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늘 일상생활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며 살고 있다. 숨을 쉬는 것 과 같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이야기'란 과연 무엇일까? 어떠한 시대에 어떤 이야기가 오고갔으며, 앞으로 사람들에게 있어 이야기란 어떠한 요소로 작용할까?

일본 '우부타카 토우' 작가는 2일 요코하마 파시피코 홀에서 개최된 '컴퓨터 엔터테인먼트 개발자 컨퍼런스 2014(CEDEC2014)' 첫 기조강연에서 '이야기의 힘'에 대해 설명했다.

'우부타카 토우'는 일본의 라이트노벨 작가로 게임제작자, 만화원작자, 애니메이션 제작자 등 다양한 미디어의 크리에이터로써 활동했다. 2013년에는 '공각기동대 ARISE'에서 시리즈의 구성 및 각본을 담당한 바 있다.


▲ 기조강연에 선 '우부카타 토우' 작가


그는 본격적인 강연에 앞서 "이야기라는 것은 경험을 기본 전제로 탄생한다."라고 말했다. 가령 눈(Snow)을 본 적이 없다면, 눈에 관한 이야기에 공감할 수 없다. 사람 역시 마찬가지다. 사람이 죽으면 이름을 남기는데, 제 3자들은 이름을 통해 그와의 경험을 떠올린다. 추억을 이야기 형태로 만들어 기억하는 것이다.

이야기의 핵심 요소인 '경험'은 6개의 감각을 토대로 구성된다. 그가 말한 6개의 감각이란 사람의 오감과 '시간감각'이다. 사람은 오감을 토대로 실제 체험한 바를 경험으로써 기억하게 된다. 하지만 체감 그 자체는 단순한 정보 전달에 불과하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 체감한 바에 시간감각을 더해 구성함으로써 '이야기'로서의 가치를 가지게 된다.

이와 관련해 우부타카 작가는 이야기 구성을 'D-Tails'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했다. D는 디테일의 약자이며, 경험한 바를 순서대로 상세하게 나열하면서 하나로 풀어나가는 것이 '이야기'라는 것.

하지만 이야기의 소재로 사용되는 경험을 모두 체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신이 살고 있는 현재 외에 미래나 과거에 관한 이야기 역시 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그는 덧붙였다. 지구에는 몇 백억 명의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우리는 실제 보거나 직접 확인해본 바는 없다. 고대 공룡이 살았다고는 하지만 눈으로 살아있는 것을 목격한 자는 없다.

그는 "지금 이 강연장 뒤에 앉아있는 사람에게도 목소리가 전달될 것이다. 어떻게 뒤에 있는 사람한테도 들리는걸까? 많은 사람들이 이미 마이크를 통해 소리가 확장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기술적인 논리까지는 알지 못하더라도 반복적인 경험을 통해 암묵적으로 이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다"라고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게임은 직접적인 경험과 간접적인 경험에서 나아가 인공적인 경험을 토대로 제작된다고 그는 말했다. 호러게임의 경우 우리는 무엇이 나올지를 이미 알고 있다. 그래서 인공적으로 재경험을 하도록 환경을 조성, 플레이어는 어디서 무엇이 나올지를 이미 알고 있지만 공포심은 그대로 느끼는 것이다.


▲ 무엇이 나올지 예상할 수 있기에 호러게임은 '공포성'을 지닌다.


인공적인 이야기에 리얼리티를 더하는 과정으로부터 게임의 재미가 탄생한다고 우부타카 작가는 언급했다. 우리가 리얼리티라고 말하는 것은 현실과는 다르다. 현실이 눈 앞에 있지만 이를 제외하고 현실감이 느껴지는 인공적인 것을 별도로 구성하는 것을 말하기 때문이다.

일어나지 않은 일이지만 마치 실제와 같은 느낌을 더하는 과정이 이루어지며, 인공적인 이야기에 리얼리티가 더해져 '게임'이 결과물로 탄생된다. 현실에서는 없던 일이지만 사람들에게 직접 보여줌으로써 오감을 통해 느끼면서 실제인 것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다.

'이야기'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 이후 'TRPG'에 대한 정의에 대해 우부타카 작가는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TRPG란 게임 장르 중 하나로 '테이블토크 롤플레잉 게임'의 줄임말이다. '테이블토크'와 '롤플레잉 게임' 전혀 다른 의미의 두 개의 단어가 하나로 합쳐지면서 의미를 갖게 되었다.

즉, 사람들이 테이블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신이 맡은 역할을 플레이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 게임 판정룰과 플레이어의 행동을 결정짓는 주사위 등의 요소가 가미되면서 '이야기'는 게임이라는 오락의 한 형태로 진화했다고 그는 말했다.

앞서 그는 '인공적인 이야기에 리얼리티를 더하는 과정으로부터 게임의 재미가 탄생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게임 속 리얼리티를 더하기 위해서는 어떤 작업이 필요할까? 바로 '우연성'이다. 우연한 과정을 통해 게임 클리어 방법을 깨닫게 되고, 그 속에서 플레이어는 현실과 같은 리얼리티를 느끼면서 즐거움을 맛보게 된다는 것이다.

TRPG에 주사위는 빠질 수 없는 필수 요소다. 필연에서 우연으로, 우연에서 필연으로의 반복이 공존할 때 제대로 된 게임이 탄생한다고 우부카타 작가는 설명했다.


▲ TRPG의 주사위는 우연성을 만드는데 필수적인 요소다.


마지막 주제로 그는 이야기의 종류를 간단히 소개했다. 과거에는 권력을 가진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그들만의 삶을 주제로 이야기를 만들었다. 왕의 이야기를 다루거나 권력자들이 자신을 신격화하면서 이야기를 만드는 식으로 그들은 자신들의 권력과 부를 누리는데 '이야기'를 이용했다.

하지만 이야기의 주인공이 항상 왕이나 권력자였던 것은 아니다. 일반인, 서민들의 이야기가 민화로 전해지기도 했다. 증거가 남아있는 사실에 근거한 이야기들은 아니지만, 많은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민화는 개인의 연애사 형태의 이야기로 만들어지고 있다.

더 나아가 이제는 즐거움만을 위한 이야기가 제작되고 있다. 재밌으니까, 잘 팔리니까, 대중이 원하니까 등의 이유로 그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한 이야기가 탄생되고 있는 것. 장난감을 팔기 위해 이야기를 만드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우부타카 작가는 "이런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 좋은건지 나쁜건지 솔직히 모르겠다. 하지만 사회가 변화면서 새로운 형태의 이야기가 탄생하고 있다는 건 사실이다"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발표를 마치며 "우연성을 오락요소로 사용하면서 필연성도 그 속에 공존하는 것은 현대사회에서는 '게임' 밖에 없다. 어쩌면 지금의 '게임'은 수 백년동안 많은 사람들이 써 온 이야기를 토대로 탄생된 형태의 오락인지도 모른다"며, "게임이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