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는 언제나 "도전하라"고 말한다. "성공 확률이 얼마나 될까" 라고 물으면 열에 아홉은 조심스레 고개를 젓곤 한다. 창업 문턱은 낮아졌지만 창업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성공과 실패의 사례는 무엇인지 알려주는 곳도 흔치 않다. 게임 제작비도 올라가고 각종 규제를 피해가려면 그야말로 사막에 혼자 던져진 느낌을 받는 사람이 많다.

영원한 강자도 없고, 실패를 거듭해도 한 방을 터트릴 수 있는 것이 게임 시장이다. 대기업에 맞서서 내 아이템이 더 높은 순위를 유지하기도 한다.

"하지만 게임 회사는 많이 망합니다. 그것은 현실이죠" 한다윗 바닐라브리즈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 바닐라브리즈 한다윗 대표


재미있다고 생각한 아이디어도 막상 구현해보면 생각만큼 재미없는 경우가 훨씬 많다. 초창기 게임 아이디어가 상용화될 때는 처음 생각한 모습과 굉장히 다르기 마련이다. 있는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고, 세상에 한번도 보여주지 않은 것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작년 KGC에서 게임회사 취업을 주제로 강연해 좋은 반응을 얻은 바닐라브리즈 한다윗 대표가 '게임 창업, Are You Ready?' 라는 제목으로 올해 강연을 시작했다. 창업이 실패하는 이유는 어떤 것들이 있고, 진실로 준비된 창업을 해내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



앵그리버드를 개발한 로비오는 52번째 게임 개발 끝에 세계적 히트를 기록했다. 애니팡 역시 카카오 플랫폼에서 성공했지만, 2009년 버전의 가로 버전 애니팡을 본 적이 있는 한다윗 대표는 선데이토즈도 각종 노하우를 축적한 끝에 오늘날 자리에 올랐다고 말한다.

쿠키런 역시 단일 게임으로 주식 상장까지 한 성공 케이스다. 데브시스터즈는 2010년경 시작해 오븐브레이크라는 쿠키런의 전신을 출시했고, 해외 반응이 좋아 그것을 기준으로 투자를 받으면서 회사가 급격하게 커졌다. 하지만 그 뒤 계속된 신작 실패를 겪었다. 70명까지 왔던 조직을 열두 명 가량으로 줄였고, 투자 요청도 계속 거절당했다. 마지막으로 한번 해보자, 라는 마음으로 출시한 게임이 바로 쿠키런이었다.



화려한 성공 뒤에는 누구든 눈물과 땀과 시간이 숨겨져 있었다는 것이다. "게임을 잘 하고 좋아하니까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어!" 하고 흔히 생각하지만, 구현하고 완성한 다음 후속작을 계속 흥행시키는 것은 어렵다.

한다윗 대표는 이 현실을 음악에 비유했다. 세상에는 가수가 수없이 많지만 히트곡 하나라도 낸 가수는 극히 적고, 연속으로 히트곡을 내는 경우는 훨씬 적은 것에 비유했다.



"성공하면 큰 부를 나눠가질 거야"라고 다짐하지만, 개발하다 보면 자금이라는 총알이 떨어지는 순간이 분명 온다. 그럼 게임 개발을 멈추고 투자 유치를 위한 미팅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굉장히 그럴 법한 비즈니스 기회도 유혹이다. 반대로 달갑게 생각하지 않았다가 돌이켜보면 후회하게 되는 제안도 많다. 이런 수많은 의사결정이 팀을 살리기도 하고, 부메랑을 맞게 만들기도 한다.

출시하면 바로 돈이 들어오는 것도 아니다. 중간에 퍼블리셔가 있으면 적게는 한 달, 많게는 넉 달까지 미뤄서 지급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현금 흐름이 힘들어지는 사례가 많다. 잘 되면 하루 몇 억의 매출이 생기기도 하고, 안 되면 개발비를 전부 날리고 본전 회수를 못하기도 하므로 어려운 비즈니스다. 리스크와 리턴이 함께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업을 결심했다면, 우선 초기 자본금이 필요하다. 사무실 마련과 임대료 등이 첫째 난관이다. 게임사업은 사업계획을 치밀하게 짤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한다윗 대표는 첫 동료들을 데려올 때 "앱을 올리면 클릭 몇 번만으로 전세계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다. 한 달에 하나씩 앱을 만들면 그중 뭔가 하나는 되지 않겠느냐"라고 막연하게 설득했다. 운 좋게도 열 번째 앱이 성공했다고 한다. 초기 멤버들이 버틸 수 있는 자금이 중요하다.



