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지에서 모인 게임 초인들의 축제, Summer Games Done Quick 2016(SGDQ2016)이 현지 시각으로 10일, 1주일간의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매년 양적, 질적인 성장세를 기록한 SGDQ. 올해는 170개에 이르는 팀이 참가했고 후원금도 여름 행사 역사상 가장 많은 15억 원가량을 모금했습니다. 이에 가장 성공한 SGDQ로 기록됐는데요.

특히 올해 행사는 단순히 모금액을 떠나 기부에 동참한 후원자의 수도 늘어 행사에 대한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스피드런을 진행하는 게이머들도 개인 방송을 통해 번 수익을 십시일반 기부하며 게임 팬들의 따듯한 온정을 느낄 수 있었죠.

한편 이번 SGDQ2016은 매년 등장하는 단골 게임 대신 조금 독특한 게임들로 행사가 꾸려졌습니다. 그에 따라 독특하고 신기한 게임, 놀라운 슈퍼 플레이가 유독 많이 등장하기도 했죠.

눈 가리고 끝판 깨기부터 2초 만에 게임 클리어하기 까지. 올해는 어떤 슈퍼플레이들이 게이머들의 입을 떡 벌어지게 했을까요?

SGDQ2016 기록

- 진행 게임 수 : 177개
- 총 모금액 : 1,297,294.44달러. (역대 2위)
- 모금 인원 : 30,000명 이상
- 가장 긴 플레이 시간 : 3시간 55분 54초 (파이널 판타지6, 역대 최장 기록)
- 가장 짧은 플레이 시간 : 2분 36초 (Two worlds)

* Games Done Quick은 스피드런, 즉 게임을 최대한 빨리 클리어하는 타임 어택 플레이 행사다. 전 세계의 내로라 하는 유저는 다양한 게임을 24시간 쉬지 않고 플레이하고 이를 방송해 시청자들의 후원금을 받는다. 2011년부터 매년 2차례 행사를 진행하며 1월에 진행되는 행사는 AGDQ(Awesome Games Done Quick), 여름에 진행되는 행사는 SGDQ(Summer Games Done Quick)라고 부른다.




- 그 게임 눈감아도 깨지, '악마성: 월하의 야상곡'

효과음과 배경음악만 듣고 '젤다의 전설: 시간의 오카리나'를 5년 만에 클리어한 시각장애인 테리 가렛. 이처럼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도 게임을 플레이하고 싶은 마음은 똑같은데요. 이들에게 '보지 않아도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 위해 GDQ에서는 눈을 가리고 게임을 클리어하는 방송을 진행하곤 합니다. 올해 SGDQ2016에서는 '악마성: 월하의 야상곡'이 그 주인공이었죠.

사실 게임에 워낙 무작위 요소가 많아 움직임을 모두 외워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배경음과 효과음을 듣고 상황에 맞게 플레이해야 했는데요. 그런데도 불과 1시간 8분 만에 게임을 클리어하며 이번 SGDQ2016의 최대 인기 플레이로 꼽혔습니다.




- 클리어가 아니면 뭣이 중헌디! 레벨도 올려야 하는 이중고 '디아블로2: 파괴의 군주'

벌써 출시 15년을 맞으며 고전 게임 대열에 합류한 ''디아블로2: 파괴의 군주''. 하지만 랜덤으로 생성되는 지역, 충분히 올려줘야 하는 레벨, 그리고 좋은 아이템을 얻어야 하는 운 요소 탓에 스피드 런이 어려운 게임으로 통하고 있습니다.

SGDQ에서도 2시간 클리어를 목표로 바알 클리어 마라톤이 진행됐지만, 클리어하지 못할 수도 있음을 미리 알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다양한 화염 기술로 적을 불태워버리는 파이어 드루이드로 1시간 45분 만에 보스를 잡아내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없다더니, 열 손가락 다 중요한 '더 타이핑 오브 더 데드'

꼭 패드를 감싸 쥐거나 마우스를 휘두를 필요는 없습니다. 때로는 키보드를 두들기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게임이 되곤 합니다. 아 물론 타자 실력은 좀 있어야 돼요. 한메 타자 게임을 연상케 하는 '더 타이핑 오브 더 데드'를 플레이할 테니까요.

행사 6일 차 마지막 시간에 방송을 진행한 'peaches_'는 만화 속 해커라도 된 양 30분 동안 신나게 키보드를 두들겨 좀비를 때려잡았습니다. 절륜한 타자 실력에 높은 시청 인원만큼이나 후원금도 쭉쭉 올랐다는 후문입니다.




