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이하 블리자드) 게임의 유명 캐릭터들이 총출동한다는 이유로 발표 당시부터 큰 이슈가 됐던 게임이 있다. 지난 15일, 한국에서도 알파 테스트를 시작한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이하 히어로즈) 이야기다.

우선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알파 테스트에 당첨되지 못한 이 땅의 수많은 게이머들에게 심심한 위로와 사과의 말을 전한다. 히어로즈를 먼저 접해본 유저들과 매체를 통해 다양한 체험기와 관련 기사가 올라오고 있는만큼 인벤 e스포츠팀은 히어로즈가 차세대 e스포츠 동력원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어떤 강점과 보완할 점이 있는지 이야기를 나눠봤다.

e스포츠로서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자리인만큼 만담에 참여한 기자들도 각기 다른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로 꾸려봤다. 피터(10년차 e스포츠 기자), 코어(전 스타2 프로게이머), 앤서(LoL 노멀 2030승, 플래티넘 상주 하드 LoL 유저), 플린(도타2 MMR 4.2k 유저), 라쏘(AOS입문자, 순백의 영혼을 지닌 즐겜유저). 각자 다른 게임을 즐기는 기자들의 의견은 어떨까?




■ 히어로즈의 관전성

히어로즈가 e스포츠 종목으로 성장하려면 관전성이 중요하다. 얼마나 볼만한가, 관전에 있어서 좋은 점이나 아쉬운 점, 타격감, 모르는 상태에서 봤을 때 흥미를 느낄수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나눠 봤다.

피터 : 더 많은 경기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히어로즈는 대부분 20~25분 정도에 경기가 끝나는 편이에요. 프로들 간의 경기에선 더 길어질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론 스타2와 LoL 사이의 경기 시간을 가지게 될텐데 이는 적당한 편이라고 보시나요?

플린 : AOS류 게임치고 경기 시간이 길지 않은 편이에요. 리그가 열렸을 때 일정 조정 등의 측면에서 플러스 요소가 될 거라고 봅니다.

앤서 : 절대적인 속도도 속도지만, 체감상으로 느껴지는 시간도 짧은 편이에요. 경기가 초장기전이 되지 않으면 별로 길다고 느껴지지 않아요. 경기 시간은 오브젝트나 맵에 따라서 바뀌는 것 같습니다.

피터 : 타격감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스포츠 게임은 보는 측면도 그렇지만 들리는 측면도 고려를 해야 하거든요. 특히 같은 장르인 LoL과 도타2와 비교해서 히어로즈의 스킬 이펙트나 한타 때 가독성이 얼마나 좋은지 의견을 듣고 싶네요.

플린 : 도타2는 전황에 큰 영향을 끼치는 스킬들이 눈에 확 띄어요. 예를 들면 얼굴없는 전사의 궁극기요. 하지만 마그누스의 '강화' 같은 스킬은 잘 안 보이죠. 그런 것처럼 모든 스킬이 눈에 띌 필요 없이 주요 스킬만 잘 보인다면 크게 문제되진 않을 것 같아요. 히어로즈도 아눕아락 같은 경우 '꿰뚫기'나 '잠복 돌진'은 잘 보이는 데 비해 '강화 갑피'는 잘 안 보이죠. 비슷한 이유라고 봐요.

앤서 : 스킬 구성에 따라 직접 때리는 스킬들은 이펙트나 사운드 다 괜찮은데, 뭘 소환 한다거나 하는 식의 스킬은 내가 쓰는지도, 맞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보는 사람 입장에서도 이 캐릭터가 무슨 스킬을 쓴 건지 잘 모를 것 같아요. LoL 같은 경우는 오리아나, 아무무, 오공 궁극기처럼 대세에 영향을 엄청난게 끼치는 스킬들은 다른 스킬들에 비해 이펙트나 사운드가 명확하게 잘 보이는데 히어로즈는 대부분의 스킬들이 다 화려하다보니 오히려 관전에 지장이 있는 것 같아요.

▲ 보는 입장에선 뭐가 뭔지...



