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게임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가 성공한 예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거액의 비용을 들였지만, 흥행에 참패한 '파이널 판타지'나, 오락영화로는 다소 흥행했으나 원작과는 동떨어져 혹평받은 '슈퍼마리오'처럼 원작을 살리면서 흥행에도 성공하기는 분명 쉽지 않은 일이고, 넘어서야 할 장벽이기도 했다.

하지만 11월 6일(현지시각) 블리즈컨 2015에서 공개된 영화 '워크래프트 : 전쟁의 서막'(이하 영화 워크래프트)은 트레일러 영상만으로도 작품성과 흥행을 모두 붙잡을 기념비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는 중이다.

내년 개봉을 위해 마무리 작업에 여념이 없는 영화 워크래프트의 감독과 주요 배우들이 블리즈컨 현장을 찾았는데, 아제로스 세계의 이야기를 현실로 이끌어낸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 현지 인터뷰는 2개의 세션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 "단순한 선과 악 대결이 아니다" 배우들이 말하는 오크의 매력은?


▲(좌부터)폴라 패튼(가로나 역), 대니얼 우/오언조(굴단 역), 클랜시 브라운(블랙핸드 역)


Q. 블리즈컨에 처음 방문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 행사에 참여해본 느낌과 영화 출연 소감은?

폴라 패튼 : 굉장(Amazing)하다고 생각한다. 워크래프트 영화에 내가 가로나로 출연한다고 했을 때, 가족들은 장난인 줄 알고 "웃기지 말라, 말도 안 된다"라고 했다가, 사촌들과 조카들이 정말인 걸 알고 "대박"이라고 하더라. 사실 원작 게임 자체에 대해서 아주 자세히 하는 건 아니지만 스토리가 상당히 심도 있었다.

대니얼 우 : 10년 전부터 일에 집중하느라 게임을 즐기지 못하고 있지만, 아내가 수년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플레이하고 있었다. 캐스팅될 즈음에는 출산이 겹쳐서 1년 정도 휴직을 할 예정이었고 그 때문에 출연을 고사하려고 했는데, 워크래프트라는 말에 아내가 더 적극적으로 출연을 권했다.

클랜시 브라운 : 90년대에 게임을 많이 즐겼고, 예전에 블리자드 게임에 성우로 참여한 적 있었다. (취소되었던 워크래프트 어드벤처의 스랄 역) 그때만 해도 작은 게임사가 지금은 이렇게 커다란 행사를 할 정도의 규모가 되었다. 내가 보고 즐기던 게임이 이러한 대규모 행사의 바탕이 되었다는 것이 참 신기하다.



Q. 트레일러 영상을 블리즈컨 무대에서 공개했다. 어떤 느낌이 들었나?

폴라 패튼 : 매우 좋았다. 개막식 인사를 위해 무대 뒤편에서 기다리면서 팬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기대나 워크래프트 시리즈의 인기를 알고 있었기에 최선을 다해 찍었다고 생각한다. 남은 건 감독에게 남은 것 같은데, 행운이 있었으면 한다.


Q. 워크래프트가 연작으로 나온다면 이후에도 계속 출연을 할 생각인가?

대니얼 우 : 이번 영화를 하면서 좋은 배우들이 많이 참여했다고 느꼈다. 앞으로도 계속할 생각이다.

폴라 패튼 : 감독이 만든 각본도 좋고, 캐릭터도 좋아서 이후 시리즈도 계속하고 싶다.

클랜시 브라운 : 당연히 할 생각이다. 기존 슈퍼 히어로물은 영웅에 스토리를 붙여나가는 구성이라면, 워크래프트는 스토리의 큰 축에 캐릭터들이 참여하여 만들어나가는 식이다. 이 부분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Q. 대니얼의 경우 기존 작품에선 착한 역할이나 미형 캐릭터를 많이 맡았는데, 악역의 대표인 굴단을 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는지?

대니얼 우 :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다. 예전에 악당 연기를 한 적이 있어서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Q. 영화 내에서 호드와 얼라이언스는 치열하게 대립하게 되나?

대니얼 우 : 당연하다. 세력 간의 전쟁 외에도 세력 내의 분쟁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굴단과 듀로탄이 대립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기존의 판타지가 인간 대 괴물의 싸움이었다면, 워크래프트는 인간 대 괴물 같아 보이는 모습의 또 다른 인간의 대립 구도라고 보면 된다.


Q. 영화 내에서 오크를 연기하는 게 어렵지 않았나?

클랜시 브라운 : 내가 맡은 블랙핸드는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굴단을 맡은 대니얼이 꽤 힘들었을 거다. 촬영 과정에서 고생도 많이 했는데 정말 대단한 배우다. 듀로탄 역의 토비 켑벨 같은 경우에는 기존 작품에서 모션캡쳐를 많이 해서 이젠 달인이다.

