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
2016-12-0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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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레퍼런스가 없는 게임, '페리아 연대기'가 지스타에 참전한 이유

양영석 기자 (Lavii@inven.co.kr)
이번 지스타에서 첫 시연을 보인 페리아 연대기. 직접 유저들이 던전과 마을을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는 높은 자유도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타이틀이었습니다. 기대작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많은 유저들이 몰렸지만, 시연 반응은 좀 애매했습니다. 최적화가 다소 부족해 콘텐츠를 제대로 즐길 수 없어 답답함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게임의 큰 틀은 볼 수 있었습니다. 놀라울 정도로 잘 뽑힌 카툰 렌더링 그래픽과 잔잔한 BGM, 마을의 분위기와 더불어 TCG를 연상케 하는 전투. 그리고 짤막하게나마 해볼 수 있었던 지형 편집까지. 이외에도 부가적인 시스템을 설명하기 위해 특별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었죠.

보통 게임쇼에 신작 게임을 시연하기 위해서는 시연만을 위한 빌드를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페리아 연대기는 정말로 개발 중인 모습의 클라이언트를 들고 나와서 많은 걸 보여주려고 했죠. 아직 테스트 일정조차 나오지 않은 개발중인 게임이긴 하지만, 이건 자칫하면 악평만 받을 수 있는 정말 만만찮은 리스크긴 합니다. 그런데 개발팀은 어째서, 이런 위험부담을 안고 시연 버전을 내놓았을까요?

개인적으로도 매우 궁금했어요. 정말 기대하고 있는 타이틀이었거든요. 지스타가 끝나고 나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지금, 마침내 그 궁금증을 풀어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인벤에서는 띵소프트에서 페리아 연대기의 개발을 지휘하고 있는
장문성 디렉터강진국 프로그램 유닛 리더, 그리고 넥슨 사업실의 김병수 실장을 만나서 이번 페리아 연대기의 출전과 앞으로의 개발 과제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정말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나누었던 인터뷰, 제법 분량이 길지만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최대한 옮겨 적어보았습니다.

좌측부터 장문성 디렉터, 김병수 실장, 강진국 프로그램 유닛 리더



Part. 1 지스타 출전과 시연 버전, 그리고 피드백에 대하여…

Q. 페리아 연대기가 이번에 처음으로 지스타에서 시연이 되었는데, 시연 버전이 다소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서 콘텐츠 체험에 답답함을 호소하는 유저들도 꽤 많았습니다. 이렇게 불안정한 버전을 시연하게 된 배경이 있을 것 같습니다.

장문성 디렉터
=먼저 죄송스럽습니다. 여러분들이 걱정을 많이 해주셔서 저희도 걱정이 되긴 했어요. 페리아 연대기는 '개발중인' 상황이다 보니 피처를 넣고 하는 상황에서 최적화를 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긴 했습니다.

일단 지스타를 참가하게 된 배경이 몇 가지 있어요. 첫 번째는 소식을 알리고자 함이었습니다. 그동안 저희가 하도 소식을 알리지 못했어요. 그래서 프로젝트가 접힌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고 해서…우리가 이렇게 개발하고 있습니다고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그동안 게임 콘텐츠 중에 전투 시스템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을 한 적이 없더라고요. 사람들이 전투 시스템을 오래전에 영상만 보고 추측하시는 게 많았어요. 턴 방식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었고…막상 저희가 개발 중인 거랑은 좀 다르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이런 방식이 너무 나중에 이야기를 하면 낯설어하실 것 같아서 이번에 좀 전투 위주로 시연을 선보인 것도 있어요.

두 번째는 유저들의 반응을 보기 위해서죠. 팀 내에서는 열심히 검증을 하고 테스트를 했는데, 다른 유저들이 느끼기엔 어떨까? 근본적인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고요. 그걸 한 번 알아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막상 지스타에 출품을 하고 보니까 반응이 예상과 너무 달랐습니다. 유저분들이 개발 중이니 이런 것들을 개발하고 있구나 하고 보는 자리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최적화에 대한 반응이 많더라고요. "최적화가 덜 되어 있어도 내용을 봐주시겠구나"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죠. 이 자리를 빌려서 불편함을 느끼신 많은 분들께 사과를 드리고 싶습니다.

2016년 지스타에 처음으로 출전했던 페리아 연대기.

강진국 프로그래머
=저희가 시연 버전을 내놓은 게 처음입니다. 그래서 좀 선택을 했어야 됐어요. 안정된 클라이언트를 한정적으로만 보여줄 것인가, 아니면 안정치 못한 클라이언트라도 많은 걸 보여줄 것인가. 저희는 최대한 욕심을 부려서 많은 걸 보여드리려고 했던 거고요.