라쏘 : 제 경우엔 발라(악마사냥꾼)가 기대만큼의 타격감이 나오진 않았어요. 난사 스킬도 적 영웅을 우선 공격한다곤 하는데 진짜 맞는건지도 잘 모르겠고, 내가 때리는 게 맞나 싶기도 하고요. 이펙트가 좋은 건 좋고 나쁜 건 나쁘고 하다보니 아직 개선할 부분이 남아있다고 봐요.

코어 : 저는 사운드랑 타격감이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히어로즈는 이펙트는 눈에 잘 띄는데 사운드가 조화가 안 되는 것 같아요. 스타2가 처음 나왔을 때 나오던 지적 중 하나가 소리가 약하단 것이거든요. 스타1 질럿이 때리는 소리와 스타2 광전사가 때리는 소리가 많이 차이나는 것처럼요. 그게 히어로즈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은데, 이펙트는 만족스럽지만 사운드는 개선이 됐으면 좋겠어요.

라쏘 : 우리가 익히 아는 추억의 캐릭터들을 꺼내 싸우게 한다는 것에 의미를 많이 둔 흔적이 보이는 게, 효용성을 떠나서 캐릭터 개성을 살리려고 폼을 잡는 느낌이 몇 개 있어요. 레이너의 히페리온처럼요. 레이너만 할 수 있는 무언가를 보여주려고 노력한 것 같아요. 레이너스럽긴 하지만 게임 내에선 그다지 안 찍게 될 것 같아요. 히페리온이 그림자만 나오는 것도 아쉬워요. 야마토 포를 쓰는 것도 더 잘 보이면 좋을텐데.


기자 대부분이 그래픽이 뛰어나다는 점에는 동의를 했지만, 타격감의 개선 등을 지적했다.


■ 히어로즈의 진입장벽

새로 출시된 게임을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진입장벽 문제다. 채널을 돌리다가 히어로즈가 방송될 때 이것을 보고 어떤 흥미를 가질 것인지, 유저들이 게임을 접할 때 진입장벽에 막히진 않을 지 의견을 나눠봤다.

피터 : 히어로즈는 맵이 매번 바뀌고 그에 따라 승리 과정도 조금씩 차이가 있어요. 이게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지 얘기를 해 보죠.

앤서 : 맵마다 오브젝트가 다르다고 해서 진입장벽이 높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사실 LoL도 따지고 보면 블루, 레드, 드래곤, 바론 등 챙길 것들이 많거든요. 그런 LoL도 지금은 진입장벽이 높다고 느끼는 편은 아니잖아요. 히어로즈도 마찬가지로 오브젝트 부분에 있어서는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해요.

코어 : 맵에 따라 이기는 방법이 다르다는 건 오히려 강점이 돼요. 지금 AOS 장르 게이머들은 대부분 하나의 맵에서 게임을 하게 되잖아요. LoL을 예로 들면 쉬바나, 레넥톤만 나올 때 맵도 하나니까 똑같은 패턴만 반복됐죠. 그런데 이 경우엔 맵이 많고, 그에 따라 활약할 수 있는 영웅도 달라질 여지가 있으니 강점이 되겠죠.

라쏘 : 저도 처음 히어로즈 봤을 땐 다른 AOS 게임들과 달리 맵이 다양하다는 점이 약간 겁이 나기는 했어요. 그런데 기본적으로 블리자드가 히어로즈에서 메커니즘을 단순하게 만들었다는 게 느껴져요. 한 두 판만 해 보면 다 이해가 돼요. 거기다 핑을 찍으면 어디 가자고 메시지가 나오고, 음성도 나오잖아요. 맵이 더 많아지게 된다고 해도 어려워질 거란 생각은 안 들어요.

피터 : 진입장벽이 제일 높다고 평가되는 도타2 유저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플린 : 전 히어로즈 진입장벽은 거의 없는 수준이라고 봐요. 이 게임은 캐릭터를 봤을 때 어떤 역할을 하게 될 지 대충 감이 와요.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스타크래프트 아무것도 안 해본 사람 솔직히 거의 없잖아요? 스타크래프트 접해본 사람이면 제라툴을 보는 순간 제라툴이 무슨 역할을 할 지 바로 알아요. LoL에서 그렇게 조그맣고 약하게 생긴 아무무가 사실은 몸이 튼튼한 탱커라는 거, 처음하면 잘 모르잖아요. 도타에서도 생긴 거랑 다르게 우락부락한 영웅들이 서포터 하는 경우 많거든요. 그런데 히어로즈는 쉽게 말해 생긴대로 놀아요. 이미 유저들도 처음부터 아니까 따로 배울 필요도 없죠.

