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기사에는 아직 왕좌의 게임을 접하지 않은 분들에게 스포일러로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 포함되어 있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선과 악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인물이 '왕'이란 자리를 두고 진흙탕 속으로 뛰어든다.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 속에는 주인공이 없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의 미래는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다. 일반적으로 드라마는 주인공을 통해 다음 이야기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지만, '왕좌의 게임'에서는 왕좌를 두고 벌어지는 싸움의 결말을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드라마 속 각 인물은 최고의 권위를 가진 왕이 되기 위해 온갖 권모술수를 사용한다. 오늘의 아군이 내일은 적이 아니라는 보장이 없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등장인물들의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끝을 알 수 없는 데스매치가 진행된다. 그 속에 드러나는 원초적인 인간의 심리. 최후까지 살아남아 철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그들의 생존 전략. 드라마 '왕좌의 게임'은 인간의 생존 본능이 그대로 묻어나는 치밀한 전략 게임과 같다.

[▲소설 속에서 죽는 인물은 매우 많다.]


핫(HOT)한 드라마 '왕좌의 게임', 어떤 드라마인가? -by 송동훈 기자

'왕좌의 게임'은 HBO가 제작하는 미국 판타지 드라마이다. 원작 소설 '얼음과 불의 노래'를 바탕으로 만든 이 드라마의 네 번째 시즌이 마무리됐다. '왕좌의 게임'은 시즌 3 최종회 시청률이었던 540만에 비해 22% 상승한 660만을 기록하며 7년 만에 HBO에서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번에 방영된 시즌 4에 이어 향후 2개의 시즌이 더 추가될 예정이다.

드라마 '왕좌의 게임'은 총괄 프로듀서 데이비드 베니오프(David Benioff)가 판타지 소설을 접하게 되면서 시작됐다. 애초에 그는 판타지 장르 소설에 회의적이었다. 그랬던 그가 처음 읽은 소설은 '얼음과 불의 노래'다. 소설을 읽고 난 뒤 그는 '얼음과 불의 노래'의 열혈팬이 됐고, 소설 속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표현하려고 마음먹었다. 베니오프는 처음에 '왕좌의 게임'을 영화로 만들려고 했다. 소설을 영화로 만들려고 했지만 '왕좌의 게임' 속 인물과 배경을 영화로 담기에는 부족했고 그는 드라마로 만드는 것을 선택했다.

베니오프는 D.B. 웨이스(D.B. Weiss)에게 찾아가 같이 '왕좌의 게임' 드라마를 만들자고 제안했고, 그 둘은 '얼음과 불의 노래'를 쓴 원작자 조지 R.R 마틴(George R.R Martin)의 동의를 구하러 찾아갔다. 수 시간에 걸쳐 드라마 '왕좌의 게임' 프로젝트에 관해 이야기했고, 마틴은 소설에 있는 주요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모습과 드라마를 향한 그들의 열정에 감명받고 '왕좌의 게임' 제작을 허락한다. HBO에서도 드라마를 제작하자는 제안에 동의해 본격적으로 '왕좌의 게임'을 만들기 시작한다. 이후 이 드라마는 HBO에서 역대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왕좌의 게임'이 된다.

◆ 드라마 '왕좌의 게임' 주요 이야기

'왕좌의 게임'의 배경이 되는 웨스테로스는 여름과 겨울의 기간이 일정하지 않다. 두 계절 중에서 하나가 몇 년씩 계속되는 구조로 되어있다.

원래 웨스테로스는 7개의 왕국으로 나뉘어 다스려지고 있었는데 이를 하나로 통일한 것이 타르가르옌이다. 봉건제 형식으로 통일했기 때문에, 그 구조는 왕 아래 대영주들이 있고 대영주를 따르는 소영주와 기사들이 있는 형태다. 타르가르옌 왕조가 통일 후 계속 웨스테로스를 다스리던 도중 로버트 바라테온이 반란을 일으켜 새로 왕좌를 차지한다.

[▲삐딱하게 의자에 앉아있는 모습이 조프리 바라테온에게 잘 어울린다.]

