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 e스포츠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여러 가지다. 1차원적으로 '그 게임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느냐'에서 출발하지만, 스포츠화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보는 재미'를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노력해서 얼마나 멋진 경기를 연출하느냐가 메인 메뉴겠지만, 중계진들의 감칠맛 나는 중계는 메인 메뉴를 더 맛깔스럽게 해준다.

스타2가 예전만큼 인기를 얻고 있진 못하지만, 프로리그, 스포티비 스타2 스타리그, GSL까지 국내에선 무려 3개의 리그가 월~금까지 매일 열리며 부흥시키기 위해 많은 이들이 노력하고 있다. 세 개의 리그 중 프로리그와 스타리그를 중계하고 있는 고인규 해설위원은 스타2 팬들 사이에서 '개념 해설'로 불리고 있다.

고인규 해설은 비시즌 동안에도 개인 방송을 통해 꾸준히 스타2 팬들과 소통해왔고, 래더 최상위권인 그랜드마스터를 무작위로 올릴 만큼 게임에 대한 이해도 높다. 게다가 최근에는 개인 방송을 통해 아마추어 육성에도 힘쓰고 있었다.



Q. 오프라인 방송 외에 개인 방송이나 아마추어 리그 방송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프로리그가 열리기 전까지 비시즌 기간이 꽤 길어서 뭐라도 해야겠더라. 해설을 시작한 지 3년쯤 됐는데, 1, 2년 차에는 비시즌 동안 놀았다(웃음). 최근에는 1인 미디어가 대세기도 하고, 스타2의 재미를 유저들에게 알려드리고 싶어서 개인 방송을 시작하게 됐다.


Q. 특히 아마추어 리그가 인기가 많다.

처음에는 복면가왕처럼 익명으로 프로게이머들이 나와 대결을 펼쳤다. 그런데 리그가 열리면서 섭외가 힘들다 보니 아마추어 리그도 살릴 겸 시작하게 됐는데, 유저들이 많이 좋아해 주시더라. 사실 스타2 프로게이머 지망생이 거의 없다. 그런 점에서 어느 정도 아마추어 시장 활성화에 일조했다 생각하고, 방송에 나왔던 선수 중 실제로 프로팀 연습생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뿌듯하다.


Q. 선수 시절 테란 출신인데 스타2에서 무작위로 그랜드마스터까지 올라 화제였는데?

공군에이스 시절 스타2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제대 이후에도 스타2와 친해질 계기가 없었는데, 해설을 준비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스타2 재미에 빠졌다. 그런데 '테란만 알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무작위로 게임을 시작했다. 스타1 시절부터 테란만 10년을 했는데, 저그와 프로토스로 플레이하려니 마음처럼 되지 않더라. 그래도 꾸준히 하다 보니 그랜드 마스터까지 올라가긴 했다.


Q. 개인 방송으로 인해 고정 팬층이 생긴 것 같다. 설 연휴에 방송 계획은 없나?

사실 프로리그가 개막한 뒤 방송을 거의 하지 못했다. 개인 방송을 시작하면서 목표가 주 6회 방송이었는데, 시즌이 시작되면서 정신이 없더라. 그래서 연휴에는 시간이 되는대로 방송을 꾸준히할 계획이다. 그리고 2월 12일 오후 1시에 스타2를 주제로 네이버 라디오를 준비 중이니 팬들의 많은 시청 부탁드린다.



Q. 해설위원으로 활동한 지 이제 겨우 3년이다. 그런데 스타2 팬들 사이에서 가장 좋은 호평을 받고 있는 것 같다.

과분한 사랑이다(웃음). 해설을 잘한다는 소리도 처음에는 굉장히 좋았는데, 생각해보면 스타2 해설자가 그리 많지 않아 민망할 때도 있다. 그러나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고, 보답하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


Q. 공허의 유산에서 경기 진행 속도가 빨라졌다. 해설하는데 속도감이 빨라져서 힘든 점은 없는지?

원래 초중반에 경기 외적인 재밌는 요소, 선수들 근황, 팀 소식 등을 전해줄 시간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시간이 거의 없어진 게 좀 아쉽다.


Q. 패치 후 종족별 밸런스는 어떤 것 같나?

테란 VS 프로토스는 재밌게 흘러가고 있는 것 같다. 패치 이전에는 시종일관 프로토스가 주도권을 잡았는데, 이제 어느 정도 중심을 잡아가는 단계다. 저그 VS 프로토스 같은 경우에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겠지만, 개인적으로 5:5라고 생각한다. 이번 패치는 프로토스 중심의 패치라 테란 VS 저그는 무관한 것 같다.


Q. 현재 공유에서 가장 중계할 맛 나는 종족전은 무엇인가?

프로토스 대 프로토스다. 분열기 싸움이 너무 재밌다. 기존의 거신 싸움은 솔직히 좀 지루했다. 그런데 분열기 싸움은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중계할 맛도 나고 보는 분들도 좋아하신다.



Q. 예전에는 수비형 테란, 프로토스 선수들이 한 시대를 풍미하기도 했다. 공허의 유산에서 수비형 선수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최근에 있었던 경기들만 봐도 좀 바뀐 것 같다. 확실히 공격적인 스타일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것 같다. 그만큼 손이 빠른 선수들이 더 유리해졌다.


Q. 고인규가 보는 프로리그 강, 중, 약을 체크해본다면?

SK텔레콤 T1은 당연히 강팀이고, 개인적으로 kt 롤스터가 조금 불안했다. 하지만 전태양도 날아다니고 김대엽-주성욱도 자신들의 기량을 찾아가는 것 같다. 새롭게 영입된 저그 라인만 잘해주면 강팀이라고 생각한다. 진에어도 바뀐 점은 없지만 워낙 종족 밸런스가 좋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아프리카 프릭스가 걱정이 많이 됐다. 주전으로 나올만한 저그가 없는 게 크고, 에이스 한이석이 얼마나 잘해주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

삼성 갤럭시 같은 경우 선수도 많고 잘하는 선수도 많지만, 뭔가 특별한 에이스가 없는 게 아쉽다. MVP는 감독의 열정이 정말 대단하다. 하지만 MVP하면 확실한 에이스가 없는 점은 앞으로 해결해나가야 할 문제다. 아직 만들어나가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CJ는 테란 라인이 공허의 유산에서 얼마나 해주느냐가 관건이다.


Q. 최근 종족을 대표할만한 눈에 띄는 선수가 있다면 알려달라.

나는 사실 연습실에서 잘하는 선수들을 100% 신뢰하진 않는다. 게이머 시절부터 연습실 본좌는 수없이 봐왔다. 나도 연습실에선 정말 잘했다(웃음). 중요한 건 방송에서 기회를 잡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테란은 한이석, 전태양, 이신형, 변현우 정도? 프로토스는 패치의 영향으로 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저그는 강민수. 그리고 이원표 선수도 정말 잘하더라.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요즘 좋지 못한 소식 때문에 마음이 편하진 않은데, 충격적인 일이 더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 혹시라도 안 좋은 소식이 추가로 생긴다면 확실하게 뿌리를 잘라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이것만은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정말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하는 선수들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