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개발자들이 선정하는 최고의 게임을 가리는 'GDC어워드'가 개최되었다. 수 많은 게임들이 저마다 상을 탔지만, 이날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바로 '어스투게임즈(USTWOGames)'가 제작한 퍼즐요소과 미학이 공존하는 모바일 게임 '모뉴먼트 밸리(Monument Valley)'이다. 장르는 퍼즐이지만, 단순한 퍼즐게임과는 분명히 다르다. 착시효과와 기하학적 구조를 통해 만들어진 퍼즐은 상식을 파괴했다.

GDC어워드에서 '모뉴먼트 밸리'는 베스트 혁신과 베스트 비주얼 아트, 베스트 모바일 부문까지 수상하면서 3관왕을 달성했다.

그럴만 했다. 모뉴먼트 밸리는 출시 당일인 작년 4월 3일에도 개성짙은 아트와 아름다운 음악 등으로 전세계 유저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으며 하루 수익 145,530달러(한화 약 1억 6천만 원)을 거두기도 했으니깐.

지난 1월에 어스투게임즈는 자사의 블로그를 통해 '모뉴먼트 밸리'가 그동안 총 2,440,076건의 판매고를 올렸으며, 약 5,858,625달러(한화 약 63억 1,400만 원)의 매출을 거두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인디게임으로써 유료게임으로써 흔치 않은 대단한 기록이다.

게임성에 대한 검증은 물론이며 흥행에도 성공하면서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은 '모뉴먼트 밸리'. 어젯밤의 뜨거운 열기를 만든 장본인이어서일까? 발표 시작시간 30분 전에 도착했지만 이미 강연장으로 들어가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USTWO게임즈의 '켄 웡(KEN WONG)'리드 디자이너는 금일(5일) '모뉴먼트 밸리의 아트(The Art of Monument Valley)''라는 주제로 게임 내 아트 제작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갔다.

▲ USTWO게임즈의 '켄 웡(KEN WONG)'리드 디자이너

게임의 어떠한 부분보다도 '모뉴먼트 밸리'에서 돋보이는 점은 비현실적인 구조와 세계의 건축양식을 본 따 만든 '배경아트'였다. 퍼즐적 요소와 더불어 지형학적으로 비현실적인 구조를 엮음으로써 '모뉴멘트 밸리'는 독자적인 스타일의 아트를 구현했다. 나아가 중동 지역의 건축양식과 일본풍의 꽃무늬 배열 등이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모뉴먼트 밸리'의 비주얼은 단순한 배경에 그치지 않는다. 실질적인 게임 플레이와 깊은 연관이 있으며, 스토리와도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플레이어들은 게임을 하면서 아름다운 색감의 배경과 독특한 구조의 지형을 동시에 접하면서 색다른 게임 플레이를 경험할 수 있다.

"사실 저는 아티스트가 될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20살에서 21살 때는 보시는 바와 같이 추상적인 그림을 많이 그렸어요. 그게 좋았거든요. 이후에 '앨리스 매드니스 리턴'에서 컨셉 아트를 만드는 디렉로 활동하면서 본격적으로 게임 아트 디렉터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켄 웡' 디자이너의 취미는 세계 각국을 여행다니면서 특색있는 건축물을 감상하는 것이다. 그래서 건축물을 구경할 때마다 이를 게임 속에 녹일 수 있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고자 했고, 문득 이와 자신이 관찰해 온 건축물과 연관된 컨셉 아트를 그리게 된다.

[▲ '켄 웡' 디자이너가 20살에 그린 스케치 및 그림]


[▲ '모뉴먼트 밸리'의 첫 컨셉 아트]

배경제작을 위해 그는 스페인과 러시아, 모로코, 파키스탄, 인도, 이란, 아프가니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의 건축 양식을 활용했다. 실제 존재하는 건축 스타일을 그대로 게임 내에 적용했다. 그 외에도 캐릭터 디자인과 레벨 디자인이 훌륭한 'The Fall'이라는 영화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하지만 각국의 개성있는 건축 양식과 퍼즐을 조합하는 것만으로는 무언가 2% 부족했다. 이에 그는 '불가능'을 새로운 게임 요소로 도입했다. 그 결과 컨셉 자체는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실제 물리적인 부분과 '불가능'을 나타내는 요소를 하나의 맵으로 엮기란 쉽지 않았다.

컨셉을 해치지 않으면서 개발 코스트가 적게 드는 방법을 모색한 결과, 그들은 '특정 구조를 만들고 카메라 앵글을 바꿔서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법한 지형'으로 구현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또 하나의 난관으로는 '태블릿 기기에서의 플레이'라는 점이었다. 폰으로 게임을 돌릴 경우 스크린이 작아서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으로 개발진은 많은 고민을 했다고. 그러나 테스트 결과 기기가 작은 덕분에 플레이어들이 게임에 오히려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고 한다.

'모뉴먼트 밸리'의 건물은 화이트박스(WHITEBOX)로 먼저 설계가 되었다. 미로를 표현하는 각 부분들을 블럭 단위로 쪼갰고, 이를 조합하면서 불필요한 요소에 대해서는 과감히 생략되었다. 파트별로 쪼개서 디자인을 한 뒤 색감과 라이팅, 디자인 등을 입혀 최종 버전으로 출시됐다.

모든 작업을 끝마친 뒤에는 최적화를 위해 각각의 게임 오브젝트가 하나로 합쳐서 완성되었다. 일련의 과정이 모두 가능했던 것은 "'모뉴먼트 밸리'를 유니티 엔진으로 개발했기 때문"이라고 그는 언급했다.



게임 속 미로를 살펴보면 각 부분마다 유의미한 색이 입혀져 있다. 이는 우연의 일치로 혹은 '그냥 그 색으로 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햇빛을 받는 정도를 고려한 결과다. 물론 색상은 각 스테이지의 특성에 따라 다르다.

가령 가장 밝게 비춰지는 부분을 노란색, 옆 면을 연한 고동색, 햇빛이 비추는 방향의 정반대 면을 파란색으로 표현하면서 명암을 표현했다. 어떠한 곳은 연한 분홍색과 핫핑크, 보라색으로 삼 면을 구분하기도 했다.

"저희 개발팀은 유저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하고자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5분에서 10분 정도의 플레이 타임 동안 하나의 스테이지를 마칠 수 있도록 했으며, 클리어했을 때 플레이어들이 감동을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 했습니다"




발표를 마무리 하며 '켄 웡' 디자이너는 "최근 비디오 게임에서는 극도로 보수적인 미학을 따라가는 성향이 있다"며, "미학적인 부분은 프리마켓과 같이 서로 간에 자유롭게 공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게임의 메카닉적인 요소보다 미학적인 부분에 비중을 싣고 개발한다면 비게이머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견해이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VR에 대해서도 "앞으로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미학적인 부분이 더욱 강조될 것"이라며 게임의 미학에 대해 다시 한번 강조했다.

초반 출시버전에서 콘텐츠 볼륨이 다소 적다는 유저들의 반응에 'Forgotten Shore'와 'IDA's DREAM' 등 두 개의 추가 콘텐츠를 출시한 어스투게임즈. 게임 미학에 대한 강한 열정과 유저 피드백에 대한 즉각적인 대처 자세는 앞으로의 어스투게임즈 행보를 주목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