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4일. 아프리카TV는 인기 BJ인 '대도서관(본명 나동현, 이하 대도서관)'과 그의 아내이자 역시 BJ인 '윰댕'의 계정에 7일간 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유는 상업방송 관련 조항 위반. 이에 대도서관은 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인 '유튜브'에서 생방송 스트리밍을 시작했고, 본인이 아프리카TV에서 정지당한 일에 대해 설명했다.

주요 골자는 일본 그라비아 모델인 '시노자키 아이'와의 방송 사실을 알리지 않아 7일 정지를 당했다는 것. 하지만 이것은 그가 말한 내용 중에서도 표면에 불과했다. 대도서관은 이날, 아프리카TV가 계정을 정지한 이유가 단순히 시노자키 아이와의 방송 때문이 아닌, 광고 방송에 따르는 호스팅 비용(약 800만 원~ 1,000만 원)을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아프리카TV와 대도서관 측은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결국 대도서관과 윰댕은 아프리카TV를 떠나 유튜브 스트리밍 서비스에 둥지를 틀었다. 5년하고도 4개월 만의 플랫폼 이동이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여기서 끝났으면 그저 플랫폼과 BJ간의 갈등이 빚어낸 결별 정도에서 그쳤을 테다. 그러나 이 사건은, 이어질 대규모 '엑소더스'의 도화선에 불과했다.

▲ 14일 진행한 방송에서 본인의 입장을 밝히는 대도서관(출처: 대도서관 유튜브 채널)

10월 하순이 되면서, 많은 BJ들이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대형 게임 BJ인 '홍방장', '쉐리', '울산큰고래'가 20일을 기점으로 차례대로 마지막 방송임을 선언했고, 타 플랫폼으로 이전할 거라 밝혔다. 파트너BJ로 계약되어 있던 홍방장과 쉐리는 이에 따른 위약금을 지불한 후 아프리카를 떠났다. 그리고 이런 BJ들의 '아프리카TV 이탈'은 줄기차게 이어졌다.

유명한 토크 BJ인 '김이브'는 사건 이후 아프리카TV의 문제점들을 직접 말하며 "규제의 기준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먹방으로 유명한 BJ인 '밴쯔'는 파트너 BJ 계약위반에 대한 위약금을 내고 아프리카를 떠나기로 했으며, 초등학생들의 대통령이라고도 불리는 '양띵' 또한 10년 가까운 아프리카TV의 BJ활동을 접고 '트위치TV'로 자리를 옮겼다.

사건의 파장은 BJ들의 이동으로 끝나지 않았다. 17일을 기준으로 29,000원 선에서 유지하던 아프리카TV의 주가는 이틀 후 25,000원 선까지 폭락했고, 단 이틀 만에 아프리카TV는 약 435억 원의 실질적 손해를 입었다. 최초 대도서관 사건 이후 10일이 조금 더 지난 지금. 아프리카TV는 불과 한 달 전과 비교해도 너무나 달라졌다. 가장 큰 변화는 '아프리카TV'에 대한 네티즌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플랫폼이 계속해서 존재해 왔음에도, 아프리카TV는 국내에서 사실상 '독점'에 가깝다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뭇 달라졌다.



■ "정지 사유 이해할 수 없다" VS "광고 송출료를 받은 것"

이번 사건의 쟁점은 되었던 것은 소위 말하는 '호스팅비'로 인해 대두된 'BJ와 콘텐츠 제작자에 대한 처우' 부분이다. 대도서관 측은 "'상업방송 정책 위반'이라는 조항으로 콘텐츠 제작자인 BJ들을 하청업체처럼 다루는 것"이라 말하고 있고, 아프리카측은 "호스팅비는 미디어적인 해석을 내릴 수 있기에 광고주에게 받는 것이며, 운영 측면에서 커뮤니케이션의 오해가 발생한 것. 약관과 운영 정책은 타 BJ도 같게 적용된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먼저 대도서관 측은 인벤과의 전화 통화에서 "규정과 약관이 회사 측의 마음대로 적용됐다."라고 말하며, 약관 일부가 사측에 유리하게만 쓰여 있다고 강조했다. "이용 약관 제14조를 보면, 이용자(BJ)의 사망 시 아프리카TV 계정에서 보유하는 모든 콘텐츠는 회사에 귀속되도록 약관이 짜여 있다."라며 실제 이용 약관에 불합리한 점이 있음을 지적했다.

뒤이어 "회사에 유리한 방향으로만 작성된 조항을 들어 처벌을 받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약관의 불공정함에 따른 계정 정지는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 아프리카TV의 이용약관 제14조. 사전 의사표현이 없다면 사망 시 저작권이 사측에 귀속된다.

