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5일과 26일에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WGL 그랜드 파이널 2015'가 열립니다. 2015년 각 지역을 대표하는 최고의 팀들이 나와 경쟁하는 월드오브탱크 최고의 대회입니다. '탱드컵' 정도로 표현하면 쉽게 알 수 있을까요?

한국 대표팀도 있습니다. 아니, 표현을 정정하겠습니다. 아시아 대표 팀이 한국의 'ARETE'입니다. ARETE는 2015년에 열린 세 번의 시즌을 연속 우승하며 아시아 최강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아무도 막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그들이 아시아 대표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ARETE'도 유럽과 북미 팀에 비하면 약체라는 평가입니다. 해외는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유저 풀이 넓고, 게임의 인기 또한 높다보니 수준 역시 같이 올라간 상황입니다. 'ARETE'는 약자의 입장에서 솟아날 구멍을 찾고 있는 입장인데, 전망은 그리 밝지 않습니다.



일단 조 편성부터 별로입니다. 그룹 스테이지, 즉 조별 예선은 A, B, C, D 네 개의 조에 세 팀씩 들어갑니다. 'ARETE'는 B조에 속했습니다. 나머지 두 팀은 독립국가연합 팀인 'HellRaisers'와 유럽 와일드 카드 선발전을 뚫고 올라온 'Kazna Kru'입니다.

두 팀 모두 굉장히 강력한 팀입니다. 'HellRaisers'의 전신은 'Unity'입니다. 작년 WGL 그랜드 파이널에서 3위라는 호성적을 차지한 팀입니다. 'Kanza Kru'은 WGL EU 시즌5에서 우승을 차지한 적 있습니다.

아시아 대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이제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호령하기 위해 'ARETE'는 곧 폴란드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합니다. 그들은 어떤 생각과 마음을 가지고 치열한 전투에 임할까요. 스타성 가득한 ARETE의 팀장 '소도둑' 송준협, 월드오브탱크계의 제갈량 '이븐폴' 송호성, 자타공인 팀의 에이스 '크리스티나' 이준수와 작은 선술집에서 얘기를 나눴습니다.


▲ ARETE의 송호성, 송준협, 이준수(왼쪽부터)





ARETE는 B조입니다. 같은 조에 속한 팀이 모두 강팀인데, 조편성에 만족하나요?

송준협 : 최악입니다. 작년에 비해 더 안좋습니다.

송호성 : 올해는 정말 좋지 않네요. 전체적으로 봤을 때 우리보다 약한 팀이 없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그래도 자신이 없진 않아요. 우승하려면 다 이겨야 하는 팀이니까요.


오, 듣던 중 반가운 소리입니다.

이준수 : (나지막히)난 자신이 없다.

송준협 : 준비를 열심히 하면 됩니다. 계속 연습을 하고 있는데, 실수를 줄이는 방향으로요.

송호성 : 우리의 장점을 잘 살리고, 상대방의 단점을 찾는 식으로 연습합니다.

송준협 : 작년에는 숙소를 빌려서 연습했는데, 우리 ARETE에겐 잘 맞지 않았어요. 다 생활도 있고, 지방에 있다 보니 애로사항이 꽤 있는 편이었습니다.


▲ ARETE의 팀장 '소도둑' 송준협


작년에 비해 달라진 점은 있나요?

송호성 : 마인드는 비슷합니다. 작년엔 제가 NOA의 팀장이었습니다. 당시엔 네 팀에서 한 팀만 조별 예선을 통과할 수 있었어요. 당시 우리 조에 'Unity'라는 강팀이 있었어요(현 HellRaisers). Unity를 잡는 데 올인을 하고, 그 기세를 잘 타서 예선을 통과하려 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조별 예선을 통과하면 우승 후보가 되는 거예요.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각 조에 대해 간단히 평가를 해주세요.

송준협 : A조는 유럽의 Schoolbus가 강력합니다.

송호성 : 나머지 팀은 잘 모르겠어요(웃음). 객관적으로 어떤 전력을 가진지 파악하기 힘들어요. 중국 팀인 YaTo는 강한 팀이 아니에요. A조는 90% 확률로 SchoolBus가 올라갈 것 같아요.


