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Indie) 게임' 하면 어떤 것이 연상되십니까? 무언가 부족한 마감새? 도트로 만들어진 2D 그래픽? 기발한 디자인? '인디 게임'이라는 단어에 품는 생각은 모두 다 조금씩은 다를 겁니다. 사실 '인디 게임은 이러이러하다'는 정의를 내리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인디라는 딱지는 게임이 만들어진 후에 붙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만드는 시점에서 붙게 되거든요.

인디 게임의 사전적인 의미를 살펴봅시다. 스폰서나 유통사, 혹은 대형 기획사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신의 힘이나 크라우드 펀딩 등의 모금 활동을 통해 제작된 게임을 우리는 '인디 게임'이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인디 게임은 개발자의 생각과 사상, 의도를 여과 없이 포함하게 됩니다. 물론 기존 게임보다 자금이나 인력이라는 면에서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게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화려한 그래픽이나 압도적인 연출, 그리고 엄청난 스케일 등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참신하고 새롭지만, 겉모습은 화려하지 않은 게임들. 많은 게이머가 생각하게 되는 '인디 게임'의 모습은 이렇게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예외도 있습니다. 얼마 전 발매된 인디 게임인 '노맨즈스카이'는 난수 이론의 덕을 보긴 했지만, 그간 어떤 게임도 보여주지 못한 압도적인 스케일을 보여주었습니다. '앰플리튜드' 스튜디오의 '엔들리스 시리즈'는 일견 인디 게임이라 생각지 못할 정도의 높은 완성도와 짜임새를 보여주었고요.


시대가 변하고 있습니다. 인디 레이블이 늘어나고, 인디 개발자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이제 '인디'라는 단어는 '저예산'을 대변하는 뜻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한계가 없다'라는 뜻으로 사용될 수 있죠. 기존 대작들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퀄리티, 그리고 개발자의 의도를 정확히 담은 디자인까지. 인디 게임은 이제 게임 시장의 흐름을 관통하는 거대한 탁류라고 보아도 과언이 아닙니다. 오만가지 코드가 다 섞여 있고, 하나도 비슷하지 않은 게임들까지 함께 묶여 있기에 혼탁하기 그지없어 보이나, 그 흐름만큼은 세찬 물결을 일으키며 세계를 돌고 있지요.



■ "부산으로 오라" -BICFest 2016 오는 9월 9일 개최


◆ BICFest 2016 한눈에 살펴보기

부산에서 열리는 인디커넥트 페스티벌. 올해로 2회째를 맞이하며, 9월 9일부터 11일까지 3일간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BIC에는 총 14개국, 280여 개의 인디 게임이 참가 신청 후 경합을 벌였고, 그 결과 총 100종의 작품이 선보여질 예정이다.

BIC가 진행되는 부산 '영화의 전당'은 국내 최대의 야외 스크린과 세계 최장 길이 LED 지붕인 '빅루프' 시설이 갖춰져 있으며, BIC 기간 동안 이 시설을 활용한 색다른 행사가 예정되어 있다. 또한, 야외 스크린에서는 지난해 BIC 페스티벌에서 관객상을 수상한 4인용 대전 게임 '아레나 갓'을 비롯해 'BIC 2016'에 선정된 우수 인디게임들을 즐길 수 있다.

동시에 BIC 현장에서는 100종의 인디 게임 작품 전시 외에도 다양한 부대행사가 펼쳐진다. 1인 미디어, 게임 개발자 팬미팅, 코스프레, BIC 어워드가 야외 스크린에서 진행되며, 국내외 인디게임 시장의 동향을 살필 수 있는 컨퍼런스가 함께 열린다. 또한, '레트로 게임 장터'를 통해 과거 유행했던 콘솔 기기나 게임 등을 구매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즉석에서 주어지는 주제로 디지털 아티스트들이 그림 대결을 펼치는 ‘리미츠(LIMITS: Digital Art Battle)’의 한국 우승자 선정 결선 또한 BIC의 부대 행사로서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 센텀시티 역 근처 영화의 전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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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CFest 2016 공식 홈페이지
BIC 참여작 일람




이미 널리 알려진 게임부터 누구라도 놀랄만한 참신한 작품까지. 부산 영화의 전당을 수놓을 작품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BIC에 선보여질 몇몇 작품을 미리 살펴보면서 BIC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상상해 보도록 하지요.



■ 'BICFest 2016', 어떤 작품들이 나올까?


총알로 새겨진 로그라이크 '엔터 더 건전'


매 플레이때마다 다른 플레이가 펼쳐지는 '로그 라이크'. 그리고 정신없이 쏟아지는 탄막 속에서 집중력만이 살길인 '탄막 슈팅'. 뜻밖에도 둘의 조합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고 볼 수 있지요. 올해 4월 6일에 출시된 '닷지 롤'의 '엔터 더 건전'은 출시 이후 발매한 지 하루 만에 스팀 구매 순위 1위에 올랐고, 총 40만 카피가 판매된 명실상부 성공한 인디 게임입니다.

