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대기업에 재직 중인 친구와 술 한잔 나눌 기회가 있었다. 잔뜩 꼬인 혀로 "야 나도 너처럼 내가 하고 싶은 일 하며 살고 싶다."라고 징징댔다. 뜯어말렸다. 그런 말을 하는 스타트업이 한두 곳인가. 잘못됐다는 말이 아니라 현실은 생각만큼 녹록지 않다는 거다. 그래서인지 그 친구는 눈 내리는 오늘까지도 아직 회사에 다니고 있다.

도탑전기의 개발자 왕씬원(王信文)은 글로벌 게임사 '텐센트'를 박차고 나오며 "내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 거다!"라고 말했다. 녹록지 않은 현실에서 그가 만든 게임은 중국에서 하루 33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거대 게임이 되었고 국내 시장 연착륙에도 성공했다.

업계는 '도탑전기'에 관해 호평 일색이다. 이토록 칭찬을 받았던 중국 게임이 있나 싶다. GTA가 극한의 자유도를 제공하며 최고의 반열에 올랐다면 '도탑전기'는 극한의 편의 요소를 제공한다. 혹자는 자유도에 지친 유저에게 힐링을 제공하는 한 차원 더 나간 게임 아니겠느냐는 평가를 하기도 한다.

반면 게임을 직접 즐기는 유저의 입장은 나뉜다. 매출이 나오는 것을 보면 많은 이가 즐기고 있다는 방증이겠으나 악마의 BM(business Model)이라고 불리는 과금 모델과 어디선가 봤던 듯한 캐릭터에 관한 불만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한국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가이아모바일 코리아의 권명자 대표와 가이아모바일 본사의 글래비스 양(Glevis. Yang) 부사장과의 대화를 통해 유저들이 궁금해할 '도탑전기'의 예민한 부분을 건드려봤다.


▲가이아모바일 코리아 권명자 대표(좌), 본사의 글래비스 부사장(우)


'도탑전기'는 나오자마자 소위 말하는 대박을 터트렸다. 중국, 대만, 베트남 등지에서 광풍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인상적인 실적을 남겼다. 중국에서 출시됐을 때는 중국어를 모르는 기자조차 플레이해보게 했을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한국 상륙을 앞두고 여러 기우가 오갔지만 2주 만에 7서버까지 오픈하는 모습을 보이며 국내에도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 당장 공개할 수 있는 데이터는 많지 않다. 다들 알다시피 국내 구글플레이 매출 14위, iOS 매출 5위에 올라있다. 그 외에도 네이버 앱스토어나 T스토어 등지에서도 5위 안에 자리 잡고 있다. 누적회원 수는 40만 명이 넘었다. 앞으로도 더 늘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 매출 원동력 - "뽑기에 얽매이지 않고 육성의 재미를 전달"


개발사 리리스의 왕씬원 대표는 한 강연에서 "반은 운이었다."라고 말했지만, 출시 전에 오랜 기간 진행했던 CBT와 회사 구성원들의 창의적인 생각을 바탕으로 재미있는 게임이면서 동시에 고도로 상업화된 작품을 만들어 냈다.

게임의 재미와 사업성과를 동시에 잡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모바일 게임의 부분유료화 시스템은 결제한 후에 받는 재화를 가지고 게임 내의 재화를 구입하는 방식으로 정착됐다. 더 많은 금액을 한 번에 결제할 경우 더 많은 재화를 충전해주는 '보너스' 등은 일종의 호객행위에 가까웠다.

'도탑전기'의 큰 골격도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간단하고 명확한 구조로 되어 있다. 도탑전기의 과금 모델은 크게 월 정액제와 건당 결제로 구분되어 있다. 월정액제는 결제와 동시에 재화를 지급하는 일반적인 방식과 다르게 말 그대로 30일 동안 매일 매일 정해진 젬(Gem)을 지급한다.



이는 유저의 입장과 회사의 입장에서 모두 매력적이다. 유저 입장에서는 건당 결제보다 30일 동안 받는 젬의 양이 많아지고 해당 기간 한 번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상품들과 비교해 부담과 고민 없이 선택할 수 있다. 또한, 과금하지 않는 유저의 입장에서도 조금 늦을 뿐 눈에 보이는 커다란 차이가 없으므로 상대적 박탈감이 덜하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30일간 꾸준히 유저를 접속하게 하는 훌륭한 리텐션(Retention) 전략이기도 하다.

지나친 호객행위를 하는 것보다는 상품 자체를 매력적으로 만들어 유저 스스로 계산하고 합당하다고 판단하게 하는 것이 '도탑전기'의 사업 모델이다. 유저에게 합리적인 소비라는 판단을 들게 하는 것이다. '도탑전기'는 명백하게 유저에게 구입해야 할 상품을 제시한다.

게임이라는 종합 엔터테인먼트를 이야기하면서 상업적인 측면을 부각하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핵심은 유저가 게임에서 재미를 느끼는 데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청계천에서 죽여준다는 감언이설에 속아 구입한 테이프가 알고보면 전원일기여서 분노한 일화가 유명했던 것처럼 아무리 장사를 잘하더라도 물건의 상태가 부실하면 한계가 있듯이 말이다.



