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카카오, 파티게임즈 ⊙장르: 걸플레잉
⊙플랫폼: 안드로이드 ⊙출시: 2016년 7월 5일



지난 5일에 아이러브니키 for Kakao가 출시되었지만, 사실 저는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우선 여성 유저들을 겨냥하는 게임인 만큼, 남성인 저로서는 흥미가 끌리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패션을 소재로 한 게임이데, 제가 패션 감각이나 센스가 전무한 것도 한 몫을 했죠.

무엇보다 여자 캐릭터의 옷을 갈아입힌다는 소재에서 여자 어린이들이 가지고 노는 옷 갈아입히기 완구가 떠올랐습니다. 아무리 제가 캐릭터의 성별을 꼭 여성으로 설정해서 방어력이 높은 장비를 끼는걸 좋아해도, 저런 영역까지 손을 뻗치지는 않았었거든요.

그런데 별 생각 없이 게임을 설치해 플레이해보니 몇 시간째 휴대폰만 붙잡고 옷을 고르고 있는 제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건 제가 미처 모르던 취향에 눈을 떴기 때문이 아닙니다. 아이러브니키가 여성들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게임성을 갖췄기 때문입니다.

▲ 이렇게 랭킹을 넘볼 정도로 빠져들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 "우아함이 돋보이는 스타일링이군요, 제 점수는요..."

아이러브니키는 다양한 의상 아이템을 이용해 여자 주인공을 제시된 주제에 알맞게 스타일링한 후, 항목별로 얻은 심사 점수의 합계를 놓고 상대방과 겨루는 게임입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주관적이고 추상적인 성격이 강한 패션으로 점수라는 객관적인 수치를 겨룬다는 점입니다.

점수를 매기는 기준이 되는 것이 의상이 갖고 있는 속성과 등급입니다. 아이러브니키에는 10가지 속성이 존재합니다. 이 속성들은 다시 '심플↔화려', '활발↔우아'처럼 상반된 성격을 가진 속성끼리 5묶음으로 나뉩니다. 그리고 각 의상 아이템에는 한 묶음에서 하나의 속성씩 총 5개의 속성을 갖고 있으며, 속성마다 C부터 SS까지 등급이 나뉘어 있습니다.

▲ 의상마다 5가지 속성이 있으며, 속성별 등급이 정해져 있습니다.

의상의 속성과 등급은 경쟁에서 우열을 가리는 심사 기준과 관련이 있습니다. 각 스테이지에는 심사 기준이 되는 속성이 정해져 있으며, 입은 의상의 속성과 등급에 따라 심사 항목별로 점수가 결정됩니다. 그리고 얻은 점수의 합계가 높은 쪽이 이기게 됩니다.

이때 심사 기준이 되는 속성과 같은 속성을 가진 의상을 입어야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해당 속성을 갖지 못한, 반대 속성을 가진 의상은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가령 심플함을 보는 스테이지에서는 화려함이 SS인 의상보다 심플함이 C인 의상이 더 많은 점수를 얻을 수 있습니다.

▲ 아무리 높은 등급의 속성이라도, 반대 속성이 필요한 스테이지에서는 쓸모가 없습니다.

또한, 몇몇 의상은 '오피스룩'이나 '잠옷', '바니걸'처럼 특수한 속성을 추가로 갖고 있기도 합니다. 몇몇 스테이지에서는 이런 특수 속성이 붙은 의상으로 스타일링하지 않으면 점수가 크게 낮아지기도 합니다. 따라서 10가지 기본 속성에 대해서만 신경을 쓰다 보면 특수 속성에 소홀해져 스테이지를 진행하는데 낭패를 겪게 됩니다.

스테이지마다 심사 기준이 되는 속성도 달라질 뿐만 아니라, 중점적으로 보는 속성도 바뀝니다. 그래서 속성의 등급이 높은 의상이 마냥 좋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특수 속성까지 고려해야 하지요. 그래서 등급이 낮더라도 다양한 속성의 의상을 보유한 쪽이 계속해서 바뀌는 심사 기준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의상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다양합니다. 스테이지 클리어 시 일정 확률로 지정된 의상 아이템을 얻을 수 있으며, 의상을 조합해 새로운 의상을 만들거나 염료로 색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게임 내 재화를 사용해 의상 뽑기에 도전할 수도 있으며, 상점에서 의상을 정찰제로 판매하기도 합니다.

▲ 몇몇 스테이지에서는 기본적인 속성을 맞춰도, 특수 속성을 고려하지 않으면 점수가 크게 떨어집니다.

▲ 그래서 다양한 종류의 의상을 수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의상을 조합해 새로운 의상을 만들거나, 색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 속성에 맞춰 의상 아이템 배치하기 = 포지션별로 필요한 능력을 가진 선수 배치하기

아이러브니키는 스테이지를 많이 진행할수록 상점에서 살 수 있는 의상이 늘어나는 등 유리한 점이 많습니다. 또, 고득점을 얻어 S등급으로 클리어해야만 얻을 수 있는 보상이나 업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많은 점수를 얻을 수 있는지가 큰 관심사입니다.

이 게임의 본질은 캐릭터를 아름답게 꾸미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조건에 맞춰 의상 아이템을 조합하는 데에 있습니다. 심사 기준이 되는 속성에 맞는 의상을 골라 입히면 외형이 어찌 되었건 이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는 의상으로 스타일링한 결과가 패션 테러리스트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이러브니키는 여성향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유저 대다수가 남성인 스포츠 시뮬레이션 게임과 유사한 면이 많다고 느껴집니다. 스테이지에 맞는 능력치의 의상을 조합하는 모습은 마치 스포츠 게임에서 각 포지션에 필요한 능력치나 특성을 가진 선수들을 배치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 이 스테이지의 힌트는 '유럽 르네상스풍의 우아하고 화려한 스타일'이었습니다.

