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만물의 영장인 이유는 다른 생물보다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말을 통해 실체화되지 않은 생각과 감정을 전달하고 공유할 수 있어 전승과 발전이 가능했다. 반면, 말은 화를 불러오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선조들은 필요에 따라서는 침묵하는 것을 정신적 성숙도 판단의 기준으로 삼기도 했다.

요즘은 과거보다 말이 더 중요해졌다. 자기 생각을 전파하고 동의를 구하는 방법으로서의 가치가 더 커졌기 때문이다. 덕분에 말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 올바른 태도로 말을 이어나갈 때 말이 생명력을 가진다는 대전제는 변함 없지만, 현란한 단어로 현혹하거나 밑도 끝도 없이 부풀린 말들이 너무나 많이 생겨났다. 그래서 우리는 위장된 언어를 경계할 수밖에 없다.

애플, 구글 양대 마켓 1위에 오르며 이슈의 중심에 서 있는 '레이븐'을 둘러싼 말들이 참 많다. 극찬부터 혹평까지 너무나 다양해 열거도 하기 힘들 정도로 말이다. '레이븐'의 개발사 '에스티플레이'의 유석호 대표는 이러한 상황에 오히려 담담했다.

그리고 '레이븐'을 바라보는 일반적인 시선을 완전히 뒤집는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현혹을 위한 말이라는 생각은 안 들었다. 진지했다. 다만 일반적인 시선과는 상반되는 의견들이었기 때문에 오해의 소지를 최대한 줄이고자 일문답 형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한다.

▲ 에스티플레이 유석호 대표


양대 마켓 매출 1위 달성 축하한다. 회사 전체가 축제 분위기인 거 같다.

처음에 1위에 올랐을 때는 감이 안 왔다. 아직도 얼떨떨하다. 주위에서 쿠폰 달라고 요청할 때 조금 체감하고 있기는 하지만, 1~2년 앞도 내다보고 있는 게임이기 때문에 초반 성적에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하겠다.


새벽에 갑작스레 출시해 놀란 사람이 많았다.

갑작스럽게 출시한 것은 아니다. 원래 그 주에 출시하겠다고 내부적으로 방침을 세워두고 있었다. 이미 모든 상황이 준비된 가운데서 iOS 버전의 검수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수요일 새벽에 검수를 통과했다. 그래서 출시하게 된 거다. 항간에 떠도는 급하게 출시했다는 말은 사실과는 좀 다르다.


급하게 내느라 타격감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많았는데.

타격감이 좋다는 사람도 있고, 나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개인적인 성향 차이라고 생각한다. 타격감을 표현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크게 끊어치느냐와 밀어치느냐로 나눌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레이븐'의 타격은 밀어치는 느낌이다. 밀어치는 것이 자동전투에 더 알맞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투를 편하게 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유저들의 게임 사용 시간을 분석해보면 자동 전투를 이용해 90% 정도 게임을 진행한다. 그리고 편하고 여유로운 시간에 자동 전투로 깨지 못한 나머지 스테이지를 수동으로 플레이한다. 때문에 자동 전투에 맞게 편하게 보는 게임을 구현하기 위해 밀어치는 느낌의 타격감을 선택했다.

좀 더 자연스럽고 구경하는 맛을 살리기 위해, 좀 더 빠르고 경쾌한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순간적인 타격감이 조금 밋밋한 감이 없지 않아 있는데, 이 부분에 불만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편안하고 속도감을 느끼기에는 지금 '레이븐'의 전달방식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타격감과 더불어 비동기 콘텐츠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있는데.

당연히 동기화 콘텐츠를 고려했다. 개발력이 없어서? 시간이 없어서?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유저들의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싶어 비동기화 콘텐츠로 게임의 방향을 설정한 것이다.

'레이븐'은 직장인 남성을 주 대상으로 한다. 항상 일에 치이고 야근, 회식 등에 피곤한 사람들이다. 이들이 게임을 집중해서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피곤한 일이다.

예를 들어 실시간 동기 방식의 결투장이었다고 생각해보자. 결투장은 스킬 한방, 구르기 한 번의 싸움이다. 항상 집중하면서 게임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피곤한 이들이 오랜 시간 집중해서 게임을 하게 강요하는 것이 정말 옳은 선택일까? 게임을 즐기며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또한, 통신과정에서 발생하는 렉과 지연은 플레이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동반한다. 앞서 말했듯 구르기 한번, 스킬 한 번의 싸움인데 렉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하면 화가 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비동기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동기화 방식이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언젠간 모바일 게임도 동기화 시대가 열릴 것으로 생각하고도 있다. 다만 그 동기화 방식이 지금같이 온라인 게임을 기본으로한 동기화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바일에 맞는 동기화 방식을 고안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스트레스를 느낄 수 있는 방식을 굳이 채택할 필요가 없다. 온라인 게임, 모바일 게임, 콘솔 게임은 다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으며 특정 플랫폼만 즐기는 유저는 거의 없다고 본다. 모바일 게임은 스트레스 없이 쉽고 빠르게 즐길 수 있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개발사는 유저들이 필요성을 느끼는 시스템으로 다가가야 하므로 비동기화 콘텐츠가 바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반복적인 행동이 강요되어 성장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는 의견도 있는데?

성장 스트레스가 전혀 없으면 성장 욕구를 느끼기 힘들다. 또한, 목표했던 궤도에 올랐을 때의 쾌감과 희열을 못 느끼기도 한다.

