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루스가 출시되고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1년, 어리버리 이등병이 노련한 상병이 되는 시간입니다. 이카루스의 경우에는 감회가 더욱 새롭지 않을까요. 다른 게임이라면 5년, 6년에 걸쳐 경험했을 모든 사건을 서비스 1년 만에 전부 겪으면서 유래 없이 지독한 성장통을 겪었기에, 이 1년이 정말 길었을 테니까요. 서비스 1년을 맞이한 이카루스는 아직 상처가 남아 비틀거리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다시 일어난 느낌입니다.

‘탈것이 많아 해보고 싶다’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이카루스와의 인연이 어느덧 1년이 됐네요. 많은 일을 겪는 동안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어, 저에게는 이제 손 많이 가는 친구같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이번 서비스 1주년을 맞아 그동안 못한 솔직한 이야기를 하며 지난 시간을 되새기고 앞으로를 말해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 옛날얘기부터 해볼까요



시작. 하늘을 날 ‘자격’을 시험받다.

2014년 4월 16일, 모두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게임이 정식으로 유저들에게 첫 선을 보였습니다. 침체돼있던 국산 MMORPG, 나아가서 국산 게임의 위상을 드높이기에 부족함이 없는 대작으로 평가받고 있었지요. 10년의 개발기간, 500억의 개발비라는 설명이 계속 이카루스를 따라다녔고, 화려한 그래픽과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펠로우라는 독창적인 시스템으로 무장해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목받는 대작이었습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였지요. OBT 첫 날, 이카루스에 대한 크나큰 기대를 증명이라도 하듯, 새벽 6시 서버 오픈이라는 강수를 뒀음에도 오픈과 동시에 서버가 폭주, 게임 플레이는 고사하고 접속조차 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그래도 이때까지는 “오픈 초반 서버 이슈 없는 게임이 어디있냐”며 조금 불편해도 이해하고 넘어가자는 의견이 다수였지요. 하지만, 16시간에 걸친 점검과 서버 3개를 새로 여는 조치에도 불구하고 서버 이슈는 나아질 기미가 없었습니다. 설상가상 OBT 2일차에 아프리카TV 방송을 통해 세간에 알려진 우편함을 통한 복사 버그는 오픈 초반 이슈의 화룡점정이었지요.

사람들은 분노했습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지요. 스토리를 진행할 수 없는 퀘스트 버그와 길드 버그는 고쳐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게임 내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는 각종 버그들이 난무하는 상황이었음에도 유저들이 납득할만한 제재조치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튕김과 접속 불가 등 서버 이슈가 계속되고 복사와 같은 굵직한 사건이 계속해서 터졌음에도 불구하고, 5월 중순 ‘파르나 I 업데이트’와 함께 게임 내 캐시 주화인 ‘엘룬’과 각종 아이템을 판매하며 구렁이 담 넘어가듯 정식 서비스가 시작되었습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제쳐둔 채 달래기에만 급급한,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행보였습니다.

분노는 체념으로 변해갔습니다.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버그는 사용하는 사람이 승자”, “일단 꿀은 빨고 보자”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지요. 아이템 제작이나 봉인 펠로우, 캐릭터 밸런스와 스킬 버그 등 시스템적으로도 중대한 문제가 많았지만, 그런 ‘사소한’ 것쯤은 덮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굵직한 사건이 거짓말처럼 연이어 터졌습니다. 결국 이카루스는 ‘망카루스’, ‘팅카루스’, ‘버카루스’ 등 각종 오명을 얻은 채 몰락하는 듯 보였습니다. 이때의 모습이 하늘을 동경해 하늘로 향했지만 날개의 밀랍이 녹아 땅에 떨어졌다는 내용의 동명의 신화와 겹쳐 보였던 것은, 비단 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 한때 참 많이 돌아다녔던


▲ 기억나시나요. 붉은 빛의 향연이


▲ 추억의 산틴 구석잡기


▲ 이런것도 있었습니다.



