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에서 오픈 베타를 발표한 '트리 오브 세이비어'. 시연 버전도 나왔고, 새로운 소식을 전하기도 했죠. 지스타 현장에서도 12월이면 정말 얼마 안 남았구나…싶었습니다.

그래도 걱정도 됐습니다. 테스트 서버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이 썩 좋은 것만 있던 건 아니었거든요. 그래도 시연 버전을 플레이해보면서 어느 정도 위안은 됐습니다. 이것저것 정신없이 바쁘게 지스타를 취재하는데, B2C관 근처에서 우연히 IMC게임즈의 김세용 부사장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혹시나 인터뷰가 될까 하고 잠시 시간을 내어줄 수 있겠냐고 물어보니, 약간 곤란하다는 표정을 짓긴 했지만, 다음 일정까지 짧은 시간이나마 가능하다고 하더군요. 짧은 시간 동안 진행한 인터뷰였지만, 개발진이 생각하는 '트리 오브 세이비어'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 지스타에서 공개된 TOS의 신규 영상


Q. 먼저 이번 오픈 베타 테스트 빌드에 대해 소개를 부탁합니다.

김세용
=테스트 서버 이후 좀 더 패치가 된 버전이 오픈베타 빌드가 될 것 같습니다. 3차 CBT 이후로도 많이 손을 봤고, 최종적으로는 더 안정적인 빌드로 오픈 베타를 맞이하려고 합니다. 워낙에 다듬고 있는 부분이 많아서 어느 한 부분을 콕 찍어 이야기하기는 어렵네요.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은 서버 안정성입니다.

다소 소규모로 진행된 국내 테스트에서는 볼 수 없었던 문제가 글로벌 서버에서 많이 확인됐습니다. 몇만 명이 접속하다 보니 생기는 문제였어요. 한 지역의 채널이 60개가 넘어갈 정도로 인원이 몰리다 보니…마켓 등록 아이템 개수가 늘어나면서 경매장에도 보이지 않던 문제가 있었죠. 100명 이상 친구를 등록했을 때 생기는 문제도 있었고요. 전체적으로 접속 안정성을 보고 있어요.

직업별 밸런스는 현재도 계속 잡는 중이고, 오픈 베타 서버가 열리면 아마 새로운 클래스가 추가되는 만큼 또 다른 버그가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걸 수정하는 과정도 있을 거고요. 게임 프레임도 지금보다도 더 좋은 상태로 계속 손을 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집중적으로 캐릭터 동기화 부분을 보고 있어요. 실제로는 움직이고 있는데, 내가 볼 땐 제자리에 서 있거나 오프라인으로 표시되는 현상을 없도록 하려고요. 그리고 전체적으로 캐릭터 스킬 이펙트도 손을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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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클래스 리스트에서는 등장하지 않은, 히든 클래스로도 전직이 가능하다고 들었습니다.

김세용
="히든 클래스…이건 표현이 좀 잘못됐다고 할 수도 있는데, 딱히 대체할 말이 없긴 하네요. 어차피 나중에 정보가 풀리면 숨겨진 클래스는 없잖아요? 그냥 전직 조건이 좀 까다로운 클래스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솔직히 숨겨놔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어떻게 보면 시범적인 거에요.

특정 조건을 달성하면 전직할 때 새롭게 등장하는 클래스라고 보시면 됩니다. 원래 랭크만 달성하면 나오는 선택지에서 새로운 클래스가 보이는 형태죠. 하지만 여기서도 고민이 많아요. 히든 클래스라고 다른 일반 클래스보다 엄청 좋다, 이런 건 없거든요.

유저들이 아무 정보 없이 이런 숨겨진 클래스들을 얼마나 찾을 수 있는지 확인을 해보려는 의도도 있어요. 예상보다 못 찾으신다면 뭔가 힌트를 더 드려야 할 것 같긴 해요. 하지만 히든 클래스는 그냥 '희소성'의 개념일 뿐이지, 실제 성능이나 역할은 같은 등급의 클래스들과 비슷한 수준일 겁니다.