라쏘 : 거기다 히어로즈는 오브젝트를 먹으러 가라는 말을 게임 내 아나운서가 직접 말 해줘요. 게임에 대해 몰라도 일단 그냥 가라고 하니까 가면 돼요. 자연스럽게 유저들을 게임에 익숙해지게 만드는 거죠. 또 거기에만 집중할 수 있게 잡념을 없애주는 요소 중 하나인게, 아이템이 없어요. 아이템 고민할 필요 없이 하라는 거 하고, 죽이라면 죽이고, 모으라면 모으는 식으로요.

앤서 : 별다른 신경 안 써도 된다는 점이 하스스톤 처음 나왔을 때와 비슷한 기분이에요. 추억을 되새기면서도 쉽게, 튜토리얼 없이도 진행할 수 있게 잘 된 것 같아요. LoL이나 도타2 처음 하는 유저들이 제일 크게 고민하는 게 아이템 선택이잖아요. 그 고민을 할 필요 없다는 게 진입장벽이 확실히 낮은 게임이란 거죠. 어떻게 보면 다양성을 줄어들게 만드는 일일 수도 있지만, 진입장벽 측면으로만 놓고 보면 긍정적이죠.

▲ 무슨 일이 일어날 지는 몰라도 모으라니까 모으러 가죠!



기자 전원이 '히어로즈는 진입장벽이 대단히 낮다'고 의견을 모았다. 게임 내에서 신경 쓸 것이 적다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진입장벽 면으로만 따지면 확실한 장점이라는 것이었다.


■ 히어로즈의 스노우볼과 경기 양상

AOS 게임에 있어서 스노우볼과 경기 양상은 빠질 수 없는 요소다. 스노우볼이 너무 쉽게 굴러가도, 너무 안 굴러가도 문제가 된다. 경기 양상이 너무 단조로워지면 보는 재미가 떨어지고 쉽게 질리게 된다. 히어로즈의 스노우볼과 경기 양상은 어떨까?

피터 : 우선 스노우볼에 대해 기존 게임들은 어떤지 말씀을 듣고 싶네요.

앤서 : LoL은 스노우볼이 한쪽으로 일방적으로 굴러간다는 의견이 많죠. 프로 레벨에서 스노우볼 한 번 굴러가면 겉잡을 수가 없어요. 글로벌 골드만 뒤처져도 문제인데, 우리 정글에 와드가 여러 개 박히기 시작하면 답이 없죠.

플린 : 도타2는 연막 물약도 있고, 와드가 비싼데다 재고도 정해져 있어서 언제든 상대를 끊을 기회가 있어요. 6.82 패치 이후로 역전이 더 쉬워지기도 해서 프로 레벨이나 공방이나 역전 가능성은 괜찮게 열려 있어요.

피터 : 그렇다면 히어로즈는 어떻게 보시나요?

플린 : 히어로즈는 매번 다른 것 같아요. 한 번 오브젝트 내줬을 때 끝도 없이 내 주는 경우도 있고, 한 번 뺏겨도 두 번째 것을 빼앗는 경우도 있고요. 스노우볼을 막으려면 첫 오브젝트를 내 줬을 때 얼마나 피해를 최소화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봐요.

코어 : 스노우볼에 대한 부분은 맵에 따라 달라질 거라고 봐요. LoL이나 도타2는 맵을 완전히 바꾸기가 힘들다보니 캐릭터로 밸런스를 조절해야 하는데, 이러면 너무 극단적인 상황이 나올 수 있거든요.

라쏘 : 레벨이 같이 오르는 게 스노우볼의 요소가 될 것 같아요. 한 명만 레벨이 오르는 게 아니니까 먼저 올린 쪽이 훨씬 유리해지죠. 이후에 오브젝트 싸움도 쉽고요. 만약 수세에 몰려서 전부 방어를 해야 하는데 상대편은 5명에 오브젝트까지 더해지면 우리가 밀릴 수 밖에 없고, 역공을 펼치려고 해도 오브젝트에 막히는 경우도 나올 수 있고요. 역전의 가능성을 위해 만든 오브젝트 때문에 오히려 스노우볼이 더 굴러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73 vs 27 골렘. 스노우볼 굴러가기 최적의 상황이다.