'레이븐'은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플레이하면 기본적으로 전설급 무기는 획득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있다. 느긋하게 즐긴다면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도록 하여 성장 스트레스를 최소화했다. 획득 아이템도 스트레스를 줄이면서 목적성을 심어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무과금 유저라도 성장 목적을 가지고 즐기다보면 원하는 목표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말이다.


출시가 계속 연기됐다. 왜 그랬나.

기본 틀은 제법 오래전에 만들어져 있었다. 유저들에게 얼마나 더 즐거움을 줄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하고 유저들에게 더욱 좋은 시스템을 선사하기 위해 출시를 조금 연기했다. 테스트하고 또 테스트하면서 유저들이 정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고치고 또 고쳤다. 방향성 자체를 바꾼 것은 아니다. CBT 이후에는 게임 내 밸런스를 조금 바꾸었고 타격감도 조금 더 편하게 볼 수 있도록 손을 댔다.

사실 나부터 콘솔 게임을 매우 좋아하기 때문에 초기 '레이븐'의 모습은 콘솔에 버금가는 그래픽과 조작들이 들어있었다. 하지만 그래픽이 아주 좋다 보니 발열 문제가 발생했다. 2년 전 블라인드 테스트를 할 때 첫 소감이 '뜨겁다' 였을 정도였다. 발열을 잡기 위해 정말 많이 노력했다. 그래픽을 조금 바꾸고 특수 효과는 1/3 수준으로 줄였다.

쉽고 빠르고 경쾌한 액션과 관련된 것이 아니면 다 걷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유저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것을 없애기 위해 노력했다. 그럼에도 RPG가 가져야만 하는 RPG스러움은 버리지 않았다. 좀 더 모바일에 적합한 형태의 게임을 선사하기 위해 다듬고 또 다듬었다.



유저가 최우선 사항이었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

다양성이다. 다양한 조합에 대한 부분에 많은 신경을 썼다. 쉽고 빠르고 경쾌한 액션에 연장선 혹은 구체적인 방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레이븐'은 다양한 장비를 제공한다. 다양하게 제공된 장비를 이용해 유저들은 수만 가지의 조합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항상 유저들은 우리 생각을 뛰어넘는 갖가지 조합을 보여주기 때문에 개발자인 우리도 어떤 조합이 등장할지 궁금할 정도다.

내부에서는 '레이븐'을 레고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단순한 장난감일 수도 있는 레고를 이용해 다양한 예술품이 탄생하는 것처럼, 우리 역시 게임을 유저들에게 전달하면 유저들이 자신만의 레고를 만들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기획할 때부터 게임 자체는 쉽고 가볍게 만들되 성장의 방향성에는 다양함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어떤 캐릭터가, 어떤 장비가, 어떤 조합이 가장 강력할지는 우리도 모른다. 우리도 기대하고 있다. 어떤 특이한 조합이 등장할지 말이다.


서비스를 시작하고 가장 많이 들은 불만 사항이 무엇인가

엘프 상향이다. (웃음) 방어력과 체력이 약하다 보니까 초반 자동 전투를 통한 진행이 조금 어려워 느껴서 그런 것 같다. 사실 중반만 넘어가도 비슷하다. (웃음) 그래도 유저들이 그렇게 느끼기 때문에 내부적으로는 고려는 해 볼 수 있다. 형평성이라는 것은 항상 동등해야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덧붙여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캐릭터를 너프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다.

또, 레이드가 뜨지 않는다는 의견도 많았다. 레이드가 일일 업적과 연관이 되어 있으므로 이 역시 내부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다만 레이드는 현재 유저들에게 주는 보너스라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에 출현율에 대해서는 고민할 필요가 있다.

유저들이 남긴 의견을 항상 주의 깊게 보고 있다. 욕도 괜찮으니 (웃음) 많은 의견을 보내줬으면 좋겠다.

▲ 만나면 반가운 레이드


향후 업데이트 계획에 대해 알려달라.

어떤 업데이트가 준비되어 있다고 정확하게 알려줄 수 없다. 미안하다. (웃음) 하지만, 유저들이 이점 많은 알아줬으면 좋겠다. '레이븐'의 기본적인 방향은 '유저가 어떤 것을 좋아할까?'다.

라이트하게 즐기는 유저는 물론이고 코어 유저들도 동시에 재미를 느끼게 하기 위함이다. 모두의 레이븐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과금 유저이기 때문에 재미있는 콘텐츠를 즐기고 무과금 유저이기 때문에 즐길 수 없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동등하게 재미를 느끼게 하려고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유저들이 '레이븐'에 대한 학습이 많이 되면 좀 더 다양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내놓을 것이다. 할 것이 없다는 말이 나오지 않게 유저들과 함께 성장해 나가고 싶다.


마지막 한 마디 부탁한다.

많이 미흡한 데 관심을 가져줘 고맙다. 미흡한 걸 알고 있기에 유저들과 함께 커 나가고 싶다. 정말 좋은 게임으로 같이 키우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다. 유저들의 피드백을 항상 모두 보고 있다. 욕과 질책도 항상 감사하게 여기고 있다. 유저와 함께 성장하는 '레이븐'을 선보이겠다.

유저들에게 좋은 것을 줄 수 있으면 더 주고 싶은 마음이다. 어떻게든 더 많이 줄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무엇을 더 줘야 좋아할까, 어떻게 해야 유저들이 스트레스받지 않고 할 수 있을까만 생각하고 있다. 정말 노력하고 또 노력하겠다. 그러니 더 많은 관심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