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는 경쟁, 성장, 성취감, 도전, 보상, 긴장감 등 수많은 재미요소가 있다. 하지만 게임 외부에서 유저들의 반응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재미요소가 있다. 바로 타격감이다. 흔히 차진 타격감, 혹은 타격감이 부족하다는 식으로 널리 쓰이는 용어기도 하다. 하지만 타격감의 정의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게임을 개발하는 개발자들도 마찬가지다. 타격감을 끌어올리기 위한 애니메이션, 사운드, 효과 등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왔지만, 정확히 타격감이 어떤 것인지, 왜 유저들에게 중요한지 정확히 알고 있는 개발자는 드물다는 의견이 많다.

게임 개발사 제페토의 GID(Game Inspiring Design)팀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성준 개발자는 자신보다 타격감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 잘 아는 개발자는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타격감이 무엇이고 왜 사람들이 좋은 타격감을 원하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강의를 통해 타격감의 기원과 효과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자는 당부의 말로 강연의 시작을 열었다.

▲ 제페토 GID팀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성준 개발자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타격감에 대해 이야기 해본 경험이 있을겁니다. 하지만 타격감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적어요. 물어보면 게임을 하며 느껴지는 손맛 정도의 추상적인 답변이 많아요.”

사람들이 추상적으로 생각하는 타격감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므로 타격감이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의미부터 차근차근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타격감’은 누군가를 치는 타격(打擊)이라는 단어와 감정을 뜻하는 감(感)이 합쳐진 단어로 누군가를 칠 때 느끼는 감각이라는 말이다.또한, 타격이 물리 화학적인 힘으로 이루어지기에 인간의 감각을 자극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다만, 미각과 후각은 사용되지 않는 삼각(三感, 시각+청각+촉각)이 현실에서 느낄 수 있는 타격감이다.


게임에서의 타격감도 현실에서의 타격감처럼 시각, 청각, 촉각을 사용한다. 다만 타격감을 받아들이기 위한 매개체가 필요하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 매개체란 영상장치, 음향장치, 체감장치로 각각 시각, 청각, 촉각에 타격감을 전달한다. 그리고 유저는 영상장치, 음향장치, 체감장치에서 얻은 감성정보를 수용하고 뇌 내에서 심리적으로 융합되어 타격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문성준 개발자는 기존에 논의되어 온 타격감의 정의와 함께 왜 사람들이 타격감을 재미로 느끼는지 심리학적으로 접근한 내용을 발표했다.

정신분석이론의 창시자로 알려진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저서 ‘쾌락의 원칙을 넘어서'를 통해 모든 인간은 반사작용과 본능은 자극을 제거하거나 낮은 수준으로 낮추려고 하는 ‘항상성의 법칙’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인간의 본능은 고통과 불안으로 느껴지는 것으로 이것이 해소될 때 쾌락을 느끼는데 이는 쾌락원리라고 불렀다. 이 두 가지 법칙은 인간이 타격감을 추구하는 이유인 죽음의 본능과 생의 본능과도 연관된 부분이다.


“태초에 생명은 아무것도 없는 무(無)에서 태어났습니다, 항상성의 법칙에 의거하면 생명체는 다시 무(無)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그러므로 모든 인간은 죽음을 원하는 '죽음의 본능'이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죽기를 원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살고자 하는 욕구, 즉 '생의 본능'이 있기 때문입니다.

죽음의 본능은 나 스스로에게 미치는 내용입니다. 스스로 무로 돌아가고 싶어하니까요. 하지만 인간의 생의 본능을 죽음의 본능을 억제합니다. 그래서 인간은 스스로 죽지 않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죽음의 본능은 사라지지 않고 외부로 표출됩니다. 그게 바로 인간의 파괴 본능과 공격 본능입니다.

그리고 이 파괴본능은 무언가를 파괴함으로써 괘락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무언가가 파괴되어질 때 느껴지는 감각이 바로 타격감입니다. 만약 타격감을 통해 대상이 파괴되었음을 인식할 수 있으면 쾌락을 느낄 것이고, 인지하지 못한다면 쾌락을 느낄 수 없게 됩니다. 이게 바로 게임 속 타격감이 플레이어에게 만족감을 주는 이유입니다.”


▲ 외부로 표출된 죽음의 본능은 파괴 본능과 공격 본능으로 드러난다.

▲ 외부로 표출된 죽음의 본능을 제어하지 못할 경우 비정상적인 방향으로 이를 해소하려 한다.

문성준 개발자는 인간의 파괴본능과 쾌락을 확인하기 가장 좋은 것으로 뽁뽁이로 불리는 에어캡(Air Cap)을 꼽았다. 에어캡을 제대로 터트렸을 때 만족감을 느끼지만 이미 터져버린 에어캡을 터트려 만족할 수 없는 ‘타격감’을 느끼면 쾌락을 느끼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통해 파괴만 있다고 해서 본능이 충족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게임 내에서 인간의 쾌락을 위한 타격감 전달 기법은 무엇이 있을까? 문성준 개발자는 많은 표현 기법들이 있지만,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14가지의 타격감 전달 기법을 소개했다.

