될 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라는 말이 있죠. 15살의 어린나이에 데뷔, 업그레이드 프로토스라는 신선한 체제로 순식간에 주목을 받으며 2012 WCS 파이널 준우승, TSL(팀 리퀴드 스타리그) 우승 등 혜상처럼 등장한 장현우.

같은 97라인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승현, 조성주보다 빨리 두각을 나타냈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어린 나이에 정상에 근접한 위치에 올라서였을까요? 군단의 심장 발매 이후 장현우는 슬럼프에 빠지게 되며 어느 순간부터 개인리그에서 모습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졌죠. 그 사이에 이승현과 조성주는 호각을 다투는 최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했고요.

2015년 현재, 아직도 이제 겨우 19살인 소년 장현우는 오히려 어린 시기에 좌절을 맛보고 방황을 해봤기 때문에 앞으로 더 잘할 자신이 있다고 합니다. 프라임을 떠나 이제 진에어 그린윙스라는 날개를 달고 비상할 준비를 하고 있는 장현우를 만나봤습니다.

▲ 아직은 진에어 유니폼이 어색하다.


Q. 안녕하세요. 인벤에서는 처음 인사드리는 것 같은데,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진에어 그린윙스에 합류한 프로토스 장현우입니다. 인벤에서는 첫 인터뷰인데, 굉장히 설레고 앞으로 진에어 소속으로 멋진 모습을 보여 드릴테니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Q.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요?

프라임을 떠난 뒤 개인방송도 조금씩 하고 집에서 연습하며 지냈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집에서 혼자 연습 하다 보니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팀에 합류하고 싶은 간절함이 생겨서 내가 입단할 수 있는 팀을 알아보며 지냈죠.


Q. 15살부터 프로게이머 활동을 시작했어요. 어떻게 프로게이머의 꿈을 키우게 됐나요?

초등학교 때부터 게임을 정말 좋아했어요. 게임을 워낙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타1을 접했고, TV로 프로게이머들을 보면서 '나도 저 자리에서 게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게 첫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Q. 원래는 스타1 프로게이머 지망생이었네요.

맞아요. 그때가 2010년 즈음인데, 현실적으로 생각을 해봤을 때 당시는 아마추어와 프로게이머의 격차도 엄청 심했고, 심지어 프로게이머들의 격차도 어마어마하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미래에 대해 고민하던 찰나 마침 스타2가 발매됐고, 당시 GSL 오픈 시즌 상금이 1억이었거든요. 고민은 거기서 끝났죠(웃음).


Q. 자유의 날개 때 혜성같이 등장했어요. 특히 '업토스'를 만들면서 계속 승승장구했는데, 당시를 떠올려보면 어떤 가요?

정말 행복했던 시절이죠. 그리고 연습도 미친듯이 했어요. 운도 운이지만, 노력의 결과물이 성적으로 100% 이어지던 시절 같아요. 당시 17살이었는데, 스타2를 시작하면서 생각보다 쉽게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서면서 돈도 쉽게 벌었고, 17살의 나이에서 만져보기 힘든 금액들을 얻게 되니 점점 자만해지더라고요. 그게 문제였어요.


Q.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한 게 2013년부터였죠? 그때가 방황의 시기였나요?

정말 한심했죠. 우승자 징크스라는 말이 있잖아요? 제가 국내 리그에서 우승을 해본 적이 있는 건 아니지만, 해외 대회 우승과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섰다는 거에 너무 우쭐했어요. 어린 나이라 더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그걸 깨닫고 다시 열심히 했을 때는 운도 잘 따라주지 않으면서 슬럼프에 빠지고 말았죠.

결국, 2013년 말부터 남은 대회에서 다 떨어졌고, 두 번째 위기가 찾아왔죠. 지금 생각해보면 해서는 안 될 선택을 했어요. 리그오브레전드로 전향을 준비했었거든요. 프라임팀에서 롤을 준비하던 과정이기도 했고, 당시에는 (이)정훈이 형만 종목을 전향한다고 발표됐는데, 사실 저도 같이 준비했었거든요. 롤프로게이머로서도 잘할 자신이 있었거든요.



