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이 세 글자에 담겨 있는 의미는 크다. 잘 만든 제품이나 게임이 마케팅에 실패해 성공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

미국 마케팅협회에서는 마케팅을 '소비자, 고객 파트너 그리고 사회를 위한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창조, 의사소통, 전달, 교환하는 활동, 제도 그리고 프로세스이다.'라고 정의했다. 그러나 이 말은 소비재에만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

게임은 소비재가 아니다. 유저들이 마음껏 뛰어놀고 자신이 하고 싶은 바를 이루는 가상공간이다. 게임을 개발하는 개발사는 이들이 뛰어놀 수 있도록, 가상 공간을 만들고 운영한다. 즉 존재하지 않는 무형재를 제공하는 서비스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 마케팅과 게임 마케팅은 무엇이 다를까? NDC 2014 마지막 날 넥슨 정찬선 WF사업팀 팀장은 '당신만 모르고 있는 게임 마케팅' 이라는 주제로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했다.

▲ 정찬선 WF 사업팀 팀장

"게임마케팅과 일반마케팅과는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소비자'다. TV, 냉장고, 카메라 같은 소비재를 팔기 위해서는 구매력을 지닌 소비자를 찾는 게 우선이며 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아는 게 급선무다. 그러나 게임은 다르다. 무형의 가상공간에서 유저들이 즐기게 만드는 서비스 업이다.

마케팅을 한다는 건 물건을 '소비자'에게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작업이다. 그리고 입소문 효과까지 노리게 만들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소비자'가 누구라는 것이다.

"이미지는 브랜드의 가장 기본입니다. 사진을 보세요. 어떤 차량인지 아시겠나요? 보통 남자들은 사진들만 봐도 어떤 브랜드인지, 어떤 차량인지 다 알고 있습니다. 이 경우는 어떤가요? 명품가방의 종류인데요, 남자들은 잘 모르지만 여성 대부분은 이 사진만 봐도 다 아시더라고요."

"자 또 하나 예를 들어볼게요. 파란색 캔이 있습니다. 어떤 음료수가 떠오르시나요? 포카리스웨트? 펩시콜라? 핫식스? 많은 음료가 떠오르실 거에요. 그렇다면 오른쪽의 빨간색 캔은 어떤가요, 대부분 빨간색 캔을 보면서 '코카콜라' 라고 말했습니다."




일반 소비자들은 가방, 신발, TV 같은 '물건'을 보았을 때 어떤 브랜드인지 바로 안다. 눈에 보이면 바로 알 수 있는 '유형재'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SKT, 내셔널 지오그래픽, 카카오 톡, 앵그리버드 같은것들은 형태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어떤 것인지 잘 안다. 모양이나 형태가 없더라도 이미지가 머릿속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음료 마케팅에는 이런 말이 있다. '빨간색은 쓰지 마라' 그만큼 음료 시장에서 코카콜라의 빨간색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의 힘은 크다. 빨간색이 코카콜라이듯이 무형재의 이미지는 고객의 인식이 된다. 게임 마케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게임을 즐기는 소비자들의 인식을 가져와야 한다.

"한마디로 마케팅은 보편화된 인식을 만드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게임 마케팅에 성공하려면 없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야 한다. 즉 인식의 싸움이다."

그는 강연에서 게임 마케팅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인식이라는 공간 안에 게임의 이미지를 각인시켜, 이용자를 고객으로 만드는 모든 방법들"

고객이라는 단어는 마케팅에서 매우 중요하다. 직접 게임을 이용하고 소비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마켓을 시장의 크기라는 의미로 사용했지만, 최근에는 고객을 뜻하는 말로 바뀌고 있다.

일반 소비재의 마케팅은 호기심-->욕구 발생-->체험-->구매-->충족-->노출-->전파 방식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게임은 다르다. 게임은 이미지를 통해 호기심을 자극하고, 유저들의 욕구를 충족시킨 뒤 게임을 '이용'하게 만든다. 그리고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는 과정까지 이어진다.



"이용자와 구매자의 차이는 명확합니다. 이용자는 잠재고객이고 구매자는 아이템을 구매하는 사람입니다. 실제로 매출을 가져오는 사람은 바로 구매자이기도 해요. 그래서 우리는 '이용'에 중심을 둬야합니다.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지 말이에요."

"보통 고객을 검증하는 방법으로 FGT, CBT, OBT를 사용합니다. FGT는 핵심고객에 대한 검증방법이고, CBT는 설정된 타겟에 대한 검증방법입니다. 그리고 OBT는 2차 타겟을 기반으로 핵심 타겟이 누구인지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조금만 이 부분에 신경 쓴다면 고객이 누구인지 쉽게 알 수 있어요."

"일반 마케팅의 역사는 오래됐습니다. 그래서 기준점이 명확하죠. 그러나 게임은 달라요. 앞서 말했던 '이용'이라는 패턴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케팅에서 보통 사용되는 4P를 게임에 대입하기에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용자들의 입장에서 어떤 부분을 중심으로 게임을 즐기는지 찾아간다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바로 재미(Play), 자부심(Pride), 순수(Purity), 지불(Payment)입니다."

