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개인의 창의력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조직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야 하는가? 거대화된 조직의 효율성을 살리기 위한 시스템과 직원의 창의력을 살리기 위해 회사의 운영 전략은 어떠해야 하는가?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이하 NDC2014) 첫 날인 27일 넥슨 공공지원센터 국제회의장에서는 넥슨 박지원 대표이사와 넥슨 일본법인 '오웬 마호니(Owen Mahoney)' 대표이사가 '게임 회사 CEO'의 역할'에 대한 주제로 대담을 나누는 기조강연이 진행됐다.

오후 1시 35분부터 진행된 키노트에서는 창의적이고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게임회사 CEO가 염두해야 할 점에 대해 두 대표와 더불어 넥슨 김정주 회장이 함께 무대에 올라 이야기를 나누었다.

넥슨의 황금기였던 2003년. 그 이후 넥슨이 걸어온 10년 동안의 길을 돌아보고, 앞으로 넥슨이 살아남기 위해 어떠한 전략을 펼쳐야 하는지 김정주 회장의 진행 하에 1시간 동안 이야기가 이어졌으며, 강연을 참관하러 온 넥슨 정상원 개발총괄 부사장도 짧게나마 무대 앞에서 자신의 의견과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 넥슨 정상원 개발총괄 부사장]

김정주 회장은 본격적인 대담에 앞서 "넥슨은 게임을 만들고 파는 회사다. 2003년에 '카트라이더'와 2004년에 '마비노기' 등이 출시되면서 황금기를 보냈지만, 이후 10년 동안 그렇다 할 신작 게임이 없었다. 새로운 타이틀 없이 마이너스를 기록하지 않았으며, 작년에는 약 7% 가량의 성장세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앞으로의 10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넥슨 박지원 대표이사는 "큰 성공까지는 아니더라도 상업적으로 작게나마 성공한 많은 프로덕트들이 다수 있었다. 이러한 점들이이 넥슨의 성장을 이끌었다. 최근 10년은 인수합병 형식을 통해 외형적인 성장을 주로 이루어왔다" 고 답했다.

넥슨 박지원 대표이사는 2003년에 넥슨에 입사, 넥슨 일본법인 경영기획실장 및 운영본부장을 역임했다. 일본 법인 동기임원으로서 글로벌 사업 총괄을 담당한 바 있다. 넥슨 일본법인 '오웬 마호니' 대표이사는 EA 경영기획담당 수석부사장을 거쳐 2010년 넥슨 일본 법인에 입사, CFO겸 관리 본부장을 역임했다.

김정주 회장의 유쾌하고도 직설적인 질문들과 답변, 그리고 이에 대한 박지원 대표와 오웬 마호니 일본법인 대표의 의견은 어떠한 것이 있었을까?


■ 박지원: 외부에서 볼 때 넥슨을 '돈슨' 혹은 '투자회사'로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알고 있다. 실제로 최근 10년 동안은 다른 개발사와의 인수합병을 통해 외형적인 성장에 중점을 맞췄다.

정상원 부사장이 개발총괄로 다시 오면서 내부의 넥슨 프로덕트를 다시 되돌아보기 시작했다. '정말로 넥슨이 개발을 하지 않는 회사일까?'라고 생각해보면 그렇지도 않다. 모바일의 경우 20개가 넘는 신작이 개발되고 있으며, PC온라인 역시 다수의 타이틀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넥슨이 모바일 게임 사업에서는 그다지 빠른 반응을 하지 못했다. 2012년 여름 즈음에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했고, 그 때 우리는 빠르게 새로운 시장에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에 조급했었다. 그래서 시장 트렌드를 파악하고 타이틀을 개발하니 이미 다른 트렌드가 형성되어 있었고, 그렇게 우리는 새로운 유행을 쫓아갈 뿐이었다. PC온라인 게임에 비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넥슨의 힘을 살릴 수가 없었다.