Q. 오픈 베타에는 클래스 랭크를 몇 정도까지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세용
=일단 생각은 7랭크까지 예상을 하고는 있어요. 레벨업은 아마 186레벨쯤에 랭크 6을 달성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만큼 경험치 테이블도 손을 봤고, 업데이트하면서 새로운 지역도 열리니까요. 대신 6랭크를 마스터하시려면 좀 시간이 걸릴 듯하네요.

오픈베타의 최종 레벨은 280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테스트해봐야 하는 부분도 있고, 빌드도 좀 더 안정화하고 싶어서 정식 서비스 시작은 언제쯤일지 확답을 해 드리기 어렵습니다.




▲ 새롭게 추가된 소드맨계열 7랭크 드라군, 템플러


Q.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인스턴스 던전이 추가됐다고 들었는데, 어느정도까지 추가되어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세용
=테스트 서버에서는 말 그대로 테스트의 일환이라 200레벨의 인스턴스가 많았습니다. 지금은 40레벨부터 70, 120레벨 구간 등 꽤 많은 저레벨 인스턴스 던전이 준비되어 있어요. 그리고 오픈베타때는 217레벨의 인스턴스 던전도 들어갈 것 같습니다.

필드 사냥을 하다 보면 확실히 레벨업이 더뎌지는 구간들이 있어요. 그런 구간들에 갈 만한 인스턴스 던전들이 계속 추가될 예정입니다. 상당히 반응이 좋은 편이라 추가는 계속되겠지만, 너무 많이 넣지는 않으려고요.



Q. 테스트 서버에서 알케미스트 등 제작 직업군의 레시피를 찾기가 너무 어렵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김세용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유저들이 얼마나 찾아낼 수 있을까?'는 상황도 테스트의 일환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정보가 제한적이다 보니까 몇 가지 이상을 찾아내시진 못하시더라고요. 일본 커뮤니티에서는 이걸 찾아내는 게 진짜 '트리 오브 세이비어'의 엔드 콘텐츠라는 말도 나오더군요.

그래서 다음 버전에서는 좀 더 힌트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아이템의 형태라던지, NPC의 대사를 통해서든 레시피에 대한 힌트를 주려고 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방안은 좀 더 논의를 해봐야 할 것 같아요. 벽화나 그림으로 주는 방법도 있겠죠. 노골적으로 아이템 이름을 제시할 수도 있겠고요. 사실 이게 게임 내 기믹으로 제공하려고 한 건데, 생각해보니 이런 정보를 숨기기만 해서는 의미가 없을 것 같기도 해요.



Q. 테스트 중에도 캐쉬로 추측되는 재화, NXP가 있었습니다. 유료화 아이템은 어느 정도로 준비되어 있나요?

김세용
=아직 확정된 건 없고, 어느 정도 방향만 잡아둔 상태입니다. NXP 자체도 사실은 유료 아이템을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하는 테스트도 있던 거죠. 그대로 NXP를 유료화 화폐로 사용할 수는 있겠지만, 계속 논의 중이라 NXP가 유료재화다고 확정 짓기는 어렵고요. NXP를 기반으로 한 유료화 아이템을 선보일 순 있을 것 같습니다.

하나 말씀드리자면, 유저분들이 우려하시는 밸런스 아이템은 없는 형태로 유료화를 할 예정입니다. 유료 재화는 매일매일 소량으로 지급되는 형태를 생각하고 있고요. 숙소도 구매할 수 있겠죠?

아, 그리고 캐릭터들의 전용 숙소는 실내 맵들이 준비될 때마다 그걸 숙소로 선보이고 싶어요. 제작을 계획하고 있는 실내 맵들이 몇 가지 있어서 스킨이 더 늘어날 가능성은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 IMC게임즈의 김세용 부사장. TOS의 메인 디렉터를 맡고 있다.