'왕좌의 게임' 드라마는 로버트 바라테온이 왕정을 하는 시기부터 다뤄진다. 로버트 바라테온은 네드 스타크와 사돈을 맺고 네드 스타크를 왕의 오른팔인 '핸드'로 임명한다. 로버트 바라테온은 정치를 네드 스타크에게 맡기고 사냥하러 다니다 사고로 죽고 조프리 바라테온이 왕위를 이어받는다. 이 과정에서 네드 스타크는 조프리의 출생 비밀을 알게 되고 죽음을 맞이한다. 이를 시작으로 각 지역의 큰 가문이 서로 왕을 지칭하며 철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데스매치가 시작된다.

[▲대너리스 타르가르옌. 그녀가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다.]

한편 이전에 왕좌를 차지했던 타르가르옌의 대너리스 타르가르옌은 야만인 기마민족 대장 칼 드로고에게 노리개처럼 팔려갔지만,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칼 드로고를 사랑하게 되면서 칼리시(여왕)로 인정받는다. 대너리스 타르가르옌이 여왕으로 인정받으면서 서서히 힘을 키워갈 때 웨스테로스에는 본격적으로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일어난다.

[▲키는 작지만 두뇌는 명석한 티리온 라니스터]

혼돈의 전쟁 속. 가장 빛난 인물은 티리온 라니스터다. 여러 상황 속에서도 티리온 라니스터는 내정과 전쟁을 도맡아가며 왕의 핸드 역할을 충실히 시행한다. 전쟁 속에서 빛이 날 정도로 눈에 띄게 활약했지만 티리온은 주요 권력을 잃는다.

한편 칼리시로 인정받은 대너리스 타르가르옌은 그 힘을 더 키워나간다. 본격적으로 자신의 군대를 만들었고 바다를 넘어올 준비를 하고 있다.


최근 마무리된 '왕좌의 게임' 시즌4는 이후의 이야기로 이어지지만, 어떤 인물이 확실히 철왕좌에 오른다고 콕 집어 말하기는 힘들다. 살아남을 것으로 생각했던 인물이 갑자기 죽거나, 죽을 거라고 여겨지던 인물이 극적으로 살아나는 '왕좌의 게임'의 결말은 알 수 없다. 답답하기도 하지만 특정 인물을 주인공이라고 지칭할 수 없다는 점이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인기 드라마로 만들지 않았을까.

[▲'왕좌의 게임' 속 가문을 지도로 나타내면 이미지와 같다.]


◈ '왕좌의 게임'을 소재로 만든 게임은 어떤 것이 있을까? 보드 게임부터 RPG 까지!


1. '왕좌의 게임' 보드 게임 버전

한글로도 출시된 '왕좌의 게임' 3~6명이 플레이할 수 있다. 플레이어는 7개의 거대 가문 중에서 한 가문을 맡으며 왕좌에 올라서기 위한 전투를 벌인다.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만든 '왕좌의 게임' 보드 게임은 승리하기 위해 전쟁,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

처음 시작할 때에는 주어지는 것은 풋맨, 나이트, 시즈 엔진, 배와 같은 유닛과 명령 토큰 한 세트, 자신이 속한 가문의 카드 덱을 받게 된다. 각 가문 카드는 경쟁 가문과 전투가 일어났을 때 지도자(대표)의 역할을 한다. '왕좌의 게임' 보드 게임은 라운드 형식으로 진행되고, 각 라운드는 웨스테로스 단계, 계획 단계, 행동 단계로 구분되어 있다.

확장팩 '까마귀의 향연(A Feast For Crows)'에는 아린 가문이 추가됐지만 플레이어 숫자가 4명으로 줄었다. 오리지날이 3~6인이 플레이할 수 있지만 5~6인이 모여서 하는 것이 적절했다면, 확장팩은 4인만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어 접근이 용이해졌다. 확장팩에는 일반 목적 카드와 특별 목적 카드를 추가해 인원이 적어져서 단순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게임에 생기를 불어 담았다. 다양한 카드가 새로 추가되면서 승점을 획득하는 경로도 다양해졌다는 장점도 있다.


2. 전략 게임, '왕좌의 게임 - 제네시스(A Game of thones - Genesis)'

'왕좌의 게임- 제네시스'는 샤니드 스튜디오(Cyanide Studio)가 개발한 실시간 전략 게임이다. 웨스테로스 1000년의 시간을 배경으로 한다. 게임의 주목적은 성과 도시, 금광과 같은 주요 거점을 캐릭터로 점령하는 것이다. 가위바위보와 같은 시스템으로 전투가 이루어지며 각 가문은 특별한 유닛과 능력이 있다. 가령 스타크 가문의 경우 다이어 울프가 강하게 표현되는 방식이다. 대전 모드와 캠페인 모드가 있으며, 외교와 군대, 경제와 비밀이 주요 요소다.


