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퍼스트 제너레이션(이하 퍼제)은 인트로스펙션을 꺾고 서든어택 챔피언스 리그 4연속 우승컵을 들어올렸습니다. e스포츠에서 4연속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한 팀은 극히 드뭅니다. 최근 개막한 국내 프로야구에서도 30년 간의 역사상 4연속 우승컵을 들어올린 팀은 기아 타이거즈의 전신인 해태 뿐입니다. 그야말로 하나의 종목에서 당대 최고로 꼽히는 자만이 이룩할 수 있는 기록이지요.

하지만 우승의 기쁨도 잠시. 퍼제는 2013년도 챔피언스 리그를 마무리하는 그랜드파이널 결승전에서 유로에게 0:3으로 패하고 말았습니다. 팀 창단 후 첫 결승전에 올랐던 1차 챔피언스 리그에서 자신들에게 패배를 안겼던 바로 그 유로의 벽을 또 다시 넘지 못한 것이죠. 물론 짧은 기간 펼쳐진 이벤트 매치니만큼 퍼제의 연속 우승 기록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이제 퍼제는 자신들의 이름을 건 마지막 여정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팀 해체 전 마지막 리그인 챔피언스 섬머에서 e스포츠 역사상 최초로 5연속 우승에 도전합니다. 무너지지 않는 챔피언, e스포츠의 한 축에서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는 퍼제의 과거와 미래를 들어보았습니다.




▲ 퍼제의 문학준 선수

Q. 서든어택에서 새로운 기록을 쓴 퍼제의 처음은 어땠나요?

문학준 팀이 만들어진 지가 3년이 넘었어요. 처음에는 인트로스펙션 소속인 (최)원중이와 대회를 같이 하기 위해 팀을 만들기로 했어요. 제가 팀을 만들기 전 고등학생 때 대회에 몇 번 참가했었는데 너무 못했었거든요. 그래서 대회는 주위 사람들과 편하게 하려고 마음먹고 멤버를 모으게 됐어요.

두리 같은 경우에는 준호형과 같은 팀이었는데 원래는 못했는데 데리고 오니 잘하더라고요. 그런데 두리를 데려올 때 본인은 준호형과 같이 하기 싫어했어요. 그래도 한, 두 살 많은 형이 팀에 있어야겠다 싶어서 함께 데려왔죠. 스나이퍼는 처음 원 스나이퍼 체제로 시작해서 많이 바뀌었고요.


Q. 초기에는 나이가 어린 편이었지만, 이제는 제법 나이가 많은 편이잖아요. 차이를 느끼나요?

석준호 많이 느끼죠. 샷이 안 되는게 느껴져요

문학준 나이를 먹어서라기 보다는 게임을 많이 하다 보니 마음이 예전 같지 않아요. 그래도 대회 때는 샷이 다가 아니고 경험이 중요하다 보니 저희가 계속 우승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예전의 열정대로 하면 지금 해도 잘 된다고 생각해요.

김지웅 반응 속도에 차이는 확실히 있어요. 같이 보고 쏜다고 생각하는데 이미 상대는 두, 세 발을 먼저 박고 시작할 때가 있어요.


Q. 현재까지 챔피언스에서 퍼제의 누적 상금이 4억 4천만 원이에요. 기분이 어때요?

석준호 자부심같은게 있다고 해야 하나? 서든어택 선수들 중에서는 저희가 가장 많은 상금을 획득했으니깐요.

문학준 저희 또래에서 이 정도 금액은 정말 많이 번 것이잖아요. 고등학생 때는 아직 게임하냐, 20살 때까지도 게임만 할 거냐는 소리를 들었는데 상금이 쌓이다 보니 저희에게 뭐라고 애기를 못하더라고요. 저희보다 돈 많이 번 친구도 없고요.

김두리 친구들을 만나면 다 제가 제일 성공했다고 말해요.

문학준 그렇다보니 현재로서는 자부심, 프라이드가 느껴져요.

