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개인은 완벽할 수 없다. 세상에서 가장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모든 것을 알 수 없고, 때로는 기본적인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이 고등 교육을 받은 사람이 모르는 것을 알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개개인이 가진 지식의 공백은 지금에 이르러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인류는 개개인이 가진 지식을 모아 '집단 지성'을 만들어냈고, 현대에 이르러 이 집단 지성은 인터넷이라는 바다 위에 번지는 햇살처럼 드리워 있다.

물론 과거에는 달랐다. 근래에는 인터넷이 지식의 총람 역할을 하지만, 전자 매체가 없었던 과거에는 물질적인 인쇄 매체가 이 역할을 대신했다. 바로 '사전'. 전자 매체가 없던 시절, 인류 지식의 근간을 모아놓은 지성의 요체다.

근래에 이르러, 이 '사전'의 의미는 다소 바뀌었다. 인터넷을 통해 정확하고 빠르게 정보를 찾을 수 있는 지금, 사전은 말 그대로 '사전적 의미' 이상의 의미가 없다. 궁금한 내용이 있을 때 사전을 펼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주머니 속 스마트폰은 사전보다 더 방대한 지식의 바다로 가는 길이니까.

하지만 단순히 지식의 전달과 보관을 넘어서 현상을 본다면, 사전은 나름대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어떤 분야에 대해 사전이 만들어진다는 것은 그 분야가 이미 충분히 성숙하고, 유의미한 지식이 쌓여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6월 28일, 이화여대 SK텔레콤 관에서 '게임사전'의 출간에 대한 제작 발표회가 진행되었다.


행사는 엔씨소프트 문화재단 윤송이 이사장의 인사와 함께 시작되었다. 윤송이 이사장은 직접 행사에 참여하진 않았지만, 영상 편지로 인사를 전했으며, 지금껏 게임에 관련된 지식을 정리한 총람이 없다는 것에 아쉬움을 느끼고 있었다며 게임사전의 출간을 축하했다.

▲ 영상으로 인사를 전한 엔씨소프트 문화재단 윤송이 이사장

이어 엔씨소프트 문화재단 이재성 전무가 게임사전이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설명하고, 편찬 과정을 말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재성 전무는 게임을 "가장 저평가된 문화 콘텐츠"라고 표현하면서, 게임은 한국이 인력, 기술, 산업 인프라 등에서 국제 경쟁력을 갖춘 몇 안 되는 분야임에도, 폄하되는 일이 자주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재성 전무는 이런 현실을 극복하고, 게임이라는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사회적 편견, 그리고 무관심을 이겨내는 동시에 건강한 게임 문화를 발전시킬 방법을 찾다 보니 게임사전의 기획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 좌측부터 엔씨소프트 문화재단 이재성 전무, 디지털스토리텔링학회 이인화 학회장, 황혜원 교수

게임사전은 게임 연구자, 개발자, 기획자, 게이머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참여했으며, 엔씨소프트 문화재단이 편찬을, 디지털스토리텔링학회가 집필을 맡았다. 표제어 선정 기준을 미리 공개하고 5년간 게임 말뭉치의 대조 작업을 시행했으며 또한 일반인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게임사전 표제어 자유 공모전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중간 제작 발표회 성격의 공개 포럼을 열어 의견을 수렴했다. 이후 초대 문화부 장관인 이어령의 감수를 끝으로 게임사전은 완성되었다.

이재성 전무는 게임 관련 용어가 비단 게임 속에서만 쓰이는 게 아닌, 문화 전반에서 사용되는 일상어의 수준이 되었다고 말하면서, 게임과 함께 커온 이른바 '게임 세대'와 기성 세대 간 소통에서 이러한 게임 용어에 대한 지식은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말했다.


이어 그는 게임사전의 주 독자층은 '개발자와 게이머'가 될 것이라 말하며, 학제 간 연구에 관심이 있는 비 게임 분야 연구자들도 독자층들 또한 관련 연구 및 논문 집필 과정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거라 말했다. 끝으로 이재성 전무는 앞으로도 엔씨소프트 문화재단은 앞으로도 게임 문화 발전에 힘을 쓰겠다고 말하며 발표를 마쳤다.

이어 디지털스토리텔링학회의 이인화 학회장이 사전 편찬 구성도를 공개했다.

게임사전은 세 가지 영역을 통해 만들어졌다. 게임 개발사의 사내 위키와 개발 용어 데이터를 모은 '게임 개발자의 영역', 그리고 인벤 전체 사이트의 게시판 데이터와 게이머들이 '언중'으로써 사용한 언어들을 모은 '게이머의 영역' 마지막으로 학회가 선정한 게임학(Ludology) 필독서 약 130여 종의 데이터와 광고, 홍보 등 사회의 각 분야와 융합되고 있는 게임 문화 용어인 '게이밍 사회의 영역'이다.


이화여대 한혜원 교수는 게임사전 집필 과정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게임사전을 '화석이 아닌, 살아 있는 내용을 담자'라는 기조 아래 집필했다고 말하며, 고정적인 과거의 게임을 담기보다는 게임의 의의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한혜원 교수는 다양한 분야의 집단 지성이나 자료를 뒤졌으며, 앞서 말했듯 인벤에 5년간 올라온 모든 글을 모조리 긁어모아 정리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모인 단어의 양은 셀 수가 없었으며, 단순 용량으로도 7.4Gb에 달했다고 말했다.

가장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은 대표 게임선을 선정하는 과정이었다. 모든 게이머는 자신의 경험에 의존해 말하고, 그 이외의 게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대표 게임선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많은 반발을 각오했다고 말했다. 한혜원 교수는 대표 게임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게임의 발전 과정상에 놓인 중요한 작품들을 주로 다뤘으나, 최대한 많은 게임을 다루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 '게임사전'의 전체 모습


▲ 내부 구성은 이런 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