"잊지 마세요. '2배, 3배의 법칙'이 있습니다"

사업을 안정화시키는 시간은 초기 생각의 3배, 들어가는 비용도 2배가 되기 마련이다. 사업 등록하는 과정, 퍼블리셔를 찾는 작업, 계약했는데 그곳에서의 요구사항을 반영하는 시간 등을 생각하면 일리가 있는 말이다.

프로토타입 그대로 혼자 해낼 생각이라면 사업자 등록은 사실 필요가 없다. 하지만 팀이 있어서 통장을 따로 관리해야 하면 개인 사업자를 하다가, 아이템이 상용화되기 직전에 법인으로 바꿀지를 결정하면 된다고 한 대표는 설명했다.

개인 사업자는 신청한 당일에 허가가 나오고, 폐업도 당일 가능하다. 부담이 없다. 유지비용도 적다. 법인이 필요한 시기는 외부 사업자가 필요할 때다. 대외적 신용이 필요해지면 그때 가서 법인화를 해도 문제가 없다. 시간과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에 처음부터 법인으로 시작해서 자본이 떨어져 포기하게 되면 아까운 일이다.



"무조건, 1/N은 피하세요".

한다윗 대표가 다시 강조한 말이다. 회사가 가장 힘들 때에도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대표가 지분 51% 이상을 가져가는 방향이 맞다는 것.

이것은 나중 투자 유치에도 영향을 끼친다. 만일 세 명이 33%씩을 가지고 있다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다. 대표이사 비전을 믿고 투자했고 그쪽과만 커뮤니케이션하고 싶은데 나머지 둘이 뭉쳐서 지분을 빼앗아버리는 일이 없으리라고 확신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투자해주는 곳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전략적 투자, 그리고 재무적 투자"

전략적 투자는 데브시스터즈가 컴투스에게 받은 투자가 대표적이다. 소셜 게임을 만드는 중이었는데, 컴투스에서 마침 모바일 소셜 캐주얼게임 보강이 필요했다고 한다. 주변 소규모 벤처 팀을 찾다가 데브시스터즈에 10억 원의 투자를 했다. 사실 그 게임은 출시되지 못했지만, 당시에는 전략적 니즈가 서로 맞았던 것이다.

재무적 투자는 기대수익률을 보고 하는 경우다. 케이큐브벤처스 등 전문적 기업투자를 하는 벤처캐피털이 주를 이룬다. 이쪽은 또 다른 투자자들의 돈을 굴려서 특수한 목적의 펀드를 조성한 후 펀드 투자자들에게 펀드 만기 시점에 다시 수익을 지급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몇 년 뒤 상장이 되거나, 성공을 거두어 회수할 가능성에 보이는 곳에 투자하게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창업 1년 뒤 50%, 5년 뒤 17%의 업체가 살아남는다고 한다. 한 곳이 몇십 배의 수익을 올리고 다른 곳들은 사라지는 투자 패턴이 게임계에서 보통이다. 이 두 가지 투자의 차이를 살피고 거기에 알맞는 계약 조건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한다윗 대표의 설명이다.



"계약서는 꼭 전부 확인하세요. 두껍지만 그냥 넘기면 안 됩니다"

힘들면 변호사를 선임해서라도 책임의 한계를 살펴봐야 한다. 구두 계약으로 메우는 경우도 많은데, 담당자가 몇년 뒤 다른 곳으로 가거나 보직을 옮길 우려가 있으므로 무조건 계약서로 남겨야 하다고 한다윗 대표는 조언했다. 퍼블리셔와 계약할 때는 그곳과 계약한 적 있는 다른 개발사를 찾아가서 조언을 구하는 것을 추천했다.

"투자자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바깥에 개발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없느냐"는 청중의 질문에는 "없다"고 단호하게 답했다. "하루에 대여섯 팀 이상 만나면서 그럴 분들도 아니거니와, 만일 유출된다 해도 그 정도 정보로 따라하는 것이 가능한 아이디어라면 애초에 출시해도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한다윗 대표는 강연 말미에 "고객과 직원, 투자자 관점에서 상대해야 하는 일이 다 다르다. 대표이사 혼자 다 할 수는 없다. 팀원이든 누구든 자신이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들과 분담해서 책임지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