그래서 새로운 피처도 넣어보고 이것저것 많이 넣어봤는데, 그러가보니 마지막에 클라이언트 안정화 시간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너무 정제되지 않은 버전이 노출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 일을 교훈 삼아서 다음에는 시연을 할 때나 외부에 노출할 일이 있을 때 더욱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페리아 연대기가 전투를 주력으로 내세우는 게임이 아니고, 커스터마이징이나 사용자들이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는 부분은 굉장히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니까요. 시연장에서 짧게 체험해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부분을 영상으로 상세하게 소개를 하고, 전투는 시연으로 직접 경험해볼 수 있게 하자고 해서 이번 시연 버전이 설계됐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Q. 그럼 이번 지스타에서 받은 피드백들은 어땠나요?

장문성 디렉터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현장에서 유저들이 어떻게 플레이하고 반응하는지를 확실히 볼 수 있었으니까요. 어느 부분에서 어떻게 플레이하고, 어떤 식으로 과제를 해결하는지도 볼 수 있어서 정말 많은 자료가 모였습니다.

저희는 전투 시스템을 선보이면서 유저들이 이런 희한한 전투를 "아, 이런 걸 시도하는구나", "이건 이러한 문제가 있을 텐데 이렇게 해결했네?", "이 문제는 해결이 안 될 거 같은데. 어떻게 하려고 하나"하는 식으로 내용적인 부분에 논의나 반응을 예상하고 있긴 했어요. 하지만 아시다시피 최적화라던가, 버그 같은 부분에서 반응이 강렬해서 너무 죄송스러웠습니다.

그 와중에도 시연 버전의 내용을 감안하시고 플레이하시는 분들은 저희가 예상한 반응을 해주셨습니다. 멀티플레이에 대해서 생각하는 문제라던가, 이런 방식은 어떻게 이런 문제가 생길 것이다 하는 내용들이죠. 그런 반응이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보람도 많이 느끼고 있었고요.

어쨌든 관심을 가져주는 것 자체가 감사드릴 일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좋은 이야기던 나쁜 이야기던 그만큼 기대를 하고 있다는 뜻이잖아요. 개인적으로는 아주 보람이 있었어요.

김병수 실장
=보람이 있기도 했는데...디렉터님이 느낀 게 많은 것 같습니다. 지스타 끝나고 나서 엄청난 분량의 PPT로 개선 리스트를 정리해서 발표를 하셨어요. 다듬어야 할 부분하고 개선해야 할 부분도 굉장히 많았고요. 저희가 할 일을 정말 많이 얻어 갈 수 있던 자리였던 것 같습니다.

안 좋은 평도 많았던 것은 조금 아쉽지만, 유저의 반응을 직접 보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점에는 만족합니다.

[ 페리아 연대기 초반 튜토리얼 & 전투 영상 ]

Q. 페리아 연대기의 전투를 시연해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마치 TCG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TCG 방식을 채택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장문성 디렉터
=일단 페리아 연대기의 전투 방식을 그렇게 채택한 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저희는 일단 컨트롤에만 의존하는 전투가 아니라 좀 더 전략적인 전투를 만들려고 했어요. 전략이라는 게 뭘까 하다가 찾은 게 TCG였죠. 비슷한 정도가 아니라 실시간 TCG라고 부를 것 같습니다. 전략은 사람마다 생각하는 게 다를 수 있습니다. MMORPG에서의 PvP 전략은 상대가 A라는 기술을 쓸 때, B로 받아쳐야지. 난 이렇게 반응해야지. 이런 것도 전략이라고 볼 수 있겠죠. 하지만 그건 거의 '컨트롤'의 느낌이 강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겠죠.

전략이라는 게, 내가 현재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이 '의지'와 함께 '환경'에 의해서 결정이 된다고 봅니다. 선택할 수 있는 전술 중에서 포기할 전술과 쓸 전술을 나누고 실행하는 거죠. 그래서 유저가 직접 판단해서 이끌어가는 형태인 TCG가 전략성이 가장 잘 드러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 핸드에 전략적인 선택들이 전부 들어오기 전까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덱을 전투에 활용하기 전에는 산과 들을 뛰어다니면서 덱을 짜야 하잖아요. 그 부분도 하나의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략적인 전투의 외적인 부분부터 내적인 부분까지 골고루 섞여있는 게 TCG라고 생각해서 채택을 했어요.

물론 덱을 짜는 과정도 '전략'을 구상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죠?

다른 부분은 콘텐츠의 활용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즘 MMORPG를 보면 만렙이 60레벨이라고 하면 그 이전까지 쓰던 장비는 잘 안 쓰이죠. 40이나 50레벨, 혹은 59레벨에 쓰이던 무기나 장비들도 거의 안 쓰는 경향이 많습니다. 60레벨까지는 그저 도달하는 과정이고, 정말 중요한 아이템들은 60레벨에 다 있는 경향이 있죠.

어떻게 보면 중간에 버려지는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TCG는 저 코스트로 초반에 등장하는 유닛이라고 해서 안 쓰는 게 아니잖아요? 그렇다고 고 코스트에 강력한 능력치를 가진 유닛이라고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고요. 코스트가 낮고 상대적으로 약한 유닛들은 그것대로 초반에 필드를 잡아서 공격을 하거나 빠른 전략으로 사용되기도 하죠. 가치가 바뀌는 게 아니라서 콘텐츠가 풀로 활용됩니다.

