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격강등전은 특별하다. 그동안 쌓아온 지표가 가장 무의미하게 적용되는 경기이기도 하다. 벼랑 끝에 몰렸을 때, 얼마나 평소다운 침착함을, 아니 평소보다 더 뛰어난 초능력을 발휘해야 승리한다. 침착함이든, 초능력이든, 가장 큰 적은 부담감이다. 적당한 긴장과 부담은 경기를 집중하게 하는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지만, 패배하면 안 된다는 정신적 압박이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순간 승리로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래서 승강전이 예측불허고, 보는 사람의 심장을 쫄깃하게 하는 이유다.

30일 종각 LoL 파크에서 2020 LCK 섬머 스플릿 승강전 최종전이 진행된다. 프렌차이즈 돌입 전 마지막 시즌, 마지막 티켓을 주인공을 가리는 자리로 서라벌 게이밍과 샌드박스 게이밍이 붙는다.

샌드박스는 LCK 승격 이후 첫 시즌부터 파란을 일으켰던 팀이다. '서밋-온플릭-도브'로 이어지는 상체 라인은 어느 팀과 견주어도 부족함이 크지 않다는 평을 받았던 라인업이다. 그리고 이번 스프링 시즌에도 변화 없이 상체 라인을 이어가 중위권 이상의 성적을 예상했던 관계자가 꽤 많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달랐다. 특히 2라운드부터는 팀워크까지 급격히 무너지며 상대에게 지는 게 아니라 자신들이 스스로 꼬여 경기를 그르친 적도 많다. 샌드박스는 승강전을 앞두고 코칭 스태프까지 전면 개편에 들어가며 변화를 시도했다. 짧은 시간이라 팀적인 큰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지만, 승강전 1차전부터 완패는 꽤 충격이었다. 다만, 그리핀과 대결에서 승리한 경기를 보면 과거 샌드박스가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때 모습이 살짝 보인 점이 긍정적이다. 그리고 베테랑 중 베테랑 '고릴라'의 노련미가 이런 중요한 경기에서 십분 발휘됐다.

이에 맞서는 서라벌 게이밍은 '상윤', '트할', '카카오' 등 경력이 된 선수들로 구성된 팀답게 승강전 최종전까지 오게 됐다. 사실 냉정하게 놓고 보면 서라벌 게이밍에 대한 기대치가 높진 않았다.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선수들로 구성된 팀이지만, 처음엔 챌린저스 코리아 예선에서 탈락되기도 했고, 최근만 놓고 보면 LCK에서 실패한 선수들이라고 보는 게 맞다. 그래도 챌린저스 코리아 정규 시즌 1위를 차지해 승강전 직행으로 구겨진 자존심을 살짝 회복하긴 했다.

서라벌 게이밍은 승강전 1차전에서 그리핀을 상대로 2:1로 승리해 저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승자전에서는 같은 챌린저스 코리아 출신인 팀 다이나믹스에게 생각보다 싱겁게 패배했다. 경기력이 들쑥날쑥하다. 확실히 분위기를 타면 파괴적인 모습을 보여주다가도 자신들의 흐름을 잃으면 무기력했다.

챌린저스 코리아 출신인 팀 다이나믹스가 먼저 LCK에 입성하면서 서라벌 게이밍을 기다리는 팬들도 있다. 과거 스타크래프트 시절 홍진호가 김택용을 꺾은 것처럼, 뉴 페이스도 좋지만 올드 보이의 반란도 그에 못지 않게 재밌는 이야깃거리다. 어차피 모든 것은 결과가 말해준다. 기우가 있고, 사족이 길었어도 LCK 입성이라는 결과로 자신들을 증명하는 게 서라벌 게이밍 입장에서는 가장 베스트다.

■ 2020 LCK 섬머 스플릿 승강전 최종전

서라벌 게이밍 VS 샌드박스 게이밍 - 30일 오후 5시 (5전 3선승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