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좋아하지만, 게임사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시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나도 요즘 들어 많이 생각하는 부분이다. 작년 지스타를 방문했는데 유저들이 줄을 쫙 서있는 걸 보고 충격을 먹었다. 내가 저들만큼 게임을 사랑하는지, 애정이 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되더라. 솔직히 없는 것 같다. 저사람들처럼, 저렇게 긴 줄을 서서 게임 구경할 자신이 없었다. 어디가서 회나 먹었겠지. 그런데 유저들은 게임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줄을 서고 있었던 거다.

게임산업이 왜 이렇게 코너에 몰렸을까. 초심을 잃었기 때문 아닐까. 예전에는 그저 좋아해서 왔는데, 게임 만들고 서비스 하다보니 그저 자신에게 돈을 버는 수단이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게임인재단에 '게임인'이라는 단어를 쓴 것은 영화인, 음악인이 부러워서였다. 그리고 예전에 그 쪽 분야 사람들 보면서 스스로 부끄러웠다. 영화인, 음악인 만나 보면 그 사람들이 정말 영화, 그리고 음악이 좋아서 그 일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인'이라고 부를 수 있었던 것은 그 문화 콘텐츠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설령 돈이 되지 않더라도 계속 그 마음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도 지스타로 인해 알게 됐다. 솔직히 좀 찔렸지. 정말 배고파도 이 일 계속할 수 있을까. 게임으로 돈을 버니까 유저였을 때 그 감정을 다 잊게 된 거다. 그저 돈을 버는 수단, 진심이 없는, 영화인과 음악인하고 비교해서 애정이 부족한, 그래서 지금 게임업계에 위기가 온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 게임인재단 남궁훈 이사장





지난 1월 6일 게임인재단에서 시작한 '나도 게임인 입니다! 겜밍아웃 캠페인'이 각계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게임산업 종사자뿐 만이 아닌, 정치 연예 및 문화예술 각 분야에서 참여자가 속속 등장했죠.

'겜밍아웃'과 '게임인'은 같은 속사정을 가진 단어입니다. 게임인이라는 말을 검토한 남궁훈 이사장은 "영화업계 종사자들이 '영화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 자극을 받았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게임업계는 국내 어떤 엔터테인먼트 분야보다도 높은 가능성을 품었고 또 실적으로 드러내고 있지만, 정작 업계 관계자들을 보는 사회적 시선은 싸늘한 편입니다. '게임인'은 업계 종사자들이 보다 당당하게 자신의 직업을 밝힐 수 있는 분위기가 구축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탄생했습니다. 대중 앞에서 자신이 성 소수자임을 솔직하게 밝히는 '커밍아웃'과 유사한 '겜밍아웃'이란 단어 역시 같은 맥락으로 해석해볼 수 있겠지요.

'나도 게임인 입니다! 겜밍아웃 캠페인'은 앞으로 약 1년 간 진행될 계획입니다. 게임산업협회 기자연구모임은 금일(30일), 각계 각층의 '겜밍아웃'을 이끌고 있는 남궁훈 이사장을 만나 지금까지 이뤄낸 성과 및 업계를 바라보는 솔직한 심정을 물었습니다.






■ 게임인재단의 활동을 돌이켜보며.

지금 게임 시장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 '되는 곳만 되겠구나'였다. 퍼블리싱 구조로 갈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개발사에게 남는 것이 없다. 퍼블리셔에게 선택받는 거라도 감사하게 되는 상황이 올 거다. 선택받지 못하면 결국 게임은 꽃피워보지도 못한다. 유저들에게 제대로 평가받을 기회조차 없어진다는 뜻이다.

게임이라는 게 그렇다. 첫 작품이 대박나기보다는 한 번 정도 실패를 딛고 그 다음에 좋은 작품이 나올 확률이 높다. 즉, 첫 작품이 대박까진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다음 작품을 내놓을 수 있도록 기회는 주어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힘내라 게임인상'을 기획하게 된 이유가 그 것이다.

어느덧 9회 차를 앞두고 있는 게임인상을 돌이켜보면, 다행히 모바일 게임업계에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것 같다. 간단한 출품 과정, 그리고 선정되더라도 '어디 퍼블리셔와 계약해야 한다' 같은 제약이 없으니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처음에는 이 상을 1년 정도 제공하면, 알아서 시장에서 자생하리라 생각했는데 아직 그 단계까지는 오지 못했다. 작년에 7억 원 정도 썼는데 누적 기부금으로 돌아온 것은 5천만 원 정도다. 아직은 가야할 길이 멀다고 본다.