새로운 키라나들이 추가되면서 기존에 좀 더 기피하던 경향의 키라나들도 재발견될 수도 있겠죠. 계속해서 우리가 만들어가는 콘텐츠에서 가치를 재발견하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어요. 제작한 콘텐츠가 순식간에 소모되어버리고 새로운 것을 찾게 되는 걸 바라지는 않았고요.

또 다른 건 좀 저희가 너무 앞서서 생각한 걸 수도 있긴한데…어떻게 될진 모르겠네요. 일단 페리아 연대기 자체가 커스터마이징을 하는 게임입니다. 유저가 시스템을 만든다는 걸 첫 번째 목표로 하죠. 그래서 사실 전투도 유저들이 커스터마이징을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기자질문) 전투는 시스템이 좀 복잡해서 유저들이 그 시스템을 만드는 건 한계가 있지 않을까요?

장문성 디렉터
=어떻게 보면 되게 복잡한 이야기일 수 있어요. 처음부터 만들면 정말 어렵죠. 하지만 기존에 어떤 시스템이 있는 상태에서 유저들이 변형해서 뭔가를 만들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거라고 생각해요. FPS, AOS, 레이싱 등 여러 가지 장르의 게임들이 있는데, 이걸 다 통합해서 만들 수 있는 게 어떻게 보면 TCG가 아닐까 하고 생각을 했어요.

예를 하나 들어보죠. 이번 시연에는 포함되지 않았는데, 키라나의 기술 중에서도 FPS처럼 조준해서 쏘는 기술이 있어요. 그리고 유저들이 사용하는 기술 중에서도 활로 사용하는 논타겟팅 1인칭 기술도 있고요. 어떤 던전에서는 그 기술만 사용할 수 있고, 기술에는 제한이 없다는 설정을 해두면 FPS처럼도 플레이가 가능하겠죠.

또, AOS처럼 영웅들에게 맞춰서 특정 키라나들만 사용하도록 하고 스킬도 적당히 제한을 걸어둔다면 비슷한 모습의 던전도 만들 수 있겠죠. 그래서 커스터마이징을 할 때 유저가 개입을 최소화할 수 있는 선에서 조정을 하고 있어요.


애초에 TCG는 정말 복잡합니다. 그만큼 가지고 있는 게 많기 때문에 TCG에서 무언가를 깎아내면 새로운 장르가 되곤 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플레이어가 쓸 수 있는 기술이 분리되어 있으니까요. 대신 그 기술의 발동이나 사용 조건이 복잡할 뿐이죠. 제한이 있는 조건을 무한대로 쓸 수 있게 고정시키고 리소스를 줄이면 여러 가지 장르로 플레이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한계도 있습니다. 슈퍼마리오와 같은 게임이나, 플랫포머의 경우에는 이것만으로는 쉽게 구현이 어려운 편이죠. 그래도 대부분 요즘 인기 있는 게임들의 장르는 유저들이 어느 정도 설정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이게 저희가 생각만 하고 있는 거라서 어떻게 될지는 좀 더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세계관에 가장 잘 맞는 형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페리아 연대기의 세계관에서는 이게 맞을 것 같아요. 키라나들은 신의 힘을 받아서 구현된 존재거든요. 각자 신의 능력을 계승하고 있는 거고, 인간들은 이에 전혀 대적할 수 없는 존재였죠. 하지만 페리아 행성은 키라나들이 생존할 수 없는 조건이라서 인간의 몸에 깃들어서 같이 살아간다는 설정이에요. 공생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인간으로부터 살아갈 힘을 얻는 대신에 인간들을 도와주고 있는 상태죠.

반대로 적 진영의 경우는 키라나들이 인간들과 공생하는 게 아니고, 인간을 양분으로 사용하면서 살아가고 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인간과 협력하고 있는 진영과 싸우게 되는데, 이게 협력 진형에서는 키라나의 힘을 빌려서 다른 키라나들에게 대적한다는 설정입니다.

로딩 화면에서 볼 수 있던 세계관. (클릭시 확대됩니다)


Part. 2 유저에게 '초월적인 권한'을 부여하는 시스템의 핵심은?

Q. 이전에 SNS를 통해 공개한 소식에는, 유저들에게 초월적인 권한과 핵심 설계에 대한 내용이 있었습니다. 이게 어떻게 설계된 건지, 구체적으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장문성 디렉터
=그 글에서 저희가 좀 부족하게 설명을 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그때의 글은 저희가 개발에 왜 그렇게 오래 걸렸냐에 대해서 설명을 하려던 거였어요. 저희가 그동안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다가 완성을 해서 개발을 해 오느라 좀 오래 걸려서 안부를 전하는 목적도 있었고요. 당시 글에서 설명했던 게 어떻게 보면 다 개별적인 사건이었는데, 하나로 묶여있어서 좀 오해가 발생할 수도 있었습니다.