또한, "이번 일을 싸움이라고 본다면 기업과 콘텐츠 제작자 간의 광고 주도권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진실공방이 아니라 'BJ들의 처우' 부분에 대한 문제다."라고 자신이 아프리카TV를 나오게 궁극적인 목적을 언급했다. 이번 상황은 그동안 아프리카TV의 정책과 품질, 수익 배분 등에 대해 쌓였던 불만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되었으며, BJ들에 대한 대우에 부적절함이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미디어라고 표현하며 호스팅비와 송출료를 받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 말했다. "자신이 소속된 CJ도 TVN 케이블 채널을 가지고 있으나 미디어(언론)라 지칭하지는 않는다."라며, "일반적으로 미디어라는 것은 언론을 말한다. 언론사라면 월급이나 환경, 장비 대여와 기획, 출연 같은 것들을 출연자에게 지원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도 없다."고 주장하며 아프리카TV를 미디어로 볼 수 있다는 주장에 반박했다.

수익 분배와 BJ에 대한 인식도 타 플랫폼과 다른 부분이 있다는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과 같은 광고 방송을 하고 유튜브 측에 문의했었다. 같은 사안임에도 유튜브 측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답변받았다."고 말한 뒤, "콘텐츠 제작자가 노력으로 수익을 얻는 것인데, 플랫폼 측에서 이를 통제할 근거가 있나?"라고 반문했다.


수익 분배와 운영, BJ에 대한 대우가 좋지 않았다는 대도서관의 입장과 달리, 아프리카 측은 '커뮤니케이션의 오해로 발생한 일'이라 언급한 뒤, 호스팅비에 대해 설명했다. 먼저, "호스팅비는 BJ가 아니라 광고주를 통해 지급받는 것."이라고 언급하며, "과거에 사기와 유해 상품 판매 같은 피해사례가 나온 적이 있어 3자 협의를 통해서 아이템을 확인한다."라고 의사 진행 과정을 밝혔다.

또한, 광고를 송출하는 과정에서 미디어로서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어, 광고주가 송출료 개념으로 지급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이는 BJ의 수익과는 관계가 없으며, 오직 광고주로부터 지급받는 금액이라고 말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 자체심의가 적용되므로, 광고 송출과 관련해서는 미디어에 준하는 해석을 내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광고 방송과 달리 배너 광고는 별다른 규제가 있느냐는 운영 부분 질문에 대해서는 "불법이나 사설 토토와 같은 배너 광고에 대해서는 규제하고 있다."라며 "불법적이지 않은 배너 광고는 문제가 없다면 허용하는 수준"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보통 배너 광고를 통해 광고하는 업체들은 영세 업체인 경우가 많다. 배너 광고에 대해서는 깐깐하게 규제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광고 방송은 "A라는 광고주가 B라는 BJ에게 의뢰하여 C라는 플랫폼에 송출하는 것"이라고 정의하며, 과거 사례를 언급했다. "광고로 판매하는 상품이 시청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에 광고 아이템을 가지고 광고주, BJ, 아프리카TV까지 3자가 모여 사전 협의를 진행한다."고 설명하고 "이는 허락이나 허가와 같은 개념이 아니며, 혹여나 문제가 될 수 있는 광고 아이템을 사전에 확인하기 위함"이라는 기준을 밝혔다.



■ "이동은 이미 시작됐다" - BJ들이 타 플랫폼으로 간 이유

대도서관과 아프리카TV의 입장과는 별개로 상황은 이미 진행되고 있었다. 대도서관 부부가 유튜브로 자리한 뒤 촉발된 이탈 움직임은 주로 '트위치'와 '유튜브'에 대한 유입으로 이어졌다. 이전까지 유튜브로 수익을 내던 BJ들은 유튜브에 자리를 잡았으며, 일부 게임 전문 BJ들은 트위치로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유튜브와 트위치 동시 송출을 하는 BJ까지 등장했다.

아프리카TV를 이탈한 게임 BJ들이 해당 플랫폼의 장점으로 꼽는 부분은 '기능'과 '수익' 측면이다. 먼저, 기존에 BJ가 부담해야 했던 고화질 송출 비용과 시청 인원 제한 해제 등의 부가 기능들을 구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 아프리카에서는 화질, 시청자 수 등 BJ가 금액을 부담해야 했다.

아프리카TV는 팬들의 기부하는 환전 불가능한 재화, '스티커'를 소모해 화질과 시청 인원 등을 늘릴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스티커'는 어느 정도 유명세가 쌓인 뒤에는 팬들의 지급으로 충당할 수 있지만, 방송을 막 시작하는 유저들이 1개월을 이용하고자 한다면 36만 원에 이르는 금액을 자신이 내야만 한다. 타 플랫폼이 화질과 방송 인원에 제한을 두지 않은 것과는 비교되는 부분이다.

방송 동시 송출 제한이 없는 플랫폼들이기에 유튜브 광고를 통한 수익을 노릴 수 있다는 점도 BJ에겐 매력적이다. 실시간 방송인 '유튜브 스트리밍'에 힘을 주고 있는 구글과 게임 스트리밍으로 입지를 다진 트위치 모두 별다른 부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수익이 발생한다는 점을 주목한다.