Q. 그럼 롤로 종목 전향을 준비하다 다시 스타2를 하게 된 이유가 궁금해지는데요?

롤을 한창 연습하고 있을 때, 과거 연맹팀들이 2014년 프로리그에 참가한다는 소식을 접했어요. 당시 스타2 팀에서 제가 핵심 멤버이기도 해서 선택의 순간이 왔던 거죠. 정말 많은 고민 끝에 스타1때부터 꿈의 무대였던 프로리그에 서보고 싶어서 다시 스타2에 열중하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Q. 사실 스타2 초창기 프라임은 꽤 강팀이었어요. 조성주 선수가 팀을 떠나면서부터 내리막길을 걸은 것 같은데, 팀의 에이스로서 마음이 많이 무거웠겠네요.

2014 시즌을 준비하면서 최상위권에 오르진 못하겠지만 어느 정도 성적을 낼 자신이 있었어요. 당시 팀원들도 함께 프로리그를 정말 열심히 준비했고요.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생각보다 다른 팀들과 격차가 심했던 거죠. 정말 속상했어요. 프라임에서 활동할 때 프로리그에서 포스트 시즌에 한 번도 못 올라가고 너무 무기력한 모습만 보여드린 것 같아 팬분들에게 정말 죄송해요.


Q. 그래도 꼴찌팀이라는 불명예 속에서 장현우 선수의 분전은 정말 멋졌어요.

어떻게든 이기고 싶었어요. 단 1승이라도 말이죠. 프로게이머라면 누구나 승부욕이 많지만, 저는 진짜 그 누구보다 승부욕이 강하다고 자부할 수 있어요. 정말 어떻게 해서든 팀을 승리로 이끌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팀의 상황은 더 악화됐고, 월급도 어느 순간부터 받지 못했거든요. 결국, 연습환경도 나빠지면서 래더 위주로만 연습했어요.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전체적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Q. 이 말을 안 물어볼 수 없을 것 같아요. 동료 선수들의 승부조작 사실을 알고 있었나요?

몰랐어요. 그래서 승부조작 사실을 들었을 때 충격을 받아서 좀 멍했었죠.



Q. 4년 동안 몸담았던 프라임을 떠난 뒤 진에어 그린윙스에 합류했어요. 어떻게 입단하게 됐나요?

한국e스포츠협회에 먼저 연락을 했고, 공개 포스팅을 통해 진에어에 입단하게 됐어요.


Q. 프라임에서 한솥밥을 먹던 조성주 선수와 다시 만나게 됐네요?

그렇죠. 어릴 때부터 함께 지내기도 했고, 이렇게 다시 만나니까 정말 반갑더라고요. 물론, 지금은 저와 성주의 위치가 많이 바뀌었지만(웃음). 성주가 저보다 훨씬 높은 곳에 있으니 옆에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Q. 다른 팀원들과는 원래 친분이 있었나요? 많이 친해졌는지 궁금하네요.

숙소에 합류한 지 2주 정도 됐어요. 형들이랑 감독님, 코치님도 너무 친절하셔서 정말 좋아요. 다 잘해주시지만, 특히 옆자리인 (김)도욱이 형이 많이 저를 많이 챙겨줬어요.


Q. 마지막으로 진에어 그린윙스 팬들에게도 한마디 부탁해요.

프로게이머를 시작한 지 5년 차인데, 첫 이적입니다. 진에어 그린윙스라는 좋은 팀을 만나게 되어 정말 영광이고,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예전 전성기를 뛰어넘을 수 있는 '대장장이' 장현우로 거듭나겠습니다. 팀에서 저를 선택해준 만큼 꼭 팀에 보답하고 싶고, 팬들에게도 진에어라는 날개를 달고 비상하는 장현우의 모습을 꼭 보여드릴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