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시연회 마치고 회사로 복귀하니 동료 기자들로부터 이것저것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하나하나 대답했어요. 좋은 것은 좋다고, 이런 건 또 별로였다고. 직장 동료이니만큼 솔직하게 말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끼리 말하는 건데, 무조건 칭찬 일색일 순 없잖아요? 오늘 시연한 게임이 '하프라이프2'는 아니니까.

이제 기사써야지 하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우리끼리 한 얘기, 솔직하게 써도 안 될건 없어 보였어요. 나름 개발사에서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고, 준비도 많이 한 작품이었습니다. 제법 괜찮은 부분도 많았고, 단점 역시 '욕'이 나올 정돈 아니었어요. 무엇보다, 이렇게 설명하면 좀 더 직관적으로 인벤 가족 분들께 전달될 거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음, 제가 지금 쓰는 것은 '체험기'입니다. 조금은 솔직한, 카테고리 묶어서 서술한 것은 아니지만 체험기 맞아요. 현장에서 확인한 정보에다가 개인적인 소감을 더한 겁니다. 제 의도대로 잘 전달되었으면 합니다.

아, 게임이요. 네오위즈씨알에스에서 개발 중인 MORPG, '애스커'입니다.

시연회장은 네오위즈게임즈 판교 센터에서 진행되었습니다.





1. MORPG니까 액션성은 당연히 좋겠죠?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에요?

자, 사진 보여드릴게요. 현장에서 영상 촬영 안된다고 해서... 대신 사진은 많이 찍었거든요.


사진만으로 느낌이 오실지는 모르겠는데, 개인적인 소감으로 액션성은 꽤 좋아요. 보통 타격감 언급할 때 시각 효과랑 사운드 같이 보잖아요. 둘다 괜찮았습니다. 몬스터고 사물이고 중량감이 없어서 풍선처럼 펑펑 날아다닌다고 해서 조금 걱정은 했는데, 시원시원한 느낌이 강해서... 우려가 클 정도는 아니예요. 개인적으로는 효과음의 공이 컸다고 봅니다.

캐릭터 동작 자체도 굉장히 역동적이고, 사양을 좀 높이면 블러(흐려짐) 효과가 강조됩니다. 최근 몇몇 온라인 게임들이 이걸 어설프게 써서 막 흐리멍텅하고 그런데, '애스커'는 영리하게 잘 쓴 것 같아요.

그런데 솔직히 무게감이 좀 없기는 해요. 외형만 보고 '마비노기 영웅전'하고 비교하는 경우가 있는데, 직접 해보니... 음, 많이 달라요. 그보다는 '크리티카'에 가까운 느낌이에요. 살짝 걱정되는게, 저는 개인적으로 가볍고 경쾌한 액션의 마지노선이 '크리티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애스커'는 그보다 더 나아갔어요. 그래픽 콘셉트가 사실적이니까, 액션에 무게를 조금만 더 주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2. '프로젝트 블랙쉽' 때부터 꾸준하게 강조했던 게 하복 기반의 물리 효과였잖아요. 정말 다 부서져요?

부서지는 게 꽤 많기는 하지만, 다는 아닙니다. 게임 하다가 불탄 집 보이길래 막 들이대고 칼 휘둘러 봤는데 안 부서지더라고요. 한 대 치면 깨박살나겠다 싶은 건 부서지고, 그렇지 않은 건 안부서진다고 보는게 정확합니다.

개발진은 단순한 파괴 효과를 넘어, 이를 이용한 색다른 전투 경험을 줄 것이라고 강조한 것 기억하시죠? 시연 버전에서는 그리 크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개발진이 "노란 색으로 데미지 숫자 표시되는 건 주위 물체에 반응해서 생기는 거예요"라고 말하기 전에는 알 수가 없었죠. 전투 템포가 워낙에 빨라 이를 하나하나 체크하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박성준 PD는 "후반부 콘텐츠에서는 지형을 적극 활용하는 부분이 눈에 띄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어요. 초반부터 강조되는 물리 효과는, 자칫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죠. 뭐, 이해를 못 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애스커'의 가장 큰 아이덴티티인 만큼, 한 번 정도라도 좋으니 초반에 확실히 임팩트를 주는 장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3. 게임플레이 못지 않게 스토리에도 신경 많이 썼다고 들었는데.