일단 초월적인 권한은, 프로젝트 시작부터 계획이 됐던 부분입니다. 오픈월드에서 시스템을 유저가 만든다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실 수 있죠. 저희가 설계를 갑작스럽게 발견한 게 아니라, 그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되겠다 하고 발견하고 나서 프로젝트를 시작한 겁니다. 이건 좀 길어질 것 같긴한데, 둘로 나눠서 설명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 *

1. 초월적인 권한을 유저가 어떻게 가지게 되는가?


"초월적인 권한은 그냥 막 가질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일단 마을을 만들고 여기에 이런 걸 넣어야지! 이 시스템을 정해야지! 한다고 되는 게 아니고 그걸 하기 위해서는 권한이라고 해야할까...권위, 권력 같은 게 필요해요. 예를 들어 산을 없애버리고 싶다, 하면 산을 없앨 수 있는 만큼의 '권한'이 필요한 거죠. 마을에서 PK를 금지하기 위해서도 그런 권한과 권력이 필요한 거고요.

그 권한을 충족시키는 '자원'이 있는데, 저희는 그걸 가칭으로 '개념'이라고 불러요. 나중에 바뀔지도 모르겠네요. 간단히 말하자면 그건 '투표'라고도 볼 수 있어요. '개념'은 개인이 계속해서 생산하는 자원이고, 적은 개념으로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요. 하지만 투표처럼 내가 신뢰하는 사람에게 이 개념을 몰아주면 그 사람은 엄청난 일들을 할 수 있는 거죠.

'이 마을에서는 PK를 못하는 법률'을 세우려고 했을 때, 100개의 자원이 필요하다고 합시다. 그리고 자원은 한 시간에 하나만 찬다고 가정하면 플레이어 한 사람은 100시간이나 모아야 하잖아요? 하지만 여러 사람에게 신뢰를 얻어 그만큼 더 빨리 개념을 모을 수도 있죠. 그렇게 개념을 얻어서 푯말을 세우면 효력이 있는 지역에선 그 법률이 실행되는 거고요.

권력을 쪼개서 유저들이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보면 됩니다. 그게 한 사람이 될 수도 있고 특정 단체가 될 수도 있죠. 신뢰를 받는 만큼, 개념을 더 모은 만큼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자연계에 미칠 수 있는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거죠.

보통은 푯말로 무언가를 결정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마을이 있는데, 여기 건물도 있고 사람들도 잘 살고 있는데 누가 막 지형 편집을 하면 안되잖아요. 그래서 이곳에서는 "지형 편집을 할 수 없다!"는 푯말을 세워서 설치하면 지형 편집을 할 수 없어요. 실제로 이 푯말 때문에 안되는 거죠. 하지만 그 푯말이 미치는 영역, 지속 능력 등을 결정할 때는 개념이라는 자원이 필요한 형태죠.

유저들이 던전을 만들거나 운영한다고 했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던전을 만드는데 필요한 노동력과 자원. 이런 것들도 개념을 이용해서 하게 돼요. 던전을 만들고 운영하는 건 개념이 필요해요. 그래서 던전을 플레이하는 사람들은 개념을 지불하는 거죠. 개개인이 가진 자원을 던전, 혹은 마을의 운영자나 관리자에게 주고 나는 거기서 플레이를 해서 보상을 받고. 이런 구조입니다. 초월적인 권한 자체가 모두 다 가질 수 있는 게 아니고, 여러 사람으로부터 힘을 받아서 모으게 되는 구조에요.

처음부터 저희는 이 생각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초월적 권한 획득에 대한 '계획'을 만들고 시작된 프로젝트라고...

2. 복잡한 커스터마이징, 아이템 조립으로 쉽게할 수 있도록!


"이제 개념을 통해서 권한을 유저가 획득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하느냐가 문제죠. 이전에는 이 기능들이 다 나눠졌었어요. AI를 만들려고 하면 스크립팅을 했어야 하고 지형 편집은 메뉴에서 적절한 기능을 선택하고, 던전에서 기믹을 설치할 때는 아이템을 조립하고 시스템을 만들 때는 또 따로 메뉴가 있고. 콘텐츠에 따라서 커스터마이징을 하는 방법의 대상이 달랐어요. 이거저거 다 배워야 할 수 있는 방식이었죠.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을 해서 계속 시행착오를 거쳐왔습니다.

