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아웃. 시야가 사라져서 주변을 알아볼 수 없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무엇인가에 집중할 때 혹은 지형지물 등으로 인해 일어난다. 전투기 조종사들이 야간 비행에 바다와 하늘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 개발사 '화이트 아웃'은 이 현상을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에게 전해주고자 이름을 지었다. 그만큼 몰입감 높은 게임을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화이트아웃'은 텐센트가 결성한 캡스톤파트너를 비롯해 3개사로부터 투자를 유치 받아 주목을 받았었다. 한 번의 실패를 경험한 그들이 절치부심하고 만든 모바일 파티액션 RPG '도데카:룬의 기사 (이하 도데카)를 내놓았다. 처음 게임을 보았을 때 사실 그렇게 대단한 게임이 나왔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더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쏟아져 나오는 액션 RPG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경솔하며 오만한 짓이었음을 아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도데카'는 클래스별 영웅과 300여 종의 용병을 이용해 파티를 구성해서 명령을 내리는 과정에서 플레이어에게 자신이 지휘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초점을 맞췄다. 게임 내 모든 요소와 각종 콘텐츠는 '지휘'라는 단어를 향해 정렬해 있다.

▲ 화이트아웃 이해준 프로듀서


파티 액션을 표방하는 액션 RPG는 제법 많았으나 모바일 기기에서 조작감의 한계 등으로 인해 쉽게 표현할 수 없었다. '도데카' 역시 파티 액션의 기치를 드는 순간 어떤 조작방식을 채택해야 할지 어떤 방식으로 액션을 담아낼지에 관한 숱한 고민에 당면해야 했다.

"터치로 명령을 내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 정말 3명을 지휘한다는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색다른 방식이 필요했다. 그래서 고안한 것이 드래그 액션이다. 터치와 드래그를 이용해서 전투를 펼칠 수 있다.

영웅과 용병은 따로 자동전투 탭을 지원해서 용병만 자동으로 움직이게 할 수도 있다. 플레이어가 가장 좋은 환경에서 플레이할 수 있도록 자동 전투를 베이스로 하면서 수동으로도 조작할 수 있게 했다. 기본적인 전투 패턴에서 절묘한 타이밍에 스킬을 사용하거나 명령을 내림으로써 지휘하는 느낌을 받게 했다.

파티 액션을 표현하기 위해 고민한 것은 조작뿐만 아니다. 한 화면에 담을 수 있는 액션과 효과 등도 많은 고민을 통해 나온 산물이다. 처음 개발 단계에서는 전사가 돌격을 해서 몬스터를 날려버리며 정신없이 싸우다 보면 용병들은 화면 밖에 나가 있는 경우가 생기곤 했다. 이래서는 지휘가 아닌 고립이란 느낌밖에 들지 않았다. 스킬과 타격으로 인한 효과를 세세히 조절하며 최적의 값을 찾아냈다. 지금의 '도데카'의 모습처럼 말이다.

파티 액션이 게임의 핵심 차별 요소이므로 상당히 많은 시간을 기울였다. 조작 영역과 각종 계산을 CPU가 꾸준히 연산하기 때문에 발열 문제를 없애기 위해 R&D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지금의 결과물이 마음에 든다."


▲ 광고 문구이긴 한데 확실히 새롭기는 했다.


2년의 개발 시간 동안 1년을 전투와 조작에 공을 들였다. 흐름이 빠른 모바일시장에서 R&D와 더불어 많은 자원과 시간을 투자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소위 '뒤가 없는' 스타트업에게는 더욱 부담될 법도 하다. 그들은 어째서 이렇게 많은 시간을 쏟으며 파티 액션에 무게를 싣었을까.

"그냥 계속 바라만 보는 자동 전투 게임은 너무 지루하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명령을 내리면서 지휘를 하는 맛을 느끼고 싶었고, 손맛을 느끼면서 컨트롤의 쾌감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

온라인 MMORPG를 하면 파티 플레이할 때 간혹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이 나오곤 한다. 마음이 맞지 않는 파티를 만났을 때가 그러하다. 내가 힐러를 하고 있는데 딜러와 탱커는 몬스터와 면담을 하는지 옹기종기 모여있고, 몬스터는 나를 향해 달려온다. 그러면 자신을 지키기 위해 제대로 된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는 했다.

주어진 상황에서 답답하지 않도록 스스로 모든 상황을 컨트롤 하고 던전을 진행하는 맛, 파티를 이끌고 있다는 맛을 모바일 게임에서 느끼게 하고 싶었다. 터치와 드래그를 하면서 정말 손발이 잘 맞는 파티를 꾸리고 있다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 전사가 탱킹하면 화살비가 쏟아지겠군.