- 인생에 워프가 어디 있어!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3' 올 클리어

여름, 겨울 가리지 않고 GDQ에 꼭 등장하는 단골 게임,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3'. 하지만 보통 워프 아이템 '피리'를 사용해 클리어하는 '방법 무제한' 스피드런 방송을 선보이곤 하는데요. 올해는 모든 성을 착실하게 클리어하는 100% 스피드런 방송을 진행했습니다. 방송을 보다 보면 '어? 저런 지역이 있었나?'라고 묻게 될걸요?




- 이걸 기계가! 이걸!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3' 2초 엔딩

슈퍼 마리오의 최단 플레이는 시간은 3분 8초. 그 누구도 이 3분을 넘어서지 못했는데요. SGDQ에서 무려 3분 6초가 단축되었습니다. 게임을 켜고 엔딩까지 단 2초만 걸렸을 뿐이죠.

마리오 2초 컷의 비밀은 어시스트 툴에 있습니다. 에뮬레이터를 이용한 조작으로 엔딩 버그를 게임 시작과 동시에 찾아내게 한 거죠. 뭐 기계의 힘이든 사람이 했든 가장 짧은 시간 동안 가장 큰 관심을 받은 방송인 건 확실합니다.

▲ 유튜브 채널 Countryclubguy 영상



- 드래곤도 도바킨도 그저 1시간 안에 정리될 뿐, '스카이림'

즐길 거리가 워낙 많아 마음만 먹으면 수백 시간이고 플레이할 수 있는 베데스다의 오픈월드 게임 스카이림. 하지만 SGDQ의 초인 게이머들에게 걸리면 그저 1시간 만에 엔딩 보는 게임이 될 뿐입니다. 아니 실제로는 46분이 걸렸으니 1시간도 안 되는 게임인 거죠.

사실 많은 시청자가 놀란 건 클리어 시간보다도 방송을 진행한 'DrTChops'는 신들린 등산 실력인데요. 정해진 길로만 다니면 제시간에 깰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다닌다는 그의 말을 믿기엔 그건 너무 빠르고 편해 보였습니다.




- 우리가 하는 거랑 같은 게임 맞니? '슈퍼 미트 보이'

웰메이드 인디 게임의 정석이자 화딱지 나는 난이도로 유명한 슈퍼 미트 보이. 하지만 방송을 진행한 'warm_ham'의 플레이를 보면 대체 뭐가 어려운 게임이라는 건지 의심이 들 수도 있겠습니다. 현란한 플레이에 끊임없이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습니다.




- 저 지금 바빠요. 나중에 무서워할게요, '암네시아: 암네시아 : 더 다크 디센트'

요즘 플레이어들에게 공포게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명사격 게임 '암네시아'도 이번 행사에 한 자리를 배정받았습니다. 처음 플레이했을 때는 너무 무서워서 소리도 못 지른 기억이 나는데요. 관객들도 잠을 청하러 간 늦은 시간,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SavageDreamLord'를 보니 괜히 부끄러워지는군요.




- 펩씨매애애애애애애애앤~ '펩시맨'

위험에 처한 사람들에게 펩시 한잔을 건네주기 위해 밤낮으로 뛰어다니는 펩시의 아이돌, '펩시맨'. 펩시맨의 음험한 약 기운 만큼이나 게임도 큰 환호를 받았는데요. GDQ 현장에는 진짜 펩시맨이 등장해 방송을 진행한 게이머 'theboyks'에게 응원(을 가장한 훼방) 섞인 드립을 던져대며 행사 마지막 날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당신에게 어떤 삶이 주어졌더라도, '모모도라'

한 손으로 게임 '모모도라'를 플레이한 'Halfcoordinated'. 비록 한 손으로 게임을 플레이했지만, 거침없고 정교한 플레이는 기록을 깨기에 충분했죠. 100달러의 후원과 함께 도착한 쪽지가 오기 전까지는요.

'내가 네 아버지가 아니었더라도 너는 여전히 나의 영웅일 거야.'

쪽지를 보낸 사람은 그의 아버지였습니다. 장애로 한쪽 팔을 사용할 수 없는 아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 거죠. 'Halfcoordinated'는 잠시 울먹거렸지만, '적어도 지금은 울지 않겠다'라고 말한 뒤 게임에 집중합니다. 그리고 기존 기록을 무려 8분을 단축시켰죠. 그리고 관객들과 기쁨을 함께한 'Halfcoordinated'는 말했습니다.

'당신에게 어떤 삶이 주어지든,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