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9일, 이은상 대표가 설립한 '카본아이드'의 첫 미디어 쇼케이스가 열렸습니다. 창업 초기부터 언제나 게임에 대한 '즐거움'을 강조한 그였고 뻔한 장르의 게임을 지양했기 때문에 이번 간담회는 기자들 사이에서도 큰 관심 사항 중 하나였죠. 아이덴티티, NHN엔터테인먼트의 대표를 역임하면서 산전수전 다 겪은 그가 모바일판에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거라는 기대감도 있었습니다.

간담회 때 공개된 신작 3종은 과연 어땠을까요? 우선 게임성 대한 평가는 미뤄야 할 것 같습니다. 플레이해본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비교할만한 장르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다만, 신작 게임에 마땅히 있어야 할 '신선함'은 확실하게 느껴졌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게임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죠. 이은상 카본아이드 대표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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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작 3종 공개한 '카본아이드'

▲이은상 카본아이드 대표

2014년 5월 이곳에서 첫 인터뷰를 했다. 그때 가을쯤에 첫 게임이 나온다고 했던 것 같은데 벌써 2년이 흘렀다.

사실 그때 너무 일찍 방문했다(웃음). 개발진이 세팅된 것이 재작년 가을이고, 본격적으로 개발을 시작한 것은 2014년 9월부터였다. 처음에는 게임을 빨리 내놓는 것에 너무 길들여져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보다는 좀 더 호흡을 길게 가져가고 싶었고, '일단은 재미있게 만들자'는 생각이 컸다. 그렇게 내부에서 많은 사람들이 재밌다는 공감을 이룰 때까지 기다렸고, 하나하나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을 고쳐나가다 보니 조금 늦어지게 된 것 같다.


그렇다면, 개발기간은 예상했던 것과 일치하는 편인가?

개발 기간을 의도적으로 길게 잡은 편이다. 회사가 조금 덩치 있어 보여도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개발기간을 무한정 늘릴 수는 없었지만, 재미있는 게임을 출시하기 위해서는 폴리싱 단계에 충분한 여유가 있어야한다. 꼬리가 몸통에 따라가야 하듯, 재미를 우선에 두고 모든 것을 맞춰야지 출시 시기에 모든 것을 맞출 순 없다.


텐센트에 직접 투자를 받았다. 텐센트가 직접 투자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라고 들었다.

당시 텐센트가 넷마블과 4:33에 투자하는 등 한국 투자를 늘리고 있는 시점에 창업을 하게 된 점도 있고, 이전부터 호흡을 잘 맞춰온 경험도 있었기 때문에 흔쾌히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옛날부터 쌓아온 믿음이 기반이 되어 텐센트가 카본아이드를 신뢰하고 투자한 것이 아닌가 싶다. 특별하게 어필을 했던 것도 아니고, 그냥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던 와중에 투자 이야기가 언급되었을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오랜만에 기자간담회에 나왔다. 남다른 기분이었을 것 같은데 소감은 어땠나?

굉장히 설레고 반가웠다. 원래 긴장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처음에는 속으로 ‘진짜 재미있어 보여야 할텐데...’ 하면서 긴장도 되더라. 하지만 막상 간담회를 진행하니까 낯익은 얼굴들도 볼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하고 싶은 얘기가 되게 많았지만 오히려 자제해야 할 정도였다.


창업 초기부터 독립 개발사를 만드는 것이 꿈이었다. 첫 게임에 대한 성과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은데 대략적인 목표치가 있나?

사실, 지금까지 그런 목표치를 정해서 맞아떨어진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시장과 수요를 예측하기보다는 좀 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게임이 '재미있나'를 분석하고, 검증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그게 유저들이 게임을 선택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이다.

독립 개발사로서 물론 첫 작품이 흥행을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여력이 되는 한 서비스를 이어갈 계획이다. 연애도 실패했을 때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되는 것처럼, 실패를 통해 오히려 많은 것을 배우게 되리라고 믿는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분명 경험이 축적이 될 것이고, 실패를 극복한 다음엔 더 응집력 있는 조직이 되어 있을 것이다.



■ 나이츠폴, 타이니폴, 기간트쇼크 공개..."새로운 즐거움을 추구"



창업한지 2년이 다 되어가는데 시장 분위기도 꽤 많이 변했다. 모바일 게임도 온라인게임 시장처럼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는데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개인적인 견해를 이야기하자면, 전에도 비슷한 상황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온라인게임도 처음에는 소수의 인원으로 개발하던 시절이 있었고, 점차 자본이 들어오기 시작했으며, 회사들은 점점 더 성장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되는 등... 이런 사이클이 아케이드 시절부터 지난 50년간 계속되었다고 생각한다. 모바일도 이와 유사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게 아닌가 싶다. 승자 독식처럼 보이겠지만 자연스러운 상황이고, 큰 회사들은 성공을 위해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이다.