Q. 게임은 2D인데 오히려 사양이 높아서 최적화를 지적하는 유저들도 많았습니다.

김세용
=지금도 계속 최적화를 해서 권장 사양은 예전보다도 더 낮아졌을 겁니다. 애초에 시작했던 건 넷북에서도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야지, 했는데 오히려 넷북보다는 울트라북이 인기가 많더라고요. 인터페이스도 거기 맞췄던 이유 중 하나가 '윈도우 태블릿'을 기대해서였는데…

이후 PC들을 보니까 오히려 생각보다 변하지 않는 걸 봤어요. 윈도우 태블릿이나 넷북의 시대가 올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사양이 많이 올라갔던 것 같아요. 보기보다 높은 사양을 요구하는 게임이 되어버렸죠. 풀 3D였다면 오히려 더 저사양으로 만들 수 있었을 것 같아요. 2D와 3D를 조합하는 건 기술적으로도 꽤 난항이 많고요.

2D를 풀 스프라이트로 제작하면 메모리가 못 버티고, 3D랑 조합하니 연산도 많아지고. 이런저런 이슈들이 많았지만 조금씩 해결하고 있습니다. 아마 오픈베타버전은 CPU가 i3 이상, 그래픽은 GTS250, 램 8기가 정도까지 권장사양을 맞출 것 같아요. 파티원 몇 명과 사냥하는 건 무난한데, 길드단위의 전쟁이나 마을에서는 좀 스트레스를 받으실 수 있겠네요.

내장 그래픽으로도 돌아갈 수 있을 만큼도 생각했는데, 내장 그래픽도 어느 정도 가능하긴 하더라고요. 마을에서도 격한 액션이 아니면 플레이하는 자체는 지장이 없을 것 같아요. 아마 윈도우 태블릿에서도 플레이하시는 분이 있을 것 같아요.


저레벨부터 고레벨까지 골고루 인스턴스 던전이 배치됐다고 합니다.




'트리 오브 세이비어'를 즐긴 유저들이 지적하는 부분은 바로 '평타'였죠. 개인적으로도 평타 오브 세이비어는 오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클래스가 여러 가지인데, 모두 똑같이 평타를 친다는 건 문제가 있죠. 평타의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다 같이 평타를 치는 게임이라면 클래스와 캐릭터들의 개성이 많이 죽으니까요. 그것은 개발진이 원하는 그림도 아니겠죠.

실제로 지스타빌드에서 '플레처'와 같은 클래스는 평타 의존도가 굉장히 낮았습니다. 검사 계열 중에서도 평타를 위주로 하는 클래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클래스도 있었고요. 평타가 재미있다면 괜찮습니다. 하지만 클레릭계열의 평타는 지루하기 짝이 없고, 위저드 계열 역시 평타를 왜 치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죠. 그렇다면 개발팀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제가 생각한 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더군요. 개발팀에서도 평타가 많은 건 인지하고 있지만, 평타 자체가 문제라는 건 아니라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포인트는 바로 평타를 위주로 쓰는 캐릭터와 그렇지 않은 캐릭터가 있다는 점입니다. 평타로도 여러 가지 재미를 줄 수 있다면 그건 차라리 오명이 아니라 칭찬이라는 견해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평타 오브 세이비어'라는 말은 오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칭찬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사실 평타를 치면서 그 평타의 바리에이션이 깊다면, 오히려 게임성이 깊다는 말이라고 할 수 있잖아요? 그 표현 자체는 꽤 좋은 이야기인데…그동안 많은 게임이 평타보다는 스킬 위주로 전투가 펼쳐져 와서 아마 유저분들은 잘 안 맞으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모든 유저분들을 만족시키기는 어렵습니다. 트리 오브 세이비어는 템포가 많이 느린 게임이에요. 취향에 맞는 분들은 맞겠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에게는 정말 지루한 게임이 될 수도 있어요. 저희는 좀 느린 템포를 원하시는 분들에게 어필을 하고 싶습니다.

'평타 오브 세이비어'는 참 괜찮은 말이긴한데, 아직 '트리 오브 세이비어'의 평타가 그 정도로 깊은 게임성을 내지 못하는 게 유감스럽고 죄송스러울 뿐입니다. 평타 오브 세이비어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스킬 중심의 게임으로 전환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요. 실제로 게임을 해보면, 평타를 위주로 사냥하는 클래스가 있고, 그렇지 않은 캐릭터도 있다는 점이 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저분들은 아마 다들 '강한 캐릭터'를 원하시겠죠. 그런 평준화를 바란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트리 오브 세이비어'는 정말 클래스가 많은 게임이에요. 거기에는 전투형 클래스도 있고, 그렇지 않은 보조형 클래스도 있어요. 전투형 클래스는 강할 수 있지만, 보조형 클래스까지 강력하게 되는 건 좀 어렵다고 생각해요.