■ 김정주: 그러나 우리는 다른 회사가 해오지 못한 여러 시도를 해왔다. '도타2' 등 다른 개발사의 게임을 퍼블리싱하는 것에도 힘을 쏟고 있다. LoL의 대항마 '도타2'를 더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다. 지금 동접이 수 천 정도인데 견고하게 성장하고 있으니 많이 플레이 해줬으면 좋겠다.

올해는 월드컵의 해이다. 다음 달에 브라질 월드컵이 열린다. 그래서 우리는 '피파온라인'이 월드컵 효과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오웬 마호니: 넥슨은 게임업계에서 아주 평판이 좋다. 서구 쪽에서 물어봐도 다들 "넥슨은 훌륭한 파트너"라고 말하더라. 퍼블리셔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이 넥슨의 큰 장점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EA 부사장으로 몸담고 있을 때, 넥슨을 보면서 EA도 이와 같이 나아가기를 바랬었다. 김정주 회장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해서 넥슨을 탐방한 적이 있는데, '넥슨은 정말 대단한 회사'라는 느낌을 받았었다. 그 당시 EA는 온라인 게임 사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2000년 경 4억 달러 가량의 금액을 투자했는데, 그 성과는 넥슨이 보여주는 것에 미치지 못하는 저조한 수준이었다.

넥슨은 작년 띵소프트와 더불어 4곳의 개발사를 인수했다. 넥슨이 가지고 있는 온라인 게임의 개발 및 운영, 그리고 부분유료화에 대한 노하우와 더불어 인수되는 개발사들이 가진 노하우까지 더해진다면 좋은 결과는 반드시 나온다고 본다. 넥슨이 글로벌 적으로도 사업을 확장시켜 나갈 수 있는 것은 이러한 노하우와 다른 회사와의 원만한 파트너십 구축, 2가지의 요소가 결합되기 때문이다.


■ 정상원: 2004년에 넥슨을 떠났는데, 공교롭게도 그 이후에 넥슨에서 빅타이틀이 안나왔다.(웃음) 2003년 즈음에는 게임을 만들 때 돈을 벌어야 겠다는 생각은 전혀 안하고 만들었던 것 같다. 얼마만큼의 자본을 투자해야 하고 어느 정도의 매출이 있을 지에 대한 생각은 접어두고 재미있는 게임을 제작하는 데만 전념했다. 그러나 회사 규모가 점차 커지면서 프로젝트에 대한 세부적인 계획을 세우게 되었고, 그 이후 재미나 아이디어 위주보다는 잘될 것 같은 게임에 보다 포커스를 맞춘 것 같다.

게임이 재미있으면 돈은 자연스럽게 벌리는 것이다. 그래서 벤치마케팅은 자제하고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유지하자는 자세로 현재 임하고 있다. 현재는 포트폴리오 정리 및 스트럭쳐 조절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최근 '메이플스토리2'와 '듀랑고'를 공개했다. 두 타이틀 모두 새로운 시도를 하는 참신한 게임이다. '메이플스토리2'는 전작을 따라기가 보다는 새로운 요소를 가미해서 색다른 타이틀로 개발중이다. '듀랑고' 역시 서바이벌 RPG라는 새로운 장르와 공룡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채택해서 제작하고 있다.


■ 김정주: '오웬 마호니' 대표와 알고 지낸지는 18년 정도 됐다. 오웬이 EA서 근무하기 전이다. 그 당시 이야기를 해보겠다. 사실 EA 부사장이면 세계에서 제일 좋은 게임회사의 최고 직위인데, 어떻게 넥슨을 오게 됐나?


■ 오웬 마호니: 김정주 회장과 처음 만난건 1996년이었다. EA에는 2000년에 입사했고, 김정주 회장이 초청해서 한국에 방문을 했다. 그 당시 넥슨은 한국 게임사 규모 중 2위였다. EA가 돌아가는 거 보고 답답해 하던 상황이었는데, 김정주 회장은 놀라게 하는 많은 것들을 보여줬다.

