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주주총회 모습

금일(16일) 넥슨이 엔씨소프트 주식을 전량 매각함에 따라 3년간 이어져왔던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불편한 동거를 끝내고 공식적인 결별을 선언했다. 누가 이득이고 누가 손해일까? 일문일답으로 정리해봤다.




1. 넥슨과 엔씨가 결별한 공식적인 이유는?

- 넥슨에서 엔씨소프트의 최대 주주 자리에 있는 게 더이상 '시너지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금일(16일) 도쿄증권거래소 공시 내용에 따르면 넥슨은 "엔씨소프트의 주식을 산 지 약 3년이 지났지만, 사업상의 긍정적 효과가 없었다"고 언급하며, "넥슨은 자산효율 향상을 기본 방침으로 두고 있고 그 일환으로 엔씨소프트의 주식을 모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엔씨소프트와 넥슨은 지난 2012년 '마비노기2: 아레나' 공동 개발을 추진했지만 1차 테스트도 하지 못하고 프로젝트를 접어야했다. 양사간 업무 방식의 차이. 즉, 섞일 수 없는 DNA만 확인한 채 사실상 이날 넥슨-엔씨의 협업은 끝났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2. 넥슨의 엔씨소프트 지분 전량 매각후 지분 변화는?



- 지난 9월 30일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된 보고서를 기준으로 하면 넥슨이 15.08%(3,306,897주)의 지분을 보유, 엔씨소프트의 최대주주 자리를 고수하고 있었다. 그리고 올해 초부터 꾸준히 지분 비율을 높인 국민연금이 11.76%(2,578,141주)를 확보하며 2대 주주 자리를 지켰다. 그 다음으로 김택진 대표와 넷마블이 각각 9.98%(2,188,000주), 8.93%(1,950,000주)의 지분을 보유한 상황이다.

그리고 지난 15일, 김택진 대표가 넥슨이 전량 매각한 엔씨소프트의 주식 중 2%(440,000주)를 취득했다. 최대주주였던 넥슨이 물러났고, 2대주주였던 국민연금과의 지분 차이가 2% 미만이었기에 이번 취득은 김택진 대표의 의결권 행사력 강화가 목적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아울러 넷마블게임즈를 비롯하여 주요 주주 중에서도 김택진 대표와 우호적인 관계를 가진 연대가 있는 만큼, 실질적인 영향력 면에서는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넥슨이 매각한 주식량이 여전히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어 섣부른 판단을 하기는 어렵다. 미확인된 지분량은 김택진 대표가 추가 취득한 2%를 제외해도 13.08%로, 이는 김택진 대표의 주식 보유량보다도 높은 수치다. 남은 13.08%의 향방은 늦어도 다음주 안에는 밝혀진다. 5% 이상 다른 업체 주식을 샀다면 주식대량보유공시제도에 의거 5일 이내에 금융감독위원회와 증권거래소에 보고해야하기 때문이다.


3. 엔씨소프트 최대주주는 누가 될것인가?

- 남은 지분 13.08%의 향방이 결정되지 않음에 따라 최대주주 역시 확인되지 않았다. 엔씨소프트는 "향후 최대주주 변경 내용이 확인되는 대로 공시하겠다"고 말했다.


4. 엔씨소프트 주식 전량 매각한 넥슨은 이득인가 손해인가?

- 한화 기준인가 엔화 기준인가에 따라 다르다. 한화를 기준으로 보면 넥슨은 이번 주식 매각으로 약 2,110억 원의 손해를 봤지만, 엔화를 기준으로 하면 62억 엔(한화로 약 587억 원) 이익을 남겼다. 이는 매입 시기와 매각 시기의 환율차에 의한 환차익이 발생했기 때문.

이와 관련해 넥슨 관계자는 "협업을 통한 양사 이익 창출을 위해 엔씨소프트의 지분을 취득했고 3년이 넘는 긴 시간동안 협업을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하며 "지분 매각은 시세 차익보다는, 협업의 기대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전략적 투자 자산을 매각하고, 이를 더 큰 가치로 창출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덧붙여 말했다.

