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플레이 하다 보면 문득 궁금해진다. '내가 하는 이 게임이 어느 정도 인기가 있을까?' 하고 말이다. 개인 유저도 물론이지만, 게임 순위를 알고 싶어하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게임사이다. 자사가 서비스하는 게임의 순위가 어디에 머물러 있느냐가 곧 그들의 현 성적이며, 앞으로 진행될 홍보 및 마케팅 전략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인벤에서도 매주 월요일마다 게임순위를 내고 있다. PC방 점유율과 더불어 유저 투표, 게임 기사 반응도 등의 자료를 취합해서 순위를 매긴다. 순위 변동이 있는 게임 중 주목할만한 이슈가 있다면 선별하여 기사 내에서 풀어쓰고 있다. '왜 그 게임이 이번 주에 저만큼 올랐는지.'에 대한 당위성을 부여하고자 함이다.

문득 '게임트릭스'가 생각났다. 게임트릭스는 현재 국내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게임순위를 매일매일 집계하고 있다. 인벤 뿐만이 아니라 다른 게임 매체에서도 게임트릭스의 PC방 점유율 순위를 참고하고 있고, 증권가에서도 활용하고 있는 지표다. 신뢰도 높은 데이터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을까 궁금했다.

그래서 가산에 있는 미디어웹을 방문, 인프라사업본부 정건웅 인프라사업팀 팀장을 만났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게임트릭스가 제공하는 게임순위의 탄생 배경과 절차, 미디어웹의 활동 영역, 모바일 게임시장으로의 준비 등에 대해 확인해볼 수 있었다.

▲ 인프라사업본부 정건웅 팀장




Q. 게임트릭스와 미디어웹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한다.

미디어웹은 1999년 10월에 설립된 회사로 미디어데스크라는 관리 프로그램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는 '피카'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되고 있다. 사원 수는 총 115명이며, 게임트릭스 담당자는 겸직 포함하여 5명 정도이다.

PC방 관리프로그램이 미디어웹의 주요 사업이다. 또한, 전국영업망 관리는 물론이며, PC방 온라인 광고 및 인프라 제휴 사업, 게임총판 사업 및 오프라인 마케팅 대행 사업 등을 맡고 있다.

PC방 총판사업도 같이 하고 있다. 2월까지는 블리자드 서울 경인 총판과 넷마블 서울 경인지역 총판을 담당했다. 현재는 다음 게임 전국 총판과 워게이밍 전국 총판, 웹젠 서울 경인 총판 등을 맡고 있다. 무인 상품권 판매 기기인 '터치페이'도 전국적으로 영업하고 있으며, '피카코인'과 모바일게임 동영상 녹화 어플리케이션인 '게임튜브'도 미디어웹이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PC방 게임 전문 리서치 통계인 '게임트릭스(Gametrics)'도 우리가 운영하고 있는 주력 사업 중 하나이다. 매일 전국의 PC방 데이터를 집계하여 게임 순위를 매기며, 실측과 규모에 기반을 둔 객관적인 자료를 게임업계와 증권가에 제공하고 있다.

이외에도 학교나 관공서의 PC를 관리해주고 시스템이나 복구 솔루션 등을 지원해주는 업무도 하고 있다. PC방 관련 업계에서는 단연 1위라고 말할 수 있다.



Q. '게임트릭스' 서비스는 언제부터 시작되었나?

'게임트릭스'는 2002년 10월에 시작했다. 일별과 월별로 PC방 점유율과 게임 사용량을 측정해 게임순위를 산정하고 있다. 현재 피카 가맹점이 전국적으로 약 6,500개 정도 있는데, 이 중에 랜덤으로 4천 개의 PC방을 표본을 뽑아 데이터를 집계하고 있다.


Q. 전체 PC방 데이터를 반영하지 않고 4천 개만 표본을 뽑는 이유는 무엇인가?

4천 개를 랜덤으로 추출하는 이유는 데이터가 편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리니지 혈맹 PC방이나 롤 전용 PC방 등에서는 특정 게임의 이용률이 높게 나온다. 전체 PC방의 게임 이용률을 합산해 순위를 매긴다면 공정한 데이터가 될 수 없다. 보다 신뢰도 있는 순위를 위해 4천 개의 PC방을 매일 랜덤으로 선정해 집계하고 있는 것이다.


Q. 게임 순위를 집계하는 프로세스가 어떻게 되는지 알고 싶다.

기본적으로 PC방 내 컴퓨터에 관리 프로그램을 설치해서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 프로그램을 통해 그 자리에 앉은 사람이 어떤 게임을 몇 시간 동안 이용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하루 24시간 동안 어떤 게임이 얼마만큼 사용되었는지 검사된다.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전국에 분포된 PC방은 약 1만여 개 정도 된다. 하지만 게임백서에는 13,000개로 기재되어 있다. 아직 최근 버전이 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수치상으로 다소 차이가 있다. 게임백서 데이터는 다른 어떤 것보다도 신뢰도 있는 자료이기 때문에, 우리는 최대한 이에 맞춰서 기준을 두고 있다.