그리고 BIC 2016에서 '엔터 더 건전'은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요. 수백 가지 총기와 정신없이 몰아치는 탄환. 그리고 매 플레이가 또 다른 도전이 되는 '로그 라이크'의 특징까지. '엔터 더 건전'은 단순함과 참신함, 그리고 정신없는 게임 플레이가 함께 만들어낸 멋진 인디 게임입니다.





고교생 1인의 놀라운 도전 '세이크리드 스톤'


BIC에 출전한 100종의 작품 중에서도 '세이크리드 스톤'은 다른 의미로 굉장히 뜻깊은 작품입니다. 스토리 텔링? 사실 막 그렇게 뛰어나다고 보기엔 좀 부족합니다. 화려한 그래픽? 도트로 하나씩 찍은 그래픽은 누가 봐도 '뛰어나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 게임은 조금 다른 의미로 BIC를 빛내줄 작품입니다. 개발 인원수 1인. 오로지 한 사람의 힘으로 만들어진 작품인 것도 놀라운 사실인데, 게다가 고등학생입니다. 길 가다 흔히 볼 수 있는 고등학생이요. 그들 중 한 명이 혼자 이런 게임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렇다고 게임의 퀄리티를 깔볼 수도 없습니다. 비록 간단한 디자인에, 다소 투박한 그래픽이지만 그 부족함을 메꾸고도 남을 만한 튼실한 퀄리티가 밑에 깔려 있습니다. 기존 게임에 익숙한 유저들도 어렵지 않게 적응할 수 있고, 또 실망할 일도 적습니다. 어디까지나 게임의 본질은 진짜이니 말이죠


외설? 아니 그저 예술 '벗기다(BOKIDA)'



어째서 이게 '벗기다'냐고 하시는 분들이 있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봐도 발음상 '벗기다'가 나올 여지가 없는데 말이죠? 이 작품은 한국에 거주 중인 프랑스 개발자가 만든 인디 게임입니다. 'BOKIDA'로 적어 두었지만, 그가 의도한 작품의 이름은 '벗기다'였죠.

무언가 대단한 기대를 하고 영상을 보신 분도 계시겠지만, 아쉽게도 그런 게임이 아닙니다. 아니, '벗기다'는 오히려 그런 생각을 하고 영상을 켠 이들을 힐링하는 감성 200%의 게임입니다. 어떤 것도 원하는 모양으로 잘라낼 수 있고, 다시 뭉칠 수도 있습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저도 어떻게 해야 이 게임을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보면 게임과 예술의 그 중간 지점에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또 다른 시점에서는 아예 게임이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이 게임이 '게임'으로서는 건드리기 힘든 감정선을 자극한다는 점일 겁니다. 영상만 보고 있어도 뭔가 느낌이 좀 오지 않으시나요?


와자자잣 아뵤! '반격유희'


필요한 것은 엄지 손가락과 느와르 감성. '제미나'가 개발한 '반격유희'를 즐길 때 필요한 소양입니다. 게임 시작과 동시에 나쁜 녀석들이 만두머리의 애인을 잡아갑니다. 왜 잡아가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리고 왜 구해야 하는지도... 아 이건 좀 알 것 같네요. 여튼 중요한 것은 이유나 동기가 아닙니다. '어떻게' 구하느냐죠.

브루스 리의 영향을 짙게 받은듯한 주인공은 절대 선공을 하는 법이 없습니다. 무조건 적이 먼저 때려야 반격으로 상대를 제압합니다. 착한 사마리아인이 누명을 쓰고 선의의 협객이 죄인이 되는 이 시대에 어떻게든 정당방위를 성립시키려는 매우 계산적인 움직임이 아닐수 없습니다. 하여튼 게임은 참 간단합니다. 적의 공격에 맞춰 상, 하 잘 막아주면 됩니다.

하지만 이 간단한 게임성이 이 게임의 전부가 아닙니다. 마치 고전게임 '쿵푸마스터'의 감성을 그대로 담아온 듯 뚜벅뚜벅 걸어가는 주인공, 그리고 하나씩 등장하는 적이라는 마샬 아츠 느와르 감성과. 적을 격퇴할때의 그 찰진 타격음이 바로 이 게임의 알파이자 오메가입니다.




생명보험 가입 불가! '로보토미 코퍼레이션'

※영상에 잔인한 표현이 포함되어 있으니 시청에 유의바랍니다.