게임은 분명 긍정적인 면도 많은데, 사회적인 인식은 좋지 않은게 현실이다. 게임업계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알리고 해야 하는데 그런 면이 부족했다고 본다. 지하철에서 보건복지부 광고 봤나. 그런게 나오고 있는데 게임업계는 왜 반발을 하지 않는 걸까. 문화적, 경제적으로 게임산업이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부분을 왜 어필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나도 지금껏 속으로 남 탓만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해보자'라는 생각에 '겜밍아웃' 프로젝트를 준비하게 됐다. 게임의 긍정적인 요소를 알리는 영상도 만들었다.

영상은 총 3개를 내보낼 계획이고, 첫 작품은 이미 공개되었다. 그리고 4:33의 도움을 받아 상금 1천만 원을 걸고 관련 UCC 행사도 진행 중이다. UCC 수상자는 4:33 입사 지원시 1차 면접 패스를 비롯해 다양한 혜택을 받게 된다.


■ 게임업계가 먼저 나서야만 했다.

택시기사가 대기하면서 스마트폰으로 게임하고, 시장의 노점상 아주머니도 모바일 게임 하는 시대다. 이런 변화가 일어난지 벌써 몇 년이 됐다.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변화는 지금 법 만드시는 분들도 전혀 상상하지 못할 거다.

법안이 미래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고, 지금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미래를 모르는 게 과연 이 사람들 책임일까?'라고 생각해보니 그것도 아니다. 이 사람들이 게임의 미래를 알기 어려운 것은 당연한 거다.

게임산업의 미래는 업계 종사자가 먼저 알려야만 했다. 게이미피케이션 통해서 게임이 삶의 일부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것은 피할 수 없는 미래라는 걸 우리 게임업계 사람들이 알렸어야 했다. 특히, 게임을 모르면 취직하기도 힘들 거라는 걸 강조해야 됐다. 예전에는 하는 사람만 하는게 인터넷이었지만, 요즘은 젊은 사람이 인터넷 모르면 어떻게 취직을 하나. 개인적으로 미래의 게임은 다른 산업의 근간이 될 것이라 본다. 자동차, 레저 등 도입될 요소는 무궁무진하다. 가까운 미래에서는 수학, 영어보다 게임을 잘하는 게 취업에 더 유리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 게임은 지금의 인터넷과 같은 위치로 올라오리라 본다.


■ 올해 게임인재단은 '게임산업 케어'에 집중할 것.

작년에는 중소 게임사 케어하는 데 집중했다면, 올해는 게임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을 해 볼 생각이다. 큰 예산이 들지 않는다면, 아이디어와 노력에 의해 할 수 있다면 조금씩 풀어보려 한다. 우리는 공격을 해 본 적이 없기에 무기도 별로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장을 풀어서는 안 된다.

비무장 상태에서 신의진 의원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으면 '그래. 그렇지. 그런 면이 있긴 해.'라는 생각도 든다. 진실과는 거리가 있더라도 계속 듣다 보면 어느새 설득되지 않나. 또, 신의진 의원이 의료 관련업계에서 일했던 경력이 있으니만큼, 전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만 하는 것은 아닐 거다. 게임업계에서 나름 오래 있었던 나도 그렇게 흔들리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겠나. 이를 대비하려면 논리적인 무장이 필수다. 그래야 스스로 방어할 수 있다.


■ '나는 게임인입니다' 영상에 대해.

게임이 진짜 좋은 게 맞나? 라는 자문을 해 봤다. 미래를 본다면 좋은 게 맞다. 현재도 좋지만 미래에 그 가능성이 더 크게 펼쳐지리라 생각한다. 그런 메세지를 담은 영상이다. 게임이 문화인에게, 경제인에게 그리고 미래인들을 위해서도 무척 긍정적인 콘텐츠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3부작으로 만든 거고, 각 카테고리에 맞춰 주제를 나눴다.

미래인은 이른바 게이미피케이션이 생활화 된 사람을 말한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 자전거를 타더라도 게이미피케이션 앱을 이용하면 다양한 재미를 더할 수 있다. 가령, 오늘 여의도에서 잠실까지 제일 빨리 달린 사람이 누구인지 보고, 주간 월간 단위로도 보고. 어떤 녀석에게 기록이 추월당했다면 알림이 뜨고. 그 사람 기록 불러와서 앱 안에서 경쟁하는 거지. 그게 미래의 게임이라는 거다. 삶의 일부분으로 게임이 들어온다는 의미다.