유튜브는 영상과 스트리밍에 송출되는 광고 수익을 스트리머와 분배하고 있으며, 트위치는 스트리머에게 들어온 기부금 중 세금을 제외한 금액의 1%만을 서드 파티 기부 플랫폼인 트윕(Twip)이 가져간다. 아프리카TV의 경우, 기부금인 별풍선의 환전 수수료가 30~40% 가량으로 책정되어 있다.

▲ 트위치는 서드 파티인 Twip이 기부금의 1%를 가져가는 구조다.

이러한 과금 정책 차이에 대해 국내 기업인 아프리카TV가 통신 사업자에게 지급하는 망 이용 요금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트래픽에 따라 아프리카TV 측이 비용을 내야 하므로, 특정 기능에 대해 수익 모델이 적용된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재 아프리카TV가 제공하는 송출 품질과 기능들을 BJ들이 모두가 이해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유튜브와 트위치에도 단점들이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시선만 돌리면 더 쉽게, 좋은 화질에 더 좋은 수익을 낼 수 있는 플랫폼들로 옮길 수 있다는 장점은 기존 BJ들에게 있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게다가 추가적인 비용이 지출되지 않으니 진입 장벽은 오히려 적다는 이야기까지 들려온다.

결과적으로 25일 현재까지 대도서관의 뒤를 이어 김이브, 쉐리, 홍방장, 울산큰고래 등 팬층을 보유한 BJ들은 플랫폼 이적에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장을 점유하다시피한 아프리카TV를 떠나서도 이전보다 많은 시청자 수와 수익을 거뒀다는 사실은 중소규모 BJ들에겐 새로운 시장이 열린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 "사건은 이미 시작됐다" - 싸이월드를 기억하라

어찌 되었건, 사건은 이미 벌어졌다. 대도서관은 아프리카TV를 등졌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 다른 BJ들도 줄줄이 아프리카TV라는 생태계에 작별을 고했다. 확고부동한 위치를 점하고 있던 아프리카TV의 국내 개인방송 점유율에 실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단편적인 매출과 수익의 변동은 크지 않을 테다. 주가가 내려가면서 435억 원이라는 손실을 보았지만, 아프리카TV의 주 수입원 중 하나인 '별풍선'이 몰리는 분야는 게임이 아니다. 이탈의 주 그룹인 게임 전문 BJ들은 아프리카TV의 일부에 해당할 뿐이다.

▲ 14일 이후, 5일간 아프리카TV의 주가 변화

하지만 이번 사태는 단순히 수익과 금전적 논리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아프리카TV가 그간 BJ들에게 공정한 대우를 해왔고, 그들이 진짜 '내 방송'을 보여줄 만한 플랫폼이라 생각하고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일이 번졌을까? 앞서 말했듯, 처음 사건의 발단이 된 BJ 대도서관은 인벤과의 통화에서 송출료나 호스팅비 문제보다도 아프리카TV를 무대로 활동하는 BJ들에 대한 불공정한 대우에 화가 나 아프리카를 등지게 되었다고 밝혔다. 아프리카TV의 입장이 어떻든 간에 사건이 터지고 떠나는 BJ들이 늘어난다는 건 곧 BJ들이 아프리카TV의 대우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 문제가 비단 게임 관련 BJ들만의 문제일까? 그렇다면 그것대로 문제고, 그게 아니라면 더 큰 문제다. 지금이야 게임 전문 BJ들이 주가 되고, 몇몇 BJ들이 아프리카TV를 등지고 있지만, 이 장대한 개인방송 '엑소더스'의 물결은 현재 진행형이며, 지금 이 시간에도 또 다른 BJ가 아프리카TV를 떠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아무리 조그만 구멍이라 해도 장독에 구멍이 뚫리면 언젠가는 빈 독만 남게 된다. 그리고 아프리카TV는 구멍이 나버린 장독을 지켜보며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쳐 버렸다.

▲ 그도 아프리카TV의 기둥 중 하나였다

이렇게 아프리카TV는 다른 플랫폼들과 같은 선상에 서게 되었다. 아프리카TV가 다른 플랫폼의 위에서 이들을 내려다보게 해준 디딤돌이었던 고정 유저와 거물 BJ들이 빠져나간 지금, 타 플랫폼과 아프리카TV의 눈높이는 같은 선에서 맞춰져 버렸다. 아마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미 다른 플랫폼들은 이 시점을 놓치지 않고 BJ 유치에 들어갔으며, 아프리카TV에 비해 우월한 화질과 유저 편의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아프리카TV가 내세우던 '개인방송 신대륙'은 이제 다른 플랫폼들의 차지가 되어 버렸다. 이들에게 밀리지 않으려면 만만치 않은 고민과 시도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한때 대한민국 SNS의 대명사와도 같던 '싸이월드'는 구시대적 UI를 유지하고 개선의 여지를 보이지 않은 끝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채팅 서비스의 대장 격이었던 '세이클럽'은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고 무리한 과금 정책을 강행한 끝에 밀려나 버리고 말았다. 10년 후, 아프리카TV를 설명하는 내용이 싸이월드나 세이클럽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을지, 혹은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성공한 방송 플랫폼으로 남을지. 모든 것은 아프리카TV의 다음 행보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