그러다가 이제, 중간에 한 가지 방법만 알면 거기서 AI와 던전 기믹, 사회 시스템과 전투 시스템도 커스터마이징을 할 수 있게 바뀌었어요. 그 통합된 설계를 발견하고 나니 유저가 이 규칙 하나만 알면 나머지도 다 할 수 있겠구나 한 거죠. 지금은 그걸 더 정제하고 쌓아올리는 상황입니다. 유저들이 사회 시스템을 만들어서 누가 규칙을 어기면 벌을 받는다던가, 규칙 위반이 쌓이면 추방한다던가, 면세 혜택이나 PK 금지 등의 규칙을 아이템 조립이라는 방법으로 일관적으로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번에 시연된 던전도 플레이어 분들이 보시기엔 일반 던전과 비슷했을 거예요. 하지만 실제로 그 던전의 기믹이라던가 움직임 등은 기획자들이 아이템 조립을 이용해서 만든 겁니다. 그걸 보면서 기획자가 이 정도로 할 수 있으면 유저도 충분히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얻었어요. 지금은 그런 희망을 가지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래도 '유저들이 이걸 어떻게 할 수 있나…' 하는 게 제일 큰 걱정입니다. 유저의 능력을 의심하는 게 아니라, 시간이 없을 것 같아요. 요즈음에는 게임을 한가롭게 앉아서 할 수 있는 유저가 별로 없다는 느낌이 들어요. 학생들만 해도 학원 가기 전에 잠깐 짬 내서 20분 플레이하곤 하니까요. 정말, 이걸 진지하게 배워서 '던전 설계를 이렇게 해볼까'해도, 결국은 이걸 공부해서 던전을 짜야 되잖아요?

유저들이 정말 이걸 플레이할 시간이 될까 하는 게 가장 큰 걱정거리죠. 그나마 지금은 예전보다 복잡함이 줄어들긴 했어요. 페이스북에 저희가 올린 내용은 초월 권한 내용보다는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복잡했는데 이제 좀 통합해서 할 수 있다는 정도로 봐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현실의 투표와 굉장히 비슷하죠. 하지만 좀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만약 어떤 플레이어가 자신이 개념을 준 마을의 운영자가 마음에 안 들면, 신뢰와 지지를 철회하고 마을을 떠날 수도 있죠. 마음이 맞는 몇 사람과 함께 나와서 새로운 마을을 만들면 되거든요. 만드는 게 귀찮으시다면, 저희가 운영하고 있는 마을에 오셔도 되고요.


그리고 저희가 이번에 시연 버전에 넣으려다가 못 넣은 부분이 있는데, 페리아의 세계는 '존' 방식으로 되어있어요. 각각의 존이 있고, 존은 서로 포탈로 연결되어 있는 구조에요. 앞서 이야기했던 '개념'을 많이 모으면 이 '존'도 새로 창조할 수 있습니다. 투자를 해서 더 넓히는 것도 가능하고요. 포탈 역시 개념을 이용해서 다른 존들과 연결을 더 할 수도 있고, 끊어버릴 수도 있죠.

사람들이 모이면서 생기는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할 거라고 보고 있어요. 마을의 규칙도 계약서라는 형태로 만들어서 유저들에게 관철을 시킬 수 있습니다. 다른 마을끼리 침공을 하지 않는다는 조약을 맺거나, 협력을 맺는 것도 가능하죠. 마을의 메인 운영자도 교체가 가능합니다. 개념을 양도한다던가, 더 많은 개념을 모아서 낡은 규칙을 무너뜨릴 수도 있죠. 그걸 하는 건 전적으로 유저들에 플레이에 달려있습니다.

또 하나는 페리아 세계에서 적대적인 세력들이 마을을 쳐들어오는 이벤트도 생각을 해보고 있어요. NPC가 쳐들어와서 마을을 박살 내는 침공 이벤트 같은 거죠. 내부 의견으로는 열심히 만들어놨는데 이렇게 다 부시면 유저들이 너무 큰 허탈감에 이탈할 거다 하는 의견도 있어서 고민 중입니다.

그래서 점령이 가능한 불안정한 지역과 외부 침공이 없는 안정적인 지역으로 나눠서 해볼까 합니다. 그만큼 위험한 대신 얻는 자원도 많겠죠. 외부 침공이 가능한 지역은 그거에 대한 방어도 예산을 써야 하니까요. 이것도 역시 유저들이 정하는 거죠.

이게 매끄럽게 될지는 잘 알 수가 없습니다. 지금 이야기한 게 정확히 처음부터 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처음에는 로우레벨한 시스템으로 돌려서 유저들이 적응을 하고, 사회가 안정되면서 차차 복잡한 시스템을 도입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 아이템 조립 상세보기 : [뉴스] "구석구석 확인하세요!" 페리아연대기 세부콘텐츠 영상 공개

* * *


[ '페리아 연대기', 지스타 특별 영상 ]

Q. 그럼 영상에서 언뜻 보였던 고대의 언어랄까요? '프로그래밍 언어'도 사용할 수 있던 게 있었는데요, 그 부분은 어떻게 되나요?

장문성 디렉터
=음...그건 좀 앞서 설명한 거랑 무관한 거예요. 선택이라고 할까요? 보통 게임 프로그래밍을 커스터마이징 한다고 하면 캐릭터를 어떻게 이동시키게 코딩을 하는 걸 생각하잖아요? 프로그래밍을 보통 그렇게 하니까요. 그런 식이 아니고요, 프로그래밍 언어는 로직만을 제공해요.

