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게이머를 꿈꾸던 아마추어 시절. 아마 대부분 선수들이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는 마음보단 게임이 재밌고 즐거워서 시작한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들 중 대다수가 게임이 취미가 아닌 일이 되면서 즐기지 못하게 되고, 점점 기계적인 게임을 하게 된다.

스스로 재밌고 좋아했던 게임이 일로 바뀌면서 극도의 스트레스로 다가오고 재미를 느끼지 못하게 되는 선수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다. 그만큼 프로게이머에게 게임을 계속할 수 있는 '동기부여'는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많은 선수들은 그 동기부여를 팬들, 우승이나 승리를 했을 때 짜릿함 등 각자 찾는 방식이 다르다. 하지만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 했던가? 데뷔 5년 차 프로게이머지만 아직도 여전히 게임이 즐거운 선수가 있다.

바로 요이 플레시 울브즈(Yoe Flash Wolves) 소속 프로게이머 'Leenock' 이동녕이다.



Q. '동녕이 형님'을 만나뵙게 되어 영광이다. 먼저 간단히 인사 부탁한다.

조추첨식을 통해 나이에 상관없이 형님으로 거듭난 것 같다(웃음). 대만팀인 요이 플레시 울브즈에서 활동하고 있는 빠른 95년생 이동녕이라고 한다. 이런 인터뷰가 굉장히 오랜만이라 떨린다.


Q. 굉장히 어린 나이에 프로게이머를 꿈꿨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릴 때부터 게임을 굉장히 좋아했고, 스타1 당시 결승 무대를 보면 정말 재밌어 보였다. 그래서 막연하게 '나도 저런 무대에 서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임요환 선수를 보고 그런 생각을 했는데 종족은 저그가 맞더라.


Q. 아이러니하다(웃음). 이동녕이 생각하는 저그의 매력이란?

본능. 쉬지 않고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것?


Q. FXO시절 개인리그 준우승, GSTL 2회 우승 등 최고의 시절을 보낸 것 같다. 당시 상황을 회상해보면?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정말 재밌었다. 게임도 재밌고, 게임 외적으로 생활하는 부분에서도 정말 좋았다. 하루하루가 시트콤 같았다(웃음). 가족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다 보니 자연스레 서로 연습도 열심히 했고, 그래서 좋은 결과가 따라온 것 같다.


Q. 지금도 FXO 선수들과 연락하며 지내고 있나?

당연하다. FXO 단체 카톡방이 있어서 꾸준히 소식을 듣는다. (이)대진이 형, (이)인수 형, (김)찬민 이형 등 대부분이 군대에 있지만, 휴가를 나오는 날이면 (이)형섭이 형을 중심으로 똘똘 뭉치곤 한다.



Q. 2014년 초부터 대만 팀인 요이 플레시 울브즈(Yoe Flash Wolves)로 이적했다. 대만행을 결심한 이유는?

2013년에 스폰서가 없어지면서 분위기도 점차 흐려지고 연습보다 노는 시간이 늘어난 것 같다. 그러다 '이러면 안 되겠다'싶어서 다시 게임을 열심히 해보려 했는데 잘 안 되더라(웃음). 그래서 성적도 떨어졌다. 그러던 찰나 팀에서 먼저 제의가 와서 대만행을 결심하게 됐다.


Q. 실력을 쌓기 위해서라면 국내 팀이 더 낫지 않았을까?

연습 환경이나 상대도 중요하지만 대회 경험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요이에서는 해외 대회를 많이 보내주는 조건이 있었다. 대만에 1년 정도 있었는데, 의사소통은 영어로 하고, 큰 어려움은 없지만 아직도 대만 음식은 적응이 잘 되지 않는다(웃음).


Q. 혹시 대만의 맞지 않는 음식들이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됐나?

음.. 부정하진 않겠다(웃음). 그러나 운동도 병행했다는 사실은 꼭 말하고 싶다.


Q. 대만에서의 생활이 궁금하다.

정말 기계처럼 연습한다. 해외팀이라고 자유롭다고 생각하시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국내 팀들처럼 엄청 체계적인 스케쥴은 아니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한국 선수들은 연습 시간 외에 따로 할 게 없다(웃음). 그래서 초원이 형과 함께 자유 시간에도 자체적으로 연습을 하고 있다. 가끔 씩 외출을 하기도 한다. 생각보다 대만인 친구들을 많이 사귀어서 함께 영화를 보러 간 적도 있다.



Q. 대만에서 있었던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나?

숙소와 연습실의 거리가 먼 편인데, 초원이 형과 보통 새벽에 퇴근한다. 대만에는 길거리에 개들이 엄청 많은데, 굉장히 사납다. 크기도 상상 이상이다. 그런 개들이 한 마리가 아니라 무리를 형성해 돌아다닌다. 어느 날, 개들 무리 중에 까맣고 가장 큰 개가 우두머리인데, 나와 초원이 형을 뚫어질 듯한 기세로 쳐다보더라. 너무 무서워서 둘 다 줄행랑을 쳤다(웃음).