클래스 하나가 캐릭터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캐릭터의 일부분이라고 보면 된다고 할까요? 캐릭터가 실질적으로 계열별로 고정된 게 맞는 말이긴 합니다. 클래스가 다양하지만, 클래스라는 개념은 1레벨부터 자신의 캐릭터를 커스터마이징하는 과정의 일부입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죠. 이번에 추가로 등장할 '템플러'는 여러 가지 루트를 거칠 수 있어요. 바바리안을 거친 전투 템플러가 될 수도 있고, 스콰이어를 거쳐서 보조 역할이 강조되어 있는 템플러가 될 수도 있죠. 자신의 캐릭터는 여러 가지 선택지 중에서 비율을 선택해 탄생하는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하나의 클래스라 할지라도 여러 가지 형태의 캐릭터가 존재할 수 있는 거죠.

생산, 혹은 보조직의 클래스들이 좀 전투에 취약한 면은 있었어요. 파티 매칭에서도 결국 이런 클래스들은 좀 제외되는 감이 있어서, 어느 정도 수정을 하긴 했습니다. 최소한의 생존력과 자신의 직업군에게 맞는 역할은 할 수 있도록 상향을 하긴 했어요. 전사 클래스라면 적당히 체력이 있는 편이고, 마법사와 궁수 클래스는 화력을, 클레릭 계열은 보조는 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마법사계열 7랭크, 워록과 페더풋


스테이터스가 좀 직관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도 있었어요. 이거는 유저분들이 스탯을 좀 더 자유롭게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시스템입니다. 초기 버전에서는 '힘'이 능력치가 아니고 '공격력'이었어요. 공격력을 올리면 마법 공격력도 같이 올라가는 형식이었죠.

그러면 지능과 좀 혼동이 생길 것 같아서 지능은 분리를 해뒀고, 민첩성 부분은 회피나 치명타에 영향을 주는 부분이라 두 가지 형태로 분리했습니다. 지금도 덱스(Dex)의 효능이 너무 좋긴 해요. 하지만 적어도 민첩성과 공격력은 따로 가고 싶었어요. 그래서 툴팁에도 궁수로 공격력을 올리고 싶으면 힘을 찍어야 한다고 해놨습니다. 라그나로크의 룰을 기대하고 보신 분들이 많을 텐데, 그것과는 많이 다를 겁니다.

스탯 밸런스는 계속 피드백을 받고 있어서 지금도 꾸준히 조정 중입니다. 전사 클래스는 체력 적용을 좀 더 많이 받고, 힘과 지능 스탯은 랭크마다 추가로 적용 보너스를 받을 수 있어서 예전보다는 효율이 많이 높아졌습니다. 대부분 간과하는 능력치가 '정신력'인데, 음…아마 쿨타임이 없는 스킬을 하나 이상 가진 캐릭터라면 정신력에도 좀 투자를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인터뷰를 하고 있자니 계속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대체 이 개발팀이 그리고 있는 트리 오브 세이비어는 어떤 게임일까?" 유저들의 피드백에 맞춰 게임을 바꾸곤 있다고 하지만, 전체적인 큰 그림을 바꿀 생각은 없어 보였습니다. 처음부터 호불호가 갈리는 게임이었지만, 되도록 많은 유저들을 끌어들일 생각은 별로 없어 보인달까요.

