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슨 이정헌 사업본부장]

"3년차에 퇴사를 하고 싶었을 때가 있었죠. 그때 한 개발 본부장님께서 멘토링을 해주셨었습니다. 그 이후로 즐겁게 일하자는 마인드로 열심히 일하고 있어요. 게임회사에서 사업 담당자가 하는 일이라는 무엇일까요? 굉장히 모호하지만, 가능한 쉽고 재밌게 설명하겠습니다."

게임회사하면 가장 쉽게 떠오르는 것은 기획자, 프로그래머, 디자이너다. 이 직군은 게임 개발을 담당하는 역할을 맡는다. 흔히 게임회사에 취직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그런 일을 하기 원한다. 그러나 게임회사에는 모두 게임 개발에 관여하는 것은 아니다. 그 3가지를 제외한 비개발 직군도 존재한다.

요리를 만드는 요리사가 아닌, 식당을 운영하기 위해 근무하는 사람. 가령 배달을 맡거나 청소를 도와주는 사람. 강연을 한 넥슨 이정헌 본부장 역시 비개발 직군이다. '피파온라인3'를 비롯해 다양한 넥슨 타이틀의 PM를 맡았던 그도 요리사는 아니다.


"오늘 이야기하는 주인공은 요리사와 가장 밀접하게 일하는 비개발 직군입니다. 그중에서도 게임사업PM(Product Manager), 게임마케터(Marketing Manager)가 있죠. 저는 이 두 직군을 비개발 분야의 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정헌 본부장은 실제 사례를 통해 두 직군의 역할에 관한 설명을 이어갔다. 이때 청중들에게 툭 던진 그의 질문은 "1년 중 게임을 가장 안 하나는 달은 언제일까요?"였다. 한 명씩 거쳐가면서 들려온 답은 제각각이었다. 3월과 1월, 11월... 모두 아니었다. 정답은 4월. 왜 4월인가에 대한 이야기로 강연은 계속됐다.


"3월은 신학기와 함께 앞으로 1년을 위해 인간관계를 형성하죠. 나의 길이 공부뿐인가에 대해 끊임없는 자아성찰을 하기도 하고요. 이때 게임은 인간관계 형성을 위한 매개체로 쓰이기 때문에 많이 쓰죠. 5월은 게임업계 대목입니다. 올 한 해가 5월만 같으면 좋겠죠. 이 중간에 있는 4월이 평균적으로 가장 낮습니다."

실제 '피파온라인3'에도 같은 일이 일어났다. 신규 가입자도 줄어들면서 게임을 더 활발히 즐길 수 있는 묘수가 필요했다. 대안이 나오기 전까지는 야근을 하더라도 별 수 없다.


"식당 한 켠에서 연예인 사인을 발견했었죠. 아마 다들 아시겠지만, 그 사인의 주인공은 대한민국 축구의 아이콘 김흥국씨였습니다. 이거다 싶었죠. 4월 1일은 만우절. 굉장히 많은 게임사들이 '생뚱맞은' 행동을 합니다. 여태까지 진지했던 '피파온라인3'에 변화를 주기로 했죠. 4월임에도 불고하고 '들이대서 흥해봅시다'하는 마인드였죠. 프로젝트명도 '으아~'였어요."

그리고 3월 말 의문의 이미지를 올렸다. 1시간도 아니었다. 올린지 5분 만에 바로 김흥국이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소문은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사실 유저가 다 찾아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거 있잖아요. 내가 찾았다는 것을 남에게 알리고 싶은 심리. 그게 중요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피파온라인3'가 이런 이벤트를 하는구나를 알리는 것이 필요했었죠. 4월 1일 만우절에 접속한 인원에게 모두 김흥국 카드를 지급했습니다. 그 외에 다양한 이벤트를 연결해 만우절 이벤트 후에도 접속을 하도록 유도했고요."

