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민족의 대명절 추석입니다. 추석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들을 찾아뵙고 덕담을 나눌 수 있는 훈훈한 시간이지요. 치열한 경기에 심신이 지친 선수들도 모처럼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을 만날 수 있는 몇 안되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최연소 게이머에서 최고참 게이머가 된 이영호도 예외일 수 없지요. 중학생인 선수가 당대 최강이었던 '이윤열'도 이긴다며 유명세를 타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 그와 활동을 함께하던 선수들도 얼마 남지 않았죠. 루마니아 부큐레스티에서 열린 드림핵에 참가했던 이영호는 지금 귀성을 서두르고 있다고 합니다.

인벤에서는 추석을 맞이하여 특집 인터뷰 대상으로 이영호 선수를 선정했습니다. e스포츠에서 그 누구보다 장수하고 있는 이영호는 e스포츠를 아는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죠. 과거의 경쟁자들이 속속 은퇴를 선언하는 지금, 이영호의 심경은 과연 어떨까요?


■ 비 시즌 기간에도 연습에 매진하는 이영호, '이번 시즌 놓칠 수 없어요!'




Q. 민족의 대명절 추석이 다가오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비시즌이긴 하지만 주말에만 쉬고 평일에는 연습에 매진하고 있고요. 드림핵 출전 전에는 드림핵 연습 위주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Q. 명절을 어떻게 보낼 건지 계획은 잡았나요?

귀국하자마자 바로 다음날이 추석이더라고요. 대전으로 내려가기 위해 분주할 것 같네요. 고향에 가면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나서 술 한잔 하고 싶고, 부모님과도 좋은 시간 보낼 예정이에요. 아마 귀국하자마자 공항에서 대전으로 바로 가야 할 것 같습니다. 비행기에 내려서 곧바로 내려가겠네요.


Q. GSL 16강에 진출한 상황이이에요. 최근 드림핵 연습도 있었고, 개인 시간이 너무 부족하지 않나요?

늘 해왔던 연습량이 있어서 그렇게 힘들지는 않아요. 래더 위주로 연습하면서 실력을 끌어올리고 있기에 아직은 괜찮아요.


Q. 스타리그에서 아깝게 떨어졌어요. 글로벌 파이널을 위해서 이번 시즌에서는 반드시 성적을 내야 하는데 각오는?

일단 4강 안에는 들어야 해요. 시즌 파이널에서도 활약을 해서 막판 역전을 노려야 하는 상황이고요. 이번 시즌 목표는 4강으로 잡고 있고, 한 단계씩 차근차근 올라갈 생각입니다..


Q. 이제동 선수가 시즌 파이널에서 맹활약을 펼쳤는데 한 때 라이벌이던 선수기도 하죠. 생각이 많을 것 같은데요?

사실 제동이 형이 시즌 파이널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를 많이 응원했어요. 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 결과가 좋아서 저도 기분이 좋아요. 제가 노력할 수 있는 계기가 되니까요. 제동이 형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갈 길이 멀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해서 전성기 시절로 돌아갈 수 있도록 열심히 해보려고 합니다.


Q. 국내 리그하고 해외 리그하고 준비하는 데 차이가 있어 어려움은 없나요?

큰 차이는 없는데 제가 해외 리그에서 이상하게 성적이 좋았어요. 4강에 못 올라가 본 적이 이번 드림핵을 제외하고는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비록 이번 드림핵에서는 좋지 못한 결과를 거뒀지만. 앞으로도 해외 리그를 중심으로 계속 도전을 해볼까 합니다.


Q. 이번 시즌에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부족한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그동안 전략을 다양화하지 못했어요. 상대에게 전략을 많이 읽히고 당한 것 같네요. 올 시즌에는 전략의 다양화를 꿰차면서 다채로운 변화를 노려볼 생각입니다. 테란이라는 종족이 변화를 주기엔 한계가 있지만 저 같은 경우 전략의 폭이 특히 좁아서 그 부분이 단점으로 많이 지적되었던 것 같아요. 올 시즌에는 이를 보완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으면 좋겠습니다.


■ 최연소 게이머가 최고참 게이머로… 이영호가 활약한 오랜 세월에 관한 이야기




Q. 이영호는 신인 시절부터 굉장한 실력자라고 기억하는데 당시가 기억이 나나요?

그럼요, 아직도 기억이 나죠. 그때를 생각하면 늘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응원해주는 팬들이 정말 많아서 행복에 겨워서 게임을 했었어요. 게임이 재미있었죠. 성적 내는 것도 중요했지만, 게임을 하는 것 자체가 재미있다보니 대회 나가서 지더라도 '내가 긴장을 이렇게 많이 하는 애구나. 다음에는 긴장하지 말아야지.'하고 얻어가는 것도 많았고, 멋모르고 게임만 할 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


Q. 어떤 계기로 프로게이머가 되기로 했나요?

예전부터 프로게이머를 목표로 삼긴 했어요. 프로게이머를 간절하게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제게 찾아온 계기가 좋았어요. 나이가 어려서 프로팀들에 잘 보였던 점도 있었고, 대체로 잘 풀려서 연습생 생활을 할 수 있었네요.

