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흐름이 모바일로 재편되면서 모바일 게임도 퍼즐과 RPG에서 벗어나 다양한 장르의 게임들을 선보이고 있다. 조작 체계 때문에 금단의 영역이라고 불렸던 FPS마저 모바일 게임에게 허락한 지금, 전략 시뮬레이션 (RTS)만이 그 고고한 자태를 지키는 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이야기도 올해까지만 인듯하다. 엔도어즈에서 개발하고 있는 '광개토태왕' 때문이다. '광개토태왕'은 전략 시뮬레이션의 복잡한 시스템과 난해한 조작체계를 모바일에서 표현하기 위해 가시밭길을 걸었다. 아니 지금도 걷고 있다.

엔도어즈의 오용대 기획파트 과장은 '광개토태왕'이 유저들 앞에 첫 선을 보이기까지 개발팀에서 겪었던 다양한 시행착오들과 무수히 많은 판단들, 그 사유에 대해 청중들에게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다.

▲ 엔도어즈 오용대 과장

'광개토태왕'은 2013년 '클래시 오브 클랜'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을 시작했다. 사실 이 시기에 "엔도어즈는 턴제 밖에 못 만드나? 예전 임진록 같은 거 하나 만들지."라는 불만 아닌 불만들이 많았다. 이 불만을 종식하는 동시에 엔도어즈의 색을 담은 모바일 전략 게임을 만들기로 했다.

통상 게임 개발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쉬운 길과 어려운 길이 있는데, 쉬운 길은 레퍼런스를 답습하는 방법으로 개발 기간이 짧고 이미 성공한 방식이기 때문에 좋은 게임을 선보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원작을 뛰어넘기 힘들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어려운 길은 영감을 얻은 게임을 참고하되 겉과 속을 모두 뜯어고쳐 새로운 형태로 변경하여 제작하는 방법이다. 엔도어즈는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 '엔도어즈만의 색'이라는 짧은 단어가 가시밭길이 될 줄은 그때는 몰랐다.


'엔도어즈의 색'을 입히기 위해 삼국 시대를 게임에 녹여내 친숙함을 더했다.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역사 관련 퀘스트를 추가했으며 방어 건물의 화각을 설정해 전략성을 증대했다. 기존의 모바일 전략 게임의 방어 건물은 사방으로 공격할 수 있는 반면, '광개토태왕'의 방어 건물은 공격할 수 있는 방향과 범위가 정해져 있다.

이를 중심으로 고대 공성전을 재현했다. 실제로 삼국 시대에서는 영지에서 공성전이 자주 펼쳐지곤 했다. 공성전 재현을 위해 운제, 충차, 발석거 등의 공성 병기를 도입했으며 방어 병력 개념을 구현, 사람 대 사람이 싸우고 있다는 동적인 느낌을 주고자 했다.

개발팀은 이러한 시도가 매우 인기를 끌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하지만 오판이었다. 스스로를 유저 마인드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개발자는 개발자일 뿐이었다. 게임을 개발하며 계속 접하기 때문에 타성에 젖을 수밖에 없었다.


엔도어즈는 2주에 한 번씩 게임을 안 해본 유저를 초청해 개발 중인 빌드를 플레이해보게 하는 테스트 방법을 이용한다. '광개토태왕'도 이러한 테스트를 시행했다. 결과는 좌절이었다. 개발자는 상상도 못 한 문제가 쏟아져 나왔다.

"유사 게임과 차이점을 모르겠다, 후반부가 기대되지 않는다."라는 의견이 많았다. '엔도어즈의 색'을 입혔다고 생각했는데 유저들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 '엔도어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시장 상황을 면밀히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분석 결과를 가지고 새로운 도전을 하기로 결심했다.

진정한 전략 시뮬레이션을 만들자. 실제 게임 중인 유저들을 매칭시키는 동기식 전투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한 클라이언트에서 제어하는 방법보다 보안에 유리한 서버 제어 방식이기 때문에 더 좋으리라 판단했다. 그를 위해 서버에서 전투를 검증하고 제어하는 기술이 필요했다.

문제는 지금껏 모바일에서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 없었기 때문에 참고할 레퍼런스가 없다는 점이었다. 맨땅에 헤딩을 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 무조건 만들고, 테스트하고 마음에 안 들면 주석처리를 해나가기 시작했다. 팀원 전체가 달려들어 하루는 개발, 하루는 테스트하며 의견을 교환하고 수정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모바일에서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을 구현할 수 있겠느냐는 근본적인 질문부터 조작, 피로도, 매칭, 동기, 네트워크 연결 등 수많은 문제와 부딪혔다. 그때마다 해결책은 몸으로 때워가며 끊임없이 시도하고 테스트하는 수밖에 없었다.

2014년 6월경, 어느 정도 실시간 동기 전투를 구현할 수 있었다. 기존의 영지를 이용한 PvP 방식으로 공공의 적을 각각 공격하여 파괴율이 높은 쪽이 승리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재미가 없었다. 정말재미 없었다.

그래서 다시 방향을 선회했다. PC의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처럼 익숙한 방식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맵 양 끝단에 본거지를 설정하고 나무를 배치했다. 나무를 개척하다 보면 전투가 벌어지는 방식이었다. 거기에 '전장의 안개(War Fog)'를 추가했다.



모양새는 괜찮았지만, 퍼포먼스가 너무 안 나왔다. 게임이 너무 무거웠기 때문이다. 맵의 나무가 이동을 막아 빠른 전개가 불가능했다.

그래서 맵을 다시 디자인했다. 동시에 테크트리와 미니맵을 추가했다. 전략 시뮬레이션의 기본 요소들을 하나씩 추가하다 보니 퍼포먼스와 새로운 기능들이 안정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폴리싱 작업에 들어갔다. 이게 2014년 7월 이야기다.

그 이후에는 조작체계를 최적화하기 위해 정말 많은 고생을 했다. 역시 몸으로 때워가며 맨땅에 헤딩하기를 수십 회 반복했다. 정말 순탄치 않았다.


오용대 과장은 '광개토태왕'의 개발과정이 힘들었다고 말하러 나온 게 아니다. 이 과정에서 겪은 교훈을 청중에게 말해주기 위해 나왔다.

1. 쉬운 길을 갈 것인가, 어려운 길을 갈 것인가.
모든 팀원 간의 의사소통을 통해 방향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2. 개발을 마무리 할 것인가 새로운 도전을 할 것인가
'광개토태왕'이 시장 분석하고 방향성을 바꾸지 않았다면 그렇고 그런 게임이 됐을 것이다.

3. 레퍼런스가 없다면 빠른 개발만이 정답.
결정했다면 빠르게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바일 시장은 아직도 속도가 생명이다.

오용대 과장은 '광개토태왕'이 개발 막바지 단계에 있으며 2개월 이내에 정식으로 선을 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광개토태왕'은 처음에 기획했던 공성모드와 숱한 헤딩으로 만든 전략모드가 구현되어있다. 가시밭길을 걸어온 '광개토태왕'. 오 과장은 애정의 눈길로 '광개토태왕'을 봐달라는 말과 함께 강단을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