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은 1인 크리에이터 전성시대라고 해도 될듯합니다. 아이디어와 약간의 장비만 있으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크리에이터. 게임뿐만 아니라 뷰티,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의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고 있고, 이러한 콘텐츠를 시청하는 사람들도 그만큼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 같은 인기 덕분일까요? 얼마 전, 한 케이블 채널에서 국내 최초로 개인방송에서 제작한 콘텐츠를 그대로 방송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1인 크리에이터가 이제 주류 미디어의 세계까지 파고들게 된 것이죠.

케이블 채널에 1인 크리에이터의 콘텐츠가 방송된 주인공은 바로 '도티'. 마인크래프트 및 모바일 게임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도티'는 클래시 로얄 한국 랭킹 1위 플레이어이기도 합니다.

클래시 로얄에서 맺은 인연으로 진행된 인터뷰. 클래시 로얄로 시작됐지만, 크리에이터 세계의 이야기를 안 들어볼 순 없겠죠? 크리에이터로서 살아가는 '도티'의 이야기도 같이 들어봤습니다.

▲ 유튜브 크리에이터 '도티'


■ 클래시 로얄 한국 랭킹 1위 '도티'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게임 콘텐츠를 제작해서 유튜브에 업로드 하는 크리에이터 도티입니다. 주로 마인크래프트와 모바일게임 위주로 콘텐츠를 제작하다가 최근 클래시 로얄 IP로 '배틀 로얄' 유튜브 채널을 신규 개설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유튜브 채널에는 91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고요. 5월 기준 유튜브 대한민국 전체 시청시간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클래시 로얄은 언제부터 시작하시게 된 건가요?

클래시 로얄이 캐나다에서 소프트 런칭을 시작한 첫날부터 시작하게 됐습니다. 클래시 로얄이 저랑 잘 맞더라고요. 어렸을 때도 철권이나 1:1로 대전하는 게임을 좋아했는데, 클래시 로얄이 그런 컨셉의 게임이기도 했고요. 개인의 취향이 맞았던 것 같아요. 크리에이터라도 자기가 좋아하지 않는 게임은 못하거든요.

클래시 로얄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실시간으로 AI가 아닌 다른 사람과 한판 대결을 하는 거에서 오는 승리에 대한 희열과 패배에서 오는 승부욕 자극이 매력인 것 같아요. 캐주얼한 느낌이라 큰 부담 없이 한판 두 판 할 수 있는 것도 매력이고요. 물론 최상위권에 올라온 지금은 부담되기는 해요.

최상위권에서는 누가 제일 잘하는 것 같나요?

음…. 누가 제일 잘하고 그런 건 딱히 없는 것 같아요. 잘하시는 분들이 있긴 하지만, 20위권 안에서는 승률이 비슷한 것 같아요. 트로피 1~2위 순위는 누가 더 게임 매칭을 많이 해서 트로피를 조금씩 올리느냐에 따라 결정돼요. 1~2등 하려면 오랜 시간 게임을 붙잡고 있어야 하죠.

최상위권에 있으면 매칭이 안 잡히지 않나요?

네. 잘 안 잡히죠. 그래도 요즘은 잘 잡히는 편이에요. 세계 랭킹 20위안에 들면 3~4분 정도 걸리는 것 같고요. 새벽에는 한 번 게임하는데 15분 정도 걸리는 것 같아요. 최상위권의 다른 유저가 매칭 신청을 하면 푸쉬 알람이 뜨거든요? 그때 맞춰서 들어가면 바로 할 수 있긴 한데, 내가 하고 싶은 시간에는 매칭 시간이 좀 걸려요.

▲ 최상위권에 진입하면 다른 최상위 플레이어가 매칭 신청시 푸쉬 알람이 뜬다.

클래시 로얄에서 주로 사용하는 덱은 무엇인가요?

요즘에는 호그 라이더+독 마법을 주로 사용하고 있어요. 골렘+독 마법도 사용하고 있고. 친선전은 이것저것 많이 해보는 편입니다. 메타 연구를 좀 해야 할 것 같아요.

▲ 도티의 호그 라이더 덱

호그 라이더 덱을 사용하는 이유는 뭔가요?

성향이 있는 것 같아요. 유저들도 좋아하는 성향이 있듯이 저도 호그 라이더가 상대 적진에 파고들어서 빠르게 공격하는 것이 좋아요. 그래서 많이 사용했고. 그리고 호그 라이더가 너프되기 전에는 사기카드라는 소리를 들었잖아요? 그만큼 효율성이 좋고, 어디다 붙여놓아도 제 역할을 하는 카드 인 것 같아요.


■ 크리에이터 '도티'

클래시 로얄도 좋지만 다른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제작하고 있는 마인크래프트 콘텐츠가 10대들한테 굉장한 인기를 얻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10대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뭘까요?