이것도 예를 들어서 설명을 해볼게요.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 CPU는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단순한 칩 덩어리인데 여기에 센서를 붙인다던가 팔다리를 붙이고 무기를 붙이면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되죠. 페리아 연대기에서 프로그래밍 언어를 지원한다는 건, 그 언어로 모든 걸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칩 같은 역할을 하는 거예요.

프로그래밍 언어로 칩을 만들고, 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아이템을 붙여야 동작하는 원리죠. 이거는 전적으로 플레이어의 선택입니다. 다소 복잡한 로직들이 있는데, 아이템 조립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거든요. AI도 아마 아이템 조립 시스템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겠죠.

이번 시연에서 본 적들처럼, 적이 가까이 오면 기본적으로 A라는 공격을 한다는 식으로 AI 아이템 조립을 할 수는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적이 몇 기 이상이면 C라는 스킬을 쓰거나, HP가 일정 이상이면 B라는 스킬을 쓴다. 이런 판단 자체는 다소 복잡하니까 프로그래밍 언어가 들어가 있는 로직을 중앙에 가진 상태였거든요.

일종의 코드를 삽입할 수 있는 아이템이 있고, 그 안에 프로그래밍이 자신 있는 사람들은 그 아이템을 작성해서 넣으면 우리가 제공하는 개별 아이템을 조립하는 것보다 더 편할 수 있다는 거죠. 물론 아이템 조립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긴 합니다. 프로그래밍 언어를 써서 할 수 있는 걸 아이템 조립으로 할 수 없는 경우는 없어요. 그냥 사용자가 편리한 방식을 선택하면 됩니다.

지스타 2014 영상 테트리스 부분에서 나왔던 프로그래밍 언어들.
자세히 보면 '책'을 사용해서 입력하는 형태입니다. 이건 사용자의 선택!



Part. 3 아르바이트부터 전투, 집 관리까지! 페리아 세계의 만능친구 '키라나'

Q. 전투에서 사용하는 키라나들이 마을에도 돌아다니는 것 같던데, 전투 외에도 사용처가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장문성 디렉터
=키라나는 전투 외에도 여러 곳에서 활용이 됩니다. 일반 TCG와 좀 다른 점이 있긴 해서 그것도 설명을 드려야 할 것 같네요. 키라나들도 각자 레벨을 가지고 있어서 레벨업을 하게 됩니다. MMORPG 특성상 성장의 요소가 덱 구성만으로 되어버리면 곤란한 부분이 있죠. 시연 버전은 키라나들의 최고 레벨 기준으로 성능이 나왔던 거예요.

'불덩이 투척' 주술을 사용하는 키라나인 '파야'는 처음에는 파괴력도 약하고, 범위도 좁고 사거리도 좀 짧아요. 음식을 먹여주면서 꾸준히 키우면 레벨업을 하면서 이 능력치가 강해집니다. 인 게임 밸런스도 키라나들이 최고 레벨 일 때를 기준으로 하고 있어요.

아무튼 이게 키라나가 여러모로 영향을 주는 부분이 많습니다. NPC부터 아이템, 능력치와 몬스터 등등 이 역할들을 거의 다 키라나가 수행하게 돼요. 마을의 NPC도 키라나고, '잠재 기술'이라고 해서 덱에 넣기만 해도 능력치가 상승하는 패시브형 키라나들도 있거든요. 견제술 키라나는 일종의 장비 역할도 하고 있죠. 덱 구성 따라서 스킬 세팅도 가능하고, 회복을 시켜주는 키라나도 있습니다. MMORPG의 다양한 요소들이 키라나에 집중된 상태라고 보시면 될 겁니다.

개발하는 입장에서, 키라나는 단순히 책 하나의 기술이나 소환수로 보고 있지 않아요. 전체적인 콘텐츠, 세계를 구성하는 주요 요소로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키라나는 더욱 많이 추가될 거고, 이와 관련해 새로운 콘텐츠도 발생할 수 있겠죠.

마을의 NPC들도 키라나들이 다수. 우호적이지 않은 친구도 있습니다.

유저들이 덱을 구성하는 입장에서, 덱에는 키라나를 무한정 넣을 수 없어요. 그래서 남는 키라나들이 존재하게 됩니다. 그런 걸 유저 마을에서 상인과 같은 NPC로 활용할 수 있어요. "너는 이 가게를 돌보렴!"하고 막연히 넣는 건 아니고,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서 판매원으로서의 AI도 부여를 해야 합니다. 그러면 그 키라나는 상인의 역할을 하고 아르바이트 수당을 받으면 플레이어에게 전달하고요. 그런 식으로도 구성이 될 것 같습니다. NPC도 유저가 구한 키라나를 배치하는 식인 겁니다.