피터 : 아직 프로 경기가 많이 나오지 않아서 경기 양상을 따지기는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경기 양상은 어떻게 보세요?

코어 : 전 역전이 잘 안 나올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기엔 맵이 작기도 하고, 혼자 백도어가 되는 것도 아니고, 성장을 위해 CS를 따로 먹는 것도 없어요. 프로 레벨로 올라갈수록 연습이 거듭되면서 혼자 끊길 일은 거의 없어질 거에요. 10레벨 정도 이후부터 팀 단위로 오더하면서 무조건 몰려 다닐거고요. 처음에 오브젝트 먹은 팀이 유리함을 지켜나갈 가능성이 오르면 올랐지 떨어지기는 힘들 것 같아요. 다만 한타 영향이 큰 게임이니까 조합에 따라 조금 차이는 있을 거라고 봅니다.

앤서 : 많은 커뮤니티에서 역전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단편적으론 '레벨이 같이 오르고 특성을 동시에 찍기 때문에 불리한 상황을 한타로 뒤집을 수 있겠느냐'라고 생각할텐데, 오브젝트나 조합의 특성 같은 변수가 있어요. 역전 가능성에 대해선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플린 : 레벨이 뒤처져도 특성 하나 차이가 날 정도로 심하게 밀리지만 않으면 역전은 가능하다고 봐요. 사실 백도어나 스플릿 푸쉬처럼 역전을 위해 시도할 수 있는 가짓수가 적은 건 사실이에요. 저는 오히려 역전의 빈도보다는 역전의 양상을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코어 : 역전이란 게 내가 잘하는 건 전제조건이고 상대도 실수를 해 줘야 하거든요. 그런데 히어로즈는 실수할 여지가 별로 없어요. 프로 레벨에서 혼자 끊기는 일은 거의 안 나올 거라고 보니까요. 지지 않는 운영으로 상대 팀의 숨통을 조이는 방식이 많이 나올 것 같아요.

라쏘 : 회의 전에 우리가 한국 대 중국 팀의 경기를 봤잖아요? 용기사 맵에서 중국이 오브젝트를 다 뺏겨도 한타를 여러 번 이겨서 '이거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는데 결국은 오브젝트를 독점한 한국이 이겼어요. 오브젝트의 힘이 워낙 강하다보니 한타를 잘 한다고 해서 반드시 역전을 할 수 있다고 보긴 힘든 것 같아요.

▲ 레벨이 뒤처져도 역전하는 이런 경기가 프로 경기에서도 나올 수 있을까?



피터 : 혹시나 경기 양상이 단조롭게 흘러가진 않을까요?

앤서 : 단조롭진 않을 것 같아요. 그냥 보기엔 단조로워 보일 수 있는데, 맵 여기저기에 오브젝트가 퍼져 있기 때문에 그걸 가져가려고 흩어져서 돌아다니다 보면 소규모 국지전이 자주 나오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싸움은 일어나요.

라쏘 : 그렇게 단조롭다곤 생각 안 들어요. 팀 게임 이미지가 워낙 강해서 LoL처럼 화려한 플레이가 잘 나오지 않으니까 지루해 보일 수는 있는데, 워낙 관리할 것도 많고 변수도 많아서 단조롭진 않아요. 맵이 작기 때문에 시시각각 오더가 바뀌는 걸 보면 재미있을 거라고 봐요.

플린 : 반면 의견 조율하다가 아무것도 못 하는 상황이 나올 수도 있어요. 그래서 한 명의 오더가 절대적인 권한을 가지고 모든 걸 지휘해야 하는데, 그러다보면 최대한 변수를 주지 않는 영웅들이 고정 픽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죠.

코어 : 제가 걱정하는 게 그거에요. 수많은 연습을 통해 어떨 때 어떻게 하면 된다는 공식이 머릿속에 정립이 되면 안정적인 플레이를 하게 되고, 실수가 나오지 않으면서 지지 않는 게임이 된다고 말씀드린 거거든요. 상황이 매 게임 다른 양상이 나올 것 같진 않고 오히려 전장마다 정해진 구도가 나올 것 같아요.


