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만평은 Mid Season Invitational(이하 MSI)과 한국 대표로 출전한 SKT T1과, 프로 게이머들의 승부에서 보여지는 악성 비난에 대한 내용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너무나 익숙한 단어인 경쟁. '스포츠'라는 단어의 정의 속에도, 정당한 '경쟁'이라는 요소는 스포츠가 스포츠이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경쟁들의 결과가 '최고로 멋진 승리자'와 '멋졌지만 아쉬웠던 2인자' 정도로 구분이 될 수 있다면, 피할 수 없는 경쟁으로 가득찬 이 세상이 조금은 더 아름답게 보여질 수 있을까요? 하지만 결코 그렇게 되기가 쉽지 않기에, 은메달을 딴 국가 대표는 사과를 하며 눈물을 흘리게 되는 것이겠지요.

e스포츠가 점차 어엿한 스포츠의 모습으로 발돋움하게 되며, 각 구단과 선수, 팬덤 문화 역시 어느덧 체계적인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각 팀과 선수들은 체계적인 훈련을 거쳐 체계적인 규정을 갖춘 대회에 출전하고, 팬들 역시 자신의 팀을 응원하기에 최적화된 커뮤니티와 문화를 통해 열정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죠. 하지만 그런 성장 속에, 기존의 스포츠들이 안고 있던 부정적인 부분들까지 가지게 되었습니다. 큰 대회라는 경쟁이 치러지는 동안 흔하게 보이는 일부 악성 팬들의 도 넘은 비난도 그 중의 하나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MSI가 치러지고 있는 현재, 한국 대표로 출전한 SKT T1 역시 부진했던 모습 등으로 인해 이러한 비난들의 화살이 되곤 합니다. 비난의 양상 역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언제나 완벽한 모습으로 상징되는 '페이커' 이상혁이 실수를 할 때나, 비교적 경험이 적은 '블랭크' 강선구에 대한 다른 정글러들과의 비교를 통한 비난, 때론 SKT T1의 독주를 희망하지 않는 마음에서 나타나는 팀 전체에 대한 비난까지. 4연패를 했던 때의 SKT T1에 대해서는 마치 어느 택시를 타도 축구 감독 비난을 들을 수 있듯, 어느 커뮤니티에 가도 악성 비난이 넘쳐 흐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큰 대회에서 예민한 비난을 듣는 것은 SKT T1 뿐만이 아닙니다. MSI 라이벌로 꼽히는 RNG 및 중국 리그에도 거침없는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고, MSI에 출전하지 못했던 kt 롤스터나 락스 타이거즈에게도(혹은 SKT T1을 비난하기 위한 비교 대상으로) 비난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많은 팬들은 이미 '비난'과 '비판'의 차이점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용에 있어서는 충분한 구분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비속어를 쓰느냐 안 쓰느냐, 좋은 말이 살짝 들어가 있냐 안 들어가 있냐로 비판과 비난이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흔히 나오는 비난의 근거로는, '잘 해야 하는 프로로 돈 벌어먹는 길을 택했으면, 못 했을 때 욕을 먹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 라는 것이 있습니다. 욕설을 정당화하는 점에서는 오류가 있을 수 있지만, 프로로서 반드시 가져야 하는 책임의식을 두고 이야기되기에 선수들은 차마 대응할 수가 없게 됩니다.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는 도가 지나친 욕설에 고소 등의 대응을 할 수도 있지만, 경기에서는 패배를 했을 시 팬들이 느끼는 불편한 감정들은 온전히 팀과 선수들의 책임이 되기 때문입니다. 쏟아지는 비난을 참아가며, 할 수 있게 되는 말은 하나 뿐입니다. '더 노력해서 다음엔 꼭 이기겠다.'. 아마 패배한 팀들이 SNS에서 이러한 사과와 참회의 글을 쓰는 것을 여러 번 본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선수들은 지금도 프로로서의 책임을 느끼며 승리를 위해 모든 노력을 쏟아붓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아무리 피나게 노력을 하더라도, 하나의 승리자가 있다면 다수의 패배자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다양한 양상으로 쏟아지는 비난들의 종류에 비해, '정당한 비판'을 하는 것이 옳다는 팬들의 의견은 상당히 단순합니다. 잘 한 점에 대해선 격려와 응원을 해주고, 잘 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만 적당히 지적을 하자. '아' 다르고 '어' 다르듯, 비슷한 지적을 할 수 있더라도 작은 차이로 더욱 도움이 되게 말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점점 끝으로 치닫고 있는 MSI와, 강팀 RNG와의 승부를 앞두게 된 SKT T1. 전 세계의 많은 팬들이 유력한 우승 후보인 두 팀의 경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습니다. 선수들은 그 동안의 노력에 대한 후회 없는 경기를 치르고, 팬들은 결과를 떠나 자신의 팀과 다른 팀 모두를 응원하고 존경할 수 있는 성숙한 응원 문화가 점차 정착되기를 기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