영상을 본 몇몇 초등학생이 '그래, 게임은 좋은거야. 게임해도 돼. 게임은 문화이고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거야.'라고 반응을 했다. 사회적 분위기 속에 누적된 죄의식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거다. 기뻐하는 모습을 게시판에서 보고 무척 뿌듯했다. 게임을 제공하는 사람이라면, 유저가 게임을 즐기면서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서는 안 되지 않나.

▲ "게임을 하는 유저들을 부끄럽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 '겜밍아웃'으로 이루고 싶은 것.

성경에는 10계명이 있다. 딱 10개로 정리된 거다. 나도 게임이 왜 좋은지를 명확하게 정리하고 싶다. 한 목소리로 이야기할 수 있는, '이래서 좋고 저래서 좋다'라는 지표를 만들고 싶다.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노래가 대중화되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독도가 한국 땅이라는 인식이 문화적으로 형성된 것 아닌가. 나 역시 보다 대중적이면서도 명확하게 정리해서 많은 게임인들이 정신적으로 무장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우선, '나도 게임인이다' UCC 콘테스트는 4:33에서 지원해주기로 했고, 온게임넷에서도 부담가지 않는 한도 내에서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힘내라 게임인상 역시 꾸준히 진행할 계획이다.


■ 게임사 대표 '남궁훈'과 재단 이사장 '남궁훈'

회사에서 일을 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스타일이다. 성격도 급해서 주위 사람들까지 피곤하게 만들곤 했다. 위메이드 거쳐갔던 사람 중 아마 내가 가장 악명이 높았을 거다.

재단 하면서 마음은 굉장히 편해졌다. 위메이드 있을 때와 비교하면 성격도 많이 유해졌다. 이제는 욕도 거의 안한다.(웃음) 위메이드 있을 때는 게임의 버튼 위치, 크기, 모양까지 하나하나 다 따져 묻곤 했는데, 지금은 게임산업 전체를 한 발짝 뒤에서 바라보는 위치다. 장기나 바둑 둘 때 훈수 두는 느낌이랄까. 업계가 더 잘 보이더라. 게임인상 출품하면서 매번 바뀌는 트랜드도 잘 볼 수 있게 됐고... 아무튼, 산업에 대한 시각이 쌓이는 것 같다. 정신적으로도 굉장히 많이 치유되었다고 생각한다.


■ 유저에게, 그리고 업계 관계자에게 하고싶은 말.

게임업계 사람이 가장 먼저 품어야 할 대상은 유저층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게 쉽지가 않다. 지금의 게임사는 유저들의 적과 같은 이미지다. '우리 돈을 빼앗아가는 회사' 느낌이랄까. '재밌는 콘텐츠를 만들어서 우리에게 선보이는 회사'라는 이미지는 거의 사라졌다.

미국의 게임사 GM은 자기 사진과 프로필을 웹 상에 공개한다. 그리고 정말로 GM 팬클럽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GM은 아무도 그렇게 할 수 없다. 게임에서 사고 터지면 욕 대신 먹는 사람이 GM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회사도 유저를 제대로 모시지 못하고 있는, 그런 측면이 분명 있는 것 같다. 유저들을 지원군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되고 있다.

게임인이라고 한 데는 그런 이유도 있다. 유저들에게도 이야기 하는 거다. '우리 같은 게임인이잖아', '모두 게임 사랑하는 사람이잖아. 그러니까 같이 하자'라는 느낌. 하지만 대놓고 이야기하기는 좀 그렇기에 '게임인'이라는 표현을 쓰게 됐다. 처음에는 유저들도 받아들이기 어려울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을 우리 편으로 흡수하려는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된다. 유저와 업계가 서로 상호작용하고 이해하는 문화가 조성되었으면 한다.

또, 지금도 어렵게 게임 개발하시는 분들이 있다. 그 분들에게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게임 개발하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게 스스로 행복한 겁니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당신은 이미 돈 벌어본 적 있으니 그런 말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반문하면... 솔직히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나도 지스타 일을 계기로 반성을 정말 많이 했고, 초심으로 돌아가려 노력 중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