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 스네일게임즈 ⊙장르: 모바일 MMORPG ⊙플랫폼: iOS, 안드로이드
⊙국내 출시: iOS - 6월 2일, 안드로이드 - 5월 26일


2000년 초반은 나에게 있어 그랬다. 월드컵 광풍과 닷컴 열풍, 또 윈엠프 방송이 유행했었고 다모임, 프리챌, 버디버디, 하늘 사랑 등이 많은 인기를 끌었다. PCS가 보급되기 시작했으며 PDA가 등장했다.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다. 게임 쪽에서는 국내 MMORPG가 잘나가는 가운데, 중국산 무협 웹 게임들이 다수 국내 시장에 들어왔다.

현실에 대한 걱정도, 스스로에 대한 고민도 적었던 시절. 그냥 수능 점수만 잘 나오면 되는 아주 속 편했던 시절. 왜 웹게임 같은 걸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당시 웹게임은 회사원 혹은 아저씨들의 전유물로 여겨지곤 했다. 특히 지저분한 느낌의 중국산 무협 웹게임들에 대해 그러한 시선이 강했는데 '자동 전투'라는 개념이 희박했을 때라 더 그랬는지 모르겠다. 애초에 자동 전투를 할 거면 게임을 왜 하나 했으니까. 그때는 몰랐다. 사람이 시간이 없다는 것을.

시간이 없을 때, 짜투리 시간에, 게임하기 눈치가 보일 때 브라우저에 게임을 실행시켜두고 업무 창으로 가려두면 캐릭터는 알아서 성장한다. 웹게임은 그 성장 결과를 재미있게 느낄 수 있도록 했고, 나날이 늘어가는 전투력에 보람을 느끼도록 했다. 무엇보다 세력 규모의 대전을 게임의 메인으로 잡아 동기를 부여해 많은 인기를 끌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이렇게 잡설을 운운하느냐고?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도아니면 모(이하 도모)'가 그 당시 웹게임의 향수가 진하게 풍기기에 그 시절 기억이 떠올랐다. 그 당시 웹게임과 정말 똑같다는 말보다 잘 어울리는 말은 찾지 못하겠다




모바일로 만나는 그 시절 웹게임
øよøぎㅎ1-㉦┫┃훀, 도母㉧┣┃훀™ (안녕하세요, 도모에요)

'도모'는 고구려와 신라, 2개 국가의 전투를 배경으로 한 모바일 국가전 MMORPG다. '1000 vs 1000' 국가전을 메인 콘텐츠로 내세우고 있다. 한국 서비스를 위해 억지로 배경 스토리를 뜯어 고친 감이 없지는 않지만…. 원래 중화권에서 서비스되던 게임이니까 이 부분은 차치하고.

'도모'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추억을 꺼내는 게임이다. 첫사랑 그녀와 봤던 영화를 EBS에서 다시 볼 때 아련함과 비슷하다고 할까. 예전 생각이 정말 많이 나게 한다.

UI부터 그 시절이 떠오른다. 웹게임에서 볼 수 있었던 특유의 UI와 모바일 액션 RPG의 UI를 합쳤다. 자동전투와 자동이동을 통해 손쉽게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약간 부드럽지 못한 움직임도 2000년대 초반의 향수를 자극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솔직하게 말해 UI 자체는 조잡하다. 정보를 정제해 전달하기보다는 PC 웹게임처럼 있는 정보, 열람할 수 있는 정보를 한 화면에 다 뿌린다. 상대적으로 디스플레이 크기가 작아서 그런지 더 답답한 느낌이 들며 직관적이지 못하다. 번역이 덜 된 듯한 한국어화와 더불어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다.

국산 하이엔드 RPG에 익숙한 사용자들에게는 조금 가볍게 느껴질 타격감과 그래픽도 아쉽다. '도모'는 2.5D 그래픽으로 개발됐는데, 발에 치일 듯이 많은 저품질의 3D 그래픽을 경계한 것 같다. 보다 보면 나름대로 정감이 들긴 한다.

스네일게임즈는 '도모'의 타격감을 요즘 게임들과 비교하면서 "둔탁한 전투 손맛과는 달리"라는 문장으로 표현했는데, 의도대로 확실히 가볍기는 하다. 이쑤시개로 오래된 라텍스를 찌르는 느낌이랑 비슷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자동전투를 터치하고 관람하고 있자면 타격감이 또 괜찮아 보인다. 직접 플레이할 때와 괴리가 큰데 애매한 조작감이 이러한 느낌을 들게 한다.

반면, 리텐션을 유지하기 위해 접속 보상, 접속 시간 보상, 레벨 보상 등 갖가지 사용자 보상책은 인상 깊었다. 더불어 24시간 자동성장 시스템으로 육성에 대한 스트레스를 최소화한 것도 특기할 만한 사항이다.




1000vs1000 국가전이 메인이다
그래픽이나 타격감이 좋은 게임은 여기저기 많잖아?

사실 '도모'에게 기대하는 것은 조작감이나 그래픽, 사운드 등이 아니다. '도모'에서 가장 크게 내세우고 있는 것은 '국가전'이다. 30레벨 이상의 플레이어들이 진영을 나눠 전쟁을 펼치는 것인데, 일종의 깃발전이다. 무려 '1000명 vs 1000명' 전투를 지원한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아라시 분지와 유사한 형식이다. 전장에서 활약하는 정도에 따라 계급이 결정되고 이에 따라 국왕을 선출하는 등의 명예 시스템도 갖춰져 있어 동기부여 하니만큼은 확실하다.

