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밀리언아서를 시작으로 카드 게임의 붐을 이끌고, 국내 모바일 시장의 선두 주자로 자리잡았던 액토즈는 올해는 조금 잠잠했다. 물론 '작년'에 비해서 말이다. 올해도 RPG, 캐주얼 등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많은 작품을 준비했지만 '임팩트'는 부족했다.

'체인크로니클'을 필두로 '강철의 기사' 등 대작을 선보이기도 한 액토즈는 올 한해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번 지스타 B2B 액토즈 부스에서 모바일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배용준 실장을 만났다.

그와 함께 2014년 한 해를 액토즈의 성과와 시장의 현황을 짚어보고, 내년 모바일 시장의 변화, 그리고 액토즈가 가려고 하는 길에 대해 물어볼 수 있었다.


▲ 액토즈 소프트의 배용준 실장

Q. 올 한해를 돌아보며 성적을 자평하자면 어떤가?

- 올해 액토즈의 라인업은 적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금 부진했다는 느낌이 든다. 사실 준비한 건 많은데 다 출시하지 못한 이유는 아무래도 게임이 완벽히 다듬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다가 출시 시기를 놓치기도 했다. 그리고 또 서둘러서 출시하다 보니 검증 작업이 미흡하지 않았나 싶다.


Q. 그렇다면 내년에 어느 정도의 타이틀을 준비 중인지, 그리고 목표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일단 올 연말까지 2개의 타이틀이 더 출시될 거다. 하나는 '블러드라인'이고 두 번째는 '신마전'이다. 두 게임 모두 클로즈 베타테스트까지 완료됐고, '블러드라인'은 12월 초쯤에 출시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한 달에 한 개의 게임을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RPG가 주 라인업을 차지하고, RPG 안에서도 코어한 게임도 있지만 좀 캐주얼한 RPG나 전략 액션 RPG등을 준비 중이다. 그리고 'SD 건담 제네레이션'은 내년 상반기쯤에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

올해 느낀 점이 많다. 미흡했던 부분을 교훈 삼아 내년에 선보일 타이틀은 제대로 검증 작업을 거치고 CBT, 소프트 런칭까지 하면서 만반의 준비를 거쳐 완벽한 출시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한다. 정확한 타이틀 개수는 말하기가 어렵다. 퍼블리싱 작품도 있고, 대형 RPG를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있기도 하다.


Q. 내년 모바일 시장의 변화는 어떻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나?

- 일단 모바일 시장이 굉장히 빠르게 변화해서 종잡기가 힘들다. 개인적으로 지금의 RPG들은 모바일에서 2세대 RPG로 생각하고 있다. 2세대는 게임성과 그래픽이 강조되는 느낌인 것 같고, 이제 다른 세대의 모바일 RPG가 주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게임성은 물론이고 그래픽도 준수한 가운데 이제는 '콘텐츠의 순환'이 가장 핵심이 되지 않을까 싶다. RPG에서 각 콘텐츠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즐길 수 있는 게임들을 3세대 RPG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도 콘텐츠 순환이 잘 되어있는 대작들을 위주로 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Q. 그동안 액토즈는 많은 해외 게임들을 성공적으로 모바일 시장에 현지화시켰는데, 그 노하우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 아마도 일본 타이틀을 많이 가져와서 그런 것 같다. 한국과 중국, 그리고 동남아 등등 아시아 시장에서 전체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둔 게임사는 액토즈밖에 없는 것 같다. 물론 점점 다른 게임사들도 글로벌 진출을 하고 있으니 점점 경험이 많은 회사들이 늘어날 것 같다.

현지화가 쉽지 않다는 건 누구나 다 안다. 나라마다 문화와 언어도 다르고 유저들이 선호하는 게임성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현지화를 위해서는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건 필수다. 업체와의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하고…이 분야에서 우리 팀이 잘한 것 같다(웃음). 단순한 언어의 변경 말고도 문화에 맞도록 현지화를 진행하는 컬쳐라이징의 팀의 경험이 쌓여서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


Q. 시장의 선호도가 캐주얼보다는 RPG에 많이 쏠리고 있는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 캐주얼 게임도 여전히 자신만의 풀이 있지만, 아무래도 RPG를 선호하다 보니 스타트업들이 아주 힘든 시기가 됐다. 캐주얼 게임은 비교적 제작기간이 짧은 편이지만 RPG는 1~2년의 제작기간을 거치고 비용도 많이 든다. 유저들의 눈이 높아져서 퀄리티도 많이 신경을 써야 된다.