게임 내 타격감 전달 기법 14종



[영상]  -   이펙트

충격 이펙트
타격 시 발생하는 충격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기법이다. 대전게임에서 흔히 확인할 수 있으며 타격 부위에 주는 이펙트를 통해 시각적 타격감을 전달한다.


파티클 이펙트
물체가 충돌, 폭발할 때 발생하는 파편이나 먼지 등을 표현하는 기법이다. 사실성이 추구되는 FPS 게임에서 많이 사용되는 기법이다.


잔상 이펙트
타격을 위해 휘두르거나 던진 물체의 잔상을 표현하여 속도감을 느끼게 하는 기법이다. 펀치를 날릴 때 등장하는 경우도 있다. 잔상 이펙트를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을 시각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암전 이펙트
타격이 발생하는 순간에 공격자와 피격자를 제외한 모든 부분을 암전시키는 기법이다. 직접 타격과는 관련이 적지만 시각적인 몰입감을 높여 타격감을 준다. 보통 검은색으로 처리하는 암전 기법이 많이 사용되지만 스트리트 파이터 4와 같이 흰색으로 이펙트를 주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영상]  -   애니메이션


대미지 애니메이션
충격을 받은 대상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기법이다. 대미지 에니메이션은 가장 기본적인 기법이자 가장 필수적인 기법이기도 하다. 흔히 캐릭터가 ‘통나무 같다’라고 표현하는 게임은 대미지 에니메이션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흔들림 애니메이션
타격 대상이 받은 충격으로 빠르게 흔들리거나 진동하는 모습을 표현하는 기법이다. 피격자에게 미세한 떨림을 줘 디테일한 타격감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경직 애니메이션
타격이 이루어지는 순간 애니메이션을 정지시켜 타격의 성공을 강조하는 기법이다. 묵직하다는 느낌을 전달하는 표현 기법이다.



[영상]  -   카메라

카메라 흔들림
큰 충격이나 진동 때문에 카메라가 흔들리는 모습을 나타내는 기법이다.

카메라 줌인
타격이 이루어지는 순간 타격지점을 줌인하여 강조하는 기법이다.

카메라 이동
힘이 가해지는 방향으로 카메라가 순간적으로 이동하였다가 다시 되돌아오는 기법이다. 무기를 사용하는 대전 액션에서 많이 사용하는 기법으로 휘두르는 방향으로 카메라가 잠간 움직이는 식이다. 카메라 이동 기법은 속도감과 무게감을 함께 전달한다.


[음향]

충격 효과음
충격을 받았을 때나 충격을 입힐 때 타격 효과음이나 피격 효과음을 재생하는 기법이다. 타격감 향상을 위한 음향 기법 중 가장 기본이 되는 표현 기법이다.

발사 효과음
칼을 휘두르거나 총을 격발할 때 해당 효과음을 재생하는 기법이다.

대미지 음성
피격자가 피격시 피해를 입었다는 것을 음향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음성을 재생하는 기법이다.

[체감]

진동
컨트롤러를 통해 진동을 전달, 타격이나 피격의 타격감을 촉감으로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기법이다.



문성준 개발자는 14가지 표현 기법 중 어떤 것이 유저에게 타격감을 주는지 확인하기 위해 시뮬레이터를 만들었다. 그래고 어떤 기법이 타격감을 가장 잘 전달하는지 직접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

▲ 원하는 기법을 켜 이펙트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시뮬레이터


▲ 단일 효과는 '카메라 흔들림'이, 분류별로는 효과음이 가장 높은 타격감을 보여줬다.

단일 표현 기법으로 카메라 흔들림 기법이 뽑혔지만, 분야별로 봤을 때 효과음이 타격감을 가장 잘 전달했다. 문성준 개발자는 시뮬레이터가 대전 격투 형태로 만들어져 모든 게임 장르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효과음만큼은 모든 장르에 타격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표현 기법이라고 했다. 그리고 효과음에 대한 관심이 좀 더 커져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영화관에서 멋진 영상이 나와도 소리가 없으면 크게 감동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영상 없이 큰 소리만 들려줘도 사람들은 놀라기 마련입니다. 타격감도 시각적인 표현보다도 청각을 자극/가극하는 표현이 더 큰 효과를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문성준 개발자는 타격감을 잘 표현할 수 있는 표현 기법을 설명한 후, 표현법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방법을 한가지 일렀다. 그 방법은 타격감을 하나의 기호처럼 사용하는 것이었다.

“하트 마크는 원래 심장을 뜻하는 기호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하트를 보고 심장 외에도 사랑을 떠올립니다. 실제 물체인 심장과 해석체인 사랑이 달라진 경우입니다. 타격감에도 이런 기호적 사용이 필요합니다. 충격 이펙트는 단순한 오브젝트지만, 사람들이 이를 타격에 성공해 대상이 파괴된다고 느끼게 하는 것입니다. 즉, 현실에서 습득한 경험을 통해 타격의 감각을 상기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야구 선수가 빠르게 야구 배트를 휘두르면 잔상이 보입니다. 이를 통해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는 잔상이 보인다는 경험을 습득하게 됩니다. 개발자들은 유저들의 이런 경험을 이용해야 합니다. 잔상이라는 기호를 보여줌으로써 유저들에게 빠른 속도와 큰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해석하게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 이펙트의 기호화를 통해 보다 효율적으로 타격감을 전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