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참 오랜만이다. 그동안 잘 지냈냐?"라고 인사를 건넬 정도가 됐다. 벌써 여섯 달이 넘었으니까. 3차 CBT 때는 아쉽게도 참여하지 못했고, 그렇게 테스트를 한 단계 건너뛰니까 연말이 코앞인 지스타에서 '트리 오브 세이비어'와 다시 인사를 나누게 됐다.

사실 좀 걱정도 됐다. 3차 CBT는 유저들의 기대가 정말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는 평가가 많았으니까. 오죽하면 좀 툴툴거리는 느낌의 2차 CBT 리뷰를 이제 와서 다시 돌아보니 좀 미안하다는 마음이 들 정도였고. 게다가 테스트가 끝났음에도 원한다면 유저들이 접속해서 게임을 하게 해주다니?

그렇게 3차 CBT 이후 유저들과 개발진이 함께 게임을 갈고 닦은 세월이 벌써 석 달이 넘었다. 이제 다시 우리에게 찾아온 '트리 오브 세이비어'. 지난 테스트는 너무 어질러져 있는 정겨운 고향 집 같다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어떤지 너무 궁금했다. 그리고 다시 '트리 오브 세이비어'를 찾았다.

사실 시연 버전으로 구석구석 다 훑어볼 순 없었다. 일단 캐릭터도 세팅되어있고, 시연 시간도 짧았으니까. CBT가 몇일 살아보고 결정하는 집들이었다면, 이건 말 그대로 급하게 잡힌 집들이다. 잠깐 안 본 사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살짝 훑어보는 정도였는데...일단 훑어본 소감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렇다. "이제 정리 좀 잘해놨어요!"

'트리 오브 세이비어' 시연존.



■ 확실히 달라진 '트리 오브 세이비어' - "마감새가 더 좋아졌다"
확실히 달랐다. 일단 프레임부터 잘 잡혀있다. 툭툭 끊기는 모습은 거의 없었고, 여기저기 사람들이 몰려다니는데도 화면이 끊기거나 프레임이 떨어지는 느낌이 아니었다. 그리고 개인 컴퓨터에 맞춰 설정할 수 있는 그래픽 옵션도 꽤 다양해졌고. 하이엔드 스펙의 PC가 아니더라면 '어느 정도' 옵션과 타협을 본다면 원활한 프레임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필드 보스가 등장해 사람들이 몰리면 터지는 건 어쩔 수 없을 것 같지만, 전체적으로 기본적인 프레임이나 이펙트는 확실히 개선됐다.

자, 다음으로는 전직 시스템이다. 이는 이전 개발자 노트로 공개되어있긴 한 사항. 공식홈페이지의 개발자의 코멘트를 빌리자면…

"이전 버전에서는 클래스 레벨 15에 다다랐을 때 다음 랭크의 새 클래스와 기존 클래스 중에서 선택하는 방식이었지만 새 버전에서는 지금까지 거쳐온 모든 랭크의 클래스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변경되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위자드 2랭크에서 파이로맨서를 선택했더라도 3랭크에서 크리오맨서를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이 되었습니다."

▲ 나름 자유롭게 전직이 변했다.

…라는 거다. 뭐, 어떻게 보면 좀 혼란스러울 수 있겠지만 자유로운 클래스의 조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시연 빌드에서는 캐릭터들이 각자 200레벨로 세팅되어 있어서 확인할 수 없었지만, 확실히 클래스의 조합이 자유로워졌다는 건 환영할 일이다.

UI도 전체적으로 조금씩 깔끔하게 변했고, 채팅창 역시 예전보다는 대화를 구분하기가 쉬웠다. 파티 찾기 시스템은 상당히 유용하게 쓰일듯하다. 물론 나는 현실에서도, 게임에서도 솔로잉을 즐기는 솔로 부대니까 별 상관없지만. 그리고 키보드 조작과 마우스 조작, 그리고 조이스틱 조작까지 키 세팅이 한정적으로나마 가능하다는 점 역시 반갑다.

그리고 여신부터 캐릭터, NPC까지 언제나 '쿨 시크' 유지하던 게임이 좀 화사해졌다. 무슨 뜻이냐고? 바로 캐릭터의 표정이 다양해졌다는 거다. 항상 무표정, 뚱한 채로 깜찍하거나 호들갑 떠는 모션을 취하는 그 이상한 갭이 귀엽긴 했는데…이제는 모션마다 캐릭터들이 표정이 달라지더라. 그래도 뭐 여전히 사냥할 땐 뚱-한 표정의 캐릭터들은 여전히 귀엽다.

▲ 패드 조작 설정화면. 아쉽게 조작은 못해봤다.




■ 확실한 컨셉을 보여주는 캐릭터들 - '평타 오브 세이비어'라는 오명 벗을까?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스킬 밸런스다. 내 자리에 세팅되어 있던 캐릭터는 플레처. 이 클래스는 특수한 화살을 사용한다는 설정이었는데, 예전에는 특수 화살을 이용한 주력 대미지 딜링 스킬의 쿨타임이 30초를 넘어가 자주 쓸 수 없어서 매커니즘에서 지적을 많이 받았던 캐릭터다. 이번 지스타 버전의 '플레처'는 스킬들이 쿨타임이 대폭 줄어들어 마침내 캐릭터의 컨셉이 제대로 살아났다(화살은 어쩔 수 없었다).

