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슨 장순영 데이터 분석팀 과장


하나의 게임이 만들어지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는 사실은 모두 잘 알고 계실겁니다. 고치고 또 고치면서 조금씩 완성도를 높여가는 거죠.

넥슨 데이터 분석팀에서 각종 게임 리서치를 담당하고 있는 장순영 과장은 이러한 시행착오의 전문가(?)입니다. 실수를 연발한다는 말이 아니에요. 개발 중인 시스템이나 콘텐츠에 대한 유저들의 반응을 살피고, 이를 토대로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짚어주는 역할입니다.

26일 판교에서 개최된 NDC 2016에서 들을 수 있었던 이번 강연도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게임들을 예시로 하여 듣기 쉬웠습니다.





게임 UX란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를 말합니다. 예전부터 각 산업군이 중요하게 여긴 요소인데요. 게임업계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습니다. 그런데 게임산업도 레드오션이 되면서 사용자 측정 및 분석의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왜 가상세계에 캐릭터를 만들고 퀘스트를 할까, 이런 유저들의 동기나 감정들을 미리 파악하고 정리하면, 그것만으로도 큰 재산입니다.

그렇다면 돌직구는 왜 맞아야 할까요?



유저는 콘텐츠에 대한 정보를 미리 접합니다. 그리고 게임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죠. 한데 모두가 게임을 즐겁게 즐기는 것은 아닙니다. 롤러코스터 같은 재미를 기대했는데 실제로 해 보니 미끄럼틀 수준이네, 라고 생각할 수 있죠. 또, 진입장벽, 이른바 허들을 넘지 못하고 포기하는 유저도 있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콘텐츠를 개발하고 업데이트해도 유저들에겐 조금 다르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렇기에 게임을 테스트할 때 그냥 솔직하게 돌직구를 맞아야 할 필요성이 있어요. 개발자가 예상한 결과물과는 다르게, 유저들이 즐기고 난 결과물은 카오스일 수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게임 테스트를 통해 알 수 있는 키워드를 4가지로 정리해봤습니다.

첫 번째는 '꿀잼', 한 마디로 재미 요소입니다. 두 번째는 '넘나 편한 것...' 이건 사용성을 말하는 거고요. 세 번째는 학습 용이성, 마지막으로 네 번째는 플러스 알파... 그러니까 예상 외의 성과를 얻는 것을 말합니다.




먼저 첫 번째. 재미 요소에 대해 알아볼게요.

신규 게임의 경우, 라이브 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목표 타겟층의 반응을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마찬가지로 객관성 확보도 어렵고요. 개발자들은 이렇게 생각하는 거죠. '난 재밌는데 유저들의 반응은 어떨까?'. 그래서 출시 전에 미리 테스트를 해 보고, 그 피드백을 토대로 수정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히트(HIT)'를 예로 설명해보겠습니다.

'히트'는 넥슨에서 야심차게 만든 모바일 RPG입니다. 당시 주류 RPG였던 '레이븐'이나 '세븐나이츠'의 유저들의 사전 반응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었어요. 그래서 연령별, 경험별로 그룹을 나누어 포커스 그룹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지금 보시는 게 당시 유저 반응을 정리한 그래프입니다. 중요도는 꺾은 선 그래프, 만족도는 막대 그래프로 설정했는데요. 보시다시피 꺾은 선 그래프 기준으로 막대 그래프 높이가 동일하거나 그 이상이면 충족했다는 뜻이고, 그게 아니라면 수정이 필요하다는 걸 의미합니다.

헤비 유저 그룹은 모든 부분에 불충족이었고, 노멀 유저층은 그래픽, 사운드, 타격감에서 만족한다는 응답이 나왔습니다. 연령별로 분석해도 그래픽과 사운드 등은 좋다고 했는데, 시나리오와 인터페이스에서는 아쉽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플레이 이후 반응도 이와 비슷했기에 정식 버전에서는 이 부분을 더 보강해야겠다고 결론이 나왔고, 실제 '히트'의 정식 버전은 시나리오를 강화한 후 출시됐습니다.





다음은 '넘나 편한 것...' 사용성에 대한 내용입니다.

이건 라이브 게임이나 신규 게임 모두 해당합니다. 개발자들은 '우리 게임의 첫 인상이 어떨까', '복귀 유저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같은 고민을 할거예요. 신규 유저가 안착하지 못하는 이유를 지표만으로는 다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보다 적극적인 조사가 필요합니다.

'바람의 나라'를 예로 설명하겠습니다. 클래식 RPG라는 말로도 부족한, 거의 조상님같은 게임이에요. 조작 시스템의 허들을 알아보기 위해 유저와 1:1 사용성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이 유저를 보겠습니다. 가운데 여인에게 대화해서 게임을 진행하는 건데요. 대화 진행이 안 되어 한참을 헤맸습니다. 또, 게임을 하다 보면 도톨을 줍는 퀘스트가 있는데 이곳에서도 유저들이 많이 막혔어요. 키보드로 조작해야 성공하는 건데, 유저들은 무의식적으로 마우스 클릭을 시도한거죠. 결국 이 유저는 몇 번을 실패하고 난 뒤에야, 키보드 조작 시스템을 인지하고 퀘스트를 끝냈습니다.

스킬에서도 문제가 많았어요. '바람의 나라'는 숫자 키로 스킬을 선택하고 탭 키로 몬스터를 타겟팅한 후, 엔터를 눌러 스킬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신규 유저들은 숫자 키로 스킬을 선택하고, 타겟팅 및 사용으로 마우스 왼쪽 버튼을 눌렀습니다. 신규 유저들에겐 생소한 조작 방식이었던 거죠.