넥슨은 창의력 있는 접근 방식으로 다양한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고 있었다. 넥슨은 '재미있는 것을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업무를 했다. 외국 게임사 대다수가 대기업과 유사한 형태로 통제적으로 업무를 해오고 있었고, 상장회사들은 게임의 재미보다는 돈을 벌기 위한 후속작을 내는 형태였다. 넥슨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업무 환경은 정말 놀라웠다.

캘리포니아로 돌아가는 길에 "넥슨에서 게임의 미래를 봤다"고 이메일을 보냈던 것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EA가 하락세를 그리고 있을 때 넥슨은 꾸준히 성장해왔다. 그러한 모습을 보고 넥슨에 오게 되었다.

남들과는 차별화 된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최근 5년간 게임 산업 전체가 어려운 시기를 거쳤다. 콘솔 게임 개발자들의 경우 그래픽 향상에만 몰두했고, 페이스북이나 소셜 게임, 그리고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는 히트작을 복사해서 유사품을 내놓는 개발사들이 많았다.

개인적으로 즐겨한 게임 중 참신했다고 느낀 것들로 '심시티', '마인크래프트', '이브 온라인' 등이 있다. 넥슨의 미래가 이러한 게임들로 채워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회사에서는 개발자들의 직관을 믿어야 하며, 재미있는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인재 양성에 힘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 김정주: 한 때 '데이비드 리'가 넥슨 코리아 대표를 하기도 했었고, 최근 5년 간은 서민 대표가 회사를 맡았다. 박지원 대표는 일본에서 상장업무를 수년 간 하다가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박지원 대표가 보는 '지난 10년의 넥슨, 바꿔가고 싶은 10년 이후의 넥슨'은?


■ 박지원: 2003년에 입사해서 2006년 5월에 일본으로 건너갔다. 2009년까지는 일본에서 상장과 관련된 업무만 했으며, 2009년부터 2012년까지는 넥슨 재팬에서 운영을 맡았다. 이후 한국에 돌아와서 해외사업과 투자를 담당하다가 올해부터 넥슨코리아를 맡았다.

내 머리 속에 남아있는 넥슨의 잔상은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끊임없이 하던 2003년~2005년 동안의 모습이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와서 대표를 맡으면서 '넥슨이 예전에 잘했던 점은 무엇이었나?'를 고민했다. 과거의 넥슨을 돌아보면 새로운 시도를 계속해 볼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물론 그 당시에는 게임 산업 자체도 시작단계였고 급속도로 성장하던 시기였다. 어떠한 장르의 게임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도 시장이 이를 수용했다.

지난 10년을 냉정하게 돌이켜보면 회사의 외형적인 성장을 뒷받침할 만한 내부 성장이 부족했다. 라이브 게임을 중심으로 기존의 게임 트래픽을 키우고 매출을 올리면서 현재의 포지션이 됐다. 새로운 시도를 해서 독창적인 IP를 만들어내기 보다는 성공 확률이 높은 게임에 투자하는 식으로 기울었던 것 같다. 상장 이후에는 숫자에 대한 압박도 있었기에 '성장'이라는 부분에 포커스를 맞춰왔다.

앞으로는 과거에 넥슨이 잘했던 것들을 토대로 새로운 시도를 적극적으로 했던 문화를 복원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서고 4천명이 넘는 임직원이 있는 회사에서 과거의 DNA를 무작정 복원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물론 상장을 통해 회사 규모가 커짐으로써 얻는 장점도 있다. 두 부분을 결합해서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모색할 것이다.


■ 김정주: 돈 많이 버는 게임이 아니라 사람들이 기억해줄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걸 고민하는게 CEO의 역할이다. 박지원 대표와 오웬 마호니 대표는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 제일 중요시해야 하는 점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 박지원: 회사의 성장을 이루어내는 근간은 개인의 동기, 자유로운 조직문화, 이를 뒷받침하는 기업의 시스템으로 볼 수 있다. 우리는 콘텐츠 산업 종사자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만들어내고 서비스하는 산업에서는 3가지 요소 중에 '개인의 동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개인의 동기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이라던가 조직 문화를 기반으로 자신이 재밌다고 생각하는 것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개발하는 과정에서의 즐거움과 시장에서의 성과가 좋을 때 의미가 있다. 과거의 넥슨이 잘했던 것, 지금 가지고 있지 않은 부분이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개인들의 혹은 집단의 동기'라고 생각하고 이 부분을 강화해가고자 한다.