3. 액션 RPG, '왕좌의 게임(Game of thones)'

'왕좌의 게임 - 제네시스'를 개발한 샤니드 스튜디오가 만든 액션 RPG이다. '왕좌의 게임-제네시스'가 HBO와의 협의없이 만들어졌다면, RPG '왕좌의 게임'은 HBO와의 협의를 통해 드라마에 나오는 장면 일부를 게임에 이용해 개발했다. '왕좌의 게임'은 PC와 PS3, Xbox 360으로 2012년 출시됐으며, 소설과 드라마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웨스테로스의 사건을 두 캐릭터를 통해 다루며, 존 아린이 죽은 뒤 2개월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4. 개발중인 텔테일 게임즈의 RPG, '왕좌의 게임(Game of thones)'

'왕좌의 게임'을 이용해 지금까지 개발된 PC게임의 평은 좋지 못하다. 앞서 소개한 '왕좌의 게임 - 제네시스'와 '왕좌의 게임'은 해외 매체의 평가 점수가 50~60점 정도로 높은 편이 아니다. 텔테일 게임즈가 개발 중인 '왕좌의 게임'은 공식 트레일러를 통해 2014년 출시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전에 좋지 못한 소리를 들었던 PC버전 '왕좌의 게임' 평을 텔테일 게임즈는 바꿀 수 있을까. '워킹 데드'(Walking Dead)와 '울프 어몽 어스'(The Wolf Among Us)를 만들었던 텔테일 게임즈는 HBO와의 협업을 통해 현재 '왕좌의 게임'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 관련기사 : 왕좌의 게임', 텔테일 게임즈 손에서 진짜 '게임'으로 태어난다





  • ◈ 그렇다면 생각해 봅시다. '왕좌의 게임' MMORPG, 과연 재밌을까요? -by 정재훈 기자


    유명 IP는 종종 게임으로 제작되곤 한다. '배트맨'을 소재로 한 게임들은 흥했다. '배트맨: 아캄 어사일럼'에서 플레이어는 검은색 쫄티를 입고 배트랑을 던지며 정신병자로 가득 찬 병원을 누벼야 했지만, 어쨌건 암흑으로 얼룩진 병원 안에서 플레이어는 배트맨이 된 느낌을 잘 느낄 수 있었다. '스타워즈'를 소재로 한 루카스 아츠의 게임들도 나름 흥행했다. 'X-Wing'을 몰고 데스스타를 공격할 때 기자는 한 솔로로 빙의해 미친듯이 레이저를 쏟아붓곤 했다. 물론 실력이 모자라 한 솔로를 숱하게 죽이곤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상하게 유명 소설이나 세계관들을 차용해도 이를 MMORPG로 만들면 흥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멀리 볼 것도 없다. J.R.R 톨킨이 쓴 역대급 판타지 소설인 '반지의 제왕'은 MMORPG로 제작되고 나서 크게 인기를 끌지 못했다. 다른 예시도 있다. 비행 슈팅, FPS, RTS를 넘어 레이싱 게임으로도 제작된 바 있던 '스타워즈'의 MMORPG인 '스타워즈: 구공화국' 역시 인구 불균형과 만레벨 콘텐츠 부재로 네임벨류에 걸맞지 않은 흥행 부진을 겪고 말았다.

    그리고 여기, 또 하나의 IP가 준비되었다. 등장인물을 숱하게 죽여대서 '몰살의 마틴옹'이라는 별명을 보유 중인 '조지 R.R 마틴'의 꿈도 희망도 없는 소설 '얼음과 불의 노래'. 그리고 이를 드라마한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 MMORPG로 만들기에는 이만큼 좋은 소재가 없다. 전란에 휩싸여 있는 웨스테로스와 철왕좌를 노리는 숱한 영주들, 어느 순간 쏟아져 내려오는 백귀들과 와일들링, 그리고 그 중심에서 '내 영주님을 왕으로 만들어야지! 헤헤!' 하고 뛰어다니는 플레이어들. 이 얼마나 아름다운 광경이란 말인가.