Q. 우리가 원하던 대답이 아니다. 돌직구로 묻겠다. 대만 여자들에게 굉장히 인기가 많다고 들었는데?

어디서 그런 소문이 퍼졌는지 모르겠다(웃음). 과장된 부분이 있지만 실제로 대만 여자분들에게 번호를 세 번이나 따였다. 그 뒤로 문자로 서로 안부도 묻고 몇 번 만난 사람도 있지만, 내가 한국을 자주 다녀오다 보니 연락이 항상 끊기더라. 지금은 연락하지 않는다.


Q. 강초원 선수는 대만 여자에게 번호를 따인적이 없나?

초원이 형은 밖을 나가지 않는다(웃음).


Q. SNS를 통해 재밌는 일상 사진을 올리며 팬들과 소통하고 있는데,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개인적으로 해리포터가 제일 인상적이었다.

팬들과 소통을 목적으로 시작했던 건 아니다. 한 번은 친한 친구가 군입대를 앞두고 대만에 놀러 왔다. 친구가 마지막 추억을 남기자는 부탁으로 특히 재밌는 사진들을 많이 올렸는데, 팬들이 좋아해 주시더라.

▲ Expecto Patronum~~!!


Q. 야구선수 류현진과 닮은 꼴로 떠오르고 있는데 본인의 생각은?

가끔씩 비교하는 사진을 보면 깜짝 놀란다. 예전에 무릎팍 도사에 류현진 선수가 나왔는데, 어머니가 문자로 무릎팍도사에 내가 나온다고 했던 기억이 있다(웃음).


Q. 조추첨식에서 하재상의 부탁을 들어주며 대인배 이미지를 얻었다. 평소에도 그런 모습인가?

사실 거절을 잘 못 하는 편이다. 원래 A조에서 서성민 선수랑 제일 친하긴 하지만, 하재상 선수가 아쉽게 떨어져서 정말 아쉬웠다.


Q. 이후 하재상 선수와 친분이 생겼나?

그래도 그날 이후로 연락처도 교환하고 하재상 선수가 계속 뭐 드시고 싶은 게 없냐고 하시더라. 그래서 그냥 '나중에 음료수나 하나 사달라'고 말했는데 프로리그 때 대기실에 음료수를 우리팀 인원수만큼 사오셨더라. 하재상 선수가 대인배 같다.


Q. 2010년 GSL 오픈 시즌부터 2015년 네이버 스타리그까지 꾸준히 롱런할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인가?

어린 나이에 시작했던 것도 있고, 연습할 때는 스스로 생각해도 정말 열심히 했다고 자부한다. 연습만 열심히 하면 누구나 롱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저그는 전략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힘든데, 현재 유일한 전략형 저그 같다. 스타일의 변화가 생긴 것인가?

사실 예전부터 전략적인 스타일이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무난한 운영이 더 좋아 보였다. 그래도 태생이 전략적인 스타일이라 다시 그 모습이 나오는 것 같다. 그리고 네이버 스타리그 16강 당시 서성민 선수와 만발의 정원에서 6시 선 부화장은 즉흥적인 전략이었다. 서성민 선수 탐사정이 내 앞마당만 보고 황금 광물로 가더라. 정말 짜릿했다.



Q. 최근 프로토스전 10전 9승 1패로 엄청난 승률을 보유 중이다. 원래 토스전이 약점이었는데?

스타크래프트2라는 게임은 올인을 막는 법이 정말 중요하다. 특히 프로토스 올인이 강력한데, 예전에는 잘 막지 못했다. 그런데 팀에 초원이 형과 이삭이가 있다 보니 막는 법을 조금 터득했다.


Q. 개인리그 우승을 차지한 지 2년이나 지났다. 이번 네이버 스타리그가 욕심날 것 같다.

굉장히 욕심이 난다. 마지막 우승이 지난 2013년 스웨덴에서 열린 드램핵 섬머였다. 결승 무대를 꼭 다시 올라가 보고 싶다. 대부분 프로게이머가 그렇겠지만 우승컵이나 트로피를 들어 올릴 때 짜릿함이 프로게이머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가장 큰 동기부여다.


Q. 스타테일과 함께 연합으로 프로리그에 참가 중이다. 프로리그에서도 전승을 거두고 있는데, 이승현과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지?

연합이긴 하지만 나는 숙소에서 생활하지 않고 집에 있어서 큰 시너지는 없다.


Q. 그럼 집에서 평소 연습은 어떻게 하나?

집에서는 잠만 잔다. 연습은 근처 PC방에서 한다. 가끔 심심할 때가 있는데, 옆자리 손님이 하는 게임을 구경하면 괜찮아진다(웃음). PC방 연습의 단점은 요즘 어린 학생들의 입이 너무 거칠어져서 신경 쓰인다.


Q. PC방에서 연습하는 프로게이머, 뭔가 독특하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항상 응원해주시는 팬분들에게 감사드리고, 요즘 기세가 좋아서 게임이 잘 풀리고 있는데 이 기세를 네이버 스타리그 우승까지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