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 진출한지 어느새 3년. 오랜 LoL 팬들에게 익숙한 ‘썸데이’ 김찬호에게는 2019년이 참 힘들었다. 팀 디그니타스부터 100 씨브즈에서 북미 LCS 최고의 탑 라이너 자리를 다투는 썸데이에게 플레이오프 탈락, 그리고 아카데미로의 강등은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힘든 시간을 보내는 중에도 아카데미 팀을 이끌어 북미 아카데미 챔피언십 타이틀을 따내고 팀의 결정에 적극적으로 따르는 썸데이는, 다시 한 층 더 성장했다.

휴가를 받아 한국으로 돌아와 쉬고 있는 썸데이를 만나, 지난 한 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한국 팬들에게 잊혀지는 것이 두려웠던 썸데이. “한국 인벤에도 인터뷰 나갔으면 좋겠어요…” 수줍은 요청을 어찌 거부할쏘냐? 함박미소를 지으며 인터뷰를 진행했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썸데이 선수. 언제 들어왔나요?

9월 6일에 입국했어요. 사실 하루 당긴 건데, 만약 예정대로 들어왔으면 태풍때문에 고생했을 것 같아요. 다행히 잘 도착했어요.


그렇다면 미국으로는 언제 돌아가나요?

아직 정해지진 않았는데 12월로 예상하고 있어요.


사진들 보니 '애로우', '류'와 여행도 갔더라고요. 어떤 여행이었나요?

밴쿠버에 놀러가서 에어비앤비에 묵었어요. 계획을 특히 많이 하진 않았고, 휴양지 찾아보는 정도요. 스탠리 파크에 가서 자전거도 타고, 주변에 있는 맛있는 것 많이 먹었어요. 그 후에 시애틀에서 유명한 스타벅스 1호점도 가보고 했죠.

밴쿠버에서 시애틀로 갈 때 버스를 탔는데, 어떤 사람이 류를 알아보고 물어보더라고요. 사실 공항같은 곳을 돌아다니면 사람들이 류 보고 “Are you still playing?” 하고 물어보기도 해요(웃음). 아무래도 우리 중에 가장 유명하지 않나 싶어요. 옛날에 일본 갔을 때에도 지하철에서 어떤 커플이 '페이커 제드 장면' 얘기를 하며 말을 걸었다고 들었어요.


셋이서 같이 여행하고 하면 누가 계획을 주로 짜나요?

여행 가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다 같이 얘기를 했어요. 비시즌에 놀러가기로 얘기는 진작에 했었어요. 밴쿠버 가자고는 제가 말했어요. '결승전 시리즈'로 디트로이트 갔다가 바로 밴쿠버 갔다가 시애틀도 갔어요.


이렇게 셋이 모이면 주로 썸데이가 목소리를 많이 내는 편인가요?

사실 셋 다 뭘 못 정해요. 가장 까다로운건 류에요. 뭔가 제시를 하진 않지만 싫은 게 많아요(웃음). 굳이 따지자면 제가 많이 결정을 내리는 것 같아요.



그러고보니 며칠 전에 기분 안좋다고 트위터 올렸던데, 괜찮나요?

별 생각 없이 유투브 영상 찾아보고 있는데, '바론스틸 랭킹 No.1'에 '스코어' 형이 바론 체력 2를 남기고 뺏기는 영상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2016년 경기를 다시 봤어요. 그 때 제가 욕을 많이 먹었던 시기가 있었어요. 생각을 많이 하며 경기를 다시 보는데, 솔직히 욕을 그렇게까지 먹을 만큼 못하진 않았었던 것 같아요. 물론 제가 못 했던 부분이 많이 보이긴 했어요. 매치업 자체의 이해도도 부족했고. 경기를 졌기 때문에 그게 더 부각됐던 것 같아요. 아무튼 그것 때문에 새벽 감성이 충만해져서 올렸네요(웃음).


팬들이 댓글로 위로해주고 하던데요.

그런 분들은 항상 너무 고맙죠. 가끔 메시지로 좋은 말씀 해주시는 분들이 계세요. 그리고 오랜 한국 팬들이 자기 소식 전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요. 저번에는 자기가 결혼해서 아들 낳았다고 전해주는 중국 팬도 있었어요. 기쁨은 나누면 좋은 거죠.


지난 1년을 정리해볼까요?