    ▲ 본인의 소설 등장인물로 독자를 협박하는 '몰살의' 조지 R.R 마틴

    물론 전문적인 게임 기획 부분으로 들어가면 생각해 볼 문제는 많다. 웨스테로스의 세계는 극도로 사실적이다. 현실하고는 거리가 먼 배경을 무대로 하지만,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모두 논리적으로 가능한 일들이다. 엄청나게 강해 보이는 등장인물도 칼 맞으면 죽는 것은 똑같고, 주력 등장인물의 팔목이 날아가도 다시 붙지 않고 그냥 외팔이로 산다. 날아다니는 용이나 백귀 따위의 특별한 몇몇 요소를 빼면 그냥 암흑기의 유럽을 보는 듯한 세계관이다. 마법이 존재하되, 마법이 시나리오의 중심이 되지 않는 세계관. 그것이 바로 웨스테로스의 세계다.

    그렇다면 이제 생각해 볼 때가 왔다. 기존의 MMORPG와 그 궤를 달리하는 '얼음과 불의 노래'의 세계. MMORPG로 만들면 과연 재미있을까? 만약 재미있다면 무엇이 그 재미를 만들어 낼 것인가?


    전쟁에 목마른 자들이여... 오라!


    일단 '왕좌의 게임'만의 차별화된 요소인 '세력 간 갈등'을 꼽을 수 있다. 작중 초반부인 다섯 왕의 전쟁부터 시작해 현재에 이르기까지 웨스테로스에서는 한시도 바람 잘 날 없는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기존 MMORPG가 두 세력의 갈등, 혹은 하나의 절대 악에 대항하는 영웅들의 서사시를 그려냈다면, '왕좌의 게임'에서는 수많은 세력이 벌이는 이전투구의 장을 그려낸다.

    ▲ 왕좌를 탐하는 자들이 만드는 이전투구의 현장

    "어멋...! 이렇게 전쟁으로 얼룩진 세계관은 처음이야...!"라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이렇게 렐름간의 대결이 주가 되는 RVR 중시의 MMORPG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를 꼽자면 많은 이들이 '아하! 그게 있었지' 하고 고개를 끄덕을 게임인 '다크 에이지 오브 카멜롯(DAOC 이하 다옥)'이 있다. 만레벨까지 키우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길어야 한 달, 대부분의 플레이어는 1-2주 안에 레벨업을 마친 후 본격적인 전쟁에 뛰어든다. 그 이후는 전쟁, 전쟁, 또 전쟁. 투석기로 성벽을 깨부수고 안심하는 적의 뒤통수를 세게 후려치거나, 정직하게 공성추로 성벽을 뚫고 들어가서 맞서 싸우거나. 선택은 유저의 몫이다.

    ▲ RVR을 주력으로 내세웠던 '다크 에이지 오브 카멜롯'

    하지만 다옥은 여러 이유로 한국 서비스가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한국 서버에서는 서비스가 중단되자 모 인물이 프리서버를 운영하며 돈을 받아먹는 괴사건까지 일어난 끝에 그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중요한 사실은 다옥도 국내 유저들 사이에서 크게 어필한 게임 중 하나였으며, 레벨업을 짧게 만들고, RVR을 주력으로 탑재한 게임도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왕좌의 게임' 역시 게임으로 나온다면 주력 콘텐츠는 RVR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작중 우리가 흔하게 말하는 '몬스터' 즉 사냥 대상으로 쓸만한 것은 손에 꼽도록 적다. 끽해야 산적들이나 백귀, 야인들 정도? 우리 웨스테로스의 영주님들은 서로 싸우기 바쁜 상황이다. 냉전 시대마냥 군비를 불려나가는 상대 영주 생각만 해도 골치가 아픈데 멍하니 배회하는 백귀나 산적들을 잡을 시간이 있을리가. 자연스럽게 게임도 '사냥 - 레이드 - 아이템 업그레이드'의 테크보다는 '싸움 - 큰 싸움 - 엄청 큰 싸움'의 구도로 흘러갈 것이다.

    ▲ 캐릭터 만들때 진영선택란에서 30분은 고민할 것 같다



    ◈ 아... 너 보고 싶어서 게임하는거 아니라고!