▲ 퍼제의 김지웅 선수

Q. 어지간한 타 종목 프로 게이머들보다도 많은 상금을 벌었어요. 본인들 스스로는 자신들이 프로게이머라고 생각하나요?

석준호 사실 좋게 말해야 프로게이머지, 저희는 게임을 좋아하는 '겜돌이'잖아요. 스폰서도 없고, 후원이나 월급도 없잖아요. 저희가 우승을 했으니 좋게 보여지지만, 우승을 못한 나머지 팀들은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2, 3개월을 헛수고 한 거예요. 그렇다보니 절대 프로게이머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다만, 다른 사람한테 포장해서 말하면 프로게이머라고는 할 수 있죠.

문학준 스폰서가 있어야 프로게이머라고 생각해요.


Q. 많은 우승 경력에도 불구하고, 참 팬이 없어요.

석준호 어쩔수가 없는게 서든어택에는 대룰(대회 룰)과 보급룰(보급창고 룰)이 있잖아요. 보급 유저가 90%가 넘어요. 극소수 유저만이 대룰을 하는데, 대회에서는 대룰로 하잖아요. 그렇다 보니 대회에 나오는 멤버들이 인기가 없어요. 예전에는 그런 현상이 더욱 심했어요. 최근에서야 상금을 타가는 것을 보고 보급하던 애들이 자신도 상금을 타고 싶어 대회에 참가하게 됐죠.

강건 오히려 예전에 사람들이 대룰을 많이 보고 좋아했다고 생각하는데.

▲ 퍼제의 김두리 선수

Q. 확실히 예전 리그 때는 다 알만한 스타급 선수가 많았던 것 같아요. 지금은 왜 덜하다고 생각해요?

강건 지금은 예전의 그런 스타급 선수들이 나올 수가 없어요.

문학준 예전에는 실력차가 컸어요. 그래서 잘하는 팀이 못하는 팀을 상대로 하면 혼자서 여러 명을 잡는 그림이 자주 나왔어요. 반면 지금은 모든 팀들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됐기 때문에 한명이 한명 잡기도 힘들어요. 그래서 저희 같은 경우에도 신예 팀이나 상대적으로 약팀이라고 평가받는 팀을 상대로도 잘한다고 생각하고 경기에 임해요.

석준호 거기다가 저희가 나이를 많이 먹어서 더더욱 그런 플레이가 안 나오는 것 같아요.

문학준 결국 차이는 저희가 조금 더 방송 무대에 많이 섰고, 경험이 많다는 것이죠.


Q. 이전 리그가 끝나고 군 입대로 인해 더이상 대회에 출전하지 못한다고 했는데, 올해 챔피언스 리그에 다시 출전하게 됐네요?

석준호 정말 갈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나라에서 오지 말라고, 군대에서 오지 말라고 하니깐 어쩔 수 없잖아요. 정말 자리가 없어서 못 가는 거에요. 신청을 해도 못 가요.

문학준 저희가 입영 통지서가 나오더라도 섬머 리그가 끝난 뒤에나 나와요. 그 사이 시간에 저희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게임 밖에 없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는 것도 있고, 기왕 하던 거 더 많은 상금을 획득할 기회가 있으니 대회에 참가하게 됐어요.

김두리 사실 대회 끝나면 놀아야지 생각했는데 막상 대회가 끝나고 연습을 안 하니 할 게 없더라고요.

▲ 퍼제의 석준호 선수


Q. 대회에 출전하다 보면 일상 생활에서 여유가 뺏기진 않나요?

문학준 대회 한달 전부터는 연습을 일이라고 생각하곤 있어요. 그래도 각자 개인 시간은 충분히 가지고 있어요.

석준호 말이 연습이지, 하루 종일 연습에만 매진하진 않아요.