스노우볼에 대해서는 맵마다 그 정도가 다를 것이라고 예상한 e스포츠팀. 반면, 경기 양상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맵마다 치열한 오더 싸움을 벌이면서 맵마다 다른 양상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 기자도 있는 반면, 결국은 양상이 정형화 될 것이라고 예상한 기자도 있었다.


■ e스포츠로써의 흥행 요소와 잠재력

e스포츠의 흥행 요소에는 걸출한 스타 플레이어, 10대들의 선호 등 여러 가지가 있다. 히어로즈는 어떤 흥행 요소를 보유했고, 어떤 잠재력을 갖추고 있을까?

피터 : 히어로즈에서는 '스타'가 나올 수 있을까요? '페이커'처럼.

라쏘 : 오히려 '마타'같이 오더를 잘 내리는 선수가 스타가 될 것 같아요. 리더가 모든 권한을 가진다고 한 것처럼 '누구와 아이들' 이런 식으로 메인 오더가 스타가 될 수는 있겠지만, 나머지에선 스타가 탄생할 지 잘 모르겠네요.

코어 : 스타라기 보단 한 캐릭터의 장인들은 나올 것 같아요. LoL처럼 탑 라이너는 탑 챔피언만 하는 그런 게 없잖아요. 플레이 시스템 상 무조건 자기가 하고 싶은 캐릭터를 할 수 있으니까 특정 영웅을 잘 하는 선수가 뜨겠죠. 현재로선 '페이커'같은 선수는 안 나올 것 같아요.

플린 : 선수 대신 스타 팀이 나올 것 같아요. 맵에 따라 특화된 팀들이 각각의 맵에서 스타가 되겠죠.

▲ 히어로즈에서 '페이커'는 나오기 힘들다?



피터 : 그렇다면 주 타겟층은 어디가 될까요?

코어 : 20대들이겠죠. 대신 게임이 흥행하려면 반드시 10대가 많이 하면서 신규 유저들이 유입이 돼야 해요.

플린 : 20대죠. 블리자드 게임과 청소년기를 함께 보낸 20대가 유입이 돼서 기반을 잡아두면 10대는 언젠가 따라올 거예요. 지금은 LoL을 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다른 게임을 찾아볼 수도 있을텐데 유저층이 이미 잡힌 게임이라면 유입이 쉽죠. 20대를 선 타겟으로 잡고 나중에 따라올 10대를 노리는 거라고 생각해요.

앤서 : 생각해보면 LoL도 우리나라에 상용화되기 전에 북미 서버에서 20대 초중반 유저들이 카페를 만들고 거기서 북미 서버 아이디 만들어지고 클라이언트 다운 받고 그러다보니 국내 상용화가 된 거에요. 사실 캐주얼 게임이 아닌 이상 10대를 선 타겟으로 잡기는 어렵죠.

코어 : 그런데 10대들 게임하는 성향상 무조건 자기가 영웅이 돼야 하는 그런 게 있어요. 스타1이 그랬거든요. 1반 짱, 2반 짱 그런식으로 모아서 학교 짱 뽑고 했었어요. 그런 걸로 보면 히어로즈는 10대들의 그런 욕구를 자극하기는 힘들거든요.

앤서 : 그렇게 되려면 스타 플레이어가 나올 수 있는 요소를 도입해야겠죠. 잘 하는 사람을 대적해야 10대들이 승부욕에 불타거든요. 다 같이 이겨서 와~ 하는 것 보다 자기가 멋있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그 점을 자극할 필요도 있어 보여요.

라쏘 : 10대들이 LoL에 빠진 이유를 물어보면 캐릭터의 '팬시함'이 크게 작용했어요. LoL은 2차 창작물이 충분히 만들어질만한 그런 캐릭터성이 있잖아요. 히어로즈도 블리자드 향수가 없는 10대들에게 어필하려면 익숙하고 멋있는 캐릭터가 더 많이 필요하다고 봐요.

피터 : 히어로즈의 캐릭터들도 그런 캐릭터성이 강점으로 작용할까요?