    '왕좌의 게임' MMORPG가 재밌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또 있다. 이미 '얼음과 불의 노래'의 소설과 드라마가 대히트를 친 상태라는 점이다. 훌륭한 문화 IP는 곧 '원소스 멀티유즈'라는 명목하에 다양한 콘텐츠로 탄생한다. 예를 들자면 지금 한창 제작중인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영화나 '어쌔신 크리드'의 영화를 들 수 있다. 이와 같은 것들은 게임에서 영화로 발전한 케이스다. '왕좌의 게임' 같은 경우는 소설, 드라마가 게임으로 발전하는 형태. 이렇게 이미 존재하는 IP로 또 다른 문화 콘텐츠를 만들 때 나타나는 최고의 장점은 이미 확보되어 있는 팬덤이 어마어마하다는 점이다.

    ▲ 이런 매력덩어리들 같으니

    기자도 '왕좌의 게임'을 즐겨본다. 그렇기에 '왕좌의 게임'을 MMORPG로 구현해내는 것을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남들은 어떨지모르겠지만 난 내 발로 웨스테로스를 돌아다니고 싶고, 칠왕국의 수도인 킹스랜딩을 배회하고 싶으며, 대너리스 타르가르옌 앞에서 무한 점프를 하며 깨방정을 떨어 보고 싶다. 왜 다들 MMORPG 할 때 하지 않는가? 군주 NPC 앞에서 춤추고 점프하며 깨방정 떨기... 나만 하는 건가?

    중요한 것은 '게임'이 나와 같은 팬들이, 드라마와 소설 안으로 직접 들어갈 수 있는 창구가 되어 준다는 점이다. 라니스터의 본거지인 카스털리 록을 구경할 수도 있으며, 강철 군도 앞에서 뱃놀이를 할 수도 있다. 를로르 교에 심취해 친구를 인신공양 할 수도 있고, 현실에서는 절대 체험할 수 없는 윤카이의 '거세병'도 해볼 수 있다. 현실에선 절대로 체험할 수 없다. 아니 절대 체험하지 않기를 바란다. 절대!

    ▲ 현실에서 절대 되면 안되는 불쌍...한 역할

    기존 '얼음과 불의 노래'의 열성 팬들에게 이는 거의 은총과 같다. 마틴옹의 찰진 설정덕에 샘솟는 등장인물들을 향한 사랑을 실현할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사실 등장인물에 대한 팬들의 애정은 커질 수 밖에 없다. 매력적인 등장인물이 나와 정좀 붙일만 하면 마틴옹의 펜끝에서 죽어나가는 판국이니 그 아비규환을 뚫고 살아남은 이들을 향한 애정이 클 수 밖에. 이왕이면 빨리 그들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 람제이 볼튼같은 싸이코패스는 좀 피했으면 좋겠다. 로그인 하자마자 앞에 그가 있다면 게임의 장르가 호러로 돌변하고 말 테니까.

    ▲ 로그인했다가 만나면 호러게임이 될 것 같다. 너 보려고 하는거 아니라고!



    ◈ 어... 법사님 없나요...?


    마지막으로 '왕좌의 게임' 내 세계관이 기존 MMORPG의 설정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현재의 MMORPG는 일종의 클리셰를 가지고 있다. 바로 '힐딜탱의 삼위일체'가 그것이다. 1선에서 공격을 받아주는 탱커와 이를 회복시켜주는 힐러, 그리고 죽자고 공격을 쏟아붓는 딜러의 조합은 MMORPG의 게임 시스템에서 사실상 정설과 같다. 웨스테로스의 세계관에서는? 그런 거 없다. 뭐 게임이니까 만들려고야 하면 만들 수는 있겠지만... 사실 큰 설득력은 없다. 오로지 칼, 방패, 갑옷, 그리고 근육! 몸으로 해결하는 세계가 웨스테로스 아니던가.

    작중 '멜리산드레'가 몸담고 있는 를로르 교단의 사제들은 마법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를로르를 전파하러 온 사제 '미르의 소로스'는 강력한 능력으로 '베릭 돈다리온'을 몇 번씩이나 살려냈다. 오오 힐러의 소양이 보인다. 그냥 고치는 것 뿐만 아니라 죽은 자도 살리니 이 얼마나 전능한가. 하지만 게임을 만들고 힐러로 채용하기에는 뭔가 좀 부족하다. '멜리산드레'가 작중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주로 인신공양, 저주, 그리고 뭐 지면에 쓰기는 좀 그런 것들... 하여튼 우리가 알고 있는 경건한 힐러와는 거리가 멀다.