'시장'에 맞춘 게임이 아니라는 느낌을 계속 받게 되더군요. 이는 시장에서 개성을 띌 수 있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호불호가 갈려 유저들을 많이 끌어들일 수 없는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들이 생각하는 '트리 오브 세이비어'의 모습을 듣다 보니 개발진이 '유저가 세상의 일원이 되는 것'을 꿈꾸는 것 같았습니다. 어느 정도 NPC의 역할도 유저들이 직접 수행하고, 마을에서 오손도손 앉아서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직접 유저들이 자신의 캐릭터를 완성하며 역할을 찾아 나가는 것이죠. 말 그대로 '역할'(Role)을 즐기는'(Playing) 게임(Game)', RPG를 꿈꾼다는 거였죠.

그러나 이렇게 RPG의 본질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유저들이 많이 모여야 합니다. 역할이 나뉘어 있어서 필요한 기능을 유저들에게서 찾아야 하잖아요? 하지만 역할을 맡아줄 사람이 모자라면, 결국 게임의 생태계가 구성되지 않습니다. 역할을 수행할 배우가 모자라면 연극을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죠. 개발팀에서도 이에 대해서 고민이 많다고 합니다.


"트리 오브 세이비어는 시작부터 상당히 반항심으로 이뤄진 게임이라고 할 수 있어요. 다들 풀 3D그래픽으로 만드니까, 우리는 2D로 만들어보자. 그래픽이 로우 엔드로 가는 대신에 서버를 고 사양화하자. 뭐 그런 개념이랄까요. 형식적으로 만렙을 찍고 인스턴스 던전을 돌면서 파밍을 하는 게임이 맞지 않는 유저들이 좋아할 만한 게임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트리 오브 세이비어'는 'MMORPG' 중 'R'에 집중한 게임이라고 생각해요. 스스로도 그렇게 집착을 하는 편이고요.

RPG는 '롤 플레잉 게임', 역할극이라고 할 수 있잖아요? 모두가 전투만 하면 그건 좀 아니지 싶어요. '게임안에서 내 역할이 있다면 대체 뭘까?'하는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예전에 올라온 영상 중에 파이로맨서들이 파이어볼을 깔아두면 크리오맨서들이 그 파이어볼과 골대를 가지고 축구를 하는 모습이 있었어요.

일반적으로 사냥하는 영상이 위주인데, 그렇게 노는 걸 보면 신선하잖아요? 그때 우리가 의도한 게 제대로 되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기존 게임에서는 이런 재미를 찾을 순 없었잖아요? 그리고 아무도 안 만들어줬으니까 어쩔 수 없이 우리가 만든 거에요. 물론 트리 오브 세이비어가 기존 시장 MMORPG를 대체하겠다, 이런 건 아닙니다.

유저들이 스스로 역할을 찾는 거죠. 마을에 들어가면 스콰이어들이 칼을 갈고 있고, 연금술사들은 포션을 만들고 유저들이 보석도 볶고 있고요. 그런걸 볼 수 있다면 우리가 의도했던 역할이 정착된 거라고 할 수 있겠죠. 테스트서버에서 보스 테스트한다고 보스를 풀어두면, 뒤에서 베이스캠프를 짓고 무료 배식대를 만들어서 유저들을 지원하는 것도 볼 수 있었어요. 제가 생각한 MMORPG의 모습은 이런 겁니다.

NPC를 대체한다고 볼 수도 있겠죠. 예를 들어볼까요? 클레릭 계열에 '오라클' 클래스는 지금 스킬이 변경됐어요. 오라클의 3서클 스킬은 바로 유저의 성별을 바꾸는 스킬입니다. 스킬 사용에도 어느 정도 재료가 필요해요. 유저들은 다른 방법으로 성별 전환을 할 수 없어요. 오로지 오라클에게 의존해야 합니다. 이런 것처럼 역할을 유저들 손에 맡기고 싶었어요. 근데 오라클은 3서클에 배우는 스킬이 성별전환뿐이라…그게 거의 오라클의 아이덴티티가 될 듯하네요. 인기 있는 클래스가 되지는 않겠죠?



이런 역할을 부여하려면 테스트도 많이 해야 해요. 이번에 패치하는 클래스 중에 '카발리스트'라는 클래스가 있어요. 이 클래스는 유저의 HP의 최대치를 대폭 상승시킬 수 있습니다. '상승'만 되는 거에요. 피 채우는 건 이제 스스로 알아서 해야죠. 또 다른 클래스 중 하나는 '플레이그닥터'라는 클래스인데, 이 클래스는 '힐링 팩터'를 사용해요. 초 재생능력이죠. HP가 줄어들면 무섭게 도로 채우는 스킬입니다.