추락. 밑 빠진 독을 막기에는, 손이 너무 작더라

솔직히,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재기가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높은 곳에서 추락해 바닥까지 떨어진 상황, 충격도 그만큼 컸을 테니까요. 이렇게 또 하나의 ‘대작’이 사라지는구나 생각했습니다. 이미 최악이 되어버린 이카루스에 대한 인식 때문에, 바닥보다 더 아래에서 올라와야 했으니까요. 5월 말에 터진 복사 파동으로 주변의 비아냥거림과 비난이 최고조에 달했던 2014년 6월 5일, 이카루스는 ‘파르나 Part2' 업데이트와 함께 떨어져 흩어진 날개를 묵묵히 줍기 시작합니다.

레벨확장과 신규지역, 던전의 등장에 맞춰 아이템 제작과 획득, 스펙 상승의 측면에서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경로를 다양화했고, 총체적 난국이었던 캐릭터 스킬 관련 버그를 하나씩 맞춰갔습니다. 제작템이 아닌 드랍텝에도 봉인 펠로우 소켓이 붙을 수 있게 됨에 따라 제작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이고 던전 공략에 즐거움을 더했을 뿐 아니라, PvP 지역의 고질적 문제였던 석궁의 사정거리를 조정해 전장에서 전략적이고 역동적인 전투를 가져오고자 했습니다. 하나씩 하나씩 날개 조각을 맞춰가려는 생각이었겠지요.

하지만, 이런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새로운 문제들이 계속해서 발생했습니다. 신규 던전 ‘파를라크 얼음성채’에서는 각종 조치에도 불구하고 문이 열리지 않아 공략이 불가능해지는 버그가 한 달 이상 지속되었고, 파티 내 아이템 획득에 대한 분쟁을 막기 위해 도입된 1회용 ‘론도의 열쇠’를 반복해서 사용하는 버그로 전설 장비가 대량으로 풀리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업데이트로 생겨난 새로운 버그를 찾는 것이 게임의 재미”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으니까요. 서버 이슈를 해결했다는 공지가 나온 직후 전체 서버 임시점검이 있었던 웃지 못 할 사건도 있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사건에 대한 운영진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점입니다. 각종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강력한 제재’의 철퇴를 휘둘렀지만 구체적인 현황은 공개하지 않아 불신만 쌓여갔고, 아이템을 구매했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제재를 당했다는 사람들은 늘어만 갔습니다. 점점 강력해지는 제재와는 반대로, 일명 ‘문 버그’로 입은 엘룬에 대한 피해 보상은 너무나도 미약했고요. 간신히 추락의 충격에서 회복해 날개를 주워보니 애초에 하늘을 날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고 해야 할까요. 파르나 3 업데이트가 이뤄진 7월 중순까지의 이카루스는, 보고만 있어도 안쓰러워질 정도로 ‘총체적 난국’이었습니다.

▲ 크테른이 크테륜이었을 시절


▲ 그때는 하늘을 걸어 다녔습니다. 지금보다 정기가 맑았거든요.


▲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파티 유지


▲ 넝마주이인가요. 남캐 자비 좀


▲ 위 사진에서 이상한 점을 찾으시오(1)



준비. 부서진 날개를 다시 짜 맞추다.

잠시 이때까지의 대규모 업데이트 주기를 되짚어볼까요. 4월 16일 오픈, 5월 14일 파르나 I 업데이트, 6월 5일 파르나 II 업데이트, 7월 23일 파르나 III 업데이트가 진행됐습니다. 짧으면 20일, 길어봐야 50일 만에 최대레벨이 상승하고 신규 지역이 등장하고 새로운 던전과 아이템, 펠로우들이 등장했던 것이지요. 이렇듯 빠른 템포의 업데이트는 새로운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공해주겠다는 개발사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기도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충분히 준비할만한 시간이 없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파르나 III 까지의 콘텐츠들의 개발이 전부 끝나있는 상황이었다 해도 4월부터 7월 말까지 이카루스가 겪은 일들을 생각하면 만들어놓은 콘텐츠를 하나씩 푸는 것만으로 끝날 일이 아니었으니까요.