그렇기에 일차적으로 1만여 개의 PC방 중 4천 개를 랜덤으로 표본을 뽑아 게임 사용량 데이터를 추출한다. 여기서 나온 결과는 1만 개를 전체 값으로 두고 계산된 것인데, 게임백서의 데이터를 기본으로 하므로 전체 값을 1만 3천 개로 변경해서 최종 데이터를 산출한다.

4천 개의 PC방 표본도 무작위는 아니다. 서울이 전국 PC방 수의 50%에 달한다면, 그 비율을 지역마다 동일하게 적용해서 수치를 내고 있다.

이 모든 프로세스가 자동으로 돌아간다. 시스템으로 다 설계가 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을 구축하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인력이 들어갔지만, 완성된 이후에는 프로그램이 알아서 집계하고 산출하기 때문에 큰 비용부담이 없다.



Q. 게임순위를 산정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자료가 굉장히 다양한데, 그중에 'PC방 점유율'이라는 데이터를 토대로 순위를 매기게 된 계기가 있는지?

'게임트릭스'가 설립될 당시에는 PC방 문화가 활성화되어 있었다. 전국에 약 2만 3천 개가량 분포되어 있던 시기도 있었다. 게이머들의 주 무대가 오락실에서 PC방으로 넘어가던 시절이었다.

초창기에는 가정에서 사용하는 컴퓨터보다 PC방 기기의 사양이 평균적으로 더 높았다. 인터넷 속도 역시 더 빨랐다. 그러다 보니 많은 게이머가 PC방을 이용했다. 그래서 PC방 내에 우리 관리 프로그램인 피카를 가동했고, 이를 통해 정확한 데이터 집계가 가능했다.

국내의 많은 게이머가 PC방을 이용했고, 그 당시에는 온라인 게임이 흥하던 전성기였다. PC방 이용률이 게임의 인기를 대변하는 자료가 되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업계에서도 이러한 자료가 필요했다.


Q. 그렇다면 현재 '게임트릭스'를 이용하고 있는 주 고객층은 누구이며, 그들로부터 받은 피드백도 있는지?

기본적으로 한국의 큰 게임사들은 다 가맹된 상태다. 증권가 관계자들도 굉장히 많이 가입되어 있다. 대행사도 대부분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개인 고객도 상당수 있는데, 이름이나 소속을 밝히기 꺼리는 분들이 가입해서 게임순위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피드백은 받고 있다. 우리 사이트를 이용하면서 불편하거나 부족한 부분에 대해 개선해 가기 위해 고객들을 대상으로 설문지를 발송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고객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아, 최대한 의견을 반영해 나가고 있다.

요즘은 모바일과 관련된 요청이 굉장히 많이 들어온다. 그래서 모바일 분야에 대해 여러 방향으로 고민하고 있다.


Q. 게임트릭스 순위는 PC방에서의 게임 사용량을 기반으로 산정되고 있다. 어떤 게임은 PC방 이용률이 높지만, 어떤 게임은 집에서 주로 플레이 되기도 한다. 이런 때 실제 이용량보다 더 낮게 순위가 매겨지기도 하는데, 이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업계 관계자는 없었는지?

물론 이런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온 적은 있다. 하지만 PC방과 집에서의 사용량은 별도로 집계된다.

게임사는 대부분 PC방 프리미엄 혜택을 팔고 있다. 집에서 플레이하는 것과는 버프나 속도 등에서 차이를 주는 식으로 혜택을 제공한다. PC방은 프리미엄 혜택 과금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집에서 이용하는 유저와는 별도로 산정된다. 개인 유저 역시 접속 IP 등을 통해 집계된다.

게임사에서는 마케팅을 펼치면서 PC방을 간과할 수 없다. 개인 유저가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사람들에게 게임이 노출되지 않으면 개인 유저가 증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PC방에 놀러 온 사람들에게 게임을 보여주고 플레이해보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그들이 집에서도 플레이하는 유저가 될 테니 말이다.

예전과 비교하면 요즘은 PC방 수가 줄었다고들 하지만, 사실 PC방 좌석 수는 줄지 않았다. 오히려 증가했다고 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요즘은 PC방 좌석이 기본으로 80~100대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3~400석을 보유한 PC방도 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클라이언트 수는 더 증가했다.

모바일 게임이 대세가 되고 있는 현시점에서도 게임업계에서 PC방 지표를 간과할 수 없는 이유가 이런 점에 있다. PC방에서 이 정도 매출이 발생한다면 개인 유저들에게서는 그 이상이 발생한다고 유추해볼 수 있기 때문에, 아직도 게임트릭스 순위를 많이 이용하고 있다.



