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속작 개발할 만큼만 돼도 행복하겠다는 스타트업의 울먹거림이 생경하지만은 아닌 시절이다. 모바일 게임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대기업 중심의 물량전이 펼쳐지고 있다. 또한, 자유로운 접근이 가능한 경쟁시장의 특성상 게임의 국경은 사라진 지 오래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성공을 꿈꾸며 발을 딛지만, 성공의 맛을 보는 회사는 극히 드물다. 어느샌가 후속작 개발비를 버는 게 목표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데쓰밸리(Death Valley, 개발 투자금을 회수하기 전까지의 매출이 없는 구간)을 통과하지 못하고 쓰러지는 회사를 숱하게 봤다. 서부 개척시대의 금광 러쉬와 여러모로 닮았다. 금을 캐지 못하면 죽는다.

4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수호지'의 개발사 '스케인글로브'는 이번에 후속작을 출시한다. 웰메이드 던전 RPG를 표방하는 '던전 크러쉬'가 그것이다. '던전 크러쉬'는 영웅을 수집하고 성장시키는 RPG로 아기자기하고 세련된 캐릭터, 화려한 전투, 고유 속성 및 스킬을 이용한 심화 전략으로 유저들의 입맛을 공략할 예정이다.

기존 RPG들의 장점을 발전시켜 완성도 높은 게임을 선보이겠다는 '스케인글로브'의 송영훈 총괄 PD. 그와 일문답을 진행했다.

▲ 스케인글로브 송영훈 총괄 PD


일정이 빡빡하다고 들었다.

"오늘(18일)부터 CBT를 실시한다. CBT하고 피드백 받아서 수정하고 나면 바로 출시다. 정신이 하나도 없다. (웃음) 며칠간 야근 중이다."


며칠간 야근한 것치고는 말끔하다.

"오늘 인터뷰한다고 열심히 씻었다. (웃음). 저번에 '인벤 프로테스트'를 진행했는데 인벤 유저들이 엄청나게 많은 피드백을 줬다. "


무슨 반응이 제일 많던가.

"긍정적으로 반응한 것 중에는 귀엽다는 반응이 제일 많았다."


전작이 선방했다. 부담이 있을 텐데.

"이번에는 퍼블리셔없이 자체 서비스를 한다. 기대반 걱정 반이다."

[▲'던전크러쉬' 트레일러 영상]


■ '던전 크러쉬'는 무슨 게임?
- "캐릭터와 스토리, 전략성과 성장 방식에 무게를 둔 횡스크롤 3D RPG"


그러면 게임 이야기를 좀 해보자.

"풀 3D 횡스크롤 RPG '던전 크러쉬'다. 모바일에서 '던전 앤 드래곤'처럼 횡스크롤로 움직일 수 있으면서 반짝반짝 빛나는 게임을 만들고자 하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 캐릭터를 모으고 조합해서 던전을 클리어해가며 성장하는 게 목적이다. 다양한 스킬과 조합을 통해 던전을 공략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하나의 던전을 클리어하는데 공략방법이 다양하게 제공된다. 이 때문에 조합이 매우 중요하다. 전략성이 요구되는 모바일 RPG다."


비슷한 외형의 게임들이 이미 시장에 있다. '던전 크러쉬'의 차별점은?

"이 부분에서 고민을 무척 많이 했다. 일단 출시 초창기에는 기본에 충실하기로 했다. 성장, 조합, 공략 등에 유저들이 익숙해지면 차별화 콘텐츠를 추가해나갈 계획이다. 언뜻 보면 기본 콘텐츠만 있어 보이지만, 게임 내 구성 제한 조건, 조합, 공략 방법 등이 매우 다양하므로 다양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럼 기본에 충실하다고 하는 출시 버전에서 유저들은 어떤 것들을 즐길 수 있는가.