    ▲ 분명 사제인데 살리는 쪽보다 죽이는 쪽에 더 도통한 '멜리산드레'

    용이 환생한 이후, 사제들의 마법이 점점 강해지고는 있다지만 태어나는 이들보다 죽는 이들이 더 많아 보이는 암울한 웨스테로스의 모습을 보자면 공식적으로 '힐러'를 채용하기는 좀 무리수인 것 같다. 차라리 '블레이드앤소울'처럼 힐러를 없애 버리는 편이 이 꿈도 희망도 없어 보이는 세계에는 더욱 적합하다.

    더불어 판타지 세계 전통의 직업인 '원소 마법사' 역시 웨스테로스에서는 설 자리가 없다. 상기했던 를로르 교단의 사제들이 마법사라고 나온다면 못할 건 없지만, '얼음과 불의 노래'에서 냉기와 화염이 휘몰아치는 원소 마법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물론 비슷한 역할을 하는 클래스는 만들 수 있겠다. 불구경을 좋아하는 를로르 교단의 사제들이나, 동물의 몸으로 빙의하는 '스킨체인저'들은 어느정도 마법과 비슷한 느낌을 내긴 하니 말이다.

    이렇게 정통 판타지 세계관과 여러모로 다른 점은 그 나름대로의 재미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런 점이 빛나는 곳은 바로 PVP. 어쩌면 RVR이 될 수도 있는 플레이어 간 전투다. 지금 당장 싸워야 하는데 힐러님이 없다. 멀찍이서 마법을 펑펑 쏘아대는 마법사도 없다. 결국 칼과 방패에 의지한 너죽고 나죽자의 데스매치가 벌어진다. 실제로 드라마 내에서 싸움의 모습을 보면 육박전이 대부분인데다 높은 확률로 둘 중 하나가 사망하고, 그보다 조금 낮은 확률로 둘 다 죽는다.

    ▲ 우왕!!! \(>ㅍ<)/ 죽어랑!

    살고 싶다면 조용히 앉아서 음식이나 먹든지 누워서 잠을 자든지, 아니면 아쉬운대로 붕대라도 감아야 하는 유저들. 그리고 마법 대포따윈 없이 오로지 칼과 방패, 갑옷을 믿고 나아가야 하는 웨스테로스 세계관. 마법의 부재는 기존의 판타지 세계관 MMORPG와는 조금 다른 재미를 선사할 수도 있다.


    ◈ 만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지만 기대는 해 봄직?


    어쩌면 망상에 그칠지도 모른다. '왕좌의 게임'은 분명 재미있는 드라마이며, 원작인 '얼음과 불의 노래'도 훌륭한 소설이다. 하지만 재미있는 소설과 드라마가 모두 게임으로 나오지는 않는다. 많은 작품들이 게임으로 개발되었지만, 게임화가 이뤄지지 않은 작품이 더 많다. 그렇기에 이 기사가 큰 의미를 갖지 못할 수도 있다.

    더불어 '게임'을 제작하는 일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게임 시스템부터 시작해, 콘텐츠 제작, 인구 불균형 해소 등등 게임 내적 문제, 그리고 서버 운영과 프로모션 등 외적 문제까지 제작진을 고생시킬 여러 작업들이 산재해 있다. 추진력을 갖춘 제작사나 스폰서가 나오지 않는다면 사실상 제작이 힘들다는 것이다.

    그래도 기대하는 마음을 한켠에서 지울 수는 없을 것 같다. '미드'라고는 오밤중에 소파에서 배 깔고 보던 '위기의 주부들' 밖에 모르던 내가 정말 재미있게 보고 있는 드라마니 말이다. 모든 창작은 상상에서 시작된다. 오늘날 누구나 들고 다니는 핸드폰 역시 상상이 현실화 된 것이고, 컴퓨터도 상상 덕에 나온 발명품이다. 더 뒤로 가면 중요한 교통수단인 비행기 역시 하늘을 날고자 하는 이들의 상상이 만들어 낸 결과물 아니던가.

    그래서일까? 상기했듯 망상에 그칠지도 모르는 생각이었건만, 글로 정리하는 과정은 나름 즐거운 일이었다. 시즌 4의 방영도 이제 마무리되었다. 매 년 겪는 일이지만 시즌 5가 방영될 때 까지 한동안은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곱씹으며 기다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1년은 너무 길다. 실제로 제작될 지 안될지도 알 수 없고, 아직은 기자의 뇌내 망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할 수만 있다면 게임 속에서 그들을 만나 보고 싶다. 될 수 있으면 더 죽기전에 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