문학준 그래서 주변에서 저희를 더 부러워해요. 친구들이나 여자 친구도 만날 수 있고, 그러면서도 잘하는 게임을 통해 상금도 버니깐요. 하지만 적어도 대회 출전하는 팀들 중에서는 저희가 가장 연습을 열심히 한다고 생각해요. 유로같은 경우에도 연습을 많이 한다고 알려져있는데, 그런 이미지가 있는 편이지 최근에는 저희가 훨씬 많이 해요.


Q. 확실히 퍼제의 경우 연습을 안 한다는 이미지도 있고, 운이 좋아서 우승을 한다는 이미지도 있어요. 아쉽진 않나요?

문학준 선수들은 저희가 연습 열심히 한다는 걸 다 알 거예요. 그런데 팬들에게는 어떻게 비춰질지에 대해서 아무래도 저희가 신경을 안 쓰긴 했어요.

석준호 지웅이 같은 경우에는 특히 인터뷰를 좀 건방지게 한 감도 있죠.

김지웅 사실 지금까지는 계속 우승을 거둬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신경을 안 썼어요. 그런데 최근 그랜드파이널에서 유로에게 지고 나니깐 팬들의 반응을 신경쓰게 되더라고요. 우승을 할 때는 인터뷰를 건방지게 해도 감싸주는 팬들이 있었는데, 이번에 유로에게 패하니깐 유로가 인터뷰 하는 것을 배워라하는 얘기를 많이 들어요.


Q. 앞으로 인터뷰에서 본인들의 이미지를 조금 더 착하게 바꿀 생각이 있나요?

김지웅 앞으로도 계속 건방지게 할 것 같아요.(웃음)

석준호 다 건방진 건 아니에요. 저 같은 경우에는 인터뷰 착하게 해요.

문학준 전 자신감있게 하는 거고요.


Q. 그랜드 파이널에서는 유로에게 패했어요. 1차 챔피언스 리그 때에도 유로에게 패하면서 준우승을 기록했는데, 이번 시즌에서 설욕할 수 있을까요?

문학준 저는 그랜드 파이널을 시즌이라고 생각도 안 해요.

석준호 자기 합리화 아냐?

문학준 단순히 그런게 아니라 규모가 크긴 했지만 유로에게 패한 인트로스펙션 같은 경우에도 연습을 안 하고 경기에 임했어요. 결국 즐기는 이벤트 매치로 생각하는거죠. 챔피언스 리그의 결승 급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김지웅 챔피언스 리그 결승이었다면 지더라도 3:0으로 지진 않았을 거에요.

석준호 스코어 부분은 맵 순서를 저희가 멍청하게 뽑은 탓도 있어요.

김두리 3세트 프로방스에서만큼은 지면 안 됐었죠.

석준호 3보급창고는 저희가 유로한테 밀린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1세트 드래곤로드 같은 경우에는 분위기를 타는 맵인데 거기에 지면서 연달아 분위기가 안 좋아졌죠.

문학준 더군다나 그날 경기하면서 팀 분위기가 평소 같지 않았어요. 브리핑 같은 경우에도 부족한 게 많았고, 무엇보다 이기려는 의지가 부족했던 것 같아요. 서로 사인도 안 맞기도 했고요.


Q. 이번 시즌에 유로를 다시 만난다면 언제쯤 만나고 싶어요?

석준호 솔직히 만나고 싶지 않아요.

문학준 이번 시즌은 8강 풀리그로 시작하는데 유로와 저희는 다른 조에 편성이 됐어요. 그렇다 보니 4강 아니면 결승인데 그래도 결승에서 만나고 싶어요.

김두리 그래도 한번은 이겨야 된다고 생각해요.

▲ 퍼제의 강건 선수


Q. 이번 시즌부터 드래곤로드와 제5보급창고가 빠지고 대신 화이트스콜과 웨스턴이 추가됐어요. 어떤가요?

문학준 웨스턴은 정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김두리 웨스턴이 예전 대회에 한 번 추가된 적이 있는데 그 후에 바로 빠졌던 맵이에요.

문학준 화이트스콜은 할 만한데, 웨스턴은 전체적인 레드와 블루 밸런스가 안 맞아요.