앤서 : 얘는 딱 봐도 무슨 역할을 할 것 같고, 어떤 스킬 쓸 지 대충 감이 오고, 실제로 그런 스킬을 쓰니까 그런 부분에서 접근하기가 쉽단 장점이 있죠.

라쏘 : 애정 때문에라도 여러 캐릭터를 하게 돼요. LoL은 무서워서 캐릭터 한 두개 해 보고 '그냥 이거나 열심히 해야지'하는데 히어로즈는 해 보고 싶어져요.

플린 : 다른 어떤 게임도 가지지 못할, 유일하게 히어로즈에서만 가능한 점이에요. 워3, 디아블로, 스타크래프트 안 해본 사람이 거의 없잖아요. 캐릭터가 더 많아지면 이벤트 매치 형식으로 스타 팀 vs 디아 팀 같은 대결도 보여줄 수 있죠.

▲ 우리에게 익숙한 캐릭터들. 어떤 역할을 할 지 대강 느낌이 오는 것 같다.



피터 : 전 확장성이란 측면에서 히어로즈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데, 다들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플린 : 일단 맵이 많다는 것부터 e스포츠로서 아주 긍정적이죠. 스타1 때도 맵이 바뀌니까 경기 양상이 달라지고, 맵마다 강한 선수들이 다르니까 자연스럽게 세대 교체도 이루어지고, 그래서 그렇게 인기가 오래 지속됐다고 생각해요.

라쏘 : 전장이 바뀌면 적합한 영웅도 달라질테고, 그러면 LoL에서 문제가 됐던 고정된 캐릭터만 나온다는 점도 해결할 수가 있죠.

코어 : 경기 양상이 단조로워질 경우 맵으로 조절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 크죠. 맵이 커질수록 경기 양상이 달라질 확률도 높고요. 그런 점에서 e스포츠 측면에서 큰 장점을 갖고 있어요. 예전 스타1 시절엔 전문 맵퍼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없잖아요. 앞으로 리그가 활성화되면 전문 맵퍼들이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봐요.

앤서 : 경기 방식에서도 차별화를 둘 수가 있죠. 세트별로 맵이 다르고, 거기에 따라 활약할 수 있는 영웅이 달라진다면 그에 따라 출전할 선수 엔트리를 자유롭게 짤 수가 있다고 생각해요. 스타2와 LoL의 리그 시스템을 합친 형식의 리그가 탄생할 수도 있고요.

플린 : 워3나 스타2 래더처럼 특정 맵을 썸다운 시키면서 맵에 대한 밴픽이 이루어지고, 게임 내에서 캐릭터 밴픽까지 이어진다면 경기마다 다른 관전 포인트가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현재는 5개의 맵이지만, 앞으로 훨씬 더 늘어날 수 있다.



피터 : 그렇다면 e스포츠로서의 잠재력은 얼마나 된다고 보세요?

라쏘 : LoL도 실력이 상향 평준화가 돼서 처음 하는 사람을 시켜보면 어려워하고, 잘 하는 사람만 계속 돋보이는 그런 상황이에요. 이럴 때 히어로즈가 나와서 관심을 끌 수 있죠. 홍보만 잘 되면 사람들이 거부감 없이 해 보는 과정에서 충분히 e스포츠로 자리를 잡을 수 있어요. 대신 한국에서 흥행하려면 스타 플레이어가 나올 요소가 필요하겠죠.

앤서 : 전 주류가 되기에는 힘들다고 봐요. 한국에서 흥행하려면 반드시 내가 돋보여야 해요. 그런데 히어로즈는 자신이 돋보일 수 있는 요소가 거의 전무해요. 그래서 e스포츠가 되더라도 메인이 되기엔 조금 힘들어 보이고 즐기는 게임으로는 남을 수 있다고 봐요.

플린 : 한국 시장 특성상 어떤 게임이 한 번 자리를 잡으면 거의 옮기질 않고, 타 게임의 다른 점을 '틀린 점' 취급하는 경향이 아주 심해요. 만일 본인 컨트롤에 따라서 슈퍼 플레이를 선보일 수 있는 영웅이 차후에 추가된다면 모를까, 지금처럼 철저한 팀 게임을 요구한다면 메인이 되기엔 힘들 것 같아요.