다만, 이는 수치적인 해석일 뿐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판이 바뀌는 3년의 기회비용을 잃었다는 측면에서 양사 모두 손해는 분명하다. 모바일게임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국내 게임 시장을 흔들 수 있는 힘의 무게추가 넷마블게임즈로 기울었기 때문이다.



5. 앞으로 넥슨의 행보는?



- 엔씨소프트와의 공식 결별한 것은 맞다. 하지만 넥슨은 "매각건 이후에도 엔씨소프트와의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고 전했다. 아직 엔씨소프트와 협력의 가능성은 충분히 남아 있다는 뜻이며, 이후로도 협력을 긍정적으로 고려해볼 수 있다는 뜻인 셈이다.

넥슨으로서도 엔씨소프트가 가진 다양한 IP와 해외 시장 경험, 그리고 개발 기술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톱니바퀴가 잘 맞지 않아 효과를 보지 못했을 뿐, 여전히 가능성은 충분하다. 만약 양 사의 협력이 제대로 된 앙상블을 보여준다면, 단순히 '좋은 일'로 표현하기에는 어색할 정도로 높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이에 넥슨은 이런 입장을 취한 것으로 분석된다.

결과적으로 넥슨은 이번 지분 매각을 통해 605억 엔의 자본을 획득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넥슨이 이번에 확보한 자금을 모바일게임 사업 및 VR과 AR 등 신 기술 사업에 투자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6. 앞으로 엔씨소프트의 행보는?

- 이번 주식 처분 이후 엔씨소프트의 행보에 많은 업계인들이 주목하고 있다. 이전까지의 행보로 지켜볼 때, 예전보다는 경영권의 입지를 조금 더 탄탄히 다진 엔씨소프트는 본격적으로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측된다. 잃어버린 3년 동안 제대로 공략하지 못한 모바일 시장과 다소 주춤했던 글로벌 시장에 더욱 힘을 싣는다는 것.

올해 초부터 불거진 넥슨과의 마찰 이후 엔씨소프트는 넷마블게임즈의 주식 29,214주를 약 3,802억 원에 취득했다. 지분 취득이 완료되면서 엔씨소프트는 넷마블게임즈의 4대 주주가 되었고, 넷마블게임즈와의 공동사업 및 전략적 제휴를 통해 모바일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7월, '리니지2'의 IP를 활용한 최초의 모바일 MMORPG, '프로젝트S'를 제작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넷마블게임즈와 엔씨소프트 양 사의 협업 구도가 시작됐다. 이미 모바일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넷마블게임즈와의 협업을 통해서 엔씨소프트 역시 모바일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의도다.

엔씨소프트는 대기업과의 제휴뿐 아니라 투자를 통해서도 모바일 시장의 활로를 개척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노븐'을 시작해 '도톰치게임즈', '아라소판단'과 '바이너리', 그리고 '버프 스튜디오'까지 엔씨소프트는 벌써 다섯 군데의 모바일 게임사들에 투자를 진행했으며, 이들의 성과가 좋으면 더 많은 모바일 개발사들의 성장을 도울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다.

또한, 엔씨소프트는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다시 한 번 힘을 실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 중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블레이드앤소울'이 예상보다는 주춤한 성적을 보여줬고, 해외 개발 스튜디오도 확실히 흥행한 작품을 내놓지 못했다. 사실상 지난해는 '성과'보다는 '시도'가 많았던 해라고 분석된다.


- 올해 초 까지만 해도 엔씨소프트는 글로벌 시장에서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다. 그러나 최근의 행보는 확실히 달라진 점이 눈에 띈다. 엔씨소프트는 '스팀'(Steam)에 '아이온'과 '리니지2'를 등록하면서 다시 글로벌 시장에서의 도전을 예고했고, '길드워2'와 '와일드스타'도 부분유료화 모델을 도입해 신규 유저들을 끌어모으려 하고 있다.

넥슨의 지분 매각이 엔씨소프트에 어떤 형태로든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그 영향은 내년 및 내후년 실적 발표에서 구체화되어 드러날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