시작은 KOR의 온라인 연습생으로 시작했어요. 당시 변성철 코치님이 절 뽑았죠. 7명 중에 3명을 뽑는 연습생 선발전에 출전해서 제가 4등을 했어요. 상위 3명은 숙소에서 합숙했지만, 저는 4등을 했기에 온라인 연습생이 되었지요. 하지만 기대와 달리 1년 동안 방치된 것처럼 별다른 훈련이 없었어요.

이후 팬택에서 사정을 알고 '우리 숙소로 와라.'라고 해서 팬택 연습생으로 뽑혔는데 KOR팀에서 엄청나게 화를 내더군요. 심한 말로 '게임 하기 싫으냐?'는 말까지 들었죠. 지금 생각하면 우습긴 한데 당시에는 엄청 무서웠어요. 다행히 팬택 코치님과 KOR 코치님이 서로 친한 사이라 말이 잘 풀려서 팬택에 들어갈 수 있었어요.


Q. 당시 아마추어 시절 명성을 잘 모르는 팬도 있어요. 명성을 얻게 된 계기에 대해 밝히자면?

당시에는 나이가 어린 걸로 유명했고, 팬택에 들어간 이후 '연습생이 이윤열도 이긴다'라는 점이 주목을 받았죠. 프로게이머가 아니었는데도 상위권 선수 대우를 받았고, 프로게이머가 된 직후에도 고평가를 받았었죠.


Q. 당시에는 어렸지만, 지금은 최고참 게이머의 반열에 드는데 감회가 남다를 것 같아요. 본인 생각은?

아직도 나이로 따지면 저보다 형들이 많아요. 그래서 지금도 먼저 인사하고 다니기에 그런 감흥이 들지는 않고요. 제 나이가 많은 편도 아니에요. 아직은 크게 와 닿지 못하지만 경력적인 부분에서는 생각이 많아요. 가끔 우승 트로피들을 보면 '저게 벌써 그렇게 오래됐구나'란 감회에 빠지기도 해요. 아직은 나이도 어리고 그래서 더 열심히 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입니다.


Q.예전 VOD에서 등장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 기분이 이상하지 않아요?

제가 고무줄 몸무게에요. 살이 쪘다 빠지기를 반복해요. 과거 VOD를 보면 정말 신기할 때가 있어요. '내가 이렇게 쪘었나?'란 생각도 들어요. 다른 분들이 봐도 잘 모르는 부분인데 제가 보면 유독 티가 나요(웃음). 제 고무줄 몸무게는 팬분들도 전부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죠(웃음).


Q. 과거 경쟁자였던 선수들이 속속 은퇴하고 있는데 본인도 느끼는 부분이 많을 것 같아요. 한마디 하자면?

저는 형들이 은퇴할 것임을 이미 다 알고 있었어요. 술도 가끔 먹고 그래서 은퇴 사실을 미리 알 수밖에 없었죠. 저로서는 아쉽죠.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선수들인데 팬들이 줄어들고 지금 처한 종목의 상황이 못 견디게 하니까요.

게이머가 힘든 직업이에요. 은퇴한 형들은 몇 년 동안 12시간씩 게임을 하는 이 생활이 너무 힘들고 질렸다고 말했고, 1년만 이 생활을 더 한다면 어떻게 될 것 같다는 심각한 말을 듣기도 했어요. 다른 관계자들도 상황이 어렵다는 말을 반복하는데 저는 이 말을 왜 자꾸 강조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현재 상황은 선수들이 가장 잘 알지 않겠어요? 주위에서 부정적인 이야기를 계속 하니까 선수들도 자괴감이 많이 드는 것 같아요. 스타2 종목이 어려운 것 누가 모르나요? 그래도 열심히 하는 선수들에게 좋지 않은 이야기가 계속 들리니 선수들이 더욱 힘들어해요. 상황이 어렵다는 사실을 모르는 선수는 없죠. 하지만 들으라는 식으로 계속 반복하니 아무래도 지치는 것은 사실입니다.


Q. 과거 맹활약을 펼쳤던 프로게이머의 입장에서 스타2의 약세가 아쉬울 것 같은데요?

내년이나 내후년도 미래가 안 보이는 것은 맞아요. 현실이죠. 협회 입장에서도 다른 종목이 잘 크고 있다보니 선수 입장에서는 '내가 이만큼의 성적을 내도 내년에는 연봉이 깎이겠구나'란 생각이 들어요. 결국 일부 선수들은 굳이 협회에서 게임을 하지 않으려고 하죠. 이신형 선수가 해외팀으로 이적한 것도 그런 맥락이라고 생각해요. 해외팀에서 마음 편히 게임하는 것을 원한 것 같아요.


Q. 본인의 미래에 대한 걱정은 없나요?

저는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요. 뭘 해도 할 것 같고 아직은 걱정하지 않아요. 군대 다녀와서 걱정해도 되죠. 저는 하고 싶은 것이 워낙 많아서 큰 걱정은 안 됩니다. 공부도 하고 싶고, 저만의 사업도 하고 싶고요.