꼭 필요한 필수 키라나들은 메인 퀘스트를 하면서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플레이어는 꾸준히 여행을 하면서 여러 키라나들을 만나게 되고, 이들을 영입할 수 있죠. 어떤 키라나들은 퀘스트를 주고 그 퀘스트를 수행해주면 아군으로 들어오기도 하고, 야생의 키라나를 잡다 보면 우연찮게 아군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마을에 있는 키라나들, NPC들도 영입이 가능하게 할 생각입니다. NPC로 돌아다니는 키라나들의 퀘스트를 해주면서 친밀도를 높이고 어느 수준 이상 친밀도를 쌓으면 그 마을 대신 나의 마을로 올 수도 있어요. 마치 삼국지 게임에서 '장수'를 관리하는 거랑 비슷합니다. 다른 유저들의 키라나들을 데리고 올 수도 있게 할 생각이긴한데…이건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좌측 하단에서 다른 수호 키라나들은 살짝 볼 수 있었습니다.

초반에 키라나가 거의 없을 때는 운영이 잘 안됩니다. 그래서 수호 키라나들을 넣었어요. 이번 시연에서 플레이어와 함께 했던 '토미니아'는 불 속성의 수호 키라나입니다. 수호 키라나들은 화 수 목 금 토, 이렇게 다섯 속성과 무속성 키라나가 있어요. 무속성 키라나는 초반에 보셨던 '마리엘'이에요.

수호 키라나들은 계속 플레이어와 함께 여행하면서 여러 가지 일을 해 줍니다. 키라나의 관리도 해주는 식이죠. 그리고 수호 키라나들은 자신의 계약자에게 '보호막'과 다른 키라나를 소환할 수 있는 '영기'를 공급하기도 해요. 앞으로 수호 키라나들이 더 늘어날지는 모르겠습니다.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키라나라서요.

아, 그리고 플레이어들마다 페리아 세계에서 '집'을 가지게 되는데, 이 집을 관리해주는 누군가가 필요합니다. 집사라고 하면 되겠죠? 집사의 역할도 키라나들이 수행하게 됩니다. 수호 키라나 중 한 명을 고르던가, 마음에 드는 키라나를 직접 집사로 임명할 수도 있어요. 내가 집을 떠나서 여행을 할 때 집을 지켜주는 가사도우미 같은 존재요.

수호 키라나도 성장 방향이나 능력치가 다를 수 있습니다. 나중에 교체도 가능하고요. 처음 스토리에서는 마리엘이 함께 하다가 여러 사건을 거치면서 더 강력한 힘을 가진 키라나로 바꿀 수 있는 방식이에요.

전 그래도 왠지 마리엘과 토미니아가 제일 마음에 드네요.



Fin. 레퍼런스가 없는 새로운 게임, 페리아 연대기. 앞으로의 과제와 각오는?

Q. 이번 지스타에서 받은 피드백 말고도, 개발을 하면서 가장 먼저 해결하고 싶은 문제나 개선해보고 싶은 부분은 어디인지 궁금합니다.

장문성 디렉터
=두 가지 정도로 말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나는 물리 엔진이에요. 저희가 아직 물리 엔진을 붙이지 못한 상태거든요. 플레이어의 물리 엔진은 비주얼적인 측면이 대부분입니다. 머리카락이 흔들린다던가 하는 거죠. 이건 시야에서만 즐거울 뿐인 물리 엔진이지만, 실제로는 서버 자체가 물리 엔진을 가지고 있어야 해요.

이게 마을을 만들어도 모든 물체를 본드로 접착하는 게 아니잖아요? 바구니 안에 과일들이 담겨있을 수 있고, 탁자 위에 물건이 올려져 있는 경우도 있죠. 근데 탁자를 뒤집으면 물건이 떨어져야 하고 집 밑을 파 버리면 집이 무너지던가 하는 물리 반응이 있어야 합니다.

다른 RPG는 물리작용이 있는 부분을 따로 처리한다던가 할 수 있는데…저희는 거기서 더 나아가야 되거든요. 유저들이 물건을 불안정하게 올려두면 떨어지거나 무너지는 게 정상이니까요. 그런 엔진을 붙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땅끝의 구현이랄까…이건 유저분들도 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MMORPG에서는 세상에 끝에 못 가도록 막는 경우가 많아요. 절벽이나 바다같이 지형으로 막아서 못 가게 하면 됩니다. 하지만 페리아 연대기는 유저들이 편집해서 뚫으면 그만입니다. 그리고 '존' 방식이니까 존의 한계도 있어서 그런지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다가 래핑을 하려고 해요.

내가 계속 달리면 일단 끝도 없이 계속 달릴 순 있어요. 그게 알고 보면 계속 돌고 도는 거죠. 하나의 작은 행성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대신 래핑이 너무 좁으면 내가 달려가다가 저 앞에 또 다른 내가 보이고 하면 이상하겠죠? 그래서 아마 시야보다는 넓겠지만, 래핑 되는 거리가 있고 그 거리 안에서 계속 반복되는 땅을 만나게 될 겁니다.