또한, 게임 진행 중 지속해서 '우리나라의 OOO가 상대진영의 OOO에게 처치되었습니다.'라고 큼직하게 나오는 데, 국가 구성원으로서 소속감을 고양하고 전의를 불태우려고 하는 의도가 보이는 시스템이다. 진영 시스템으로 소속감을 극대화하고 갖가지 리텐션 전략으로 게임 내 사용자를 붙잡아 두는 움직임. 웹게임 세대를 중심 타겟으로 하고 신규 사용자를 모객해 성공을 거두겠다는 전략을 숨기지 않고 보여준다.

이외에도 다양한 국가 콘텐츠와 오픈필드, 비경, 탈 것, 펫 시스템 등등 MMORPG가 품는 다양한 요소를 모바일로 옮겨놨다.

최근 중국개발사 작품을 로컬라이징 하면서 한국 사용자 감성을 고려하여 VIP 시스템을 삭제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도모'는 그대로 들여왔다. 개인적으로는 VIP 과금 시스템을 매우 높게 평가하는 편이다. 돈을 사용한 만큼 혜택을 받는다는 점에서 확률 아이템보다 더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도모'역시 중국발 게임답게 VIP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고, 쓴 만큼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통상 사용자들 기분 좋아지라고 VIP1에서 시작하는데 '도모'의 VIP 단계는 0에서부터 시작하는 것도 재미있는 부분이었다.




도모, 사무실에서 몰래 도모하기에는 좋은 선택
혹시모르지 않나. 순수하게 게임 열정을 태웠던 당신을 다시 마주하게 될지.

최근 모바일 MMORPG 게임의 조짐이 심상치 않다. 2년 전만 해도 소수만이 성공을 예측했던 모바일 MMORPG가 이펀컴퍼니의 '천명'을 계기로 국내 시장에서도 승산이 있음을 입증했다. 룽투의 '검과 마법'도 사전 등록 85만 명을 넘어섰다.

유난하다고 표현될 정도로 MMORPG를 좋아하는 중국인 덕에 중국 개발사는 꾸준히 이 장르에서 노하우를 쌓았고, 중국 내수 시장이 모바일 시장으로 재편되면서 중국 개발사는 모바일 MMORPG 분야에서 독보적은 위치를 구축하게 됐다. '도모' 역시 그러한 흐름에서 이해할 수 있는 게임이다.

누구나 알다시피 우린 과거로 돌아갈 수 없지만, 과거에 잠겨 추억이라는 타임머신을 타고 조금 더 예쁘게 덧칠된 동화 같은 기억 속을 구석구석 돌아다닐 순 있다. '도모'는 딱 그런 감상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게임이다. 다른 말로 타게팅이 확실한 게임이다.

분명 하이엔드 모바일 게임에 익숙한 요즘 사용자들에게 그래픽과 타격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일 수 있다. 그러나 과거 웹게임을 즐겼던 이들에게 삶에 치이며 잊었던 MMORPG의 대규모 진영전을 다시 생각나게 하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피곤하게 신경 쓰지 않고 '1000 vs 1000' 진영전을 손쉽게 즐기고 싶다면 '도모'는 나쁘지 않은 선택으로 보인다. 자동전투를 누르고 뒤집어 놓으면 된다. 혹시 모르지 않나. 순수하게 게임에 대한 열정을 태웠던 과거의 당신을 다시 마주하게 될지.



■ '도모' 플레이 스크린샷 및 영상

▲ 로그인 방법은 두 가지다.

[▲ 캐릭터 선택 영상]
▲ 기본적으로 자동이동, 자동전투 모두 지원한다. 스킬도 자동이다.

▲ 하지만, 자동전투만 믿고 있다가는 장판에 비명횡사 한다
▲ 대형 보스전도 존재한다.

▲ 2000년대가 절로 떠오르는 상태 이상 메시지.

▲ '절따말'이 뭔 단어야 했는데, 실제로 존재하는 단어였다.
절따말: [명사] 몸 전체의 털색이 밤색이거나 불그스름한 말. (출처: 네이버 사전)

▲ 요즘 모바일 게임의 스테이지 방식의 콘텐츠도 존재한다.

▲ 국가전은 아라시 분지같은 개념이다.


▲ 전공을 세우면 군공을 획득해서 계급이 상승한다. 보졸은 보병을 뜻하는 단어다.

▲ 누가 왕이 될까. 나는 아니겠지.

▲ 스텟을 더해주는 귀여운 흰둥이.

▲ 싸울 때는 호랑이처럼 변한다.

▲ 펫도 탈 것도 다양하게 있다.

▲ 파티 플레이도 있다. 그러나 30레벨을 찍을 때까지 해보지 못했다.

▲ 길드에 들어가면.

▲ 또 다른 콘텐츠도 접할 수 있다.

▲ 카테고리로 나누어진 채팅창.

▲ 코스튬.

▲ 다양한 보상들.

▲ 이벤트는 이런 식으로 표현된다.


[▲ 튜토리얼 플레이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