이건 잘 모르겠어요. 시연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튜토리얼 부분의 연출, 그리고 개발자 공동 인터뷰 때 간접적으로나마 들을 수 있었는데, 이것도 확답은 아니잖아요.

장르적인 특성 상 MORPG는 콘텐츠 소모 속도가 굉장히 빠른 편입니다. 스토리를 강조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이를 훌륭하게 수행한 작품이 지금 머릿속에 몇 개 떠올랐는데요. 그래픽 디자인, 게임의 전체적인 분위기, 그리고 성우들의 연기로 몰입도를 높였다는 게 공통점입니다.

일단 하나는 안심이 됩니다. '애스커'에 참여한 성우들 역시 연기력이 괜찮았거든요. 이제 남은 과제는 두 개인데, 현재로썬 정확한 대답이 어려워요. 이 부분이 어렵다는 것은 개발진 역시 잘 알고 있었습니다. 정식으로 공개되기 전까진 멋진 해답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4. 그래픽 퀄리티에 대해서는 유저마다 시선이 다르더라고요. 직접 보니 어느 정도 수준이에요?

캐릭터는 무척 정교하게 다듬어졌지만, 배경은 '조금 좋은 정도' 입니다. 외형적으로는요. 판타지 세계관이 친숙해진지 이미 오래되었습니다. 정말로 개성이 넘치거나, 혹은 눈이 휘둥그래질만큼 뛰어난 그래픽이 아니라면 어필하기가 쉽지 않은 세계관이죠. 아쉽지만 '애스커'는 그 부분에서 매력이 부족합니다.

다만, 마을 광장 바닥 텍스쳐는 지금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개발자가 아니기에 어떤 기술을 적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과할 정도로 사실적입니다. 이거 비꼬는 것 아니고 정말 칭찬이예요! 다만, 제 동공을 키운 게 전체적인 디자인이 아닌, 바닥 텍스쳐였다는 것은 조금 의외였단 말이지요.



5. 공개된 영상만 봐서는 조작감이 어떤지 잘 모르겠던데요.

액션성 이야기할 때 느끼셨겠지만, 상당히 좋습니다. 반응 속도 밀리는 것도 없고, 동작 자체가 큼직큼직해 '내가 뭘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바로 듭니다. 조작하는 맛이 특히 좋은 직업은 '어쌔신'으로, 워낙 공격 속도가 빠른데다 점프, 회피기 등 기술 활용도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입니다.



6. MORPG는 장르 특성상 레벨 디자인이 딱 보이잖아요. 지금 버전은 어때요?

아직 완전히 다듬어지지는 않았어요. 특히, 보스가 너무 어렵습니다. 아직 공개된 스킬이 많지 않아서일지도 모르겠지만, 보스에게 경직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었죠. 데미지도 엄청 강해서 알파 테스트인데도 한 5번 죽으면서 깬 것 같아요. 이 부분은 비교적 빠르게 수정할 수 있기에, 1차 CBT 이전까지는 수정되리라 생각합니다.

아, 보스전은 찍는 게 금지라 사진 촬영 못했어요.


7. 지금 '검투사', '어쌔신', '배틀메이지' 나온 것 맞죠? 인상깊은 캐릭터가 뭐였어요?

'배틀메이지'요. 하하, 이건 진짜 노리고 만든 것 같아요. 소녀 포지션으로 남심을 제대로 노렸습니다.

그리고 이 클래스의 무기가 특이해요. 보통 마법사 클래스는 원거리에서 주문만 외우는데, '배틀메이지'는 근거리 전투 시 뿜어져나오는 박력이 놀라운 수준이었습니다. 일단 무기를 보세요!


뒤에 걸친 걸 보면 아시겠지만, 뻐꾸기 집입니다. 오리엔탈에 입각한 집 디자인부터 빼꼼 나온 뻐꾸기까지. 외형에 많이 신경 쓴 티가 납니다.

