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게임즈는 '펜타스톰'을 지스타 직전까지 꼭꼭 숨겨두고 대중에 공개하지 않았다. 난 처음에 친구 아들 생일선물로 사준 헬로카봇의 '펜타스톰'이 게임으로 데뷔하는 줄 알았다.

때문인지 부스에 들어갈 때만 해도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흔한 중국산 모바일 MOBA겠거니 생각했다. 플레이하면서도 크게 재미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미 10분이 훌쩍 넘는 시간이 지나 있었다.

'백발백중'을 넷마블게임즈가 국내에 가지고 들어올 때 많은 이들이 '아무리 중국에서 성공한 게임이라도 한국에서 저런 장르가 될까?'라는 의구심을 표했다. 중국은 워낙에 모바일로 즐기는 환경이 발달하여 있어서 과대 평가된 거라고 했다. 그러나 이런 의혹을 불식시키듯 백발백중은 의미 있는 성공을 거뒀다. 과연 넷마블게임즈는 모바일 MOBA까지 국내 시장에 정착시킬 수 있을까. 지스타 현장에서 직접 해봤다.



진입 장벽? 그런거 없다
'WE MOBA'의 성공을 경험하고 라이엇게임즈를 품고 있는 텐센트는 모바일 MOBA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다

'펜타스톰'은 중국 텐센트 티미 스튜디오가 개발한 모바일 MOBA(Multi player Online Battle Arena)다. 중국 출시 1년 만에 2억 명이 넘는 유저가 게임을 즐겼다. 중국에서 해당 장르의 사용자층이 두텁고 인기가 많다고 해도 2억이라는 숫자는 굉장한 숫자다.

게임 자체는 우리에게 익숙한 MOBA의 틀과 같다. 다양한 역할군 중 원하는 영웅을 선택해 게임에 들어간다. 3가지 공격로와 정글이 등장하며 5:5로 전투를 펼친다. 전장을 가로지르는 중립지역에 2개의 특별한 몬스터가 등장한다. 국내 게이머라면 별다른 튜토리얼 없이도 금방 적응할 수 있다.

▲ 다양한 역할군이 존재한다.

▲ 나는 유혹당하고 싶은 누나를 선택했다

▲ 전장, 의외로 가까워 속도감이 있다.

장르 특성상 소위 '컨빨'이라 말하는 조작이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모바일 환경에서 즐기기를 꺼려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펜타스톰은 깔끔한 UI와 간결한 동선 구조를 제공한다.

전장 내 어느 위치에서도 추천 아이템 구매를 이용하면 원터치로 쉽고 빠르게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다. 그 외, 스킬 레벨업 , 평타, 귀환, 회복 등 주요 버튼도 큼지막하게 화면 오른쪽 아래에 구성되어 있어 초심자들도 조작법을 쉽게 숙지할 수 있다. 사실 이런 UI를 복잡하게 꾸미기가 더 어려워 보이긴 하지만, 암튼 직관적이다.

기존 모바일 MOBA에서 채택했던 터치 액션 대신 가상 패드로 이동하고 스킬, 평타 버튼으로 행동을 취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덕분에 좀 귀찮긴 해도 싸우고 있다는 느낌은 든다.

▲ 최전방 타워 뒷쪽에서 게임을 시작한다.

▲ 직관적 조작 인터페이스


그런데 굳이 이걸 모바일로 하고 있어야하나?
잘 만든 게임이다. 쉽고 빠르고. 그런데 즐겨야하는 환경이 PC와 같다??

그래서 여타 모바일 게임과 접근이 좀 다르다. 언제 어디서나 쉽게 즐길 수는 있지만, 제대로 즐기기는 힘들다. 움직이지 않는 자투리 시간에 즐기기에 좋다. 예컨대 퇴근하고 씻기도 움직이기도 귀찮을 때 쇼파에 몸을 던져넣은 상태에서 '딱 한판만' 하고 씻으러 가기에 딱 맞다.

다르게 말해, 그러니까, 출근 시간 지하철 등에서 하기는 조금 무리가 있다는 뜻이다.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정말 '안락하게' 시간이 날 때로 제한된다.

그래서 정말 미치도록 게임이 하고 싶은데 집에서 PC를 켜기 싫을 때, 정말 시간이 '애매하게 안락하게' 날 때 가끔 플레이하기에 좋다. 제약이 너무나 많다. 장르적, 디바이스적 특성이기에 어쩔 수 없지만, 전화나 메신저가 시도 때도 없이 날아오는 사람이라면 게임을 즐기기에 굉장히 불편할 수도 있다. 뭐 나는 스마트폰이 알람 기능 있는 게임기니까 상관없을 것 같다…

▲ 절제된 이펙트 덕분에 정보 파악이 수월하다.

이동하면서 즐기기 힘이 든다는 점은 공간에 제약이 생긴다는 것을 뜻하는데, 그럴 거면 굳이 모바일로 MOBA를 즐겨야 하느냐는 의문이 든다. 특히 국내의 경우 PC MOBA의 점유율이 압도적이기에 순수 모바일 MOBA 유입 유저가 얼마나 될까 생각해보면 의문부호가 생길 수밖에 없다.

게임 자체는 잘 만들었다. 적당히 재미도 있었다. 여태껏 봐온 모바일 MOBA 중에 가장 괜찮았다. 그러나 내가 왜 굳이 PC를 놔두고 스마트폰으로 낑낑대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뭐 굳이 모바일로 게임을 하겠다거나 상황이 허락하는 사람이라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겠지만...

▲ 추천 아이템 빌드가 제공된다.

▲ 누르면 전장 어디서나 살 수 있다.


모바일 MOBA 잔혹사를 끝낼 수 있을까?
국내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둔 모바일 MOBA는 없었다.

쉽고 간단하고 만듦새가 좋은 게임이다. 실시간 5:5 대전이기에 지고 나면 제법 승부욕이 끓어오르기도 한다. '펜타스톰'의 성장은 매우 빠르다. 캐릭터 동선이 짧으므로 전장 복귀가 신속하고 이는 계속 전투를 유발한다. 성장이 빠르고 이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는 시간이 비교적 짧아서 점심시간 커피 내기로도 손색이 없다. 전화가 와서 팀원 하나가 갑자기 빠지지 않는다면 괜찮은 경험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여태껏 국내에 출시된 모바일 MOBA는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만큼 국내에서 모바일 MOBA는 DAU나 ARPU가 나오지 않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WE MOBA'의 성공을 경험하고 '리그 오브 레전드' 개발사 라이엇게임즈를 품고 있는 텐센트는 모바일 MOBA에 대한 강력한 자료 및 개방성을 가지고 있다. 국내에 나왔던 모바일 MOBA가 매출 순위 10위권은커녕 50위권 안에서도 구경하기 힘들었던 것을 상기해보면 텐센트의 역량과 넷마블게임즈의 역량이 만났을 때 어떤 결과를 낼지 자못 궁금해진다.

과연 '펜타스톰'은 모바일 MOBA 잔혹사를 끝낼 수 있을까?

▲ 다양한 모드를 제공한다.

▲ 채팅을 대신할 수 있는 의사표현 버튼은 유용하다.

▲ 공격로 말고도 중립 몬스터가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