폴라 패튼 : 기존에 했던 연기와 모든 게 달랐다. 내 경우 모션캡쳐 없이 특수 분장만 했는데, 가로나라는 캐릭터가 야수(비스트)이면서도 내면은 인간적인 캐릭터라 그 느낌을 살리는 부분이 어려운 편이었다.


Q. 캐릭터를 살리는 데 있어서 특별히 신경을 쓴 부분이 있다면?

클랜시 브라운 : 사실 오크가 어떻게 걸어 다니는지 아는 사람 있나? 우리가 알고 있는 정해진 동작이라는 것이 없어서 캐릭터 디테일은 우리가 만들어나가는 식이었다. 현장에 약 70% 정도 렌더링 된 나의 모습을 바로 볼 수 있는 장치가 있어서 오크의 움직임에 대한 연습을 많이 할 수 있어 도움이 되었다.


대니얼 우 : 오크가 인간보다 덩치가 크다 보니 그러한 느낌을 살리는 연기는 어려운 편이었다. 물건을 집을 때나 움직일 때 덩치가 크고 몸이 두꺼운 것 같은 모션으로 움직여야 했다.



Q. 개봉 시즌이 되면 다른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행사를 할 생각인가?

폴라 패튼 : 기회가 되면 당연히 가고 싶다.

대니얼 우 : 나도 가고 싶다. (배급사 관계자를 보며) 근데 그런 행사 돈은 누가 대 주는 거지? (웃음)


Q. 워크래프트 영화가 팬들에게 어떻게 다가올 것으로 생각하나? 성공할 것으로 생각하나?

폴라 패튼 : 물론이다. 100% 성공할 것이라 생각한다. 기존의 팬들에게는 더없이 멋진 경험이 될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또한, 게임을 잘 알지 못하는 새로운 팬들도 영화를 통해 들어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영화에 나오는 호드와 얼라이언스는 어느 한쪽이 나쁜 편이라기보다는 인간과 다른 인간의 대립이라는 이슈에 가깝고, 양쪽 모두 매력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 "좋은 게임 영화는 게임 팬으로서의 접근 필요" 성공적 게임 영화의 첫 테잎 끊는다.


▲ (좌부터) 토비 켑벨(듀로탄 역), 벤 포스터(메디브 역), 도미닉 쿠퍼(레인 린 역), 던칸 존스(감독)


Q. 2006부터 영화 출시에 대한 루머가 있었고 정말 많은 팬이 오랫동안 기다려왔다. 이 영화를 맡게 된 부담감이 대단할 텐데?

던칸 존스 : 블리자드가 영화에 관심을 가진지는 오래되었다. 워크래프트는 20년간 진행되어온 많은 스토리가 있다. 또 영화를 기다려 온 팬층도 만만치 않다. 나는 3년 정도 영화 제작에 관려했다. 내가 처음 왔을 때 영화는 지금 모습과는 약간 달랐다.

처음 20년간 게임을 즐겨온 플레이어 입장에서 의견을 낸 것은 당시에는 호드나 얼라이언스를 골라 영웅이 될 수 있는 게임과 달리 인간은 착한 편이고 나머지는 나쁜 편이었다. 그것을 양쪽 다 영웅이 있는 영화를 만들고 똑같은 시간만큼 비중을 주자고 했다.


Q. 게임을 주제로 한 영화는 많이 있었지만 크게 성공한 작품은 거의 없었다. 이 영화가 성공할 수 있는 다른 게임 기반의 영화와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던칸 존스 : 차이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코믹북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의 전성기가 있었다. 이때 좋은 영화가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코믹북을 보며 자란 감독들이 그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같은 관점에서 내가 게임 영화를 만드는 것에 있어서 나는 비디오 게임을 하면서 자랐다. 아타리, 코모도64, 코모도 미가 등등... 윙커맨더를 플레이하기 위해 직접 메모리를 사서 업그레이드를 할 정도였으니까.(웃음)

그래서 나는 워크래프트 영화를 만들 때 감독이자 게임 팬으로서 접근했다.


Q. 영화 촬영을 하면서 느낀 점을 먼저 듣고 싶다.

토비 캡벨 : 던칸 존스는 원래 좋아하던 감독이라 촬영 내내 즐거웠다. 듀로탄의 아내인 드라카 역의 애나 갤빈도 연기력이 굉장했다. 기존에 맡던 배역들이 상당히 거친 캐릭터였다면, 듀로탄은 감성적이고 부드러운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이라 좋았다.

도미닉 쿠퍼 : 레인 린이라는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기존의 팬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부담감이 컸다. 나는 감독만 믿고 연기를 했다. 그리고 무기가 너무 무겁더라.(웃음)

던칸 존스 : 무기는 정말 무거웠다. 워크래프트 영화는 얼라이언스와 호드의 두 진영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로, 어느 한쪽이 단순히 악당이라는 이분법적인 세계는 아니다. 듀로탄은 오크 측의 영웅이고, 인간 측은 안두인 로서가 그러한 역할을 수행하는 식이기에 어느 쪽의 팬이라도 독특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Q. (도미닉에게) 게임을 잘 모른다고 했는데 단순히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새로운 공간(워크래프트 세상)에 적응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는가?