'피파온라인3'에 김흥국이 선수로 등장한 효과는 탁월했다. 관련 검색어가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속된 말로 '넥슨이 약 빨았다'는 말도 나왔다. 주간 UU가 증가하고 주요 지표가 모두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결과적으로 김흥국 이벤트는 성공했다. 그는 이 사례에서 게임사업PM과 게임마케터의 역할이 모두 들어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금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게임사업PM부터 살펴보죠. 우선적으로 개발팀에게 이 이벤트의 필요성을 환기했습니다. 3월 지표를 보았을 때, 4월 성과가 좋을 것 같지 않아요. 기존까지 너무 진지한 컨셉이었는데 이번엔 바꿀 필요도 있을 것 같다라고요."

뿐만 아니라 김흥국에 대한 개발 요구 사항도 정리했다. 재밌는 컨셉에 맞춰 머리도 크게 하고, 주요 능력치도 조절했다. 알고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능력치가 59인 이유도 김흥국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게임회사에서는 업무시간에 매일 게임을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업무 시간에 게임사업PM이 가장 많이 띄어놓는 창은 통계 페이지다. 남성 유저, 여성 유저의 인원은 얼마인지, 연령대에 따라서 유저의 수가 어떻게 분포되어 있는가 등 다양한 지표를 꾸준히 분석한다. 하루 종일 숫자를 보면서, 무엇이 필요한지 찾아내는 역할이 게임사업PM인 것. 즉, 게임사업PM은 주요 지표를 관리하면서 게임에 필요한 내용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게임마케터가 하는 역할은 우선 김흥국씨를 섭외하는 것부터 시작입니다. 멋대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에 문제가 되기 때문에, 정식으로 모델 계약부터 해야 했죠. 모델 계약을 한 뒤에는 마케팅 컨셉을 세우고 영상을 만듭니다. 어떻게 김흥국씨를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하게되죠. 준비된 이벤트를 외부에 광고하는 역할도 맡고요."

게임마케터의 주된 역할은 외부에 널리 전파하는 것이다. 모든 온라인 광고는 광고 클릭부터 게임에 진입, 게임에서 이탈까지 전 단계를 모니터링한다. 이 또한 숫자로 표시된다. 꾸준히 이 숫자들을 확인하면서, 다음에는 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피파온라인3'의 트레일러 영상의 경우에는 게임 내 화면을 하나도 쓰지 않고 제작하는 컨셉이었죠. 서든어택의 경우에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실제 사례들을 이용해 걸스데이와 접목시켜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가령 게임 중 라면을 먹으면서 길을 막게 되는 현상을 다룬 영상이 대표적인 예이죠."

정리하자면 게임사업PM의 주 업무는 게임의 주요 지표 관리다. 연차가 올라갈수록 깊이 있는 지표를 바탕으로 인사이트를 구축하기도 한다. 게임마케터는 회사의 콘텐츠를 외부에 널리 전파하는 역할이다. 그렇다면 넥슨 사업본부는 어떠한 인재상을 원할까.


이정헌 본부장은 두 가지를 꼽았다. 게임회사는 다른 회사보다 회의가 굉장히 많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사고가 하나로 모인 것이 게임이다. 그렇기에 끊임없는 소통이 필요하고 그 결과 수많은 회의와 토론 문화가 발달하게 되었다.

"논리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해야 합니다. 직책이 있다고 이것을 그냥 하라고 시키는 문화는 넥슨에 없어요. 모두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대를 설득하고 이해하는 문화가 기반되어 있습니다. 사전에 이런 문화에 대해 미리 알고 이해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단순히 논리로 끝나서는 안된다. 이 논리를 통해 다른 사람들을 공감시킬 수 있어야 한다. 내부의 동료나, 외부의 파트너 회사, 심지어 고객까지 말이다. 알맞은 논리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서 공감을 얻을 수 있어야 하고 이런 사람을 넥슨 사업본부에서 원한다.

"마지막으로 제가 하고 싶었던 얘기만 남았습니다. 저에게 '넥슨이란 어떤 존재인가, 지난 10년을 뒤돌아 보며'입니다. 발표 자료를 3번 바꿨습니다. 너무 진지한 이야기만을 하기엔 무거울 것 같고. 어떤 이야기를 할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보니 처음 넥슨에 입사할 때의 마음가짐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24살 때 넥슨에 입사했는데 어느덧 30대 중반이 된 지금, 지나온 기간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3년 전에 결혼했는데, 아내도 넥슨에서 만나게 되었고요. 함께 PC방도 자주 갑니다.

