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탐정의 왕' 공식 블로그에 '지극히 일부겠지요.'라는 제목으로 하나의 포스팅이 올라왔다. 우회 결제가 가능하다는 제보로 시작된 이 글은 신통치 못한 매출과 물 건너간 차기작의 현실을 한탄하는 내용이었다.

이 글이 시선을 끈 이유는 단순히 신통치 못한 매출을 한탄하는 글뿐만이 아니라 우회 결제 즉, 해킹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탐정의 왕'은 소규모 인력으로 개발을 진행해서 보안에 신경 쓰지 못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차라리 비난과 욕을 할지언정 '탐정의 왕'을 무가치한 게임으로 만들지 말라고 했다

그는 인벤과의 통화에서 "결제할 때는 정상적으로 매출이 잡힌다. 하지만 정산금을 받을 때 잡힌 매출과 차이가 있는 정산금을 받는다. 이번엔 그 차이가 상당히 컸다."라고 말했다.

한편, '탐정의 왕'은 지난 6월 27일 체험판인 프렐류드를 시작으로 에피소드가 순차적으로 추가되는 형식의 어드벤처 장르 게임이다. 특히, 현직 소설가가 집필한 시나리오로 한 편의 소설을 보는 것과 같은 구성과 볼륨을 자랑한다. 아래는 탐정의 왕 블로그에 올라온 글의 전문이다.

관련기사 ☞[인터뷰] 코어게이머를 위한 하드보일드 텍스트 추리 어드벤처 '탐정의 왕'


사무실에 있다가 한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지금도 그 분께는 대단히 감사하는 마음입니다만,
감사하게도 탐정의 왕 해킹이 가능하다는 말씀이셨지요.

네... 사실 알고 있었습니다. 탐정의 왕은 보안에 무척이나 취약합니다. 그나마 신경쓴 게 인앱
결제였습니다만 인앱결제 따위 해킹은 식은죽먹기죠.

이런 날이 올 거라고 예상도 하고 있었지만, 우려했던 것보단 늦게 터졌다는 데에 오히려 안도
해야 할지요.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탐정의 왕은 성적이 그다지 신통치 못했습니다. 저희 팀 규모로는 별다른 마케팅도 할 수 없었고,
팬아트 이벤트를 하면서도 보셨겠지만 상품 규모가 굉장히 검소합니다.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사내에 따로 서버를 둔다는 건 욕심이었고, 게임 개발에도 허덕이는 인원들을 이끌고 보안까지
챙긴다는 것도 무리였지요.

다소의 해킹은 각오해야 했습니다. 오히려 해킹 유저라도, 저희의 게임을 알아주신다면 그것도
고마운 노릇 아니겠는가 - 하는, 세상 모를 생각까지 하면서 말입니다.

바라보기 힘든 현실을, 오늘은 기어코 마주하고 말았습니다. 과연 얼마가 실제 매출인가... 에 대
한 자료 말입니다.

참담한 현실이었죠. 이미 차기작은 물 건너 간 상황입니다만, 그래도 한가닥 희망의 끈은 잡고 있
었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힘들게 되었습니다.


일부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그 일부가 예상보다는 좀 더 컸다라는 게 제 실책이라면 실책
입니다.

좀 더... 가 아니군요. 많이 큽니다. 네... 예상보다는, 많이 크더군요...

이런 글은 올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일전에 모 작가님께서 올렸던 그 포스팅을 따라한다는 이야기를
듣기 일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글을 올리게 된 것은,
저 하나는 참으면 됩니다. 어떻게든 매출을 내면 됩니다. 다만, 다만.

다만.

스크립트 보고 연출보고 혼자 엄청나게 고생한 우리 디자이너 월랑아.
지금은 퇴사했지만 버그잡고 혼자 유니티 만져가며 노가다란 노가다는 다 했던 우리 알파카.
엔진 만들랴 시스템 급조하랴 매일 밤을 새다시피 하며 고생한 김실라.
언젠가 같이 담배 피며 밤하늘을 보다가, "팀장님, 탐정의 왕 잘 되겠지요?" 라고 물었던... 신작가.

이들의 노력은... 해킹 앞에서.

무가치한 것으로 변해버렸습니다.
그저 스쳐지나가는 게임이 되어버렸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변해버렸습니다.

알아달라는 것은 아닙니다.
저희는 게임을 제대로 만들지 못했습니다.
버그투성이였고, 날려먹기 일쑤였고, 뭔가 안되기 일쑤였습니다.

차라리 비난을 해주십시오.
차라리 욕하고 매도해주십시오.

무릎꿇고 빕니다. 제발 부탁 드립니다.

저희 게임을, 그렇게 무가치한 게임으로 만들지는 말아주십시오.
이렇게밖에 못만들고서 돈받고 팔았냐라고 매도하실지언정, 무가치한 게임으로는 만들지 말아주십시오.

부탁 드립니다.
[출처] 지극히 일부겠지요.|작성자 탐정의 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