"재미는 유저들이 게임을 즐기면서 게임 내의 차별적 요소와 공감하는 요소를 뜻하고 자부심은 '유저가 게임의 완성도와 안정성, 규모감을 통해 게임을 즐기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게 만드는 것입니다. 순수는 기본적으로 게임이 지니는 게임성(재미)이며, 지불은 유저가 자신의 시간을 게임에 소모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보상을 말합니다."




"소비재는 소비자가 시간을 아끼려고 제품을 구매하지만, 게임은 구매를 위해 시간을 소비합니다. 우리는 이 점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앞서 설명한 내용은, 게임 마케팅에서 중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어떤 부분을 중점으로 봐야 하는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용'이라는 부분을 설명하기 위한 부분이었다. 정찬선 WF사업팀 팀장은 계속해서 게임마케팅에서 성공할 수 있는 5가지 습관에 대해 설명했다.

"스즈키 이치로는 원정경기 전에는 무조건 페퍼로니 피자를 먹고 홈경기에서는 아내가 해주는 카레를 먹습니다. 박한이는 경기에 들어서면 자신만의 버릇으로 타석에 서죠. 이들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자신만의 버릇을 통해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기 위해서에요."

'루틴'. 스포츠심리학에서 떠오르고 있는 단어로, 최상의 실력을 발휘하는 데 필요한 이상적인 상태를 만들기위해, 자신만의 고유한 습관적 행동이나 절차를 거치는 작업을 말한다. 즉 게임 마케팅의 성공을 위해서는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루틴을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가 이야기한 5가지 방법은 각각 '▲ 첫인상을 사로잡아라 ▲ 진짜 타겟을 찾아라 ▲ 버려지는 시간을 없애라 ▲ 귀찮을 정도로 편의성을 제공하라 ▲ 새로운 이야기를 제공하라'였다.

"사람은 3초간의 첫인상을 보고 그 사람을 판단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이 만든 게임의 첫인상은 무엇인가요? 물론 유저들이 게임 속에 숨겨진 매력을 알아서 찾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여러분 스스로 매력을 발산해 어필해야합니다."

"어필하는 방법에는 동영상, 홈페이지, 그리고 대표 원화가 있어요. 여기서 제일 중요한 건 홈페이지입니다. 대부분 광고, 잘 만든 동영상, 콘셉 아트들을 보고 홈페이지에 접속합니다. 유저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게임의 매력은 이런 것이다. 라고 확인합니다."

"진짜 타겟이 누구인지 찾아야 됩니다. 많은 유저들 중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스타벅스를 예로 들어볼게요. 스타벅스는 연령, 지역, 소득수준, 성별, 직업을 분석해 '대도시에서 생활하며 20대를 지내고 있는 신세대 직장인'이라는 타겟을 찾아냈습니다. 그런데 일반 게임 개발사는 그렇지 않아요. 그냥 10대 청소년, 20대 대학생, 30대 성인으로 구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좋아한다고 고백할 때, 내 마음과 상대방의 마음이 같은지 명확히 알아야 하잖아요? 게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발견된 타겟들은 스스로 정보를 확산시킬 정도로 충성도가 매우 높습니다."

"버려지는 시간을 줄여야 합니다. 게임을 즐기는 고객들은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우리 게임에 투자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즉 유저들이 게임을 기다리면서 지루함을 느끼지 않도록 가지고 있는 동선을 최소화 시켜주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디즈니랜드에서는 놀이기구를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수많은 퍼포먼스를 진행합니다. 또한 퍼포먼스를 못보는 놀이기구의 입구에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특별한 가치를 제공합니다. 그리고 이용자들은 디즈니랜드를 재방문합니다.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한 시간이 아니라, 오히려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유저가 '귀찮게 느껴질 정도'로 편의성을 제공해 주어야 합니다. 게임을 즐기면서 기능이 딱딱하고 찾기도 어렵다면 유저들이 쉽게 흥미를 느낄 수 있을까요? 아마 아닐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객의 눈높이가 이쯤일 거라고 단정 지어선 안돼요."

"편의성은 '장애인이 63층을 올라가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게임 안에 있는 커스터마이징, 그리고 유저들이 게임을 볼 때 느껴지는 시각, 게임 기능들이 나뉘어져 있는 UI를 통해 편의성을 강조할 수 있습니다."



"게임을 즐기고 있는 유저들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제공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남들이 모르고 있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 마련입니다. 더욱이 제공된 새로운 이야기에 공감이 더한다면, 뉴스가 만들어집니다. 만들어진 뉴스는 퍼져나가면서 게임에 대해 소문을 내게 됩니다. 즉 새로운 이야기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바이럴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생산자의 시선보다는 유저의 시선'으로 게임을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임에 불안요소가 있어 개발사와 조정하러 갔었어요. 게임의 리타이어율이 조금 높았거든요. 그래서 조금 위험하다고 하니 대뜸, '중요해요?' 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1억이라는 비용을 가지고, 100만명을 모았지만 95만명이 나간 상황과 적은 비용으로 10만을 모았는데 800명이 나간 상황, 어느 상황이 더 나은 것 같나요?"

"이런 부분들은 사실 생산자의 시점에서만 보면 고려하기 힘든 부분들입니다. 내가 재미있으면 유저도 재미있겠지? 라는 생각을 버리고, 처음부터 유저의 입장에서 접근해야 성공적인 게임 마케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