■ 오웬 마호니: 우리는 예술을 하고 있다. 게임도 예술의 한 형식이며, 가장 멋진 예술 형태라고 생각한다. 책이나 영화는 일방적으로 스토리텔링을 감상하는 것이지만, 게임은 유저가 스스로 스토리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훌륭하다. 그래서 10년 후에 보더라도 자부심이 드는 게임을 개발해야 하며, 멋진 예술작품을 만들어가는 것이 위대한 기업이 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최고의 게임은 한 번 손에 잡으면 오랫동안 집중해서 플레이할 수 있는 타이틀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서구 쪽에서는 이러한 부분에 대한 고민을 잘 하지 않는데, 다른 업무를 잊어버릴 정도로 빠지게 만드는 게임이 최고이다.

주로 아이들하고 게임을 즐기며, 최근 '마인크래프트'와 '심시티', '문명5'를 했다. '이브 온라인'도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데, 너무 시간을 많이 투자한다고 생각해서 접었다가 다시 시작했다. 인디게임도 많이 하며 '트랜지스터'를 최근에 플레이했었다.


■ 김정주: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게임은 '땀이 나는 게임'이다. 손에 땀이 날 정도로 재미있는 게임이 유저들에게 최고의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는 게임이며, 개인적으로도 그런 땀 나는 게임이 좋다.


■ 박지원: 10년 전부터 축구게임 매니아였다. 인생을 사로잡았던 대부분이 축구게임이다. 그 외에 '이브온라인'도 열심히 했고, '대리의 전설'을 즐겁게 플레이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기업인 '카이로소프트'의 타이틀 모두 다운로드해서 하나씩 해보고 있다. 주말에는 평균적으로 4~5시간 정도 게임을 즐기며, 평일에는 1~2시간 플레이한다.


■ 오웬 마호니: 다양한 게임을 플레이해보는 것이 게임사 CEO의 필수 요소라고 생각한다. 경영진들이나 CEO가 적극적으로 게임을 즐기는 회사는 대부분이 성공하더라. 게임을 잘 알아야만 더 나은 게임이 나오는 것 같다.

최근 플랫폼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앞으로 2~5년 안에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이전에는 PC게임과 모바일 게임으로 나뉘었는데, 이제는 플랫폼이 융합되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는 인풋과 아웃풋을 유저가 직접 선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PC나 모바일 등 유저가 원하는 플랫폼으로 인풋을 해서 대형TV나 구글 글래스, 오큘러스VR 등으로 아웃풋 할 수 있는 시대가 머지 않았다.

넥슨의 위치는 고객이 있는 플랫폼으로 가는 것이다. 모바일 게임이 전체의 몇 퍼센트인지 이런 부분을 앞으로는 논하지 않을 것이다. 통합 플랫폼에서 모든 것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본다.


■ 박지원 : 넥슨의 모바일 전략은 '단순화'다. 단순하게 접근해서 시장에 존재하지 않거나 독특한 형태의 게임을 만들거나 혹은 시장에 이미 존재하는 것이라면 기존 타이틀보다 더 많은 즐거움을 주는 게임으로 만드는 것이 우리들의 전략이다.

넥슨은 사실 규모나 사이즈에 비해 모바일 사업을 참 못해왔다. 스스로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 앞으로 넥슨은 트렌드를 쫓아가기 보다는 '영웅의 군단'처럼 우리가 잘하는 것, 우리가 잘하는 것을 모바일로 이식해야 한다고 본다.

또한, 외부에 있는 소규모 개발팀이 주는 장점이 있다. 그들에게는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다. 넥슨에서는 상대적으로 이런 절박함 느끼기가 어렵다. 그래서 넥슨과 외부 개발사 퍼블리싱을 통해 더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