10년의 세월이 지나고 보니 본부장이 되었습니다. 지금의 대표님도 저와 같은 나이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분이거든요. 대표라는 자리는 누구나 올라갈 수 있는 자리에요. 논리를 베이스로 토론하고 업무 성과를 낼 수 있다면, 넥슨은 누구나 임원이 되고 대표가 될 수 있는 조직입니다.

게임은 매주 있는 정기점검을 제외하고 24시간 매일 운영됩니다. 코카콜라처럼 가격이 명시되어 있지도 않고, 언어만 바꾸면 공장이 없어도 세계 어느 나라로도 진출할 수 있습니다. 가격이 정해져있지 않기 때문에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도 많죠.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분들 중에, 미래의 넥슨코리아 대표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자리에서 강연을 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 강연이 끝나고 진행된 Q&A


Q. 시간이 지나면 게임에 대한 감흥이 떨어지는 게 당연한 부분인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10년 후에 어떤 역할을 맡게 될 것 같은가?

요즘 가장 큰 고민이다. 나이를 먹으면 게임에 대한 감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최대한 많이 경험을 쌓고 안목을 키울려고 한다.

앞으로 10년 후 모습이라. 지금은 사업본부장을 하고 있지만, 언젠가 게임을 직접 하나 만들어 보고 싶다. 내 자식이 내가 만든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면 참 좋을 듯하다.

Q. 게임 운영자와 마케터, PM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게임 운영자는 유저들을 최전선에서 접하는 사람이다. PM이나 마케터는 유저들과 1:1 대면을 하지 않는다. 운영자는 최전선에서 유저들의 고충을 듣고 PM과 마케터에게 전달한다.

Q. 마케팅에서는 아이템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하자고 하는데, 운영팀에서 수치상으로 게임 내 경제에 문제가 생긴다는 등의 이유로 부딪치는 경우가 있을 듯하다. 서로 의견이 맞지 않는 경우의 해결 과정이 어떤지.

많은 유저가 운영자가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생각하지만, 앞서 말했듯 이벤트 기획 및 준비는 마케터나 PM, 기획자가 진행한다. 그런 일은 20년 전부터 있었던 논쟁이고 지금도 여전히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 정도 수치면 밸런스가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논리를 기반으로 한 토론 문화를 갖추게 된 근본적 이유이기도 하다.

Q. 넥슨 안에서는 직군간 이동이 쉬운가?

쉽다. 준비만 충분히 되어있다면 굉장히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다. 여기 있는 분들이 입사하더라도 다른 직군에 관심이 있고 충분한 준비만 되어있다면 직군 이동에는 전혀 어려움이 없다.


※ 이정헌 본부장의 꿀팁. 게임 주요 지표 설명

  • 평균동접 (ACCU) : 단위 시간의 접속자 수 일일치 평균을 뜻함. 일반적으로 모든 게임은 1분마다 접속자를 카운트하여 60x24=1440개의 데이터를 얻어서 평균 접속자 수를 계산

  • 최고동접 (PCCU) : 하루 중 가장 높은 동시 접속자 수를 기록한 것을 기준. "'피파온라인3' 최고동접 85만 기록!"은 순간적으로 85만 명이 게임에 접속했다는 뜻.

  • UU (Unique User) : 기준 시간 중 한 번이라도 게임에 접속한 사람. 한 명이 여러 번 접속하더라도 1로 카운팅.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한 지표라고 생각)

  • PT (Play Time) : 일반적으로 인당 게임 내 체류시간을 뜻함. 측정 방법은 유저의 최종 로그아웃 시간에서 최종 로그인 시간을 빼면 됨. 일반적으로 메이플과 같은 RPG류의 경우 1회 플레이 타임이 2시간 정도, 카트라이더 같은 캐주얼 게임의 경우 50~60분 가량.

  • PUR (Paying User Rate) : 결제 유저의 비율. 해당 기간 중 이용자 중 돈을 지불한 사람의 비율.

  • ARPU : 사용자 당 평균 수익. 즉, 인당 매출을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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