말 그대로 "평타 오브 세이비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는 플레이가 된다는 거다. 시연해봤던 플레처는 아처-레인저-새퍼-새퍼-플레처-플레처의 트리를 타고 있었다. 그래서 툭하면 트랩을 깔며 적을 몰아 사냥하고, 보스전에서는 트랩을 깔고 요리조리 피해 다니면서 플레처의 다양한 화살로 공격을 할 수 있었다. 그냥 애초에 마나 분배를 잘못하지 않는 이상은 평타를 쓸 이유가 없다. 스킬 쿨 오는 대로 야금야금 스킬을 써주면 되니까. 영상으로 확인해보시라. 너무 오랜만에 해보는 거라서, 눈이 썩을 정도의 끔찍한 컨트롤은 양해를 구하겠다.

▲ '스파르나스' 전투 영상 (1:30부터)
(중간 큰 프레임 드랍은 스크린샷 촬영 버튼을 눌러서 생긴 현상이다)

다른 캐릭터인 위저드 계열도 나름 평타 사냥은 거의 없이 스킬을 순환시키면서 사냥하는 게 가능했다. 소드맨과 계열은 시간에 쫓겨서 거의 해보지 못했지만, 클레릭 계열은 몽크가 준비되어 있어 잠시 플레이 해보긴 했다. 아쉽게도 스킬 자체 구성이 보조계열이 많아서 그런지 클레릭은 여전히 평타 비중이 제법 있는 편이었다.

그래도 이 정도가 어디인가? 모두같이 평타치던 예전과는 달리 몇몇 클래스들이 제 개성을 확실히 보여줬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 개발진들이 생각하던 모습과 유저들이 바라던 모습이 조금씩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나 할까?

몇몇 클래스들이 정확히 색을 잡았다면 다른 클래스들도 새로운 색을 찾아가는 건 어렵지 않을 거라고 본다. 게다가 아직 보여준 건 6클래스까지의 직업이었고, 그 상위 클래스들도 남아있지 않은가.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아직 많이 남았다는 거다. 일단, 지스타에서 시연할 수 있었던 캐릭터들에 대해서는 '만족'이라고 할 수 있겠다.

▲ 살짝 모아서 크레이모어로 와장창

▲ 스킬 이펙트도 더 좋아졌다. 펑펑



■ 12월 오픈베타테스트, 제대로 된 변화를 부탁한다


자취하는 유저들이라면 공감할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부모님이 오신다고 해서 널브러져 있던 잡동사니들을 급하게 침대 밑이나 장롱 속에 다 집어넣고 가려놓거나 문을 잠그고 완전 깔끔한 집처럼 보이게 만드는 마법. 누구나 한번 쯤 사용해봤을 정도로 멋지고도 훌륭한 방법이지만, 들키면 본전도 못 건지는 다소 도박성이 있는 정리법 말이다. 흔히 "짱박기"라고 부르는 것.

그래서 걱정이다. 전체적인 마감새와 캐릭터의 표정 등의 묘사나 UI의 소소한 곳까지 다듬어진 모습이긴 했는데, 정작 확인할 수 없던 부분이 있었으니까. 나쁜 건 잘 안보이는 방 한 구석에 짱박아두고 "오실 줄 알고 집 깨끗하게 잘 치워놨어요!"하고 맞이한 건 아닐까 하는 불안함이랄까.

앞서 언급하기도 했지만, 시연 버전은 한계가 있다. 기자도 어거지로 1레벨 캐릭터를 만들고 조금이라도 초반 부분을 해보려고 하니 시연 시간이 너무 모자랐다. 게임에 진입한 후 레벨업 동선이나 퀘스트의 흐름도 확인이 안 됐고, 매번 엇나가던 레벨업과 잡레벨의 경험치 획득량(레벨업 테이블)과 메인 스토리의 몰입감, PVP 시스템 역시 확인해볼 길이 없다. 보스 전투도 귀찮은 트랩과 높은 HP말고는 별 특징이 없어 다이나믹하다보다는 단조롭다라는 표현이 어울렸다.

▲ 여전히 스테이터스 분배는 애매하다. 결국 힘이 답일지도.

다시 말해 200레벨까지 '완성' 되어있는 캐릭터는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지만, 거기까지 가는 과정을 확인해볼 수가 없었다는 거다. 시연 버전에서 버그를 확인할 수는 없으니 버그에 대해서는 판단을 내릴 수 없다고 본다. 아마 시연 버전과 직접 테스트 서버에서 아직도 게임을 하고 있는 유저들이 느끼는 것과 다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히 '트리 오브 세이비어'는 달라졌다. 잠깐만 해봐도 변화를 알 수 있을 정도니까. 단순하고 지루하면서 답답한 스킬 밖에 없던 전투가 좀 더 다이나믹하게 변했고, 최적화도 예전보단 좋아졌다. 지난 테스트에서 크게 실망했긴 했지만, 이번 시연 버전의 모습은 제법 만족스럽다. 물론 개인마다 체험해보는 캐릭터나 눈여겨보는 부분이 달라서 조금 실망한 유저도 있을 것 같다.

약간의 우려도 있지만, 일단 살짝 훑어본 '트리 오브 세이비어'는 인테리어를 각 잡고 제대로 다시 꾸민 고향 집 같았다. 추억은 느낌으로 살아있고, 세련된 시스템과 개발진이 꿈꾸던 클래스의 방향도 어느 정도 잡혔다. 이제 정말 '마무리'만 남았다고 볼 수 있겠다. 12월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조금 더 깔끔해져서 더욱 멋진 모습으로 오픈 베타를 시작하길 기대해본다.

시연 참여자들에게 증정되는 경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