일단 유튜브에서 콘텐츠를 시청하는데 익숙한 세대가 10대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10대들의 눈높이를 맞추려고 되게 노력하고 있어요. 사실 그동안 10대는 주 미디어에서 소외됐어요. TV에선 40대를 위한 드라마, 30~50대를 위한 시사 프로그램. 예능 프로그램도 '런닝맨' 같은 일부 예능을 제외하고는 10대들이 볼만한 것이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가 10대들의 콘텐츠 갈증을 채워주고 있어요. 그리고 마인크래프트가 유튜브에서 흥행하고 있고요. 마인크래프트가 흥행을 하는 것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유튜브 게임 50% 이상이 마인크래프트 콘텐츠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마인크래프트는 하나의 게임이라기보다는 세트장에 가깝습니다. 그 안에서 크리에이터들이 이야기를 만들고, 캐릭터끼리 뛰어놀고, 그런 거에 사람들이 흥미를 갖는 거죠.

▲ 게임보다는 세트장의 가깝다는 '마인크래프트'

마인크래프트를 모르는 사람은 '뭐가 재밌는 걸까' 하지만 그 안의 세계관이 중요한 것이거든요. 그래서 2013년부터 마인크래프트에서 도티라는 캐릭터로 활동하다 보니 이것이 사람들에게 익숙해지고, 누적되다 보니까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제 나이는 30대지만 10대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SNS도 10대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카카오스토리를 제일 많이 하고 있습니다. 10대들과 소통을 해야 하므로 사소한 곳에서부터 눈높이를 맞추려고 노력하는 편이죠. 또, 개인적으로도 어린 친구들을 좋아합니다.

마인크래프트 영상을 제작하실 때 항상 잠뜰님이나 다른 분들과 함께 영상 제작을 하고 계신 걸로 압니다. 이분들하고는 어떻게 만나게 됐나요?

일단 거의 다 제 방송의 시청자들이거나 저랑 같이 콘텐츠를 만들던 제작팀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같이 방송을 하다 보니까 호흡도 잘 맞고 자연스럽게 크루가 된 것 같아요. 따로 오디션을 보지도 않았고, 그 사람들도 인지도가 생기고 단독 채널을 갖게 되면서 활동하게 된 거고요.

▲ 도티 TV 채널

마인크래프트, 클래시 로얄 두 가지 콘텐츠 제작을 하시고 계시는데요. 혹시 다른 게임 콘텐츠 제작을 시도해보신 것이 있으신가요?

모바일 게임 같은 경우에는 클래시 로얄 외에도 이것저것 많이 했어요. 주사위의 신 같은 경우도 시즌 물로 3편까지 만들어서 꽤 흥행을 했고요. 일단은 콘솔이나 PC게임들은 시도는 안 해봤는데 라이트한 게임들이나 모바일 위주로 이것저것 시도를 많이 해보고 있습니다. 제가 몸이 한 개다 보니 이것저것 다 할 수 없고, 너무 욕심부리면 본질을 놓치게 되는 것 같아서 잘하는 것만 해보려고 노력 중입니다.


얼마 전에 한 케이블 채널에서 최초로 개인방송 콘텐츠가 방영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진행된 건가요?

저희가 '샌드박스 프랜즈'라는 IP 사업을 하고 있는데 도티나 잠뜰 상품군이 전국구로 제작이 돼서 유통이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업의 목적으로 디지털 콘텐츠를 라이센싱 사업을 하는 파트너랑 진행을 하게 돼서 케이블 채널에 개인방송 콘텐츠가 방영이 된 겁니다.

사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어요. 크리에이터의 콘텐츠를 그대로 키보드나 마우스 클릭 소리까지 다 들리는데 이것을 그대로 미디어에 노출하는 것이 전 세계에 유례가 없었거든요. 다행인 건 제가 욕설이나 비속어를 사용하지 않다 보니 심의 같은 부분에서 제약이 없었고, 케이블 채널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어 했었는데 이렇게 크게 반응이 있을지는 몰랐다고 하네요. 다행히 이번에 특별편성된 파일럿 프로그램이 반응이 좋아서 정규편성까지 가게 됐습니다.

▲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중인 도티&잠뜰의 개인방송 콘텐츠(출처 : 애니맥스)

어쨌든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것 같아요. 단순히 개인 유튜브 크리에이터 콘텐츠가 B급, 혹은 애들 장난으로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하지만 그런 게 아니라 정말 콘텐츠로서 대중들에게 기능하고 있고, 더 나아가서는 개인 크리에이터 콘텐츠도 프리미엄으로 노력 받을 수 있는 시기가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기존의 프리미엄 콘텐츠 기준은 어떤 유명한 제작사에서 제작하거나 어떤 출연진이 등장하느냐에 따라 갈렸다면 이제는 사용자가 그 콘텐츠를 얼마나 재밌게 즐기느냐가 프리미엄이 붙을 날이 올 것이고, 그런 역할을 선도하고 싶습니다.