"출시 빌드에서 유저들이 플레이할 수 있는 캐릭터는 55~60종 정도다. 각각 독특한 스킬을 가지고 있다. 또한, 리더라는 개념이 있어 리더로 지정했을 때 다양한 리더 스킬을 기대할 수도 있다. 몬스터는 30여 종이 제공되며 향후 몬스터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콘텐츠를 기획 중이다.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각자 고유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영웅 도감에서 본인이 획득하지 않은 영웅도 살펴볼 수 있어 이야기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덕분에 다른 게임에서는 간과하는 이야기 전달 부분을 강화할 수 있었다. 의미 있는 단락이 끝나면 컷신으로 스토리 설명을 하면서 왜 유저가 게임을 해야 하는지 당위성을 부여한다. 단순히 영웅을 모으고 던전을 깨는 것에서 벗어나 게임 세계관에 집중하고 녹아들 수 있도록 말이다."

▲ 영웅 도감 화면

오, 모바일 게임에 스토리라니. 모바일 게이머들은 보통 넘기기 마련인데. 쉽지 않은 결정이었겠다.

"동기부여다. 단순히 꾸역꾸역 캐릭터를 모으는 게 아니라 내가 왜 캐릭터를 모아야 하는지, 내가 왜 던전을 클리어해야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납득시키고 싶었다. 캐릭터의 이야기를 통해서 플레이어가 게임을 하는 이유를 알게 하고자 했다."


캐릭터의 이야기가 큰 축을 이루고 있다는 이야기인가. 그런 캐릭터들의 성장 과정이 궁금하다.

"캐릭터 성능은 등급별로 나뉘어 있다. 1성부터 5성까지 있으며 성장하면 능력치가 상승한다. 또한, 스킬도 추가되는데, 1, 2성은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 한 개 혹은 두 개이지만, 3성은 시너지 스킬이 하나 더 추가된다. 최종적으로 5성이 되면 리더 스킬, 액티브 스킬, 오토스킬 까지 총 5개의 스킬을 가질 수 있다.

'던전 크러쉬'에는 성장하기 위해 소위 말하는 '갈아 먹이는' 방식을 사용하지 않는다. 플레이어가 마음에 들어서 애정을 가지고 키운 캐릭터가 어느 순간 재물로 사용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대부분의 모바일 게임이 초반에 얻은 캐릭터는 어느 순간 벽을 만나서 더는 사용할 수 없는데 '던전 크러쉬'는 각자 독특한 스킬을 가지고 있어 조합에 쓰임새가 있다. 끝까지 캐릭터를 사용할 수 있게끔 구성했다.

진화에 필요한 재료는 게임을 통해서 얻을 수 있다. 과금하지 않더라도 요일 던전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재료를 입수할 수 있다. 또한, 기존 모바일 게임에서는 과금으로만 즐길 수 있었던 VIP 시스템에서 벗어나 게임을 열심히 한다면 VIP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다. "

▲ 영웅 관리창

▲ 리더 스킬 적용 장면


■ '던전 크러쉬'를 해야하는 이유?
- "장르적으로 한 층 더 발전한 RPG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런 종류 게임들이 많다. 개발 기간은 얼마나 됐나.

"처음 아이디어를 생각한 건 재작년 말이다. 1년 반 정도 됐다."


개발하면서 무엇이 제일 힘들었나.

"웰메이드 횡스크롤 RPG를 만들겠다는 생각했을 무렵은 지금과 달리 RPG 시장이 포화상태가 아니었다. 시간이 흐르고 지금 시점에서는 완전한 후발 주자가 되어버려서 게임의 완성도를 올리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만 했다. 그래서 많이 갈아엎기도 했고. 그럼에도 웰메이드 횡스크롤 RPG라는 방향성은 지키고 싶었다.


PC 개발자 출신들이 모바일 게임을 개발할 때, UI 구성 때문에 많이 애를 먹더라.

"맞다. 유저들에게 좀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과정이 진짜 힘들었다. (웃음) 처음에는 단순히 온라인 게임과 같이 생각하고 UI를 배치했는데 작은 화면에 구현해 놓고 보니 정말 별로였다. 조작감이 불편했고, 무엇보다 무슨 정보를 보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전부 거둬내고, 해당 페이지에서 정말 중요한 것을 보여주기 위해 정보를 잘게 쪼갰다. 그렇게 탄생했다. 플레이어의 입장에서 해당 버튼을 터치했을 때 기대하는 정보를 주고자 했다. UI가 난잡하게 덕지덕지 붙는 걸 가장 경계했다."