'도데카'는 총 12파트로 구성된 PvE(Player vs Environment) 던전을 통해 영웅과 300여 종의 용병을 육성할 수 있으며, 탱딜힐, 탱딜딜 등 전략적으로 영웅과 용병을 구성해 나만의 파티를 만들고, 각성과 진화를 통해 자연스러운 육성을 유도하고 있다. 룬, 배열 등으로 익숙함 속에서 차별화를 이끌어 내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게임 내 영웅과 용병을 육성하고 장비를 강화할수록 더 강력한 몬스터와 싸울 수 있기 때문에 영웅, 용병, 장비를 강화하는 룬시스템은 도데카의 특징이다. 총6 종류가 존재하며 룬의 특성에 따라 원하는 형태의 영웅과 용병으로 성장시켜나갈 수 있다.

"현재 모바일 RPG라 불리는 게임들의 기본은 모두 한곳을 향해 있다. 육성과 수집 그리고 성장이다. 도데카는 이러한 게임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조작을 강화하고 캐릭터의 상태를 이해하고 전략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플레이어를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하루에 한 번 입장할 수 있는 정예 던전의 경우 자동전투를 지원하지 않는다. 캐릭터의 스킬과 현재 상태를 이해하고 던전의 정보를 취합해서 플레이어에게 전략을 수립하게 하고 캐릭터에게 명령을 내려서 지휘의 맛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몬스터들은 다양한 인공지능 패턴을 가지고 있다. 후반부로 갈수록 잘 짜인 전략 수립 없이는 영악해지는 AI를 상대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파티의 리더도 좋은 캐릭터를 뽑아 손쉽게 자동 전투로 스테이지를 클리어해 나가는 느낌과 다르다. 게임을 처음 시작할 때 제공되는 주인공 중에서 하나를 선택, 계속 성장시켜나가는 것이다. 전위와 후위 등의 배치를 통해서 주인공의 특성을 살리는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나의 캐릭터, 스킬, 진행하고 있는 전장의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전황을 유리하게 이끌어 나가야 한다. "





터치와 드래그를 이용한 액션과 게임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전략적인 분기점 등 타게임과 차별화하기 위해 그들이 달려왔던 2년이 얼마나 치열했을지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다. 게임 내부에 상당히 공을 들인 그들의 게임 외형은 어떨까.

'도데카'의 그래픽에 관해서는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게 사실이다. 그래픽 작업을 하면서 선과 면의 깔끔함을 추구하고자 했다. 우리가 가진 역량은 이보다 더 화려하고 멋진 그래픽을 표현할 수 있었으나, 생각했던 깔끔함을 표현하기 위해 절제하는 것이 생각보다 힘들었다.

이는 최적화와도 일맥상통한다. 최적화는 전투만큼이나 신경을 많이 썼다. 직원들에게 '갤럭시2'를 주며 이 기기에서 표현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게 했다. 계획해 놓은 업데이트를 진행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게임이 무거워질 수밖에 없는데, 개발단계에서 고생하며 기반을 가볍게 해놓으면 나중에도 충분히 유저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뿐만 아니라, 보안, 통신 패킷 등 유저들이 직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부분에 정말 열심히 최적화를 진행했다. 이렇게 잘 준비를 해놔서 나중에 해외 시장 진출을 고려할 때 고생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웃음)




"특별한 목표는 세우지 않았다. 훗날 이 게임의 개발과정을 되돌아봤을 때 후회하지 말자는 각오로 만들었다. 모바일 시장에 RPG가 인기를 끌 무렵에는 콘텐츠를 전부 다 준비하지 않고도 일단 출시하고 콘텐츠를 업데이트하는 방식이 통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들이 시간을 통해 쌓아온 콘텐츠와 비슷한 양적, 질적의 콘텐츠를 출시와 동시에 선보여야 유저들의 시선을 끌 수 있다. '도데카'는 그 점에서 자신 있다. 도데카라는 단어 자체가 그리스어로 12를 뜻하는 단어다. 다양성을 가지고서 공략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말하고 싶다.

PvP, GvG, 길드레이드까지 공략과 협동이 필요한 다양한 전투모드는 과거 온라인 RPG에서 경험했던 길드 커뮤니티와 단체 경쟁, 친목 도모 등의 향수를 자극하도록 만들었다. 협업만큼 매력 있는 요소도 없다고 생각한다. 파티 게임의 핵심은 커뮤니티다. 커뮤니티의 강력한 융합을 바탕으로 도데카가 가진 매력이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기억에 남는 게임, 전략성을 가진 게임으로 다른 게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다."




게이머들이 자신들의 게임을 하다 집중해서 몰아의 지경에 다다르게 해주고 싶다는 '화이트아웃'. 직원이 100명이면 4인 가족 기준으로 400명의 가족과 그들의 부모님 등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기업가 정신을 강조한 '화이트아웃'. 그들에게 새로운 출발선에 선 '도데카'를 한 문장으로 설명해달라고 부탁했다.

"생각하는 전투, 지휘하는 맛이 살아있는 게임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영웅과 용병의 스킬을 이해하고 던전의 정보를 숙지해서 어떻게 상황을 풀어나가야 할까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하게끔했다. 본인이 생각한 것을 비로소 실행에 옮겼을 때는 손맛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상황을 전적으로 통제하며 지휘하고 있다는 느낌을 유저가 받는다면 그 것이 '도데카'의 참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