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믿지'라는 앱을 기억하고 있는가? 삼성 옴니아와 아이폰 3GS가 보급되던 시기에 나왔던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으로 스마트폰을 쓰는 연인끼리 동시에 번호를 등록하면 GPS를 통해 서로의 위치를 추적하는 앱이었다. 개발한 대학생들은 애초에 장난삼아 만든 앱이었기에 발랄함으로 내용을 채웠으나 사회는 이를 근엄하게 바라봤다.

그리고 5년 후, 발랄한 대학생이던 이는 '스타 나이트'를 개발해 대한민국을 포함한 전 세계 15개국 17개 스토어에서 유료 게임 랭킹 1위에 오른다. 특히 북미 애플 앱스토어에서는 유료 게임 3위를 기록하는 등 인디 게임에서 괄목한 성적을 거둔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카카오의 자회사인 엔진에 인수된다.

▲ 레프트 라이트 김시정 공동대표, 석재영 개발자, 유정상 대표이사 (좌로부터)


청년, '현재와 미래에 대한 불안'과 싸워 일궈낸 성과
87년생 동갑내기 두 사람이 창업하고 91년생 막내가 합류했다. 김시정 공동대표는 다니고 있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나왔다. 유정상 대표는 돈이 없어 울어보기도 했다.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가득 찬 나날이었다.


엔진은 지난 19일 인디 게임 개발사 '레프트 라이트'에 지분 투자를 단행하고 경영권을 확보했다. 당시 남궁훈 엔진 대표는 "'레프트 라이트'와 같이 능력 있는 인디 개발사가 세계 시장에서 자신들의 기량을 마음껏 펼쳐 나갈 수 있도록 협력하고 지원 해 나갈 것"이라 말했다.

카카오는 유료 게임은 물론 카카오 게임 AD+(이하 애드플러스)를 활용해 무료 게임에 광고를 접목하는 등 비지니스 모델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레프트 라이트' 투자는 그 시작점이다.

사람 만나는 게 일이라지만, 새로운 얼굴을 만나면 어색하지 않기가 힘들다. 그럴 때 가장 좋은 화두가 날씨다. 그래서 "덥죠?" 라고 물으니 "추워요."라는 말이 돌아왔다. 사무실에 에어컨을 만족스럽게 틀고 있기에 춥다는 말이었다. 이 사무실은 '엔진'에게서 투자를 받은 이후 생긴 사무실이다.

▲ 북미 앱스토어에서 유료 게임 3위를 기록한 '스타 나이트'

엔진에서 투자를 받고 나서 어떤 점이 변했는지 묻자 유 대표는 "좋다. 투자금이 들어와서 자금 걱정 안 해도 된다는 사실이 좋다. 이제 돈이 없어 우는 일은 생기지 않을 것 같다" 고 말했다. 이어 "돈도 없고, 여자친구랑도 헤어지고…. 많이 힘들었다. 가장 힘든 건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미래가 너무 불안했다. 이제 그런 부담을 조금 내려놓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예전에 회사 다닐 때는 몰랐는데 출퇴근한다는 게 매우 좋더라. 예전에는 집에서 작업해서 쉬고 일하는 게 구분이 안 됐는데 이제는 월요병도 생기고, 사람도 만나고…. 좋다." 김시정 대표의 말이다.

엔진의 수장인 남궁훈 대표가 이들의 인수에 적극적이었다. '속도전'을 강조하는 남궁훈 대표답게 만남부터 계약까지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사실 '레프트 라이트'는 카카오가 애드플러스를 발표하기 전 카카오 측에 접근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유료게임인 점과 게임 자체가 난도가 있다는 점 등이 플랫폼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해 중단한 적이 있다.

김시정 공동 대표는 남궁훈 대표가 연락하던 때를 떠올리며 "정말 놀랐다. 설 연휴 버스 안이었는데 누가 페이스북으로 말을 걸어오는 거다. 프로필 사진이 '카카오톡'이어서 '얼마나 카카오톡을 좋아하면 사진으로까지 설정하는 거지?'라고 생각하면서 봤더니 남궁훈 대표였다. 우리 게임을 재미있게 했다고 만나보자고 했다. 그래서 대충 채널링 정도로만 생각하고 자리에 나갔는데 투자 이야기가 나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인앱 결제뿐만 아니라 광고 플랫폼을 통한 수익을 낼 방법도 설명해줬다. 마침 무료 버전을 준비하던 차라 투자를 받게 됐다. 지금은 애드플러스에 들어갈 '스타나이트' 무료 버전을 개발 중이다"고 말했다.