LoL이나 Dota2 등 타 종목의 e스포츠에서 중국은 강한 지역입니다. 왜 월드오브탱크는 중국이 강하지 않나요?

이준수 : 폐쇄적이라서 그렇습니다.

송준협 : 재능있는 게이머들이 월드오브탱크 프로게이머를 선택하기엔, 풀이 좁습니다. 그런 게이머들은 풀도 넓고 인기가 많은 LoL 같은 걸 하죠.

송호성 : 상금은 월드오브탱크가 낫죠.


▲ '이븐폴' 송호성은 자타공인 팀의 브레인이다


이번 그랜드 파이널도 러시아팀의 강세가 나타날까요?

송준협 : 부동의 우승 후보입니다.

송호성 : 별다른 이변이 없다면 Navi가 우승할 것 같아요. 다른 팀들은 한 판 한 판 최선을 다하는데, Navi는 최고의 카드를 숨깁니다.


Navi와 ARETE의 차이가 뭔가요?

송호성 : 월급의 차이?(웃음)


그럼 ARETE도 Navi와 같은 월급을 준다면 Navi를 뛰어넘을 수 있나요?

송준협 : 당연합니다. 당연합니다.

송호성 : 그건 정말 자신 있어요. 월급을 많이 줘서, 지금 하는 일을 그만둘 수 있다면. 프로게이머에 내 모든 전력을 걸 수 있다면. 세계 1등 할 자신이 있어요.

송준협 : 상금이 TI(Dota2의 최고 권위 대회)다. 그러면 올인 할 수 있을 텐데(웃음).


굉장한 자신감인데요, 물론 이를 뒷받침할 이유도 있겠죠? 뭔가요.

송준협 : 작년에 WCA 2014 우승을 하면서 느꼈어요. 세계에서 통한다는 자신감을 얻었어요. 유럽 팀들과 붙었을 때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다'라는 느낌입니다. VOD로 봤을 땐 신처럼 생각했는데, 직접 상대하니 '그들도 인간이구나'라는 걸 체험했습니다.

송호성 : 다른 팀들과 사람들도 ARETE에 대해 착각하는 게 있어요. ARETE가 엄청난 연습을 하고, 월드오브탱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 같이 생각하는데, 그렇진 않아요. 우리 팀의 연령대가 높아요. 각자 생활이 있거든요. 일주일 통틀어 8시간 정도 팀 연습을 합니다.


그럼 ARETE를 이기지 못하는 다른 아시아 팀들은 그 8시간도 연습하지 않는단 얘기네요?

송준협 : 어떻게 연습하느냐의 차이에요. 밀도의 차이? 팀 연습이 8시간이지, 영상을 보거나 개인 연습을 하는 시간은 포함하지 않아요.


최근에 새로운 룰인 '공방전'이 도입됐어요. 대회 룰의 변화이자, 새로운 국면인데, ARETE는 어떻게 생각하죠?

송준협 : 엄청난 변화가 있죠. Navi는 1티어를 타던 두 명이 팀을 나갔어요. 다른 팀들도 마찬가지예요.

송호성 : 모든 팀의 로스터가 변화했죠. 우리도 '블베' 한정우 선수가 들어왔고요.


▲ 메카닉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크리스티나' 이준수


'블베' 한정우 선수에 대해서 말해주세요.

송호성 : 판을 잘 읽어요. 저를 제외하면, 팀에서 세 번째 정도? 처음엔 잘 맞지 않았던 호흡도 요샌 잘 맞고요.

처음에 한정우 선수를 영입할 때 저는 좀 반대했었거든요. 약간 단독 행동하는 경향이 커서요. 오더 입장에서 이런 선수들을 선호하지 않거든요. 한정우 선수가 Profit에 있었을 때 단독 행동을 굉장히 많이 하는 경향이 있었어요. 우리 팀에 영입했을 때 그런 행동을 하면 안되니까. 반대했죠. 하지만 지금 생각했을 땐 그 단독 행동들이 맞는 거였어요. 팀이 안 따라주니, 자기라도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

송준협 : 제가 팀에 추천했어요. 꼭 필요한 선수라고. 한정우 선수가 ARETE와 함께하고 싶다는 연략이 왔어요. 잘하는 선수지만, 약간 안하무인 성향이 있어서 걱정도 했어요.