Q. PC방에서 몇 시간 이상 접속하면 아이템이나 혜택을 주는 이벤트가 가끔 열린다. 그 탓에 특정 게임이 순위가 급등하기도 한다.

지난 2014년 7월, '피파온라인3'가 이런 이벤트를 진행해 '리그 오브 레전드'를 제치고 55%라는 엄청난 점유율로 게임트릭스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이벤트로 순위가 급등했다며 이의를 제기하는 이들도 있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올 초에 '피파온라인3'가 버닝이벤트를 할 때 광명시에 놀러 간 적이 있다. 철산 부근에 PC방이 총 6개 정도 됐는데, 모두 만석이었다. 그리고 좌석 대부분이 빈자리로 게임만 돌아가고 있었다. 그래서 자리를 찾아 헤매는 초등학생 아이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프리미엄 혜택은 PC방에서만 이용할 수 있기에, 이를 위해 방문하는 사람들이 있다. 유저가 자리에 앉아 있지는 않지만, 기기마다 게임이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모습들이 이슈가 된다. '얼마나 재미있는 게임이길래 이렇게까지 열광하나' 하면서 관심 없던 사람들이 그 게임에 주목하게 된다.

좌석 수가 꽉 찰 정도로 게임이 실행됐다는 건 그만큼 이벤트가 성공적이었다는 걸 의미한다. 게임의 이용률도 높이고 사람들의 주목도도 높일 수 있어, 하나의 마케팅으로 활용할 수 있다.



Q. 객관적인 데이터를 만들기 위해 게임트릭스에서 특별히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사람이 건드리지 않는 데이터라는 점이다. 자동으로 집계되니깐 말이다. 그러므로 오차 발생도 없다. 게임트릭스 순위는 객관적인 수치라고 말할 수 있다. 이해관계나 감정이 개입되지 않은 순수 데이터이다.


Q. PC방 이용자가 예전과 비교하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한국 게임시장도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트렌드가 변화하는 추세다. 모바일 게임의 새로운 지표에 대해 고민한 적은 없나?

물론 생각은 하고 있다. 현재 시점에서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이 정도일 것 같다. 우리 역시 모바일 게임 시장도 보고 있다. 회사도 수익이 나야 이어갈 수 있는 거니 말이다. 인프라를 활용한 사업, 즉 PC방 안에서 모바일 쪽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모색하고 있다.


Q. 요즘은 PC방에 가서 모바일 게임을 하는 게이머가 늘어나고 있다. 중국에서는 블루스택스나 녹스 등 PC에서 모바일 게임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PC방에 도입하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미디어웹도 이러한 방면에서 논의되고 있는 바가 있나?

중국 쪽에 녹스가 진출해 있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중국과 한국은 시장 성격이 다르다. 특히 중국과는 다르게 한국에서는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구글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사업을 전개할 때 짚어야 할 부분도 상이하다.

관련 업체에서 제휴 문의 등으로 많이들 연락하고 있지만, 어떤 곳과 어떠한 사업을 할지는 더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Q. 게임트릭스 순위가 지금과 같은 신뢰도를 얻기까지의 원동력은 무엇이었다고 보는가?

'인프라 보유'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가 보유한 인프라의 힘으로 대량의 정확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에 보다 신뢰도 있는 순위를 집계하는 것이 가능했다. 인프라를 기반으로 공정한 데이터를 만들면서, 직원들의 넘치는 열정과 즐거운 사내 문화 등이 어우러져서 이뤄낸 결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미디어웹은 부서마다 구호가 다르다. 그래서 회사 입구에 부서별 좌우명을 볼 수 있게 화면에 띄우고 있다. 타 부서 사람들은 어떤 생각이나 마음가짐을 가졌는지를 보면서, 앞으로 더 나아갈 방법에 대해 고민하면서 발전적인 자세로 임하고 있다.


Q.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이 있다면 한마디 부탁한다.

미디어웹은 PC방 업계의 1위이다. 대규모의 인프라를 기반으로 매일 객관적인 순위를 집계하고 있다. 더 정확한 데이터와 변하는 게임업계의 흐름에 발맞춰가기 위해 여러 가지를 시도하고 있다. 직원들이 모두 열정적으로 임하고 있다.

우리 회사의 신념은 '모든걸 다하자'가 아니다. 우리를 키워준 사업에는 손을 대지 말자는 것이 신념이다. 먹거리 사업이나 전용선 등 뻗어 나갈 수 있는 사업은 대단히 많지만, 우리가 여기까지 손을 뻗으면 자영업자들을 모두 죽이는 꼴이다.

우리와 함께해 온 사업은 함께 상생해 나가자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PC방 업계의 활성화를 위해 이런 자세를 고수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