석준호 3차 슈퍼 리그 때 웨스턴이 등장했는데, 밸런스 불균형이 너무 심해서 바로 빠졌어요. 당시 대회 때도 6:1, 7:0 스코어가 흔하게 나왔었고요. 더군다나 맵이 넓고 트여 있어서 스나이퍼가 고지대에서 자리를 잡으면 맵 전체가 다 보여요. 그렇다 보니 라이플들은 스나이퍼를 쉽게 찾기도 어렵고, 죽더라도 자기가 왜 죽었는지 상대 위치가 어딘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고요.

문학준 다른 팀의 의견 역시 저희와 비슷해요. 웨스턴에 부정적인 팀들이 많아요.


Q. 밸런스가 안 맞다는 문제를 들었는데 진영이 바뀌기 때문에 어느 한 팀이 일방적으로 유리한 건 아니잖아요?

석준호 그런 면도 있긴 해요. 오히려 웨스턴이나 화이트 스콜이 추가된 건 저희 같은 시드권 팀에게 유리한 편이죠. 오프라인 예선을 뚫고 올라오는 팀 같은 경우에는 대회 맵이 제3보급창고, 프로방스, 드래곤 로드거든요. 예선을 준비하는 팀들은 저 맵으로 연습을 해야 하는데, 예선을 통과하고 나면 불과 1주일 가량을 새로운 맵에서 연습해야 되요.

문학준 웨스턴 같은 경우에는 맵이 워낙 넓고, 평소에 안 하던 맵이다 보니 저희도 일단 방을 만들어놓고 브리핑을 위해서 각 지역별로 명칭을 붙이고 있어요.

김두리 예선을 뚫고 올라온 팀 같은 경우에는 연습을 하고 싶어도 연습 상대를 찾기가 쉽지 않죠.

문학준 이전 시즌에는 오프라인 예선 맵과 방송 경기 맵이 거의 같아서 연습하기가 편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맵이 워낙 다르다 보니깐 저희도 연습 상대를 쉽게 찾기가 어렵죠.


Q. 섬머 시즌을 끝으로 이번에는 정말 군대를 가야하잖아요. 제대한 후에도 서든어택 대회에는 계속 출전할 생각인가요?

문학준 저는 선수로보다는 가능하다면 코치를 하고 싶어요. 제가 코치를 맡으면 정말 그 팀은 우승을 시킬 자신이 있어요. 제대한 후에는 선수로 활동하기에는 지금 한국 사회에서 인정받기가 어렵잖아요.

석준호 문제는 선수가 안 따라주면 아무것도 안 된다는 거지.


Q. 강건 선수는 팀원들이 입대하면 혼자 남게 되는데 따로 계획이 있나요?

강건 글쎄요. 강원도 돌아가서 아버지 일을 이어 받아 어부가 될 것 같아요. 진지하게 생각중이고요.


Q. 멤버가 바뀌기는 했지만 퍼제라는 팀으로 3년간 활동했어요. 꽤 오래 팀이 유지됐는데 원동력이 있다면요?

문학준 역시 우승이죠. 우승을 했으니깐 계속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우승을 못 했는데 비슷한 기간 동안 꾸준히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도 있잖아요?

강건 그런 선수들은 우승을 하고 싶다는 것 때문이죠.



Q. 마지막 질문이에요. 서든어택이 이렇게 오랜 기간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해요? 그래픽만 보더라도 최근 FPS 게임과는 차이가 크잖아요.

석준호 쉬우니깐요. FPS 게임은 남자들만 하는 게임이고 어렵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서든어택이 그런 고정관념을 깬 것 같아요.

문학준 여자 유저도 마우스만 들고 있어도 상대를 잡을 수 있잖아요. 최근 FPS 게임들이 지형을 파괴하거나 그런 것을 이용하는 재미도 있긴 하지만, 여자 유저나 초보자들은 어렵게만 느껴지거든요. 반면 서든어택은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