"과금 모델이 잘 잡힌 것이 매출 성공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유저들에게 과금을 강제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즐기다가 자연스럽게 과금을 하게 만들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소비가 이루어진다고 판단한다. 출시 전 3개월 동안 CBT를 진행하며 유저들의 피드백을 일일이 판단하고 유저 체험을 분석, 연구해서 균형을 잡았다.

게임을 즐기는 모든 사람이 부담 없이 게임을 즐겼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과금하든 하지 않든 부담 없이 즐기고 가게 하는 것이 게임을 관통하는 원칙이다. VIP 단계가 올라갈 때마다 유저가 체험할 수 있는 새로운 장이 제공되기 때문에 욕을 덜 먹는 것 같다. (웃음)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러한 의도는 성공적으로 검증됐다. 그래서 한국에 그대로 가지고 들어왔다. 한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뽑기 요소 등을 한국 한정으로 추가할 생각은 절대로 없다.





■ 베끼기 논란 - "우리 식으로 재해석한 것"


'도탑전기'를 처음 플레이했을 때 중국 특유의 색이 덜했다. 중국 웹게임으로 대변되는 중국 특유의 맛 말이다.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덜했다. 이는 개인적인 느낌뿐만 아니라 대중적으로도 공감을 얻고 있다.

"개발 단계부터 해외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그래픽에서 '특유의 중국색'이 덜하다. 그래서 한국 유저들의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부가적으로 유저들이 게임 운영이나 서비스 품질을 예쁘게 봐주고 있다. 덕분에 유저들이 만족하고 있는 것 같다. 감사하다.

중국 게임이라는 인식 말고도 처음에 이 게임을 플레이하기 께름칙한 부분이 있다. 바로 어디선가 봤던 듯한 캐릭터와 아이템이다.

"민감한 문제다. (웃음) 블리자드와 스팀간의 분쟁도 있었고... 그런데 우리는 단순히 베낀 것만은 아니다. 개발 과정에서 우리의 색을 씌웠다. 작업한 디자이너나 아트의 이해에 따라서 카툰스럽게 재해석 한 것이다. 중국에서는 '도탑전기'가 하나의 저작물로 등록되어 있다. 도탑전기가 독립된 하나의 상품이란 이야기다. 유저들이 이런 부분에 신경 쓰지 않고 즐겁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극한의 편의 시스템 - "빠르고 편하게 모든 콘텐츠를 접하게..."


'도탑전기'의 중국 퍼블리싱을 담당한 롱투게임즈의 양성휘 대표는 "과거 중국 모바일 게임은 클라이언트 중심의 온라인 RPG가 주를 이뤄 모바일만의 색다른 콘텐츠나 다양성이 없었다. 하지만 도탑전기는 모바일 화면에서 이용자들이 최대한 편하게 즐길 수 있게 한 것이 성공 요인이 됐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도탑전기'는 다양한 영웅를 수집해 육성할 수 있다. 총 6개의 영웅 아이템 창을 채우면 승급할 수 있다. 또한, 영혼석을 수집해 진화할 수도 있고 각 단계에 따라 고유 스킬의 강화도 가능해 다양한 전략을 펼칠 수 있다. 이 모든 강화 방식은 기존의 모바일 게임과 같은 확률형에서 탈피해 일정 조건을 충족만 시키면 가능하다.



확률 스트레스가 없다는 것은 편하다는 이야기와 상통한다. 게다가 '소탕권' 등을 제공해서 빠르고 편하게 강해지고자 하는 유저의 욕구를 반영했다. 하지만 빠르게 콘텐츠를 소모할수록 게임의 수명은 빠르게 단축된다. 즐길 콘텐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나 콘텐츠 소모 속도가 남다른 국내 유저라면 더욱 말이다.

"여러 편의 시스템을 넣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유저들이 영웅을 빨리 육성해서 최고 단계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하고 싶어서다.

한국 유저의 콘텐츠 소모 속도가 빠른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 꽤 오래 서비스해서 아직 한국에 업데이트되지 않은 콘텐츠가 많다. 게다가 지금도 불철주야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개발과 아이디어 회의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어서 오히려 유저들이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속도를 따라오지 못할까 걱정된다. (웃음)




■ 향후 계획 - "한국의 국민게임이 됐으면 좋겠다"


한국에 상륙한 지 2주일. 3일에 한 번꼴로 서버를 추가한 '도탑전기'는 유동적인 전투 시스템과 방대한 콘텐츠 그리고 균형 잡힌 사업모델로 한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 시장에서의 향후 계획에 대해 물었다.

"한국만의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원체 서비스하고 있는 국가가 많고 상위권에 다 들어있기 때문에 최우선 순위로 작업하기는 힘들 것 같다.

다만 콘텐츠 업데이트를 열심히 하겠다. 12월 중에는 블루투스를 통해 친구와 PvP를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을 업데이트한다. 이 밖에도 하드코어한 유저들이 즐길 수 있게 많은 부분을 선보일 예정이다.

현재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오프라인 마케팅뿐만 아니라 온라인 마케팅도 계속해서 확장해 갈 생각이다. 여러 나라에서 마케팅하며 쌓은 노하우와 축적된 경험을 가지고 유저들에게 최선의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

향후 한국 유저들의 콘텐츠 소진 속도에 따라 시스템과 영웅등을 업데이트해서 유저 체험을 높일 예정이다. 개발부서, 서비스 부서, 마케팅 부서 모두 열심히 해서 한국 국민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게임으로 거듭나고 싶다. 지속적인 사랑과 관심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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