하지만, 신생하는 회사들은 또 새로운 도전을 계속할 것이다. 분명 더욱 커진 장벽 때문에 좌절도 많이 하겠지만, 마음을 굳게 가지고 정말 참신한 콘텐츠로 승부수를 던진다면 이전과 마찬가지로 언제든지 새로운 스타가 탄생할 수 있다고 믿는다.


신작을 개발하면서 개발팀에 강하게 주문했던 부분이 있는지 궁금하다.

내가 주문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그대로 내놓지는 않는다(웃음). 일단 기본적인 방향은 설정되어 있다 보니 의견을 마음껏 교환하는 편이고, 중심이 잡혀있는 편이다.

그래도 한가지 정말 가져가고 싶은 건 정식 런칭 이후에도 '유저들과 호흡할 수 있는 시간'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유저들이 게임에 해 주시는 이야기 중에는 정말 필요한 의견도 많기 때문이다. 적은 인원으로 할 수 있는 최대의 선에서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겠나 하고 생각하고 있다.

우선, '재미'라는 공통 요소를 만들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고, 그다음은 '호흡'이다. 드라마 시리즈 중에 보면 에피소드 별로 시청자들의 반응에 따라 방향이 달라지는 드라마가 있지 않나. 그런 식으로 유저들과 소통하면서 서비스를 이어갔으면 한다.

▲올해 가을 출시 예정인 나이츠폴 영상


이번에 발표한 3종의 게임에 대해, 개인적으로 만족감은?

이전 회사에서는 '만족감' 자체가 없었다. 만족감이라기보다는 그저 막연히 ‘나가자’, ‘띄우자’라는 느낌이 더 컸지만, 지금은 뭐랄까 '더 만족하고 싶은 마음?' 같은 것이 생겼다. 유저들이 보편적으로 재미있어하는 게임이 될 수 있게 욕심을 내고 싶어졌다.

3종의 게임에 대해서 개인적으로는 만족하는 편이지만, 시장에서 유저들이 바라보았을 땐 좀 더 필요한 것들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이 돼 욕심을 더 내고 싶다. 정말 욕심은 끝이 없는 것 같다.


게임 3종 중 조금 더 애착이 가는 게임이 있는지 궁금하다.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대중적인 게임이라는 점에서 아무래도 '타이니폴'이 가장 애착이 간다.

'타이니폴'은 나이츠폴을 개발할 당시 쉽고 재밌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서 '누구나 접하기 쉽고 직관적일 수 있게 리스킨 해보면 어떨까?'하는데서 시작하게 되었다. 게임을 많이 하지 않는 일반적인 대중들이 '팡 시리즈' 다음에 즐길 수 있는, 편안한 게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요즘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캐주얼 게임이 너무 없는 것 같다. '타이니폴'은 가족, 친구들과 소소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가볍고 우스꽝스러운 게임으로 부각되었으면 좋겠다. 옆 사람이 게임을 하고 있는 화면만 보고도 "어, 괜찮네"하게 되는 이런 느낌 좋지 않나.

▲남녀노소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컨셉으로 만들어진 '타이니폴'


첫 게임이 곧 회사의 이미지와 직결되고는 하는데, '나이츠폴'과 '타이니폴', '기간트쇼크' 이 3개 게임이 카본아이드의 색깔이라고 봐도 될까?

현재로서는 그럴지도 모르지만, 미래에 어떤 게임을 만들지는 확답을 드릴 수 없다. 어쩌다 영감이 생길 수도 있고, 아니면 갑자기 만들어 보고 싶어지는 게임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목적지를 대략만 정해놓고 떠나는 여행 같은, 여백을 많이 남겨둔 회사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카본아이드에 있어 '여행'이란 항상 재미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지만, 그 과정에서 방향은 많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게임의 런칭을 앞두고 고민이 많을 거 같다. 마케팅은 어떤 식으로 진행할 예정인지 궁금하다.

마케팅은 일종의 '재미를 알리는 과정'이라고 본다. 우리 게임이 재미가 있다면 그 재미를 어떻게 알릴 수 있을까 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고, 유저들이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공감시킬 수 있는 게 중요할 것 같다. 별로 거창한 게 없어서 죄송하다.


요즘 모바일게임 운영 이슈가 화제가 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운영상 제1의 원칙은 잘못된 부분에 대해 분명히 인정하고, 사과든, 아니면 다른 보상이든 간에 적합한 소통을 통해 납득할만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은 회사가 작아서 얼마만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은 인력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노력하고자 한다.