그러다 보니 개발비를 버티지 못하는 스타트업들이 너무 힘든 시기가 됐다. 그래서 우리도 게임이 좋다면 투자와 소싱을 같이 진행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단순한 투자 뿐 아니라 R&D 팀을 구성해 개발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개발사에 지원을 간 R&D팀이 직접 개발에 참여하는 건 아니고, 게임의 구성이나 UX, 네비게이션 등에 대해 가이드 라인을 잡는 걸 도와주고 있다. 일종의 인큐베이팅이라고 보면 된다.


Q. 최근 중국게임들이 한국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는데, 걱정되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

- 솔직히 좀 걱정이 된다. 이대로 가면 1~2년 내에 중국 게임이나 외산 게임들이 높은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4399라던가 추콩이라던가 중국 회사들이 많이 들어와 있는데, 일단 개발 기간에서 한국은 게임이 안 된다. 중국 게임들은 개발 인원이 많아서 대부분 개발기간이 짧고, 웹 게임을 제작하던 개발자들이 모바일로 뛰어들어 콘텐츠 분량이 정말 방대하다. 그리고 그 콘텐츠들의 순환 구조를 잘 짜놨다.

하지만 국내 개발사들의 사정이 완전히 암울하다고 보진 않는다. 실제로 게임을 받아 보고 나면 여전히 한국 게임들이 디테일한 부분이나 게임성은 한 수 높은 편이다. 이런 미묘하지만 큰 차이를 부를 수 있는 부분에서 한국만의 장점이 있어서 이 부분을 살려 나가면 그리 어둡지만은 않을 것으로 본다.

한국만의 장점도 장점이지만, 콘텐츠 순환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게임성이나 퀄리티가 비슷하더라도 국내 개발사 역시 촘촘히 콘텐츠를 구성해서 유저들이 게임에 싫증을 내고 이탈하지 않도록 구조를 잘 짜도 있는 편이다.

우리도 이렇게 고민해서 낸 첫 작품이 '강철의 기사'고, 반응도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해외에서도 아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한국 개발사들도 이런 부분을 좀 더 구조적으로 고도화하면 길이 열릴 것 같다.


Q. 모바일과 PC간의 연동을 노리는 게임들이 차근차근 늘어나는데, 모바일과 PC의 연동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다.

- 음, 연동은 아주 좋은 선택이다. 하지만 모바일은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게임을 하다가도 전화가 오면 전화를 끊을 순 없지 않나. 아직은 게임보다는 통화에 우선순위를 두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모바일과 PC의 실시간 연동 플레이는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리워드 형식이 괜찮은 연동 시스템이라고 본다. 모바일에서 게임을 플레이하고 미션을 달성하면 PC 버전의 게임에서도 혜택을 받는 형태의 연동은 지금의 기술로도 충분히 가능하고 이미 시작하고 있는 게임도 많다.

장르에 따라서 100% 연동이 더 좋은 게임이 있을 수 있겠다. PC-모바일의 100% 연동은 최종 지향점이 아닐까. 일단 전화가 문제다. 전화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서 좀 달라질 것 같다. 태블릿과의 연동은 아주 좋은 것 같다.


Q. 국내 시장 뿐 아니라 올해 해외시장의 결과와 내년의 목표는?

- 중국과 대만, 싱가폴까지 가서 좋은 성과를 냈다고 생각한다. 작년보다 더 다양한 국가에서 좋은 성적을 낸 건 맞는데, 아직 라인업이 많지는 않다. 일단 '강철의 기사'는 근시일 내로 중국에 출시될 예정이다. 현재 CBT를 진행하고 있다. 내년에는 좀 더 많은 라인업들을 구성해 글로벌 시장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볼 생각이다.

액토즈는 빠른 시일내에 중국에 진출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한국의 대형 개발사들이 투자를 받아도 좀 오래 걸리는 현상이 있는데, 우리는 샨다게임즈가 모 회사라 업무 프로세스가 훨씬 빠르다. 다들 진절머리를 치는 중국의 빌링 시스템도 빠르게 적용할 수 있어서 굉장히 편하다. 현지화 부분에서도 세계 각국의 지사가 많아서 원만히 해결되는 편이다.


Q. 액토즈는 그리고 콜라보레이션도 많이 진행하는 편인데, 콜라보레이션에서 어떤 부분을 가장 중심으로 두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 음, 일단 콜라보레이션은 최대한 게임의 세계관을 해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게임의 분위기에 맞는 성우와 일러스트레이터들을 섭외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게임과 잘 어울리는 일러스트를 만들어야 하기에 화풍도 아주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건 게임의 세계관을 절대로 해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내년을 맞이하는 각오를 부탁한다.

- 모바일 시장은 게임 트렌드가 정말 빨리 변화해서 대응하기가 힘들지만, 콘텐츠의 순환이 잘 이루어진 게임들로 내년을 준비하고 있다. 아마 타이틀을 보시면 깜짝 놀라실 것 같다.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게임들을 많이 준비했으니 기대해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