헌데 공개된 클래스 중 '배틀메이지'의 조작 난이도가 가장 높다는 점에서 의문이 듭니다. 굳이 그렇게 해야 됐을지. 게임 내 '아이돌'로 키우고자 마음 먹었으면, 대중성을 가미하는 게 일반적이잖아요. 그런데 '배틀메이지'는 숙련자가 잡아야만 빛을 발하는 클래스거든요. 이 역시 시간이 흐르면 알 수 있겠죠. 흔한 사례는 아니기에 개인적으로 관심이 가는 부분입니다.


8. 다른 MORPG와 비교해서 특별히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었을 것 같은데.

튜토리얼에 신경 많이 썼더라고요. '엘더스크롤5: 스카이림'이 조금 오버랩되기는 했지만, 주인공이 화형당하기 직전에 빠져나간다는 것도 재밌었고요. 스토리에 신경 많이 썼다는 거... 튜토리얼에서부터 보였고, 이후 정식 서비스를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로써는 합격입니다.

또, 한 맵을 가더라도 굉장히 다양한 지형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중세시대 밤 거리 느낌을 멋지게 구현한 부분도 칭찬하고 싶습니다. 지형의 고저차가 시원시원하게 바뀐다는 점도 같은 장르 게임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만큼, 게임의 가치를 높여준다고 생각하고요.



9. 몬스터 잡는 거 말고 PvP는 완성도가 어때요?

이번 시연회에서 PvP는 해볼 수 없었습니다. 대신, 충분히 게임에 숙련된 개발자들이 PvP모드를 플레이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볼 수는 있었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 모든 요소가 깔끔하게 다듬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초반에는 엇비슷하게 가다가 어느 한 쪽이 유리해지는 순간 그대로 게임이 끝나더군요. 불리한 팀의 '배틀메이지'는 리스폰되고 난 후 생존시간이 2초를 넘길 수 없었습니다.

QA 시간에 이 부분을 물어봤는데, PvP 시스템은 CBT 콘텐츠 중 가장 마지막 개발 단계에 속해서 아직 완벽한 수준이 아니라고 대답했어요. 그 말대로 지금 당장 완성도를 논하기는 조금 어려워 보였습니다. 확실한 것은, AOS 모드가 있으며 그 외에도 다양한 PvP 콘텐츠가 개발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10. 완성 빌드 아니니까 단점도 있었을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뭐가 아쉽던가요.

지금까지 하나씩 꼽기는 했는데, 가장 아쉬운 거라면... 음, 물리 효과 외에 특별히 기억나는 게 없더라고요. 각 요소에서 조금씩 발전을 가져오진 않았어요. 특징을 하나 잡고 나머지는 무난하게 갔죠. 전체적인 유저 인터페이스, 퀘스트 수행 방식, 캐릭터 디자인 등에서 '애스커'만의 특징을 찾을 순 없었습니다. 다른 게임에 넣더라도 위화감이 없다는 게 무조건 단점은 아니지만요.

음, 이건 정말 개인적인 소감입니다. 작은 규모의 게임이 아니었던 만큼, 제 기대가 지나치게 컸을 수도 있고요.



그리고 하나 더.

알파 테스트 개념인 만큼, 버그도 꽤 보였고 아직 완전히 다듬어지지 않은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애스커'의 정식 서비스에 기대를 걸 만한 이유를 찾는다면 역시 '액션성'이라고 대답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까지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액션의 넥스트 제네레이션' 이런건 아닙니다만... 전체적인 무게감이나 연출 부분은 독특한 포지션에 놓였다고 생각됩니다. 마무리만 잘 된다면, 다른 MORPG에서는 주지 못했던 재미를 제공할 가능성이 충분해 보였어요.

마지막으로, 참 깨알같은 요소를 알려드릴까 해요. 캐릭터가 플레이어를 봅니다. 정면에서 캐릭터를 바라보면, 고개를 돌려 카메라를 보는데, 꽤 넓은 범위까지 커버(?)합니다. 옆자리에서 시연하던 한 기자는 "배틀메이지의 팬티를 보려고 하면 따가운 시선으로 나를 노려본다"고 조언해주었습니다. 저도 좀 해보려는데 마침 시연 시간이 다 되어서 그만!

대신 다른 두 캐릭터의 눈빛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애스커' 개발자 공동 인터뷰 "매번 새로운 경험 제공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