▲ 게임 '레프트 라이트'는 훌륭한 자양분이 됐다.

함께 서울에서 숙식하던 유정상 대표와 김시정 대표는 15년 4월 분당으로 이사를 하며 본격적으로 게임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이사를 하면서 석재영 개발자도 영입해 3명이 함께 한 집에서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다. 앱을 개발하던 유정상 대표가 게임을 개발하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원래 게임을 좋아하니까".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겪게 된다는 병역 의무 중 찾아오는 '뭐 먹고 살지?'라는 고민에 대한 답이었다.

유정상 대표는 "앱 개발할 때부터 게임 쪽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일을 제어해야되는 나의 성향이 회사 생활과 잘 맞지 않아서 사업을 하리라 마음먹었다. 처음에는 국사를 바탕으로 한 교육용 게임을 만들고자 했는데 처음이다 보니 시행착오가 너무 많아서 간단한 것부터 시작해보기로 방향을 선회했다. 그래서 '레프트 라이트'라는 게임을 개발해 출시했고. 시원하게 말아먹었다."고 말했다.

이어 "원인을 분석해보니까 무료 시장은 경쟁이 심해서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리텐션을 유지해 광고 수익을 올리거나 인앱 결제로 매출을 올려야 하는데 이러려면 적어도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해야 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사업을 계속할지 고민하다가 유료 시장으로 눈을 돌려 매니아틱한 게임을 만들고자 했고 7개월 정도 개발해 출시하게 됐다"고 파이가 작은 유료 시장에 출시하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김시정 공동대표는 첫 게임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그래도 많은 도움은 됐다. 나 같은 경우 개발자 출신이 아니라 디자인 쪽에 있다가 게임 디자인을 하게 됐는데 덕분에 한번 쓴 맛을 보게 됐다. 사실 게임만 만든 사람들에 비해 잘할 수 있을지 없을지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시간이 지나다 보니 불안감이 커졌다. 만약 잘 안되면 옆길로 새버린 커리어 문제도 있고…. 불확실한 미래가 제일 힘들었다."

어느 20대나 마찬가지겠지만, 그들 역시 불확실성과 싸웠다. 가장 어린 석재영 개발자도 마찬가지였다.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던 석 개발자는 "나 역시 같은 마음이었다. 정말 힘들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그래도 서로 마음이 잘 맞으니까 참고 해보자고 의기투합했다. 같이 살고, 같이 일하고, 같이 출퇴근하면서 업무적으로 의견 충돌이 있을지언정 감정적으로 싸운 적은 없다"고 말했다.


돈도 없고, 확신도 없는 상황에서 그들은 게임 개발에 매진했고 '스타 나이트'로 작은 성공을 맛보게 된다. 그리고 이를 발판으로 국내 최대 플랫폼 홀더인 카카오의 자회사 엔진에 인수된다.

이들의 행보는 음지에서 꿈만 가지고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여러 인디 개발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업에 뜻이 있어, 혹은 몸담고 있는 게임사에 불만이 있어 자신의 게임을 만들고 싶지만, VC나 퍼블리셔에게 보여줄 마땅한 포트폴리오가 없는 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들에게 성공의 비법을 묻자 유 대표는 "운이 좋아서?" 김 공동대표는 "내가 잘해서?"라고 농담을 던지고는 "성공이라니 당치도 않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웃음이 한 차례 지나고 나자 김시정 공동 대표는 "기존 인디게임들을 보면 상당히 잘 만든 게임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시류에 따라 만든 게임이 참 많다. 이런 게임은 정말 잘 만들지 않은 이상 경쟁을 해야 되는데 이게 참 힘들다"며 "우리는 경쟁에서 이길 수 없으면 아예 경쟁을 포기하자는 노선이었다. 다르게 가자는 뜻이다"라고 말했다.