코어 : 사실 가장 중요한 건 블리자드가 이 게임에 대해 얼마나 의지를 갖고 있느냐에요. 이 부분에서는 아직 물음표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블리자드가 자사 게임의 유명 캐릭터를 전부 투입시켰다는 상징성을 갖춘 게임이기 때문에 자존심 때문에라도 블리자드는 히어로즈에 올인할 수 밖에 없겠죠.



기자들은 히어로즈에서 '페이커'같은 스타는 나오기 힘들지만 스타 팀은 나올 수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또한 게임의 특성상 앞으로 무한한 확장성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철저한 팀 단위 위주의 게임 특성이 10대 유저들의 구미를 충족시키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 히어로즈에 대한 해설자들의 생각은?

마지막으로 최근 열심히 히어로즈를 즐기는 황영재, 김정민, 박태민 해설에게서 기자들이 얘기를 나눈 주제들에 대한 그들의 의견을 들어볼 수 있었다. 과연 해설자들은 다양한 주제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었을까?

■ 기사도 황영재 "스타 플레이어 탄생, 충분히 가능"


지금까지 각각 다른 컨셉을 자랑하며 만들어진 AOS게임이 정말 많지만 그중 가장 독창적이면서 가장 완성도가 높은 게임이라고 말해도 될 만큼 잘 만들어진 게임이다.

e스포츠에 적합한 게임이며 가능성 역시 높게 평가한다. 일단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워크래프트 시리즈의 친숙한 영웅들이 등장하고 끊임없이 전투가 발생하며 직관적인 임무를 수행하기에 보는 재미도 뛰어나다.

타격감이 다소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 이는 충분히 공감하며 차후 패치를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다. 재미있는 것은 그냥 보기만 할 때 그 단점이 크게 느껴지는데 막상 게임을 하게 되면 타격감 걱정할 시간조차 없을 만큼 긴박하게 게임이 돌아가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게임 특성상 화려한 스타 플레이어가 나오기 힘들 수 있지 않을까?에 대한 의견에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LoL도 국내에 도입되기 전에 비슷한 문제에 대해서 똑같이 언급되었다. 스타1이랑 비교하면서 스타 플레이어가 나올 수 없을 것 같은데? 보는 재미가 없을 것 같은데? 라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왔으나 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보는 사람이 많아지며 아무리 동등한 조건으로 레벨을 팀이 공유한다고 해도 누군가 키플레이어가 될 수 있으며 누군가 스타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 단적인 예로 비슷한 수준의 친구 5명을 모아놔도 그 중 누군가는 말이 많고 튀는 친구가 꼭 있는 것처럼.

그리고 히어로즈에선 스노우볼이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맵에 따라서 그 편차가 조금 있다고 생각한다. 용의 둥지 같은 경우 초반 격차가 점점 커지기 쉬운 형태라고 보여지고, 반면 공포의 정원은 다소 밀리고 있더라도 비슷하게 쫓아갈 정도 여지를 남겨주고 있다.

죽음의 광산 경우엔 상황에 따라 플랜A 플랜B 등을 통해서 적과 다른 컨셉으로 싸움을 준비할 수 있다. 다른 AOS 게임 같은 경우에는 같은 맵만 쓰다 보니 스노우볼 형태가 일정 패턴으로 고정되어 있으며 비슷한 경기양상이 나오게 되면서 보는 재미가 줄어들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히어로즈는 애초에 다양한 맵을 지향하며 신규맵, 맵패치(다른 AOS게임보다 조금 더 수월하고 다양한 패턴으로)를 통해서 극복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 김정민 "히어로즈, 재미를 확실히 보장한 게임"


히어로즈는 접근성이 어떤 게임보다 쉽고 배우기도 간단한 편이다. 쉽게 배울 수 있고 영웅이 친숙한 것 또한 진입장벽을 낮추는데 한 몫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건 재미를 확실히 보장하는 게임이라는 것이다.

e스포츠 종목으로도 성공할것이라 생각한다. 경쟁 게임들이 많지만 히어로즈만의 독자적인 팬층을 확보한 블리자드의 대표 게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스타 플레이어의 탄생도 충분히 가능한 게임이다. 게임이 흥하고 보는 사람이 많아지면 스타는 자연스럽게 만들어 진다고 본다. 다만, 지금보다 좀 더 명확하게 누가 어떤 활약을 어떻게 했는지 볼수 있는 구성은 필요한 것 같다.