▲ 속성에 맞는 의상을 고르는 것은 포지션마다 적합한 능력치의 선수를 배치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물론 모든 콘텐츠가 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 PVP 콘텐츠 중 하나인 '오디션'에서는 해당 시즌의 주제에 맞춰 의상을 스타일링해 다른 유저들의 평가에 따라 순위가 정해집니다. 오디션에서는 다른 콘텐츠와 달리 점수가 매겨지지 않기 때문에 속성이나 등급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여기서만큼은 주제에 맞는 외형이 중요하죠.

남성은 대체로 여성에 비해 여성복에 대한 지식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아이러브니키의 주된 유저들인 여성들로부터 공감을 얻어 좋은 평가를 받기가 어려워 오디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남성들의 미적 감각이 부족한 것은 아닙니다. 센스를 발휘하면 오디션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습니다. 여성 의류를 만드는 디자이너들이라고 다 여성인 것은 아닌 것처럼 말이죠.

▲ 다른 유저들의 평가만이 반영되는 콘텐츠에서만큼은 외형이 중요합니다.

의상의 외형보다 속성이 중요한 게임이지만, 이를 고려해 스타일링을 하기는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먼저 상점에서 살 수 있는 의상의 모든 속성을 확인할 수 없어 필요한 속성의 옷을 사기가 어렵습니다. 또, 대결에 앞서 의상을 장착할 때는 대표적인 두 가지 속성과 상세 속성만 확인할 수 있어 모든 속성을 확인할 수 없습니다. 속성별 필터 기능을 제공하지만, 대표 속성 2개에 대해서만 필터가 적용됩니다.

의상 아이템이 가진 모든 속성을 확인하려면 옷장으로 가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진입했던 대결을 나가야 합니다. 그러니까 스테이지를 들어가 힌트를 보고, 다시 스테이지 밖으로 나와 옷장에서 내가 갖고있는 모든 의상의 속성을 일일이 확인해 기억한 뒤, 다시 스테이지로 들어가 아까 기억했던 의상을 장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릅니다. 보유한 의상의 수가 많아지면 좋지만, 이 과정은 귀찮음을 넘어 고역이 되죠.

이런 불편함은 엑셀 파일을 만들고 나서야 해결되었습니다. 제 옷장의 모든 옷 정보를 엑셀에 입력해둔 뒤, 스테이지에서 필요한 속성에 따라 의상을 골라주도록 말이죠. 그러자 스테이지 클리어가 보다 쉬워졌을 뿐만 아니라 의상 속성 확인의 부담이 없어져 보다 활발하게 아이템을 수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이제 컴퓨터를 켜 엑셀 파일을 열지 않으면 새로운 스테이지에 도전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이죠.

☞ 아이러브니키 스테이지별 의상 추천 엑셀 [바로가기]

▲ 옷을 입을 때는 5개 속성 중 2개 속성만 볼 수 있고 필터도 이 2개 속성에만 적용됩니다.

▲ 이렇게 엑셀로 계산기를 만들고 나서야 이런 어려움이 해결되었습니다.


■ "남자가 해도 재밌는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아이러브니키를 통해 여성들은 현실에서 입기 어려운 다양한 종류의 의상을 수집하고 입혀보며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지만, 남성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하지만 깔끔한 인상이 드는 캐릭터와 의상 디자인은 남성들이 보기에도 충분히 매력적이기 때문에, 남성들도 아름답게 꾸민 나의 캐릭터를 보고 만족할 수 있습니다.

게임의 세계관과 스토리도 남성들에게 별다른 거부감이 들지 않습니다. 게임을 플레이해보기 전에는 패션으로 다른 여성 캐릭터와 경쟁해 남성 캐릭터의 호감을 얻는 스토리 진행을 예상했습지만, 스토리를 절반 가까이 진행했음에도 이런 요소는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등장하는 남성 캐릭터의 수나 횟수도 적은 편입니다.

대신 다른 차원의 세계에 온 주인공 니키가 새로운 세계에 적응하며 많은 친구들을 사귀며 대륙을 모험하는 내용이 스토리의 큰 줄기를 차지합니다. 학교에서 체육 시험을 볼 때도 패션을 보고, 무단 침입을 해도 스타일링 실력이 뛰어나면 용서가 되고, 자기가 만든 바니걸 의상을 여자친구가 입어주지 않는다고 몰래 다른 모델을 구하기도 하는 세계에서 말이죠.

▲ 이런 미리 보기 이미지를 제공하고 있지만

▲ 만사를 패션과 스타일링으로 해결하는 세계를 모험하는 것이 주된 스토리입니다.

아이러브니키는 여성향 게임을 표방하고 있지만, 여성들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성과 스토리를 갖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지난해부터 서비스된 아이러브니키(중국명 기적난난)가 최근에도 전체 게임 중 2위의 매출을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이런 유형의 게임이 여성들을 위한 게임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남성들이 쉽게 손대지 못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여성의 시각에서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아는 여자 사람으로부터 '너 이런 게임도 했냐'는 메시지를 받기도 했습니다. 구글 스토어의 소개 이미지를 살펴봐도 여성들을 주 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선입견을 버리면 아이러브니키는 남성들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입니다. 실제로 지난달에 진행되었던 CBT에서는 적지 않은 남성 유저들이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여성과 남성 모두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임인 만큼, 남성 유저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플레이해볼 수 있다면 한국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