Q. 선수들이 은퇴하는 상황에서도 꾸준한 성적을 내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제가 열심히 하는 것도 있겠지만 전 자존심이 아주 강한 편이에요. 지는 것을 누구보다도 싫어해서 이기려다 보니까 얻은 결과인 것 같아요. 하지만 성을 내거나 그렇지는 않죠. '다음번에는 그러지 말아야지!' 란 생각으로 같은 실수를 다시 저지르지 않는 점이 장점인 것 같아요.


Q. 최근 스타2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스타2를 지금 시작하는 사람에게 게임을 잘하는 방법을 알려주자면?

게임이 정말 쉽게 되어있어요. 스타1보다 멀티테스킹도 용이하고 단축키도 쉽게 구성되어 있고요. 이런 부분을 잘 이용하면 금방 잘할 수 있게 돼요. 누구라도 충분히 잘할 수 있어요.

특히 상대가 의외의 공격을 시도한다면 당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해요. 게임은 당황하면 져요. 저도 당황하지 않기 위해 노력은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당황할 때가 더러 있어요. 불리한 상황에서 침착함을 찾기 위해 노력하죠.


Q. 부스에서 자로 세팅 하는 특이한 모습을 보여주곤 하는데 이런 세팅이 경기력에 영향을 많이 주나요?

저는 영향을 많이 받아요. 그게 안 돼면 이상하게 팔이 아프고 그래요. 자로 안 재고 대충하면 그렇게 되더군요. 그래서 늘 자로 재면서 세팅하지만 정작 세팅시간은 절대 길지 않아요. 자로만 딱 재고 세팅은 금방 끝내는데 팬들은 오해를 하시더라고요(웃음). 저 때문에 경기가 지연된다고 생각하시는데 그런 일은 절대 없었어요.


■ 오랜 프로게이머 생활, 이영호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인연'




Q. 게이머 생활을 얻은 것이 많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소중한 것을 꼽자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음… 아무래도 많은 사람과의 인연을 갖게 된 것 아닐까요? 팀원들과의 인연이 정말 소중하죠. 프로게이머를 하면서 쌓은 인맥이 제게는 정말 중요해요. 또 지금까지 저를 응원해주시는 팬도 소중한 분들이죠. 저를 응원한 지 8년이나 된 분도 계세요. 그런 팬들이 제게는 무척 소중합니다.

우승도 많이 했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더라고요. 그런 분들 덕분에 지금도 게임을 계속 잘할 수 있는 것 같네요.


Q. 그럼 반대로 게임을 하면서 잃어버린 것이 있다면요?

많죠. 여자친구 만나는 것도 제약이 있고, 친구들도 자주 못 만나요. 제 자유시간도 없고 부모님과도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했어요. 저만의 시간을 가지지 못하는 건 직업 특성상 어쩔 수 없죠. 그래도 후회는 하지 않아요. 후회에 가까운 감정을 느낄 때는 있지만, 진짜 후회를 한 적은 없어요.


Q. 현재 본인의 위치에 만족하나요?

예전부터 만족했어요. 저는 어디에 있던 열심히 할 뿐이죠. 많은 분이 제게 많은 기대를 하고 계세요. 스타2 종목이 어려워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현재 제 위치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만이 답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오래 활동하다 보니 이 종목에 대한 사명감이 없을 수가 없죠. 없다면 책임감이 없는 것이죠. 모든 경기와 행동까지 책임감을 가지고 임하는 게 맞지만, 그래도 지금 당장은 성적부터 잘 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Q. 프로게이머 이영호가 프로게이머를 안 했다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무난한 학생이지 않을까요? 다른 일을 했을 것 같진 않아요. 친구들과 어울리는 보통 학생? 지금 이 시기라면 아마 군 복무 중이지 않을까요?


Q. 지금의 이영호가 10년 뒤에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결혼은 했을 것 같지만 감이 잘 안 오네요. 감독을 하고 있을 수도 있고, 프로게이머 외의 다른 일을 하고 있을 것 같긴 해요. 사장님이라든지, 앞으로도 여러 가지 많이 알아보고자 합니다. 제가 앞으로도 할 것은 많고요. 하고 싶은 것도 많아요. 남 밑에서 일하는 것, 남에게 잘 보이는 행동을 잘 못하다 보니 뭔가 주도적으로 이끄는 일이 제겐 잘 맞을 것 같아요.


Q. 명절을 앞둔 인벤 독자 여러분께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인벤이 요새 대세라고 들었어요. 인벤에 정말 많은 분이 계신 것 같고, 1년에 한번 오는 명절 가족들과 재미있는 시간 보냈으면 좋겠어요. 저 같은 경우 명절에 부모님 얼굴도 제대로 못 뵈고 친구들과 놀다 올라오곤 했는데 이번엔 가족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자 합니다. 여러분도 가족과 함께 활기찬 추석을 보내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