■ 박태민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은 AOS 엑기스다"


가장 먼저 게임을 접했을 때 다른 AOS게임들 보다 배우기 쉽고 친숙한 게임이다. 유저가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부분은 모두 제거하고 핵심만 짜낸 엑기스 같은 게임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초반부터 무조건 교전이 펼쳐지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고 런닝 타임이 그만큼 절감되는 장점이 있다. 하는 사람입장에서도 다른 AOS 게임보다 부담이 적고 보는 입장에서도 지루하지않을 것 같다.

다른 AOS 게임들의 대부분은 CS 싸움 이후 아이템을 어느 정도 갖춘 뒤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하는데 히어로즈는 CS나 아이템 개념이 없기 때문에 맵에 따른 오브젝트가 가장 중요하다.

이런 이유들로 스노우볼이 더 심해지는 것이 단점이기도 하지만 다른 AOS 게임들보다 뒤늦게 출발한 게임이고, 적절한 벤치마킹이 잘 어우러진 것 같다.

이게 확실히 철저한 오브젝트 기반의 팀게임이다 보니 스타 플레이의 탄생이 힘들 것 같은 의견에는 어느 정도 동의하긴 한다. 개인의 기량보단 팀 단위의 오더나 팀플레이로 오브젝트 싸움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알파버젼이고 충분히 수정이 가능한 사항이라고 생각된다.

오브젝트가 다른 AOS 게임에서는 경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기보단 팀의 전략에 영향을 주는 편이고, 히어로즈는 경기의 승패에 직접 관여하기 때문에 이는 장점이자 단점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히어로즈의 과제는 '얼마나 밸런스 좋은 맵을 만들 수 있느냐'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LoL 같은 경우 아무래도 당시 메타에 나올 수 있는 챔프 폭이 제한적인데, 히어로즈는 맵을 통해서 영웅들의 능력이 극대화되기도 하기 때문에 다양한 영웅들이 등장할 것 같다. 예를 들면, 맵이 넓은 전장은 아바투르나 후반형 영웅이 선호될 수 있고, 로밍이 좋은 맵은 빛나래와 폴스타트처럼 전장 합류가 뛰어난 챔피언이 좋은 것처럼 말이다.


■ 마치며…

각자 다른 성향을 가지고, 다른 게임을 즐기는 5명의 기자들이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음에도 불구하고, 히어로즈가 가진 다양한 매력, 장단점, 특징 등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다 풀어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기자들은 히어로즈가 전에 없던 참신함을 가지고 있으며, 다듬기에 따라 충분히 차세대 e스포츠 동력원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점에는 의견을 같이했다.

물론, 히어로즈는 아직 프로들의 경기도 거의 벌어지지 않은 알파 테스트 단계의 게임이기 때문에 바뀔 가능성은 충분하다. 하지만 현재 나온 버전 자체도 상당한 완성도를 자랑하고, 배틀코인으로 영웅, 스킨, 탈것 등의 유로 콘텐츠를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정식 발매 때와 지금과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히어로즈는 단순한 게임을 넘어 e스포츠 업계에도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종목이다. 현재 많은 해설위원, 전직 프로게이머들이 집중적으로 히어로즈를 플레이하고 있으며 프로를 표방하는 팀들도 생겨나고 있다. 블리즈컨에서는 프나틱, C9, 팀리퀴드 등 해외 유명 게임단이 결성한 히어로즈 팀들이 특별전을 준비하고 있다. 온게임넷, 곰exp, 스포TV게임즈 같은 e스포츠 전문 방송사들의 구미를 자극하기에도 충분한 게임성을 갖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e스포츠는 리그오브레전드가 최강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스타크래프트2, 도타2 같은 종목들은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혜성처럼 등장하게 될 히어로즈가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 것인지 궁금하다. 또한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 워크래프트3 등으로 e스포츠의 패권을 잡고 있었던 블리자드가 히어로즈를 통해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도 흥미로운 관전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