혹시 'SCP 재단'에 대해 아실런가 모르겠습니다.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이런 저런 도시전설들을 모아 둔 시리즈물이라 할 수 있는데, 사람을 갈아버리는 괴물이라던가, 아무리 죽여도 되살아나는 괴물, 눈을 마주치지 않는 순간 달려드는 괴물 등등 온갖 괴물들을 모아서 관리하는 하나의 재단을 소재로 삼고 있는 창작물입니다. 관리하는 관리물의 특성 상 사람 몇 죽어나가는 건 우스울 정도에다가 루즈해질만 하면 또 엄청난 괴물들이 등장하는 뭐 그런 겁니다.

'프로젝트 문'이 개발한 로그 라이크 게임인 '로보토미 코퍼레이션'도 이와 비슷한 맥락의 내용을 소재로 한 게임입니다. 게이머는 어떤 기관의 관리자가 되고, 그 기관 안에 숨어 있거나, 혹은 감금되어 있는 수많은 괴물들이 사고를 치지 않게 관리해야 하죠. 사고를 치면 어떻게 되냐고요? 당신의 요원들이 우수수 삼도천을 건너고, 기관은 통제 불능의 마굴이 되어 버립니다. 현세의 던전이 되살아나는 거죠.

어떤 괴물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하루 하루를 버텨야 하고, 이미 튀어나온 녀석들을 통제해 다시 안전한 상태로 돌려놓아야 하는데다 로그 라이크인만큼 매 플레이마다 게임이 무작위로 변합니다. 애석하게도 요원들의 생명 보험 가입은 힘들어 보입니다.



5종의 작품을 소개해드렸지만, 이 작품들이 BIC의 전부는 아닙니다. 아니, 오히려 전체의 5%밖에 안되는 아주 조그만 부분만 보여드렸을 뿐이죠. BIC에 출전하는 작품 간에는 우열이 없습니다. 모두 다 훌륭한 하나의 게임이고, 멋진 작품들이죠.



■ 'BICFest 2016', 부대행사&이벤트


[인디게임영화 상영]
◎행사일정 : 09. 09. (금) 21시 ~ 22시 30분
◎행사장소 : 부산 영화의 전당 대형 스크린
◎행사내용 : 일본 인디 게임 개발자들의 지난 2년간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상영


[나이트게임 파티 ( 애프터다크 ) ]
◎행사일정 : 09. 10. (토) 18시 ~ 20시
◎행사장소 : 부산 영화의전당 야외 광장 전체
◎행사내용 : 10일 저녁에는 다양한 실험적인 설치형 게임을 체험해볼 수 있는 나이트 게임 쇼케이스, 애프터 다크가 열린다. 올해 애프터 다크에는 스크린을 사용하지 않는 게임 Line Wobbler와 JOUST, 실험적인 컨트롤러를 사용하는 게임 RAKETE, 플레이어를 춤추게 만드는 모바일 게임 Bounden 등 총 6개의 작품을 전시한다.




[대형 스크린 토너먼트]
◎행사일정 : 09. 10. (토) : 20시 ~ 21시
◎행사장소 : 부산 영화의 전당 대형 스크린
◎행사내용 : BIC 2015 관객상을 수상한 4인 대전 게임 아레나가드(Arena Gods)의 토너먼트




[디지털 아트배틀 리미츠(Limits)]
◎행사일정 : 09. 10. (토) 시간 미정
◎행사장소 : 부산 영화의 야외 무대
◎행사내용 : 20분내로 랜덤으로 주어진 주제로 아티스트들이 진검 승부를 펼치는 디지털 아트 배틀




[코스프레 이벤트]
◎행사일정 : 09. 10. (토) ~11. (일) 양 일간 12시 ~ 18시
◎행사장소 : 부산 영화의전당 야외 광장 전체
◎행사내용 : 게임, 애니, 영화, 팬 코스등 자유로운 코스튬플레이




[레트로 게임 장터]
◎일정: 9월 10일(토)~11일 (일) 양 일간 12시~18시
◎장소: 영화의전당 야외상영관
◎행사 내용: 수도권에서 주로 개최되었던 레트로 게임 장터를 부산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 패미콤, 메가 드라이버 등 추억의 콘솔 게임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관객 게임 존 설치, 게임퀴즈대회 및 경매 이벤트 진행





■ 'BICFest 2016', 인디의 멋짐을 보여드립니다


서문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인디 게임은 이제 멈출 수 없는 흐름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없이 많은 인디 개발사들이 간판을 짜는가 하면, 그들의 작품을 대중에게 공개하고 있습니다. 상업적 흥행에 맞춰진 기존의 대작이 아닌, 개발자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담은 게임들. 받아들이는 것은 온전히 게이머의 몫입니다. 그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온갖 다양한 경험은 덤이고요.

라이브러리를 뒤지고, 게임에 접속해 보아도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느끼신 적이 있으신가요? 늘 비슷한 시놉시스와 시스템에 불감증을 느끼고 계신가면 '인디'가 제격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인디 게임의 멋짐을 느끼고 싶으신 분들에게는 'BICFest 2016'이 제격일 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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