도미닉 쿠퍼 : 우리 중에 일부는 워크래프트를 즐겼는데 사실 나는 아니다. 그래서 이 공간에 적응하는 것이 던칸이 항상 강조하던 것이다. 게임에 존재하는 인물들이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던칸은 새로운 패치가 나오거나 확장팩이 나오면 그 내용을 항상 우리에게 설명해 줬다. 그래서 우리가 듀로탄과 다른 영웅들에 익숙해지고 그들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등장하기 전 젊은 혹은 어린 모습을 잘 그릴 수 있게 해주었다.

벤 포스터 : 나도 게임을 안 한다. 하지만 나는 던칸 존스의 작품들을 좋아하고 그의 팬이다. 어느 날 그가 좋은 쪽과 나쁜 쪽이 없는 전쟁 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때, 매우 흥미로웠다. 그리고 이제는 너무나 많은 사람이 사랑하는 세상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 출연할 수 있게 되어 매우 흥분된다.

던칸 존스 : 사실 벤은 나에게 무한도전이었다. 벤은 메디브라는 마법사를 연기했고, 실제로 마법사가 마법을 하는 모습을 그는 본적도 없고 알지도 못하는데 그것을 가르치고 실제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 힘들었다. 실제로 메디브의 마법은 전부 CG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연기하면서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여러분도 영화를 보게 되면 어떻게 보호막을 치는지, 어떻게 번개구체를 쏘는지 알게 될 것이다. (웃음)



Q. 워크래프트 세계관은 진지한 부분도 있고 가벼운 부분도 있다. 둘 중 어떤 방향성으로 갈 것인지는 어떻게 정했는가?

던칸 존스 : 즐거움과 에너지(fun and energy), 이게 전부다. 워크래프트 팬이라는 것을 넘어서서 일반인으로 어떤 영화를 보고 싶은가? 전에 본 적 없는 것들을 보고 즐거움을 느끼고 싶지 않은가?

나는 운이 좋게도 소스코드를 함께 작업했고 스타워즈 에피소드 1을 작업한 에디터 폴 허쉬와 함께 이 영화를 작업했다. 그는 레전더리와 헐리웃을 대표하는 사람이다.

그는 처음에 이런 영화의 후작업 양과 에디팅이 어렵다는 것을 알아서 거절했지만 고용하기를 잘했고 그는 정말 고수다. 마치 음악가 같다. 그의 작업이 이 영화가 마치 인디아나 존스나 예전 스타워즈 같은 재미있는 느낌을 줄 것이다.

벤 포스터 : 여기 있는 토비와 도미(도미닉)는 사람들이 보고 싶어하는 배우다. 이 영화는 정말 기본이 탄탄한 배우들이 만들었다. 이들이 출연했다면 어떤 영화든 보러가는 사람들이 많다.

던칸 존스 : 폴라도 빼놓을 수 없다. 나는 그녀를 미션 임파서블 영화에서 봤다. 그녀는 가로나의 액션을 하면서 동시에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냉소적인 면을 잘 표현했다. 이번 영화에서 가장 연기를 잘한 배우 중 하나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겠다.

나는 우리 출연진들 중에 몇 명은 역대 그들이 찍은 영화 중에 이 영화에서 가장 연기를 잘했다고 평가한다. 이것이 내가 가장 자랑스러운 부분이다.



Q. (던칸 존스 감독에게) 혹시 본인이 영화 속의 한 인물이 된다면 누가 되고 싶은가?

던칸 존스 : 음... 나는 호드는 아니지만 나는 오크 쪽에 더 정이 간다. 왜냐하면 오크를 연기하는 배우들에게 정말 많은 것들을 요구했다.

(모션 캡쳐를 위해) 은색 내복을 입히고 점들을 붙이고 다니게 했다. 그리고 진지한 연기를 요구했다. 켄시 브라운은 움직이는 튜브에 타고 늑대를 탄 것처럼 연기를 해야 했다.

우리가 너무 웃어서 몇 초의 장면을 찍는 데 6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오크 개그단의 3번째 사람 정도를 하고 싶다.

도미닉 쿠퍼 : 던칸은 정말 좋은 감독이다.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이 부족한지를 정확히 알려준다.

벤 포스터 : 나는 폴라 패튼이 되고 싶다.(폭소)



Q. 트레일러만으로도 구리지 않은(not suck) 첫 게임 영화의 감독이 될 것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소감이 어떤가?

던칸 존스 : 마이클 패스밴더가 어새신 크리드를 찍는 것도 많은 기대를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우리가 먼저 개봉을 할테니 (게임 영화는 성공할 수 없다는) 이 족쇄는 우리가 먼저 풀게 될 것이다.




블리즈컨2015 특별취재팀(=미국 캘리포니아 애너하임)
김경범(Its), 김홍제(Koer), 이명규(Sawual), 정성모(Daram)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