이 둘의 스킬을 조합한다면 아무리 많은 공격을 받아도 생존하기는 쉽겠죠? 하지만 죽을 수도 있잖아요.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서 대체 유저들이 어떻게 사용하는지 지켜보는 거죠. 우리가 무조건 역할을 정해놓고 만들지는 않아요. 이렇게 시도하다 실패한 케이스도 정말 많았습니다.

스킬이 워낙에 많다 보니 이런저런 스킬들을 조합을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진귀한 광경도 나오곤 해요. 너무 강력하다 싶으면 조정도 하고요. 이렇게 여러 가지 스킬이나 다른 요소들이 퍼즐처럼 모여서 재미난 사건이나 현상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거기에 기대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유저들이 각자의 역할을 찾고 만들어나가는 걸 기대하고 있습니다. 분명히 '트리 오브 세이비어'는 호불호가 갈리는 게임입니다. 우리는 거기서 '거부감'을 더는 정도가 목표에요.



▲ 플레이그닥터와 카발리스트.



역할에 대해서는 정말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특정 클래스가 인기가 없을 거다. 그런 건 알고는 있어요. 어떤 클래스를 완성해서 정체성을 규정하는 데 노력을 했다고 하면, 다른 기회비용을 포기한 셈이잖아요? 그 캐릭터는 그쪽 분야에서 가장 좋은 캐릭터다. 비록 용도는 한정됐다고 할지라도 그건 확실하겠죠.

두 번째는 플레이어들의 정의입니다. 우리는 플레이어가 하나의 캐릭터가 아니라, 다수의 캐릭터가 하나의 플레이어를 정의하는 방식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숙소를 도입한 거죠. 숙소 자체가 그 플레이어를 정의한다고 보면 될까요? 사회 활동 자체를 팀 단위로 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숙소에 있는 캐릭터 하나는 플레이어가 갖춘 능력 하나를 보여주는 느낌이었으면 좋겠어요.

세 번째는 그 '기능' 자체로 가치가 달라진다는 점이죠. 아까 오라클을 예시로 들었죠? 오라클 3서클까지는 정말 여정이 험난하겠죠. 하지만 캐릭터의 성별을 바꿀 수 있다는 건 누군가가 이 짓까지 해야만 할 수 있는 거다. 그만큼 노력이 필요한 한 거다. 이런 걸 알려주는 거잖아요. 아무도 선택하지 않을 수 있는 역할이죠. 하지만 그런 길이 열려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낭비적이고 사치적인 느낌이랄까. 노력과 가치가 동반되는 그것만으로도 때로는 가치가 매겨지곤 하잖아요? 비주류 클래스고 비전투 클래스인데 그 클래스의 정점을 달성한 사람은 그만큼 희귀하고 대단한 거잖아요. 용도가 고르게 쓰이기보다는 그냥, 이런 것도 가능하다는 정도의 느낌으로 만든 역할들도 있어요. 그런 건 아마 게임 내에서 경고가 나갈 거에요. 웬만하면 이건 하지 마세요? 라는 느낌.


▲ 비슷한 예로, TOS에서는 '템플러' 클래스만이 길드를 조직할 수 있다.

그래도 좀 지나친 감은 있었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보상이 좀 많이 변했다고 해야 할까요? 초반 기획 자체는 너무 역할이라는 데에 집중을 했던 것 같아요. 마법사도 파이로맨서로 쭉 클래스를 키워오다 연금술사를 선택했다고 가정해보죠. 연금술사가 되기 전에는 충분히 성장하는 의미가 있는데, 연금술사를 올리니까 아무것도 안 되는 거죠.

생산직이라도 기본적인 사냥이나 생존은 충분히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갑작스레 클래스 전환으로 전투가 죽어버리면 그건 그거대로 문제겠죠. 거기서 오는 피로도도 무시할 수 없을거고요. CBT를 거치면서 주로 이번 부분을 수정했어요.