3인칭으로 존을 보면 구형이겠지만, 플레이어들이 느끼는 건 평면으로. 화면 스크롤링 같은 느낌입니다. 지금은 구현중이고…이번에 시연에 나갔을 땐 땅이 끝나있어서 할 수 없이 유리로 막은 형태였어요. 이게 워낙에 작업량이 많고 구현하기가 좀 어렵긴한데…최대한 노력해보려고 합니다.


Q. UI도 좀 개선이 필요해보였는데, 혹시 UI도 유저들이 직접 꾸밀 수 있게 만들 예정인가요?

장문성 디렉터
=아…네, UI는 이번에 시연 버전이 거의 프로토타입이에요. 디자인으로 지적을 하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미적으로 아름답지 못하게 만든 건 저희 잘못이죠. 그게 투박한 이유는 유저들이 직접 조립해서 만들 수 있다는 걸 본보기로 보여주려던 의도도 있거든요.

실제로 시연에서도 우클릭하면 메뉴가 빽빽하게 뜨면서 메뉴가 나와요. 유저들도 UI를 만들 수 있어야 하는 게 좀 걱정이 됩니다. 버튼 슬라이더나 텍스트 배너를 유저가 조립할 수 있고 커스터마이징도 가능해요. 그리고 마을 곳곳에 푯말 같은 게 있었는데, 이거도 사실 편집 패드를 띄워다가 붙인 거였거든요.

일단 페리아 연대기에서는 유저들이 UI를 직접 편집할 수 있습니다. 다만 문제는 정렬관련인데…UI는 특히 줄이나 정렬이 조금만 맞지 않아도 엄청 지저분해 보이거든요. 너무 안 예뻐진다는 단점이 생겨서 고민입니다. 유저들이 삐뚤게 붙여놨는데 그걸 저희가 임의로 줄을 맞춰서 붙여줄 순 없으니까요. 그래서 어떻게 할지 좀 더 방안을 모색해보고 있습니다.

UI도 유저들이 직접 편집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Q. 알겠습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유저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나 각오를 부탁합니다.

장문성 디렉터
=이번 지스타에서 시연을 해보고 걱정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저희가 이 상태로 출시할 건 아니고, 계속해서 열심히 만들고 있습니다. 열심히 만들어서 좋은 모습으로 페리아 연대기를 내놓을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받은 피드백 중에 저희가 초심이 사라진 게 아니냐...그런 이야기도 있더라고요. 초심이 사라지고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만든 게 아니냐고…그걸 보고 좀 가슴이 많이 아팠어요. 저희는 정말 열심히 만들고 있고, 초심은 절대로 잃은 적이 없어요. 오히려 주변에서 너무 초심에 집중해서 가는 게 아니냐, 고집을 살짝 꺾는 게 어떠냐 하고 이야기도 들을 정도입니다.

게임이 실험적인 것 같아서 걱정이 많이 된다고 하시거든요. 하지만 저희는 초심을 잊지 않고 계속 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유저들이 정말 새로운 것을 원하는 만큼, 새롭게 만들어 보려고 하고 있어요. 하지만 실제로 너무 달라 보이면 유저분들도 거부감을 보이시는 경우가 있어서 꾸준히 소통을 하면서 만들어나갈 예정입니다. CBT를 해서 반영을 하는 것도 있겠죠. 하지만 그게 타협은 아니고 뭐랄까…의견 수용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네요.

저희가 카툰 렌더링을 쓴 것에 의문을 가지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이게 저희가 일반적인 게임 엔진을 쓰는 게 아니라서, 게임 전체적인 부분을 다 개발하고 있거든요. 외부 엔진을 쓰는 식으로 하면 개발은 훨씬 빠르고 안정적으로 출시할 수 있겠지만, 그러면 사실 남들과 다른 게임을 만들기가 어려워집니다.

저희는 지나가다 모르는 사람이 페리아 연대기를 봤을 때, "저게 뭔 게임이지? 뭐랑 비슷해보이는데"라는 느낌보다는 저희 게임이 정체성을 갖기를 원해요. 한눈에 봐도 다른 게임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자체 엔진을 택한 이유도 있어요.

자체 엔진을 쓰면 한 땀 한 땀 만드는도 시간도 많이 걸리고, 숙련된 프로그래머도 많이 필요합니다. 그러다 보니 개발 기간이 길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든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이번에 시연을 하게 됐는데, 안정적이지 못해서 다시 한 번 죄송스럽니다. 부디 남들과 다른 게임을 보여주기 위한 욕심으로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페리아 연대기는 뭐랄까…레퍼런스가 없는 게임이에요. 실시간 오픈 월드에서 시스템을 플레이어가 바꿀 수 있는 게임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지형부터 UI, 배경 까지도 편집이 돼야 하는데, 그런 관련 개발 레퍼런스는 전혀 없거든요. 다 하나하나 손으로 만들어야 하고 기획적인 부분도 레퍼런스나 참고할만한 자료를 찾기가 정말 힘듭니다. 하지만 유저분들이 많이 관심을 주시고, 기대해주시는 만큼 멋진 게임으로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도 페리아 연대기에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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