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에 채워진 절반의 물. 비관론자는 물이 절반밖에 없다고 말하겠지만 낙관론자는 물이 절반이나 차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일본에서 매출 10위권을 오가며 견고한 매출을 자랑하는 게임이 한국에서 순위권에 들지 못한다면, 아마 대부분은 실패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보자. 해외에서 인기를 얻었던 게임이 한국에서도 똑같은 인기를 얻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한국에서 대박난 게임이 일본에서 성공하기 어렵고, 반대로 일본의 유명 게임도 한국에서는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시기와 트렌드에 많은 영향을 받는 모바일 게임쪽은 특히 더 그렇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일. 물론 정말 운좋게 첫 게임부터 대박이 터진다면 금상첨화겠지만, 결국 게임을 접지 않고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정도로 안착하기만 해도 해외 진출은 성공적이라 평가해야할 것이다. 게다가 이런 사례들이 자꾸 쌓이면 언젠가는 온전히 한국 시장에 대해 이해를 하고 성공한 게임을 라인업에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오게 될 것이다.

게임 사업의 성과는 단기간에 평가하기 어렵다. 출시 후 빵 터진 대박 게임이 한달만에 곤두박질치기도 하고, 반대로 소리소문없이 출시된 게임이 10년을 넘게 팬들에게 사랑받는 경우도 있다. 결국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면 언제나 희망은 있다.




세가 네트웍스도 지난 1년간 한국에서 많은 일들을 겪었다. 2013년 지스타에 얼굴을 내밀었던 게임들은 어느새 하나둘 출시가 되어 한국의 게이머들에게 소개되었고, 일부는 아쉽게 서비스를 종료해야 했지만 오랜 기간 게이머들에게 사랑받으며 안착한 게임도 있다.

절반의 성공, 세가 네트웍스는 지난 1년간의 한국 시장 진출에 대한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도쿄게임쇼 2014의 현장에서, 세가 네트웍스의 아시아 시장을 총괄하는 국제 사업 개발부 아시아 사업장 '코노 히로시 아시아 그룹장'을 만났다.

"세가 네트웍스의 국제 사업 개발부에서 아시아 전체를 담당하는 '코노 히로시'라고 한다. 세가 네트웍스는 모바일 게임에 특화되어 일본은 물론 글로벌 시장까지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데, 한국이나 중국, 동남아시아는 물론 인도까지 아시아 지역을 담당하고 있다."

▲ 멋진 패션 센스! 세가 국제사업 개발부의 코노 히로시 아시아그룹장


체인크로니클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한국 시장에 안착했지만, 일본에 비하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아시아 지역을 총괄하는 입장에서 그는 한국 진출을 포함하는 아시아 시장의 성과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한국에서는 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웃음) 한국 유저분들께서 보내주시는 다양한 피드백을 확인하고, 한국 지역에 맞는 재미를 드리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다. 얼마전 한국 체인크로니클에 한국 전용의 콘텐츠가 추가되었는데, 앞으로도 계속 노력을 기울여야한다고 생각한다.

중국에서는 파트너를 통해 진출한 소닉 대시가 39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고 체인크로니클이나 사카즈쿠 등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대만과 홍콩, 마카오 등 세가 네트웍스의 게임을 사랑해주시는 분들이 많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체인크로니클이 한국에 서비스된지 상당한 시일이 흘렀다. 매번 해외 게임사를 만나면 물어보는 질문이긴 하지만, 직접 한국 시장에 대해 경험해보니 어떤지 궁금하다.

"게임을 서비스하는 입장에서 보면, 한국 유저분들의 레벨이 전체적으로 높다. 때문에 한국 유저분들의 반응이나 보내주시는 의견들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이런 부분들을 모아서 개선하려고 노력중인데, 덕분에 모바일 게임의 운영과 서비스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할 수 있는 시장이다.

성공을 위한 요인(Key Success Factor)을 찾아 나가는 과정으로, 한국은 통신 인프라도 좋고 스마트폰의 파편화같은 특징도 있어서 발빠른 한국 유저들의 요구를 어떻게 따라잡을수 있을지가 고민이다. 무엇보다 현지에 맞춘 운영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파트너분들과 의견을 교환중이다."



▲ 지난 8월경 업데이트된 체인크로니클의 2차 한국형 캐릭터


▲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 뿌요뿌요!! 퀘스트


일본에서 인기를 끌었던 모바일 게임, '뿌요뿌요!! 퀘스트'가 오늘 한국에 출시되었다. 세가 네트웍스의 한국 시장 진출을 위한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는 것인가?

"너무 감사한 일이지만 SEGA라는 브랜드를 한국의 게이머 분들이 알고 계시기 때문에, 앞으로도 더욱 좋은 인상을 유지하실 수 있도록 단단히 준비해 나갈 것이다. 다만 일본에서 인기있는 게임을 한국에 서비스하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타이밍을 못 맞추는 부분은 있는 것 같다. 동시 출시는 당장은 힘들겠지만, 최대한 트렌드에 뒤쳐지지 않도록 맞춰나갈 것이다."

한국에 체인크로니클을 서비스하면서 많은 노하우를 얻었을 것 같다. 뿌요뿌요!! 퀘스트가 출시되었는데 체인크로니클의 운영이나 경험에서 도움이 된 부분이 있는지 궁금하다.

"뿌요뿌요는 세계관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IP이기 때문에 글로벌 서비스를 기준으로 하는 핵심적인 부분이나 재미 요소는 변경되지 않을 것이다. 뿌요뿌요의 세계관은 유지될테지만, 그외에 한국의 서비스를 위해 대처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준비하고 있다."