7랭크에 공개되는 새로운 클래스들은 화력이 거기에 준하는 형태입니다. 클래스 선택지도 차후 클래스랑 스킬 연동이 잘되지 않는 부분도 있어서 제한도 없애버린 상태고요. 신규 스킬도 여럿 등장했습니다. 이제 보조적인 역할도 수행하면서 성장도 동시에 할 수 있는 형태로 클래스들을 조금씩 다듬었어요. 이건 CBT를 해보시고 난 유저분들이 OBT에서 경험해보고 의견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신규 7랭크 클래스, 캐노니어와 머스킷티어

모든 역할을 플레이어에게 맡겨둘 수 없다는 점도 고민입니다. 주문서 판매로 말미암아 '크리비'와 같은 클래스들의 개성이 죽는 느낌도 있죠. '트리 오브 세이비어'는 파티플레이를 추구하는 편이거든요. '크리비'가 있으면 버프를 더 받을 수 있으니까요. 프리스트가 다양한 버프를 주는 역할이라면 크리비는 그 환경을 바꾸는 역할인 겁니다.

그런데 주문서를 구매하면 크리비가 없어도 이게 해결되니까…. 크리비의 스킬은 후반이 돼도 정말 자주 쓰일만한 스킬이거든요. 하지만 그걸 또 크리비에게만 맡기면 공급과 수요에서 문제가 생길지도 모릅니다. 아무래도 절충점을 찾다 보니까 개성이 조금씩 죽는 캐릭터들이 생겨날 수밖에 없긴 해요.

일단 주문서를 넣긴했는데, 아직도 어떤 부분이 더 맞는지는 테스트를 지켜보고 추이를 살펴봐야 할 듯 합니다.







김세용
='트리 오브 세이비어'가 마음에 드신 분들은 많은 이야기를 해주실 것 같습니다. 마음에 안 드신 분들도 있겠지만, 애초에 게임이 좀 반항심에서 시작됐고 다른 게임들과 지향하는 바가 다르니까요. 아마 모든 유저분들에게 사랑받는 건 어려운 일이 될 것 같습니다.

모두가 같이 강해져서 경쟁하는 게임보다는, 다른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MMORPG들이 비슷한 편이잖아요. 남들보다 강해지고, 그걸 과시하고. 하지만 아시다시피 '트리 오브 세이비어'는 게임은 능력치보다는 캐릭터 자체만으로 역할을 가질 수 있는 게임이니까요.

강함으로 경쟁한다기보다는 내 캐릭터, 그리고 내 캐릭터를 구성하는 클래스로 플레이어를 대변하잖아요. 결국, 플레이어의 선택이 중요한 게임이 되는 거죠. 내가 서버에서 세 명의 캐릭터를 키웠다고 하더라도 게임 내 활동은 계정, 즉 '팀'으로 하게 되죠. 팀을 정하고 거래도 채팅도 팀으로 하고. 파티플레이도 '팀'으로 적용이 돼서 캐릭터를 바꿔도 유지가 되죠.

길드도 그런 식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만드는, 길드를 창설하는 클래스를 만들 겁니다. 복수의 캐릭터를 키우고 팀 하나가 통합 인격이 되는 게임을 만들고 있어요.

바쁘게 플레이하면서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분들께는 '트리 오브 세이비어'가 맞지 않을 수 있어요. 워낙에 느긋한 게임이라서…내가 이 세계에서 살아야겠다, 이 세계로 내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그런 느낌이겠죠. '트리 오브 세이비어'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랄까요? 그런 분들에게는 잘 맞는 게임이 될 것 같습니다.

오픈 베타 테스트 빌드에서도 아마 버그가 많을 것 같아요. 부디 플레이하시는 분들이 많은 피드백을 주셨으면 좋겠어요. 더 나은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라도요. 더 나은 모습으로 진화해야 라이브 서비스에서도 더 멋진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있겠죠. 느긋하게 게임을 즐기시는 분들이 '트리 오브 세이비어'를 플레이하시고 좋은 의견을 많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픈 베타 테스트는 17일부터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