그동안 너무 숨 가쁘게 달려왔다고 생각했던 것일까요, 파르나 III 업데이트 이후 불사의 사막 업데이트가 진행되는 12월 3일까지 약 4달간, 이카루스는 외적인 볼륨을 키우기 보다는 천천히 내실을 다지는 방향을 선택합니다. 각종 직업의 밸런스와 버그, 아이템과 펠로우 획득, 던전 난이도와 PvP 등 모든 부분의 문제점을 유저들과 소통하고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시간을 두고 하나씩 고쳐갔습니다. 물론 이런 노력들이 모두 성과를 거둔 것은 아니었습니다. 때로는 유저들의 저항에 부딪히기도 하고, 비장의 한 수가 완전히 무시당하는 안타까운 모습도 종종 나왔지요.

특히, 던전이나 펠로우 등 유저들의 재미와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콘텐츠들에 대한 대응은 이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기존의 패치가 독불장군식의, 불통의 형태였다면, 이 시기부터는 유저들의 반응을 주시하며 차근차근 풀어간 것이지요. 이카루스는 천천히 시간을 두고 시나브로 변해갔습니다. 튕김과 접속 불가 등 서버 이슈도 큰 폭으로 줄어들었고, 악명 높았던 버그 역시, 아예 없지는 않았지만, 이전처럼 치명적인 것들이 아니라 비교적 귀여운(?) 수준이었습니다. 처리 속도도 이전보다 훨씬 빨라졌고요.

그렇다고는 해도 4달은 어마어마하게 긴 시간입니다. 사실 중간에 지루했던 타이밍도 있기는 했어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설 던전과 전설 펠로우, 각종 이벤트 등을 넣어 지루함을 덜고 즐길 거리를 확보함과 동시에 기존의, 그리고 새로 추가되는 콘텐츠들의 문제점을 수정해가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그 결과, 물론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이카루스는 4달여에 걸쳐 ‘펠로우’라는 뼈대 위에 보다 튼튼한 날개를 다시 짤 수 있었고, 이후 진행된 ‘불사의 사막’ 업데이트에서 다시 한 번 하늘을 노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 거미를 기다리는 즐거운 한때


▲ 아슈람의 거처. 일단 돌리고 봅니다. 하나는 걸리겠죠.


▲ 위 사진에서 이상한 점을 찾으시오(2)


▲ 할로윈 축제의 하카나스 수도성




소통.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완전히 새로운 이카루스”. ‘불사의 사막’의 슬로건이었지요. 기존에 이카루스가 가지고 있던 이미지, 기존의 인식과 결별하겠다는 각오가 뚝뚝 묻어나는 업데이트였습니다. UI 개선과 편집모드 추가는 아무것도 아니었지요.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히 레벨 확장과 신규지역과 던전, 펠로우의 추가 수준이었지만, 내적으로는 무너진 게임 밸런스의 균형을 잡으려는 노력이 여기저기에서 보였지요. 물론 여기에도 상당한 진통이 있었지만요.

사막 이후 업데이트의 방향성은 이카루스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던전을 돌아 장비를 맞춰야’ 하는데 ‘장비를 맞춰야 던전을 돌 수 있는’ 기형적인 상황을 극복하는 것에 맞춰졌습니다. 레벨업 과정을 담백하게 만들고 장비의 획득 경로를 다양화함으로써 모든 유저들이 엔드 콘텐츠까지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려는 의도였지요.

기존 유저들의 스펙은 유지하되 신규/복귀 유저가 무리 없이 기존 유저들과 함께 장비와 펠로우를 얻을 수 있는 방법으로 제시된 다소 투박한 대안이 바로 ‘카라샤 대여템’이라는 개념입니다. 이와 동시에 보스들의 패턴을 강화하고 길고 지루하다는 평가를 받던 진행 구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강수를 두는 등 계속해서 지적받던 ‘던전의 재미요소’를 살리는 일에 총력을 기울입니다.