유정상 대표는 "게임 자체에만 고민한 게 주효했다. 첫 번째 게임을 만들 때 비즈니스모델, 소셜네트워크 연동을 통한 바이럴 마케팅 등등을 많이 고민했는데 '스타나이트'는 게임에만 집중했다. 인원이 적다 보니 그랬던 것도 있고.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했던 게 좋은 반응을 얻을 거 같다"라며 '덜어낸 것'을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글로벌 성공, 애드플러스 이후 글로벌 진출계획도 있어...
인디 개발사가 국내 최고의 플랫폼 홀더의 자회사에게서 투자 받았다. 인디 개발사만이 할 수 있는 창의적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졌다. 그들의 눈은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카카오는 다음게임 시절 투자를 진행한 '슈퍼노바일레븐'의 '농장 밖은 위험해'를 시작으로 애드플러스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국내 모바일 게임 산업 발전을 지원한다는 명분이다. 게임 사업 파트너들의 수익성을 높여주는 방안을 골자로 이 전략은 기존의 부분 유료화 모델과는 별도로 모바일 광고를 통해 추가 수익을 낼 수 있는 새 사업 모델이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길 건너 친구들'의 방식을 떠올리면 이해가 편하다. 정책변화로 다양한 게임을 공존하게 해 이용자들의 선택 폭을 넓히기 위한 전략이다. '스타 나이트'는 올여름 입점을 목표로 무료화 작업 중에 있다. 또한, 카카오톡은 국내 한정 플랫폼이기 때문에 글로벌 진출에 사용할 무료 버전도 작업 중이다.

유정상 대표는 "애드플러스에 맞춰서 유료 게임인 '스타 나이트'를 무료 시스템으로 바꾸는 작업 중이다. 어떻게 하면 광고를 사용자들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부터 게임의 난이도와 콘텐츠 구성까지 다양한 부분을 조정하고 있다"며 "무료 게임이고 카카오톡 플랫폼에 들어가는 게임이다 보니 매니아가 타겟이었던 유료 버전과 달리 대중이 타겟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수정을 하고 있다."고 투자받은 후 작업 중인 상황을 밝혔다.

김시정 대표는 이에 덧붙여 "어려움을 컨셉으로 표방했던 게임이라 고민이 많다. 리텐션과 직결되는 문제기 때문에…. 카카오톡은 대중이 많이 접하는 플랫폼이라 컨셉 자체가 약해져 버린다. 컨셉을 유지하면서도 광고 빈도, 인앱 결제를 구현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도 많고. 기존 '스타 나이트'에 애정을 가지고 사랑해 주던 분들은 무료로 나오는 것에 반발할 수도 있고…."라며 말을 흐리며 고민을 드러냈다.

▲ 글로벌 출시 소식에 1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반응을 보였다.

사실 카카오톡 플랫폼으로 출시되는 게임들은 시장 흐름에 순응하는 유행을 좇는 게임들이 주를 이뤘다. 때문에 '스타 나이트'와 같은 난도 있는 플랫포머를 불안하게 쳐다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김시정 대표는 이에 대해 "카카오톡 플랫폼을 통해 출시되는 게임들은 트렌디하다고 많은 사람이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며 "우리는 현재 추세에 맞춘 게임을 만들기보다는 기존의 카카오 게임과는 다르게 독창성, 작품성을 가진 게임을 만들고 싶은데…. 만들 수 있을지는……."이라고 수줍은(?) 포부를 밝혔다.

앞길이 구만리 같은 '레프트 라이트' 그들은 어떤 계획을 하고 있을까. 유 대표는 글로벌 진출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회사를 만들 때부터 글로벌에서 성공하겠다는 꿈을 키웠다. '스타 나이트'로 처음 글로벌 성과를 얻었는데, 카카오 애드플러스 버전 외에도 글로벌 시장에 출시할 무료 버전을 생각하고 있다. 올해는 이 작품을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갈 것 같다. 내년 내후년 따로 생각하고 있는 것도 있다. 이를 위해 인원도 충원하고…. 점차 키워나갈 생각이다."

▲ 별을 따는 '레프트 라이트'. 그들의 바람대로 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