일본에 '뿌요뿌요!! 퀘스트'가 출시되었을때부터 궁금했던 부분인데, 모바일로 출시된 게임은 원작과 약간 다른 느낌이다. 뿌요들이 쩍~ 하고 달라붙는 느낌이라던가...

"원작과 달리 모바일 게임이기 때문에 모바일이나 스마트폰 환경에 맞춰 UX(User Experience - 사용자 경험)가 변화된 부분이 있다. 다만 팬 분들이 기대하시는, 원작 뿌요뿌요의 재미와 느낌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개발하시는 분들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게임을 가져오고 가져가는 퍼블리싱 외에 한국 개발사와의 협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이를테면 아예 시작 단계에서부터 함께 한국 시장에 맞춘 게임을 개발한다던가... 일본의 유명 회사들 중에서도 이런 협업의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말 괜찮은 파트너가 있다면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 퍼블리싱은 물론 라이센스나 콜라보레이션, 개발 협업 등도 모두 선택의 하나로 남아 있다고 보시면 된다. 다만 세가 네트웍스와 함께할 수 있는 좋은 회사를 찾기가 어려운 것 같다. 세가 네트웍스의 기본 목표는 한국 유저분들이 좋아해주실 수 있는 게임을 서비스하는 것이기 때문에 만약 이런 방향에 도움이 될 수 있고 또 필요하다면 모든 시도를 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작년(2013년) 지스타를 직접 방문했던 일본 세가 네트웍스의 사토미 하루키 대표


솔직하게 말해서 한국의 모바일 게임 시장은 일본에 비해 작다. 세가 네트웍스는 이미 일본에서 충분히 안정적인 흥행을 이뤄내고 있는데, 세가 네트웍스의 사토미 하루키 대표가 직접 G스타를 찾을 정도로 한국 시장에 관심이 많은 이유가 궁금하다.

"그만큼 한국의 시장과 한국의 게이머들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하기도 했지만 한국에서 세가를 사랑해주시는 유저분들이 있기 때문에라도 꼭 한국 시장에서 성공하고 싶다. 세가를 사랑해주시는 분들이 재미있게 즐기실 수 있는 좋은 모바일 게임을 소개시켜드리고 싶다."

한국은 장르의 편중이 심한 편이다. 특정 장르가 성공하면 곧이어 다양한 게임들이 뒤를 잇는다. 게임을 서비스하는 입장에서 이런 빠른 속도가 부담이 되지는 않는지 궁금하다.

"정말 속도가 빠르다는 걸 이해하고 있고, 한국의 속도에 발걸음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지만 역시 어렵다. 반대로 세가 네트웍스가 한국 시장의 흥행 장르를 유도하거나 앞서가는 것도 꼭 해보고 싶은 목표이지만,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꾸준히 맞춰가고 새로운 시도를 반복하면서 노력하는 방법 밖에 없을 것 같다."

한국에 게임을 출시했던 일본의 회사들이 운영에 대해 많이 배웠다고 하지만, 사실 후속작들을 보면 크게 변화했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게이머들의 신뢰를 얻는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인데...

"세가 네트웍스 내부에 지식(Knowledge)을 전담하는 새로운 팀이 생겼다. 하나의 게임을 서비스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방식이 효과적이고 좋은지 경험을 통해 습득한 노하우를 유지하고 다른 개발팀에게 전달하는 곳이다. 물론 한국 유저분들의 피드백도 쌓이게 된다.

앞으로 운영과 개발에 대한 지식들을 계속 공유해서 한국에 최적화된 방법을 찾아나갈 계획이다. 만약 한국의 게이머분들이 변화된 모습을 느끼시지 못한다면, 더욱 노력하고 노하우를 습득해서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해나가야한다고 생각한다."


2013년의 지스타에서 언급되었던 세가 네트웍스의 네 종류 게임들은 최근 출시된 '뿌요뿌요!! 퀘스트'를 끝으로 모두 출시되었다. 현재 한국에 출시를 준비중이거나 계획중인 게임은 없는지 궁금하다.

"체인크로니클을 만들었던 팀이 새로 개발한 '봉인 용자! 마인섬과 하늘의 미궁'이라는 신작 게임이 있다. 한국에도 이 게임을 출시할 예정인데, 어떤 방식이나 형태로 서비스할 것인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여러 방면으로 준비를 하고 있고, 체인크로니클에서 얻은 노하우와 실력이 투입된 좋은 게임이니 한국의 게이머분들도 많이 기대해주셨으면 좋겠다."

※ 봉인용자! 마인섬과 하늘의 미궁 (封印勇者!マイン島と空の迷宮)

▲ 한국 출시를 준비중인 신작 던전 RPG '봉인용자! 마인섬과 하늘의미궁'



세가 네트웍스는 올해도 한국의 지스타를 방문할 예정이다.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낸 것은 아니지만, 차근차근 걸음을 옮기며 한국 시장에 대해 배워나가고 있다. 끊임없는 도전이라는 표현이 세가 네트웍스의 행보를 가잘 잘 설명해주는 말이 아닐까.

"세가 네트웍스의 목표는 한국에 품질이 뛰어나고 재미있는 게임을 서비스하는 것이다. 단순히 사업적인 성공만 바라보고 진출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꼭 좋은 게임으로 한국에서 인정받고 싶다. 앞으로 게임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놀이나 서비스도 고민중이니, 세가 네트웍스의 걸음을 지켜봐주시길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