송호성 : 그래도 ARETE에 영입한 이유는 역시 메카닉(피지컬)이 되는 선수라서예요. 지금 월드오브탱크 리그를 하는 사람 중 메카닉이 안되는 사람이 굉장히 많거든요. 맵을 읽을 줄 알고, 저격을 잘해서 유니컴(월드오브탱크 레이팅 등급, 유니컴은 최정상의 레이팅)을 찍는 사람은 많아요. 하지만 난전 상황에서, 상대방보다 한 두 발 더 맞출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한정우 선수는 그게 되죠.


WGL 시즌3 파이널 얘기를 해주세요. 그 당시 한정우 선수가 굉장한 활약을 했었는데요.

송호성 : 굉장히 잘했습니다. 방송에서 약간 띄워준 감은 있었는데요. 1인분 이상을 한 건 확실해요. 그 자리에 다른 평범한 선수가 있었다면 그 정도의 활약을 하지 못했을 거에요.

송준협 : WGL 시즌3 파이널 처음엔 조금 우려를 했어요. 중국 팀인 ELong이 아무래도 프로팀이니까. 그 팀은 하루에 12시간 이상 연습을 하니까 걱정했어요. 근데, ELong이 계속 이상한 전략을 걸더라고요.

송호성 : 네. ELong이 하던대로 했으면 우리가 졌을 것 같아요. 당시에 제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두 달 동안 연습을 하지 못했거든요.


754(7대의 탱크, 총합 54티어)로 룰이 바뀌었어요. 예전 룰인 742(7대 탱크, 총합 42티어)와의 차이점을 설명해주세요.

송호성 : 754는 얼마나 더 과감하고, 상대방을 잘 읽느냐에 따라 달린 것 같아요. 742는 실수가 없어야 이길 수 있는 룰입니다.

송준협 : 742같은 경우는 잘하는 선수 세 명 정도가 게임을 끌어갈 수 있는 특징이 있다면, 754는 모든 팀원이 다 잘해야 강한 그런 점이 다르죠.




공방전은 공격적인 플레이를 유도하는 룰입니다. ARETE는 이 공방전 룰에 잘 맞나요?

송호성 : 스타일은 사실 계속 변해야 하는 게 맞아요. 우리 팀이 변화나 적응을 굉장히 잘합니다. 예전에 WCA 우승할 때도, Ru251의 메타를 선도했던 적 있고요. 공방전이나 754같이 '큰 변화'는 우리에게 굉장히 유리한 요소로 작용할 것 같아요.


그럼 마지막으로, WGL 월드 파이널에 임하는 ARETE의 각오를 들어볼까요?

송호성 : 우리는 아마 조별 리그 탈락을 하거나, 아니면 결승전에 갈 것 같습니다. 저는 모든 경우의 수에 맞춰 경기 전략을 짭니다. 이번 그랜드 파이널의 대진이 별로 좋지 않은 이상, 첫날 경기에 과감하게 할 예정입니다. 굉장히 위험하고 공격적인 전술로 할 겁니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질 것 같아요.

확실하게 조별 리그를 통과하고, 이후에 카드가 다 떨어져 패배하는 것. 그리고 조별 리그는 조금 불안하지만, 통과만 한다면 결승까지 가는 것. 우리는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지금까지 생각하고 있는 건 후자입니다.

송준협 : 후회하지 않고 할 수 있는 건 다 할거에요.

송호성 : WCA에서도 비슷한 상황이었어요. 객관적 약자 입장에서, 질질 끌면서 생길지 안 생길지 모르는 변수에 운명을 걸고 싶진 않았어요. 그래서 공격적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우승했어요. 정말 행복했습니다. 적당히 플레이하느니, 과감하게. 끝까지 가고 싶어요.

이준수 :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시아 대표다운 멋진 모습 보여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