아프리카 TV 쪽 방송을 진행하시다가 그만둔 이유는 무엇인가요?

국내에서 크리에이터가 성장한 배경을 살펴보면 처음에는 아프리카 생방송을 다시 보는 형태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했습니다. 하지만 유튜브 채널이 발전하다 보니까 생방송을 진행한 풀 영상을 잘라서 제공하는 건 이제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채울 수 없었어요. 이를 맞추기 위해 기승전결이 한편에 완성된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다 보니 라이브랑은 잘 안 맞게 되더라고요. 라이브로 이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한, 두 시간 길게 진행하는 콘텐츠만 진행해야 했습니다.

이렇게 유튜브로 진행하다 보니까 유튜브 콘텐츠 영상을 제작하는 데 집중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라이브로 쏟을 시간이 적어지게 됐어요. 그래도 가끔 다른 라이브 플랫폼으로 일주일에 한 번 생방송은 진행하는 편입니다.

크리에이터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든 부분은?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은 누군가의 여가를 책임지는 일을 합니다. 그래서 남들 쉴 때 일하고, 일할 때 쉬기 때문에 바이오 리듬적인 측면이 달라서 힘든 것과 이런 생활 방식 때문에 친구들을 못 만나는 면이 큰 것 같아요.

매일 영상을 올리는 일을 하다 보니까 마감에 쫓기는 편집장의 심정으로 하루라도 영상이 안 올라가면 안되니까, 마음 놓고 쉰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몇 일 전에 영상을 먼저 찍어놓았더라도 그날 업로드를 해야 해서…

영상을 올리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피드백도 해야 하고 생각만큼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영상을 찍어서 올린 다음에 메타 데이터를 어떻게 올릴지 정해야 되고, 유튜브 재생 목록, 섹션 구성도 해야 하는 한편, 홍보도 하는 이것저것 깨알 같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 하루도 쉬지 않고 꾸준히 영상을 올리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유튜버 크리에이터 쪽으로 진로를 정하는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 같은 것이 있을까요?

유튜브에서 성공하려면 정말 성실해야 합니다.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굉장히 성실해야만 그 채널 내 시청자들의 시청습관을 만들 수 있습니다. 매일 영상을 올리는 것은 기본이고요. 시청자들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 연구하고 노력해야 됩니다.

영상을 유행에 맞게 만든다는 건 힘든 일입니다. 사용자들이 보고 싶어하는 콘텐츠가 따로 있고, 내가 하고 싶은 콘텐츠가 따로 있거든요.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유튜브에서 제공하는 분석 시스템도 활용해서 영상의 어느 부분에서 시청자들이 재미없어서 이탈하는지 살펴봐야 하고, 그런 것을 만족하면서 크리에이터로 직업으로 삼으려면 1~2년 이상, 장기적으로 5~10년을 견뎌야 하는 데 지치지 않고 하려면 정말 성실함이 필요합니다.

거기에 더해서 콘텐츠를 바라보는 시각이 만들어지기까지 개인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내가 했을 때 재밌는 콘텐츠가 있고, 시청자 측면에서 봤을 때 재미있는 콘텐츠가 있는데 이 감을 찾아야 합니다. '나는 재밌는데 왜 보는 사람이 없지?' 했을 때 문제점을 찾아야 하는 거죠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일단 유튜브 구독자 100만이 코앞이라서 빠른 시일 내에 100만 구독자를 달성하고 싶은 게 첫 번째 목표입니다. 또, 콘텐츠로 꾸준히 시청자들과 소통하면서 좋은 영상을 만들고 싶고, 회사 차원에서 보면 MCN 산업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좋은 MCN으로 크리에이터들과 같이 성장해 나가고 업계를 선도해나가는 디지털 콘텐츠 제작 회사로서 기여하고 싶습니다.

클래시 로얄로 보자면 슈퍼셀에서 글로벌 대회가 기획되거나 하면 한국대표로 나가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고요 하하. 혹시라도 대회 나가서 지더라도 너무 많이 비난하지 말아 주시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인벤 독자분들에게 한 마디 부탁할게요.

인벤은 20~30대가 자주 오시죠? 음…. 우선 20~30대에서 디지털 비디오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특히 신문방송학과 다니는 학생이나 미디어 쪽으로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시야가 주류 미디어나 방송국에만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시대가 달라지고 있어요.

구글에서 2020년이면 주류미디어보다 1인 미디어의 비중이 70% 이상 차지할 것이라고 하는데 미디어 쪽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디지털 비디오 쪽으로 관심을 돌렸으면 좋겠어요. MCN이나 크리에이터 쪽으로 관심을 돌리고 그쪽에서의 경험을 기대해보는 것도 청년들에게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 외에도 저도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보니까 디아블로 나왔을 때도 인벤에서 공략 글 챙겨보고 클래시 로얄 관련해서 자주 찾아봅니다. 인벤에서 정보도 많이 얻고 있고 양질의 콘텐츠도 소비하고 있으니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