서는 아트록스를 적극적으로 기용했다. 중국 2부리그인 LDL에서는 아트록스가 최근 대회에서도 심심찮게 등장했다. 승률이 압도적으로 뛰어났거나 강점만 드러났던 경기가 정말 많았던 건 아니었지만 아트록스가 대회 경기에 자주 출몰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유의미한 기록이었다.

그리고 최근 중국에서 진행됐던 데마시아 컵에서 iG의 탑 라이너 '듀크' 이호성이 아트록스를 두 번 선택, 1승 1패의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이 기록을 포함해서 이번 데마시아 컵에서 아트록스는 총 4번 등장했다. 데마시아 컵은 중국 LPL 6개팀과 LDL 2개팀이 나서는 일종의 컵 대회로, 꽤 큰 규모를 자랑하는 대회인 만큼 색다른 광경이었다.

▲ RNG와의 2세트


▲ BLG와의 1세트


딱히 중국 리그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었다. '빛돌' 하광석 해설위원에 따르면 아트록스는 얼마 전에 마무리된 2018 MSI에서도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어떤 팀들이었는지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실제로 MSI에 출전했던 많은 팀이 아트록스를 스크림에서 자주 기용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그 이유로는 생각보다 훨씬 강력한 라인전 능력을 꼽았다. 스킬 구성상 손에만 익으면 1:1에서 거의 밀리지 않으며 난전 구도에서도 강력함을 드러내기 좋다는 점을 떠올리면 납득할 만한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아트록스가 LCK에서도 등장할 수 있을까. 프로게이머들의 랭크 게임 전적과 스크림, 대회 경기가 항상 맞아 떨어지는 건 아니지만, 최근 프로게이머들 중에 몇 명이 아트록스를 자주 플레이했던 것을 확인했다. MVP의 탑 라이너 '애드' 강건모와 아프리카 프릭스의 서포터 '투신' 박종익이 본계정으로 탑 아트록스 플레이를 최근까지 이어가고 있다. 한화생명 e스포츠의 '린다랑' 허만흥과 진에어 그린윙스의 '소환' 김준영, 아프리카 프릭스의 '기인' 김기인, '서밋' 박우태도 종종 플레이했던 기록을 가지고 있었다.

천상계에서의 준수한 승률과 픽률, 여기에 프로게이머들의 연습 기록과 MSI에서 엿보였던 등장 가능성까지. LCK에서 아트록스를 볼 수 있게 될 확률이 꽤 높은 셈이었다. 이에 '애드'와 '기인', '투신'에게 직접 의견을 물어봤다.

▲ '애드' 강건모, '기인' 김기인, '투신' 박종익(왼쪽부터)

먼저 '애드'는 아트록스가 주목받기 시작한 이유로 메타를 꼽았다. 그는 "최근 랭크게임에서는 난전에 강하면서 먼저 때리기 용이한 챔피언이 좋다. 피즈나 카밀, 조이, 신짜오, 이즈리얼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면서 아트록스 역시 그러한 부류의 챔피언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또한, "랭크 게임에서 선픽하기 좋은 챔피언을 찾다가 아트록스가 익숙하지 않아서 상대가 카운터픽을 잘 모를 것 같아 자주 활용했다"고 전하면서 "아트록스는 성능이 무난해서 LCK에서도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포터 포지션이지만 랭크 게임에서 아트록스를 자주 플레이했던 '투신'의 생각도 비슷했다. 그는 아트록스의 성장 기대치와 라인 클리어 능력이 우수하다고 밝혔다. 이것이 아트록스의 최대 강점이라는 설명이었다. 다만, "초반에 강력한 챔피언들 상대로 다이브를 당하면 게임을 풀기 많이 힘들다"는 단점도 강조했다.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자격을 얻은 '기인'도 '투신'과 비슷한 설명을 했다. "사이드 운영이 강력하고 라인 유지력 및 클리어 능력이 탁월하다"고 전한 '기인'은 라인전에서도 웬만한 챔피언을 상대로 아트록스가 이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트록스의 단점으로는 "성장을 어느정도 하기 전에 망가지면 회복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또한, 상대 정글러의 갱킹 압박으로 라인전 주도권을 잡지 못하면 챔피언 성능이 크게 저하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세 선수 모두 아트록스는 충분한 강점을 가졌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라인 유지력과 클리어가 좋아 라인전이 강력하며 난전에 능한 챔피언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단점에 대한 설명도 자세했기에 일종의 '주도권 챔피언' 역할군에 해당한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아트록스는 조만간 대대적인 리워크를 거쳐 새로운 챔피언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어떤 스킬과 콘셉트를 가진 챔피언이 될 지는 모르지만, 확실한 건 아트록스는 현재 프로게이머들도 주목하는 챔피언이라는 점이다. 정형화된 메타와 챔피언 조합에 지친 팬들에게 아트록스의 등장과 같은 다양한 변화가 예고된 만큼, LCK 등 주요 지역 리그에서도 아트록스가 활발히 등장할 지 지켜보자.

* 영상 출처 : Onivia League of Legends Highlights (LCS, LCK, LPL, LMS) 유튜브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