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한국 마이크로소프트, 블리자드 코리아, 그리고 크라이텍 한국 법인장 및 아태지역 대표 역임, NHN 오렌지크루 대표까지. 이렇듯 업계에 잔뼈가 굵은 박영목 대표가 2014년, 돌연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그의 화려한 경력과는 대조적으로 20명 규모의 자그마한 스타트업, 인챈트 인터렉티브를 말이죠.

이듬해 인챈트 인터렉티브는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기 위해 '토이레이스'를 출시, 시장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올해, 본격적으로 인챈트 인터렉티브의 이름을 내건 모바일 FPS 게임, '시프트(=공식명칭: 원티드 킬러)'를 들고 왔습니다. 본격적인 모바일 게임 시대가 열린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개척되지 않은 미지의 장르. 모바일 FPS를 선택한 데에 대한 인벤의 의문에 박영목 대표는 "아직 개척되지 않았기에 도전할 가치가 있습니다."라고 말했는데요.

최근 카카오와 손잡고 카카오의 퍼블리싱 브랜드 '카카오게임 S'의 두 번째 신규 라인업 3종에 이름을 올린 '시프트'. 액션 RPG가 범람하는 이때, FPS를 들고 온 이유가 무엇인지 인터뷰를 통해 물어봤습니다.

※ 아래는 '원티드 킬러' 명칭 확정 전에 진행된 인터뷰입니다

▲ 인챈트 인터렉티브 박영목 대표



■ 카카오와 퍼블리싱을 맺은 이유는? - "고락을 함께할 때 신의는 오래간다."

Q. 얼마전 발표한 '카카오게임 S' 두 번째 라인업에 '시프트'가 있었습니다. 퍼블리셔로 카카오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아, 우선 '시프트'라는 제목은 가제입니다. 출시되면 바뀔 수 있다는 걸 미리 말하고 싶고요. 카카오를 선택한 이유라면 다 아시겠지만, 모바일 게임 시장이 본격화된 지 이제 5년이 넘었습니다. 그 시작에는 역시 카카오가 있었고요. 초기에는 다양한 캐쥬얼 게임들이 카카오 게임의 주류였지만 이제는 캐쥬얼만으로는 힘들어졌습니다. 제 생각에는 올해부터는 캐쥬얼보다 좀 더 코어한, 비유하자면 미드코어 게임들이 전면에 나와야 할 시기가 되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그런 게임들의 퍼블리싱 하는데 카카오가 충분히 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그리고 지금 많은 퍼블리셔들이 퍼블리싱 능력을 상실했다고 생각합니다. 퍼블리싱이 아닌, 개발력이 뛰어난 개발사가 있으면 퍼블리셔와 개발사의 관계가 아닌, 자회사가 되길 원하는 거죠. 그런데 카카오는 그런 점에서는 상당히 자유로웠습니다.

계약하면서도 국내에는 카카오가 전반적으로 퍼블리싱을 담당하지만, 글로벌 서비스에서는 저희가 다른 퍼블리셔를 찾는 데 동의를 했습니다. 또한, 저희가 찾던 퍼블리셔의 첫 번째 조건이 게임을 좋아해 줘야 하는 것과 두 번째로 자기 게임처럼 퍼블리싱을 해주는 퍼블리셔를 찾았는데, 이런 여러 요인이 겹쳐서 카카오와 퍼블리싱 체결을 했습니다.



Q. 퍼블리셔에서 보통 글로벌 판권을 요구하기 마련인데 국내 판권만 계약했습니다.

저희같은 소규모 개발자에게 있어서는 판권을 전부 넘겨주면 퍼블리셔에게 끌려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퍼블리싱에 대해서는 전부 일임한 만큼, 글로벌 서비스에서도 "이렇게 바꿔라, 저렇게 해라."라고 하면 따를 수밖에 없거든요. 그렇게 끌려다니면 안 되겠다 싶어서 이렇게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국내에서는 카카오가 단연 퍼블리싱에서는 우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카카오톡은 전 국민이 쓴다고 해도 될 정도인 만큼, 방대한 유저풀을 자랑하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저희 게임과 카카오의 성향이 잘 들어맞은 것도 이유 중 하나입니다. '시프트'는 FPS 게임이지만 캐쥬얼한 성향의 게임입니다. '타임 크라이시스'처럼 그냥 쏘는 재미에 초점을 맞춘 게임인데, 이런 게임의 성향과 카카오가 가진 남녀노소를 아우르는 방대한 유저풀은 저희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국내의 얘기입니다. 글로벌이라면 또 다른 문제죠. 그쪽에서는 카카오톡을 쓰지도 않을 테니, 해외 유저풀도 적을 겁니다. 그러니 서비스하는 곳에 어울리는 퍼블리셔를 선택하려고 생각 중입니다.