개인적으로 이번 해가 굉장히 힘든 시기였어요. 제가 미국에 온 지 3년 쯤 됐는데, 3년 중 플레이오프를 못간 적이 없어요. 이번을 제외하고요. 2부로 내려가는 일도 있었고요. 개인적으로 정말 힘들고 스트레스 많이 받은 일년이었어요.


가장 스트레스 많이 받은건 뭐였을까요? 성적인가요, 아니면 2군으로 내려가게 된 건가요?

제가 딱히 할 수 있는게 없다는 사실에 가장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제 자신이 노력을 한다고 하더라도 바뀌는게 많이 없어서 스트레스였죠. 아무리 노력해도 결과면에서는 크게 바뀌는 것이 없었어요.


스프링도 그렇고. 이번에 가장 스트레스였던건 아카데미로 내려간 게 컸을것 같은데, 혹시 그 과정이 어땠는지 알려줄 수 있나요?

아무래도 연패를 많이 하다 보니 팀적으로 변화를 줘야 했고, 그런 면에서 멤버 교체를 해야한다고 느꼈나봐요. 테스트를 했는데 성적 자체가 탑 영향력이 좀 적어서, 제가 아무리 잘한다 한들 다른데서 게임이 터지면 게임이 힘들어졌어요. 이래저래 테스트를 하다가 제가 2군으로 가는게 결정이 됐어요. 물론 제 멘탈은 터졌죠. 제 입장에서는 크게 잘못한 것 없이 잘 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팀 입장에서도 어려운 결정이지만 그게 최선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저는 수긍하고 따랐어요.


스크림에서 그럼 류도 실험해보고 했던 건가요?

류도 써보고 '뱅'도 아카데미로 내려보고 '아프로무'도 바꿔보는 등 다양하게 시도했어요. 한 1주일 이상 동안 어지럽게 실험했죠. 아마 아카데미 선수들도 힘들었을 거에요.


어쩔 수 없었다지만 많이 힘들었겠어요.

힘들었죠. 그렇지만 팀에서 원하니 저는 따랐어요.


그나마 긍정적인 것을 조금이나마 찾아보자면 아카데미에서 완전히 날개를 펼쳤던 것 아닐까요? 우승도 하고 말이죠.

그렇죠. 사실상 명예로운 죽음이죠(웃음). 그래도 2부 내려가서 진것보다 나으니 말이에요. 그리고 트로피라는게 그 자체로 의미가 있어요. 아카데미 친구들에게도 선물을 준 것 같아요. 우승을 하면 LCS 무대에 저희가 담긴 현수막이 걸리거든요. 한편으로 100 씨브즈 현수막을 거기에 건 것도 나름 뿌듯한 일이에요.


맞네요. LCS 아레나에 100 씨브즈 현수막은 아직까지 없지 않았나요?

비록 아카데미 우승 현수막이지만 그래도 100 씨브즈 첫 현수막이죠. 보면 애초에 걸려있는 팀이 몇 팀 없어요. CLG, TL, C9, TSM…



계약 자체는 2020년이라고 되어 있는데,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당연히 저는 100 씨브즈와 함께하는 것이 베스트에요. 하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팀과 얘기해봐야 할 것 같네요.


그 중에서도 '이 선수와 더 오래 하고싶다' 하는 선수가 있나요?

다 비슷한것 같아요. 그래도 제 자신이 가장 중요하지 않나 싶어요.


내년 계획에 대해 물어보려고 했는데 이미 대답이 된 것 같네요.

100 씨브즈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일단 제가 중요하기 때문에 어떻게 말을 못하겠어요. 현재로선 그저 팀을 믿고있을 뿐이에요.


이번에 '파파스미디'가 100 씨브즈에 합류했죠. 만나는 봤나요? 어떻게 생각하나요?

소식은 들었는데 아직 만나보지는 못했어요. GM으로 오는 것이라 들었는데 GM은 하는 일이 굉장히 많아요. 사실 어떤 포지션인지는 정확히 몰라서 잘 모르겠어요. 소셜 미디어에서 보면 파파스미디의 인기가 정말 많고 경력도 정말 많으니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있지 않을까요(웃음)? 그런 면에서 기대하고 있어요.


안 할 수 없는 얘기가 롤드컵 얘기죠. 조추첨도 다 됐고. A조와 C조 둘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어디가 나을까요?