소환 상태에서만 레벨이 올라가 ‘주차’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던 펠로우 육성 방식에 일대 격변을 일으킨 ‘펠로우 위탁 시스템’이나, 일부 길드나 공격대의 보스 독식을 막기 위해 새로운 보상 획득 룰이 적용된 필드 레이드 ‘샌드스톰’ 등 유저들의 의견을 수용한 패치도 계속해서 이어졌습니다. 탑승이 아닌 필드 다대다 PvP를 위해 등장한 ‘연옥’이라는 공간과 매주 유저들의 반응을 면밀히 살피며 차근차근 진행한 직업별 밸런스 패치 등은 과거와 비교하면 ‘개과천선’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았습니다.

물론 아직 부족한 부분도 많습니다. 지금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파티찾기 게시판’의 부진이지요. 재입장 대기시간이 결코 짧지 않은 던전, 부담스러운 초기화 비용 때문에 던전 파티 구성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간간히 올라오는 파티모집 글을 보면 전설 던전 3종을 세트로 돌자며 ‘유경험자’ 혹은 ‘매너스펙’을 강조하는 글이 많습니다. 헬팟을 만나 헤딩을 하고 파티가 폭발했을 때의 충격이 단순히 감정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시간과 비용이라는 물질적인 부분까지 영향을 주기 때문에 파티 모집부터 조심스러울 수밖에요. ‘가볍게 한탐?’이 안 되기 때문에 경험과 스펙이 부족한 파티원을 안고 갈 수가 없습니다. 신규 혹은 복귀 유저가 쉽사리 던전을 경험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요.

이런 부분을 의식한 탓인지 다음 패치에서는 1인 던전과 파티원 숫자에 따른 난이도와 보상의 차등 적용 등 여러 방법을 고심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 기억나시나요. 이전에 플레이하던 서버의 이름이


▲ 유저는 많습니다. 파티를 안 할 뿐이지요.


▲ 아케론, 그리고 엑자란은 지금도 뜨겁습니다.


▲ 펠로우 성장의 패러다임을 바꾼 위탁 시스템



재기. 다시 한 번 비상을 준비하다.

솔직하게 이카루스에 대한 생각을 말해볼까요. 사실, 처음 나왔을 때부터 게임은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세세한 시스템은 차차 손보면 되겠다 싶었지요. 그런데 이카루스는, 문제를 발견하고 고치고 후속조치를 하는 일련의 과정 -‘운영’이라고 하지요- 이 굉장히 미흡했습니다. 뚜렷한 ‘기준’이 없어 허둥대다 끝났다고 표현하는게 맞겠네요. 뭐가 그렇게 급했을까요. 강력한 조치가 아니라 납득할만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이카루스의 지금은 많이 다릅니다. 정말 많이 달라졌어요. 한때 불통의 아이콘이나 마찬가지였던 운영진이, 이제는 “너무 휘둘리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소통을 강조하고 유저 의견을 수용하고 있으니까요. 패치에 방향성이 보인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일입니다. 적어도 뭐가 문제고 뭐를 고쳐야 하는지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그 결과 참 많은 부분이 개선되었습니다.

의미 없는 반복 퀘스트 덕분에 숨이 막혔던 레벨업 구간을 개편하고, 아이템 파밍에 대한 접근성을 높였으며, PvP와 PvE 전반에 걸쳐 밸런스를 대대적으로 수정했고, 던전이나 레이드 등 엔드 콘텐츠에 대한 접근도 폭넓게 가져가려 노력하는 것이 눈에 보입니다. 할 것도 굉장히 많아졌어요. 지금까지 공개된 전설 던전 5종만 돌아도 시간이 부족합니다. 징표나 장비 제작을 위해 재료를 모은다면 활력이 부족할 지경이지요. 예고한대로 펠로우와 던전, 장비 전반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무한의 탑과 PvP 전장 등의 콘텐츠가 추가된다면, 그때는 더욱 시간이 모자라겠지요.

지난 1년, 정말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결코 짧지 않은 기간, 뼈를 깎는 시간을 거쳐 바닥에서 올라와 간신히 다시 출발선에 섰습니다. 굵직한 MMORPG들이 대거 출사표를 던지고 있는 요즘,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훌륭하게 비상해 다시 한 번 하늘을 노리는, 이번에야말로 튼튼한 날개로 하늘을 정복하는 쾌거를 이룰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