종합해보면, 신규 유저들은 키보드 기반의 조작 방식에 어려움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피드백을 토대로 조작법 가이드를 강화하고 관련 버그를 수정했어요. 복귀 유저들은 조작에 큰 무리가 없었지만, 변화된 UI에 어려움을 느꼈기에 이를 소개해주는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세 번째, 학습 용의성을 알아볼게요.

이것은 개발자들의 의도대로 유저들이 학습하는지 알아보고, 보완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번에는 '마비노기'의 튜토리얼 개편을 예로 들어볼게요.

'마비노기'는 12년이나 된 게임이고, 지금도 많은 유저들이 찾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오랜 기간이 지났기에 시대에 맞는 튜토리얼이 필요했어요. 저희는 새로운 튜토리얼을 유저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확인하기로 했습니다. 제대로 학습하는지 알아보는 것이 주요 목적이었죠.

당초 개발팀은 유저가 '마비노기'의 튜토리얼을 진행하는 데 30분 정도 걸릴 거라고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유저들이 튜토리얼에 소비한 시간은 약 121분이었어요. 4배를 넘긴 거죠.

이를 확인한 개발팀은 '튜토리얼에는 정말 필요한 기능만 넣자'고 입을 모았습니다. 나머지 부분은 퀘스트를 통해 유저들이 자연스럽게 알 수 있도록 한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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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비노기 내 이동수단을 사용하게 만드는 과정을 이야기 해볼게요.이 게임의 이동 수단은 '걷기', '탈 것', '포탈'이 있고, 여기에 '마비노기'에만 있는 '스마트 콘텐츠'라는 게 있습니다. 초심자를 위한 가이드 같은 건데, 여기에 순간이동 기능이 탑재되어 있거든요. '마비노기' 개발팀은 유저의 스마트 콘텐츠 활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했습니다.

그렇다면 유저들은 어떤 이동수단을 선택했을까요?

첫째날, A 유저는 던바튼까지 이동하는 데 그냥 도보를 이용했습니다. 15분 걸렸어요. B 유저는 말을 타고 갔는데 약 10분이 걸렸습니다. 5분이 단축됐지만 그래도 긴 편이었죠.

유저들이 이동에 불편함을 겪고 있다고 판단한 개발팀은 다음날 패치를 진행했습니다. 둘째 날 C 유저가 던바튼까지 걸어가고 있는데 튜토리얼 NPC가 튀어나와 '스마트 콘텐츠를 이용하면 빠르게 이동할 수 있어요'라고 알려줬습니다. 그렇게 하니 바로 순간이동 기능을 사용하더라고요. 이 유저는 걷는데 10분 걸렸고, 스마트 콘텐츠를 사용하는 데 10초를 소비했습니다. 그전까지는 스마트 콘텐츠를 단순히 가이드로 생각했지만, 이것으로 인해 생각이 바뀐 거죠.

실제로 C 유저는 이후 스마트 콘텐츠를 매우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셋째 날에는 순간이동 아이템을 지급하고 '인벤토리에 순간이동 아이템이 지급되었습니다'라고 알려주니 거의 대부분의 유저들이 10초만에 이동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던전 출구를 찾는 것도 좋은 예시가 될 것 같아요.

기존 마비노기는 던전을 클리어할시 'EXIT 버튼을 누르면 던전을 나갈 수 있습니다'라고 알려줬는데요. 문제는 이 공지가 너무 빨리 사라지는데다 EXIT 버튼이 화면 구석에 있어 유저들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테스트했던 유저도 해당 텍스트를 놓쳤고 한참 동안 던전을 나가기 위해 돌아다녔죠.

이러한 현상을 확인한 개발팀은 EXIT 버튼 바로 옆에 팝업창을 노출시켜 주목도를 높였습니다. 훨씬 눈에 잘 띄니 유저들도 바로바로 나갈 수 있었죠. 결과를 말하자면, 개발팀과 유저들의 생각에 차이가 있다는 걸 확인하고, 명확히 파악된 요소라면 작은 개선으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겁니다.




테스트를 하면서 예상 외의 효과를 발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번에도 마비노기를 예시로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마비노기에서는 나는 탈것 튜토리얼 후반부에 '독수리'를 지급하는데요. 독수리를 지급하는 장소가 '비행 불가' 지역이라 아쉽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테스트가 끝나고 자유시간을 줬는데 테스터가 비행 가능 지역으로 가서 독수리를 타고 다니더라고요."저 드디어 독수리 탔어요." 하면서.

덕분에 정식 업데이트에서는 비행 가능 지역에서 독수리를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유저들이 받자마자 날아다니면서 감탄하는 모습이 보였죠. 몰입도가 확 높아졌다면서. 이렇게 물질적 보상뿐 만 아니라 감성적인 보상도 함께 주어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넥슨의 게임들... 주로 마비노기의 사례를 통해 기본적인 데이터 분석을 알아봤는데요. 개발자로서 공감되는 장면이 참 많았습니다. 답정너라는 말이 있어요. '답이 정해진 너'라는 건데, 예를 들면 이런겁니다.

이제 강연을 마무리 지어볼텐데요. 답은 정해져 있으니 이것만 꼭 기억하세요. 게임 개발의 정답은 유저들에게 있고, 개발팀은 그 사실을 잊어선 안 됩니다. 유저들의 목소리를 항상 들을 수 있도록 귀를 열어놓으셔야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