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재 드림엑스데브 대표

[발표자 소개]
넥슨 퍼블리싱 마케팅팀 파트장(~2010)
넥슨 신규개발본부 개발팀장(~2013)
아이봉크리에이티브 대표(2014~)
(현)드림엑스데브 대표

[세션소개]
광고/프로모션을 집행하는 순간 자본잠식이 될 수도 있는 스타트업!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 효과의 마케팅을 할 수는 없을까? 실제 사례를 통한 인디게임의 0원 마케팅 실전 르포

"게임은 개발했는데 홍보할 돈이 없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정봉재 드림엑스데브 대표는 광고/프로모션을 집행하는 순간 자본잠식이 될 수도 있는 스타트업이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 효과의 마케팅을 할 수는 없을까?’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실제 스타트업이 겪고 있는 문제고 인디 게임 개발자가 극복해야 할 과정이었기 때문에 아침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강연장은 청중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인디게임 0원 마케팅: 0원이냐 영혼이냐’라는 센스 있는 강연 제목도 한몫했다.

정봉재 드림엑스데브 대표는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넥슨 퍼블리싱 마케팅 파트장, 신규 개발본부 개발팀장을 역임했으며 2014년 아이봉크리에이티브 대표와 드림엑스데브 대표를 함께 맡고 있다.


왜 창업을 했나?

2013년 즈음에 게임업계에도 창업 열풍이 불었다. 허니버터칩이 굉장히 인기였던 시절이었다.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었다. 정봉재 대표에게 창업도 그런 느낌과 비슷했다. 주변에서 창업 이야기 많았고 사회 분위기도 창업을 장려하고 있었다. 내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정 대표는 그런 분위기 속에서 창업을 시작하게 된다.

정봉재 대표는 “창업을 했지만 딱히 거창한 비전이나 계획은 없었다”고 당시 솔직한 심경을 말했다. 선릉역 디캠프에 입주했는데 아무래도 창업자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보니 개발에 대한 열기는 가득했다. 게임을 개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정 대표 혼자 모든 것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결국 친구 한 명을 설득해서 게임을 개발했다. 그때 나온 게임이 바로 ‘공공의 적’이었다.

정봉재 대표는 “3개월 동안 야전에 나와 있다 보니 화가 많이 나 있었다”며 “그래서 부패한 정치인이나 사회 부조리를 해소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마켓에 게임을 올리면 얼마나 다운 받을까?

게임을 마켓에 올리면 과연 얼마나 다운 받을까? 아무런 마케팅이나 홍보가 없다는 전제하에 정봉재 대표는 하루 10건 미만이라고 말했다. 마케팅으로 노출되거나 마켓에서 피처드 추천에 올라가지 않으면 거의 다운로드 받지 않는다는 말이다. 정 대표는 “그 당시에는 자본금 자체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돈을 들이는 것에 겁이 났다”며 “그래서 게임 출시를 앞두고 겁이 났다”고 고백했다.


돈도 없는데 어떻게 홍보했나?

▲직접 찾아가서 홍보를 했다

처음엔 무작정 언론사 사무실에 찾아갔다. 부끄러웠으나 게임을 알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덕분에 인터뷰도 할 수 있었다. 작년 NDC에서는 직접 피켓을 들고 홍보했다. 몸으로 때웠다. 그랬더니 2,000건의 다운로드가 발생했다. 일반적인 게임에서는 그리 의미 있는 수치는 아니었다. 그러나 정 대표에게는 이 숫자는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돈이 없는 스타트업이 2,000건의 다운로드를 발생시키려면 적게는 60만 원에서 많게는 700만 원을 투자해야 했다. 정봉재 대표는 “자발적으로 다운로드였기 때문에 60만 원보다는 700만 원에 가까운 가치라고 생각한다”며 다운로드 이용자들로부터 좋은 피드백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게임 출시 소식이 주위에 알려지자 긍정적인 부가 효과도 있었다. 주위에 도움의 손길을 얻게 된 것이다. 중간중간 외주 업무를 맡으면서 돈이 들어오고 그 돈으로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생기게 되었다. 그래서 다음 목표가 1만 다운로드 도전이었다.


첫 1만 다운로드는 어떻게 달성했나?

▲2,000건의 다운로드는 실제로 의미있는 수치였다


두 번째 게임은 심플한 퍼즐게임이었다. 이번엔 다른 방식으로 다른 게임회사가 하듯이 보도자료를 작성해서 언론사에 보냈다. 게임 방식 자체는 일반적인 퍼즐게임이었기 때문에 콘셉트가 필요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퍼즐 게임 ‘내 여친이 된장녀 일리 없어’는 그렇게 탄생했다.

당시 정봉재 대표는 인벤에 보낸 보도자료에 “여자 친구에게 36개월 할부로 차를 선물하고 할부 8개월째 이별 통보를 받았으나 그녀가 돌아올지도 모른다면서 남은 28개월의 할부를 묵묵히 갚아나가고 있는 지인의 안타까움” 이 개발 동기가 되었다고 전했다.

파급력은 생각보다 대단했다. 흥미로운 컨셉 덕분에 인벤을 비롯해 여러 매체에서 기사가 나갔고 자고 일어나니 1만 다운로드가 달성되어 있었다. 정봉재 대표는 보도자료를 올려준 인벤에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뉴스] '내 여친이 된장녀 일리 없어' 구글플레이 출시

정봉재 대표가 자주 다운로드를 강조한 이유는 게임에서 확인할 수 있는 모든 지표가 다운로드에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다운로드는 마케팅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높이려면 돈이 들어간다. 1만 다운로드에 힘을 얻은 정 대표는 ‘내일은 연애왕’이라는 신작을 출시하고 다음 마케팅에 착수한다. 바로 자체 제작 CF였다.



정봉재 대표에게 거창한 CF는 필요 없었다. 그럴 돈도 없었다. 자신이 직접 출연했다. 부끄럽지만 그래야 했다. 정봉재 대표는 “영혼 마케팅의 두 번째 핵심은 모든 걸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라며 “부끄럽지만 더 부끄러운 것은 아무도 게임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부끄럽지만 맨몸으로 뛰어든 영혼 마케팅 덕분에 2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스타트업은 일단 "살아야 한다"

정봉재 대표는 이 과정에서 다양한 게임을 목격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입소문이 퍼져 피처드를 받은 게임도 있고 게임은 만들었는데 부끄러워서 다운로드 50번으로 게임을 접는 사람도 봤다. 당시 정 대표는 생각은 그랬다. 게임을 잘 나올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게임을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을 해야 한다. 물론, 안 좋은 피드백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피드백이 게임을 업데이트하거나 다음 게임을 개발할 때 중요한 토양이 된다는 설명이다.

정봉재 대표는 현재 두 개의 신작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신작 게임을 개발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앞서 내놨던 게임이 어느 정도 수익을 거뒀기 때문이다. 20만 다운로드를 돌파한 내일의 연애왕은 약 4,000만 원의 수익을 거뒀으며 부족한 개발비는 다른 외주 업무로 메꿨다.

정 대표는 “스타트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긴 시간 동안 버텨야 한다”며 “회사가 거꾸러지지 않고 유지하면 언제 간 반등할 순간이 온다”고 말했다. 게임을 실패할 수도 있고 성공할 수도 있다. 꾸준하게 유저 피드백을 받으면서 새로운 사람을 찾고 새로운 자본을 수혈받으면서 버티다 보면 언젠간 기회가 온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