그래도 A조가 낫지 않을까요? 사실 비슷비슷하긴 한데 상대적으로 수월할 것 같아요.


너무 이르긴 하지만, 감으로 점쳐보면 우승은 누가 할까요?

제 생각에는 SKT나 G2가 우승할 것 같아요. 굳이 그중에 한 팀을 고르자면 G2 아닐까요?


북미 팀은 어느 정도까지 할 것 같나요?

사실 작년에도 그렇게까지 기대는 안했는데 C9이 4강에 갔죠. 현 시점에서 다른 리그와 격차가 얼마나 많이 나는지 모르겠는데, 그래서 더욱 패치가 중요할 것 같아요. 운 좋으면 다시 4강까지 갈 수 있지 않을까요? 대진하고 패치가 중요한데, 그런 면에서 아무래도 팀 리퀴드가 가능성은 높아보여요. 그렇지만 C9이 조별만 뚫는다면 잘 할 것 같아요. 변수가 참 많죠(웃음).

롤드컵 하니 생각나는게, 2015년에 유럽 롤드컵을 제가 처음 갔었어요. 당시 해외를 가본 경험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대회까지 하려니 컨디션 관리가 힘들더라고요. 어련히 알아서 잘 하겟지만 그리핀이나 담원이 컨디션 관리 잘 하는게 정말 중요할 것 같아요. 그 팀들은 국제대회 경험이 거의 없잖아요. 이번에 한국 팀들만 유독 새로운 팀들이 진출한것 같아요. 유럽이나 중국, 미국은 다들 국제대회 베테랑들인데 말이에요. SKT야 알아서 잘 하겠죠.


북미가 잘 하길 바라나요?

당연하죠. 전 명예 미국인이기 때문에(웃음). 클러치 게이밍이 어느정도까지 할 지 궁금하기도 해요. 팀 자체가 기복이 좀 심한데, 국제대회에서 통할 지 궁금해요. 팀 리퀴드도 굉장히 강한 팀인데 운이 안 좋은건지 국제대회에서 제 기량을 발휘 못하더라고요. 그래도 이번엔 롤드컵 우승 출신 코어장전이 있으니 기대가 커요. C9은 워낙 잘했으니... 작년엔 4강도 갔고. 세 팀 모두 응원하고 있어요.



담원 게이밍의 '너구리'가 이번에 주목을 많이 받는데요, 탑 라이너로서 너구리의 성향이 어떤 것 같나요?

경기 보는 입장에서는 재미있어요. 저도 그런 플레이스타일을 좋아하고요. 변수가 많고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죠. 만약에 퍼센트로 따지면 70%는 이기고 30% 정도 지면 결과적으론 좋다고 할 수 있지만, 그게 반대의 상황이면 안 좋은 플레이가 되죠. 같은 팀원으로서 플레이 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안그래도 얼마 전에 올라온 김정수 코치님 인터뷰에서도 너구리가 다루기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저희 팀에 '페이크갓'이라는 친구가 있어요. 그런데 그 친구가 자꾸 너구리 플레이를 보고 따라하더라고요. 무조건 카밀 도벽 들고 들어가서 죽어요(웃음). 그래서 따라하지 말라고 한 적이 있어요. 그렇게 플레이하려면 조건이 많이 따라요. 세 라인이 모두 라인에 집중해서 하면 좋은 플레이가 나올 수 있지만, 혼자 툭 튀어나와 있으면 물리기 정말 쉬워요. 타겟이 되고요. 그 것 하나로 스노우볼이 굴러가면 정말 게임이 힘들어질 거에요.


롤드컵은 9.19 패치에서 하게 될 예정이에요. 어떤 챔피언이 강할까요?

전반적으로 센 챔피언들을 너프하고 약한 챔피언들은 버프시켜서, 특별히 오버밸런스 되는 챔피언은 없는 것 같아요. 소문 상으로는 유미가 거의 못 쓸 정도라고 하더라고요. 가장 자주 나오는 챔피언은 그라가스일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판테온은 사기라고 생각해요. 밴을 너무 많이 당해서 못 나오지 않을까요?


이제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얘기를 해보고 마무리하죠.

이번 년도 시즌이 아쉽게 끝났는데, 내년도 있고 내후년도 있기 때문에 계속 응원 많이 해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