모바일 게임은 출시 초기에 유저들에게 선택받지 못하면 순식간에 묻혀버리는데...

"게임 자체가 웰메이드를 표방하기 때문에 최대한 게임의 완성도와 귀엽고 다양한 캐릭터로 어필하려고 한다. 비슷한 게임들보다 좀 더 매력 있는 캐릭터, 화려한 액션 애니메이션이 있어서 가능할 것 같다. 다양한 영웅이 나오는 게임은 많지만, 각자가 개성을 가진 게임은 많지 않다. "


비슷한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과 타켓층이 겹칠 텐데. 돈과 시간을 다른 게임에 투자한 사람들이 '던전 크러쉬'를 해야 하는 이유가 뭔가.

"FGT 결과가 의외였다. 사실 우리도 타겟층을 '도탑전기'나 '히어로즈 차지'를 하는 사람들로 생각했다. 그런데 결과는 전혀 달랐다. '세븐나이츠'나 '몬스터 길들이기'를 하던 사람들이 '던전 크러쉬'를 선호하는 것이었다.

'세븐나이츠'나 '몬스터 길들이기'를 했던 사람들은 '도탑전기'나 '히어로즈 차지'의 그래픽을 보고 플레이조차 해보지 않았던 것이었다. '던전 크러쉬'는 깔끔하고 예쁜 3D 그래픽이라 접근이 용이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시장에 나와 있는 횡스크롤 RPG와 '던전 크러쉬'는 추구하는 게임 플레이가 조금 다르다. 단순히 좋은 캐릭터를 가지고 던전을 클리어하는 형식이 아니라 리더스킬, 속성, 탱커, 딜러, 힐러 역할을 조화롭게 조합해야 한다. 그래서 클리어했을 때 만족감이 더 높다. 장르적으로 한 층 더 발전된 RPG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전략적인 조합이 게임의 핵심으로 봐도 되겠는가.

"그렇다. RPG에서 다양한 클래스를 조합해 파티와 공격대를 구성하는 것이 매우 매력적인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이 재미를 어떻게 모바일에서 횡스크롤로 녹여낼까 많은 고민을 했다. 일반적인 모바일 게임들이 최고의 영웅으로 덱을 구성하면 최고의 자리에 올라설 수 있는데 '던전 크러쉬'는 속성과 스킬에 따라 덱 조합 경우의 수가 매우 많아 선택의 스펙트럼이 넓다. 플레이어 간의 전략을 겨루는 재미를 심화시켰다고 보면 된다."

▲ 지하 투기장

PvP는 비동기 방식인가.

"그렇다. 비동기다. 플레이어가 게임을 하면서 피로감을 호소하지 않도록 디자인했다. 같은 맥락에서 게임 전체의 피로도가 높지 않게 구성했다.

게임 자체가 처음부터 플레이어를 몰아치지 않는다. 차근차근 게임의 시스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많은 장치를 준비했다. 중후반으로 갈수록 플레이어에게 전략성을 요구하는 디자인이다.

예를 들어 A라는 던전을 겨우 깼는데 덱 구성을 던전에 맞게 변화했더니 쉽게 깰 수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학습할 수 있도록 레벨을 디자인했다. 익숙해지면 '검은탑'이라는 일종의 레이드 콘텐츠가 열린다. 이런 식으로 하나의 콘텐츠가 완숙되면 또 다른 재미를 줄 수 있는 콘텐츠가 열리는 방식이다. 처음엔 몰라도 된다. 하다 보면 익숙해진다. 플레이어가 피로감을 느낄 정도로 빡빡이 구성되어 있지 않다."


피로도 말이 나와서 말인데, 개인적으로 모바일 게임은 자동 전투 없으면 안 한다. '던전 크러쉬'의 자동 전투는 어떤 스타일인가.

"콘솔이나 PC 온라인 게임을 열심히 하는 게이머들이 자동전투를 보고 '이게 게임이냐?'라고 말하는 것을 자주 봤다. 그런데 모바일 디바이스는 필연적으로 도입할 수밖에 없다. 특히 국내에서는 필수적이다.