Q. 카카오가 지금은 게임사업을 의욕적으로 펼치곤 있지만, 이전까진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던 것은 사실인데요. 걱정되진 않던가요?

걱정보단 오히려 기회였죠. 제가 마이크로소프트에 있을 당시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누구나 외롭고 힘들 때가 있지만, 그때 도와주면 신의가 생기고 오래 갈 수 있다."고 말이죠. 카카오도 크게 다르진 않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건 다른 얘기지만 카카오랑 함께하고 나서 알게 된 부분인데요. 알고 보니 저희 개발팀이랑 카카오의 퍼블리셔를 담당하는 사업팀이 원래 같이 일했던 사이였었습니다. 물론, 이건 퍼블리셔 계약을 결정하고 나서 안 이야기고요. 원래부터 사이가 좋았던 만큼, 덕분에 양측에 마찰 없이 부드럽게 퍼블리싱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Q. 퍼블리셔로서 카카오가 요구하던 사항은 없었나요?

자잘한 부분에서는 여러 논의가 오갔습니다만 중요한 부분은 저희에게 일임했습니다.



■ 인챈트의 신작 '시프트' - "모바일이 바탕인 쏘는 맛이 있는 FPS"

Q. 그러고보니 예전에 '시프트'를 해본 적이 있었는데, 지금 빌드에서는 얼마나 달라졌나요?

외적인 변화보다는 기능들이 늘어났습니다. 이제는 거의 다 만들었다고 보시면 되고요. 남은 건 게임의 디테일한 부분을 다듬는 작업만 남았다고 보시면 됩니다. 게임 아이콘에서부터 UI까지 어느게 더 좋을까 계속 수정하고 있습니다.


Q. 모바일 게임은 여전히 RPG가 주류인데 걱정되진 않나요?

걱정이요? 왜요? 전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게임 장르로 볼 때 FPS는 참 거대한 장르입니다. 제가 볼 때는 전체 시장에서는 FPS인 게임과 그렇지 않은 게임으로 나눈다고 할 정도로 말이죠. 근데 우리나라에서는 FPS 게임은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 FPS는 PC를 기반으로 한 게임으로만 생각하거든요.

▲ 모바일 게임 1위부터 10위까지는 액션 RPG와 캐쥬얼로 양분돼 있다

PC를 한정으로 하는 게 아닌, 모든 플랫폼으로 고려한다면 FPS 장르가 가장 거대하단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거기에다가 모바일은 전에 없던 가장 거대한 플랫폼입니다. 가장 인기 좋은 장르에 가장 거대한 플랫폼, 이 둘을 안 쓰는 게 오히려 이상하지 않을까요.


Q. 그럼 대표님이 생각하시기에 기존 모바일 FPS가 흥행하지 못한 이유는 뭐라고 보시나요?

우리나라가 FPS 게임에 대한 다양한 IP를 갖고 있습니다. 온라인 게임으로도 많이 냈고요. 근데, 이 게임들을 개발한 분들이 모바일 시대가 왔다고 해서 완전히 새로운 모바일 FPS를 만드는 게 아닙니다. 이미 개발의 바탕에는 기존에, 온라인으로 만든 FPS 게임을 어떻게 모바일로 적용할까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게임들은 아무래도 모바일이란 플랫폼의 차이로 인해서 자연스럽지 못한 게임이 되고 말죠. 주변에서 다른 모바일 FPS를 개발하는 분들도 이런 어려움은 겪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물론 '백발백중'같은 게임이 모바일 시장에서 어느 정도 성적을 내긴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게임조차도 제 입장에서보자면 불편하면서도 여전히 움직임이 단조로운 부분이 있습니다.

▲ 박영목 대표는 모바일 FPS가 여전히 PC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시 : 백발백중(좌), 포더슈팅(우))

그런 면에서 저희 '시프트'는 모바일에 최적화된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즐기면서도 다이나믹한 액션과 효과들로 후련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게임으로, 속 시원히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을 겁니다. 옛날 오락실에서 동전 넣고 신나게 즐기던 게임처럼 말이죠.


Q. FPS 장르는 결국 컨트롤이 중점이 되는 게임입니다. 많은 모바일 FPS가 이 컨트롤의 벽에 막혔는데 '시프트'는 어떨까요.

'시프트'는 아주 직관적인 게임입니다. 아까 말했다시피 '타임 크라이시스'처럼 쏘는 재미에 초점을 맞춘 게임으로, 조작도 조준과 사격에만 집중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다가 RPG 게임에서처럼 총을 성장시키는 시스템이죠.

캐릭터가 있긴 하지만 사실 총이 핵심입니다. 캐릭터는 여러 스킬을 갖고 있어서 게임에 다변화된 재미를 주는 요소라고 보시면 됩니다.