또한, 대표를 비롯해 회사를 이루어나가는 그룹들이 커뮤니티와 유저들이 원하는 바를 잘 읽고, 이해하고 있느냐 도 중요할 것이다. 앞으로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 카본아이드, 우리만의 장점이 있는 회사로 만들고 싶다

▲게임은 편하지만 깊은 전략의 재미를 추구한 나이츠폴

텐센트에서 투자금을 유치했다. 중국 진출은 텐센트를 통해서 하게 되는 건가?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서로 목표가 맞으면 함께 길을 가고, 아니면 각자의 길을 가는 식으로 텐센트와는 상당히 쿨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사실, 아직 중국 진출을 준비할 상황은 아닌 것 같아서 크게 생각해 본 적은 없다. 텐센트 또한 게임 사업을 다채롭게 진행하는 입장에서 (카본아이드에) 파트너 투자를 했다고 특별히 우대하는 것도 아니다. 대신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은 항상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도 가능성 있어 보이는데 원빌드에 대한 욕심은 없었는지?

원빌드라는 개념보다 조금 더 나아가, 소프트런칭을 통해 얻은 피드백으로 보편적인 요소(공통점)을 강화해 나가는, 역설적으로 말하면 '지역화된 원빌드'가 목표다. 결국, 원빌드라는 얘기지만, 고집스러운 원빌드 정책보단 보다 수용적인, 지역적인 원빌드를 지향하고 있다고 봐주시면 좋겠다.


채용공고가 인상적이더라. "자네, 로켓 만들어 볼 생각 없는가?"인데 프로그래머나 기획자를 뽑는데 왜 갑자기 로켓인가?

재밌지 않나. 그저 연봉 협상하고, 들어와서 게임 만들고, 런칭하고, 잘 안 되면 다른 회사로 가고... 이런 것보다는 좀 더 재밌는 첫인상으로 보이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연인과 헤어진 후 그래도 서로 웃었을 때가 가장 기억이 많이 남는 것처럼, 입사하기 전부터 소소한 추억으로 남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너무 진지한 것보다는 마음 편히 오시면 된다는 의미로 만든 공고라고 보시면 된다. 하지만, 그밖에 많은 의미도 담겨 있다. 최적화도 잘 해주셔야 되고, 숨 막히는(?) 코딩 실력도 있어야 하고, 게임이 아니라 로켓을 만들 정도의 열정도 있어야 한다(웃음).

▲ 로켓을 만들 정도(?)의 열정을 찾고 있습니다


현재 인원은 어떻게 되며 몇 명까지 확충할 예정인지 궁금하다.

현재 총 인원은 55명이다. 채용이 이뤄지면 좀 더 늘어날 수 있겠지만, 인원이 커지는 것보다는 서로 최대한 공감을 최대한 많이 하면서 이해할 수 있는 회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직원 채용 시 면접에 직접 들어가는 편인가?

그때그때 다르다. 개인적인 원칙이 약간 있는데, '자기가 일할 사람은 자기가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집단면접 같은 것은 하나의 착오를 만들지 않기 위함이지 사람의 일이란 건 모르기 때문이다. 실무자가 아닌 타인이 개입을 하면 이후 더 많은 문제들이나 비효율성이 드러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카툰으로 재미있게 그린 카본아이드의 복지 시스템


2년 전 인터뷰에서는 회사가 집보다 편한 느낌을 주고 싶다고 했는데, 어느 정도 이루어졌나.

물론 집보다야 편할 수는 없겠지만(웃음), 불편을 느끼지는 않을 정도는 되지 않았나 싶다. 출, 퇴근은 불편할지언정 마음만은 덜 불편한 회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자연스러운 게 좋은 것 같다. '불편하지 않고 멤버들이 원하는 문화가 곧 사내 문화인 회사'와 '멤버들이 불편한 것을 강요하지 않는 회사', 이 두 가지만 이루는 것도 상당히 벅차다고 느끼고 있다. 생각보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멤버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요소나 부당하게 진행되는 일들, 투명하지 못한 정보 등 복합적인 문제들이 많이 발생한다. 마치 ‘잡아도 잡아도 계속 나오는 버그’같다고 느낄 때가 많다.


회사는 성장하면서, 각자의 색깔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롤모델로 삼을만한 회사의 성향이 있다면?

다른 회사들을 참고는 하겠지만, 따라서 하고자 하는 생각은 없다. 그보다는 우리만의 장점을 찾는 게 중요한 것 같고, 직원들이 가장 공감하는 문화가 지속적이고 변하지 않는 형태로 있는 게 우리의 장점인 것 같다.

또한, 가장 중요한 지향점은 '즐거움'이라는 단어는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개인적으로 남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은 정말 위대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또 직원들이 회사를 다니면서 즐겁지는 않더라도 게임을 만들면서는 즐거웠으면 좋겠다. 이 지향점만은 앞으로 흔들리더라도 지켜가야 하는 약속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