다만 '던전 크러쉬'는 단순히 과금만 한다고 되는 게임은 아니다. 덱 구성에 관해 고민하고 던전 클리어를 위해 최적의 조합을 찾는 시스템을 기본 토대로 한다. 그 위에 직접 플레이하게끔 도전욕구를 자극할만한 콘텐츠로 얹어놓은 방식이다."


과금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아까 모든 콘텐츠를 무과금으로 즐길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시간을 상대적으로 많이 투자하는 게 피로 아닌가.

"요즘 확률 아이템 이야기가 많다. 우리도 당연히 뽑기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매출에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던전 크러쉬'는 실질적으로 뽑기보다는 성장에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기본적으로 하루에 제공되는 스테미너는 제한이 있다. 기본 제공되는 스테미너만으로도 충분히 게임을 즐길 수 있지만, 남들보다 빠르게 새로운 콘텐츠를 경험하고 싶으면 과금해서 즐기는 구조라 생각하면 된다. 과금과 무과금으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구분하지 않는다."

▲ 물품보다 대사가 더 끌린다.


■ 비슷한 게임과의 필연적인 비교
- "물고 물리는 전략과 구성이 차별점. 겉모습은 장르적 유사성이라고 봐줬으면..."


시장에서 성공하는 게임은 어떤 게임이라고 보는가.

"두말할 나위 없이 잘 만든 게임이 성공한다. 물론 사업적인 부분을 간과할 수는 없긴 하나 기본적으로 좋은 게임이 성공한다."


그럼 웰메이드를 표방하는 '던전 크러쉬'의 목표는?

"내부적으로 구글 플레이 매출 10위 권을 생각하고 있다. 목표는 크게 잡으라고 그랬다. (웃음)"


10위 권 안에 들기 위해서는 어떤 매력을 보여줘야 할까?

"아무래도 다양한 공략 방법을 찾아가며 느끼는 재미다. 말로만 전략성을 외치며 자동 버튼만 누르면 되는 게 아니라 플레이에 직접 녹아난다. 새로운 시스템이라기보다는 같은 재료를 가지고 다른 맛을 내는 것이 포인트다."


같은 재료라... 후발 주자로서 비교되는 게 부담스럽지 않나? 사실 '도탑전기'나 '히어로즈 차지'가 표현의 방법에서 자유로운 게임은 아니지 않나.

"넥슨에서 근무할 때 많이 느끼긴 했는데, 아직도 조금 부담스럽기는 하다. 예를 들어 '바나나' 아이템을 이용해 미끄러지는 것을 구현하면 유저들은 베꼈다고 표현한다. 사실 미끄럽다는 이미지에 적합한 물체여서 선정한 건데...

'던전 크러쉬'도 언뜻 보면 겉모습이 비슷해서 유저들이 오해할 소지가 있기는 하다. 비슷해 보이지만 해보면 다를 것이라고 자신한다. 구성이 비슷하긴 하지만 지금껏 겪어왔던 요소를 한 단계 더 끌어올려 활용한 것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하나의 장르적 유사성이라고 봐주면 좋겠다.

RPG의 핵심 요소는 성장이다. 기존 게임들과 성장 방식이 다르고, 덱을 구성하면서 전략적인 사고를 해야만 하도록 했다. 물고 물리는 전략, 구성 선택의 폭. 조합의 다양성. 그리고 '검은 탑'같은 경우 조합의 제한까지. 생각할 만한 요소를 많이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

▲ 보스전 화면

▲ 보스전 화면(2)

카카오톡 플랫폼으로 출시 한다. 친구 시스템은 어떻게 되어있는가.

"카카오 플랫폼을 사용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친구 초대 기능이 있다. 하지만 게임 내 친구들이 더 중요한 요소다. 친구 캐릭터를 스테이지에 데리고 가면 본인 리더 스킬과 친구 리더 스킬이 동시에 발동하기 때문에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이 밖에도 일종의 우정 포인트를 이용해 아이템과 캐릭터를 획득할 수 있다. "


유저들이 다운 받을 수 있게 마지막 매력 발산 부탁한다.

"꼭 한 번 해주세요. 지우기 전에 딱 30분만 더 해주세요. 그럼 '던전 크러쉬'의 재미를 느끼게 될 겁니다. 꼭 한 번 해주세요. 제발!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