▲ '시프트'의 지향점은 '타임 크라이시스'처럼 쏘는 맛이 있는 게임
※ 이미지 : '타임 크라이시스: 레이징 스톰'


Q. 모바일에 최적화됐다고 했는데, 자동 사냥 모드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있었는데 해보니까 정말 재미가 없더라고요. 그리고 시장의 분위기도 점차 자동 사냥 게임에서 다시 조작하는 맛이 있는 게임으로 옮겨가는 분위기입니다. 그런 만큼 '이 정도의 조작은 괜찮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FPS 게임의 재미는 맞추는 재미니까요.


Q. 아까 총이 성장한다고 했는데 이 총을 성장시키기 위해선 이른바 파밍이 필요하죠. 이런 부분에선 자동 사냥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되는데요.

'시프트'는 다양한 모드를 통해서 파밍을 지원합니다. 스테이지 클리어 외에도 타임어택, PvP 모드 등을 통해서 다양한 보상을 줌으로써 지루하고 반복적인게 아닌, 다양한 재미와 파밍을 겸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물론 빠른 성장을 원한다면 역시 과금을 해야겠죠.


Q. 요즘 모바일 게임의 업데이트 주기를 보면 왠만한 온라인 게임 못지 않죠. 콘텐츠 소모 속도도 빠르고요. '시프트'는 어떤 업데이트를 준비하고 있나요.

저희도 당연히 준비하고 있죠. 근데 지금 말하면 김이 새겠죠? 일단 저희 개발팀은 프로그래머가 아주 뛰어난 팀으로, 게임에 최적화된 툴도 여럿 구축해놨습니다. 한 달이면 열 몇 개의 새로운 에피소드를 만들 수 있을 정도입니다. 나중에 글로벌 진출을 하게 되면 이 툴을 이용해서 각국에 맞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을 겁니다.



■ "우리 게임, 욕심 납니다. 성공 욕심이"

Q. 이른 질문이지만 국내 외 다음 타겟으론 어딜 생각하고 있나요?

아직 정해지진 않았습니다만 대만이나 중국을 우선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지역별로 볼 때 퍼블리셔가 활발히 활동하는 시장이거든요. 반대로 북미의 경우는 퍼블리셔의 활동이 그리 활발하지 않아서 지켜볼 필요성이 있어 보입니다.


Q. 전작인 '토이레이스'의 경우 글로벌 시장에 초점을 맞춰서 출시한 바 있었죠. 그래서 '시프트'도 북미를 먼저 할 줄 알았는데, 예상외네요.

'토이레이스'와 '시프트'는 다소 방향성이 다릅니다. '시프트'는 말 그대로 지역별로 퍼블리셔를 통해서 맞춤형 서비스를 하자는 방향이고, '토이레이스'는 일종의 도전작이었거든요. 캐쥬얼 게임을 마켓에 자체 서비스하면서 해당 지역에 어떻게 통하는지 보고, 유저들의 반응이 어떤지 보려고 한 작품이었죠.

사실 처음에는 여러 도전작들을 내놨습니다. 이거 말고도 '컬리아드'라는 게임은 개발하기까지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사내 게임잼을 통해 탄생한 게임인데요. 피자와 치킨을 시켜놓고 팀을 나눠서 우승한 팀이 만든 작품을 내부적으로 다듬어서 출시한 사례도 있습니다.

▲ 인챈트의 글로벌 도전작으로 탄생한 '토이레이스'


Q. 대략 얼마만큼 완성됐는지 알고 싶습니다.

수치보다는 대략 7월 말 정도에 출시를 생각 중에 있습니다. 6월부터 7월까지는 광고랑 클로즈베타 등의 마케팅을 집중적으로 하겠죠.


Q. '시프트' 외에도 준비 중인 라인업이 있던데, 어떤 게임들인가요?

'앨리스', '아우터 스페이스' 등의 게임이 있는데, 이건 아직 개발 중인 게임이고요. 그보다 먼저 '시프트'의 VR 버전이 나올 것 같습니다. 실제로도 VR 샘플을 제작해봤는데 평들도 매우 좋았고요. 그 외에도 단순히 모바일 플랫폼이 아닌 스마트TV나 다양한 플랫폼으로의 확대를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 '시프트'외에도 다양한 차기작들이 준비 중이다


Q. 끝으로 인벤 유저들에게 한마디 부탁합니다.

작은 회사, 적은 인원으로도 모바일 시장에 도전하고 게임을 개발해서 어려운 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그럼으로써 스타트업을 하시는, 혹은 생각 중인 분들도 희망을 갖길 바라고 있습니다.

저희 '시프트', 캐쥬얼 유저와 매니악한 유저 양쪽에게 모두 반응이 좋았습니다. 게임에 대한 욕심이 많아지면서 더 재밌게, 더 잘 만들고 싶은 마음에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우리 게임, 욕심납니다. 성공 욕심 말이죠. 꼭 한번 즐겨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