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16년 병신년(丙申年)이 지나가고, 어느새 2017년이 찾아왔다. 지난 2016년은 하스스톤에게 있어 다사다난이라는 표현이 부족할 만큼 격동의 해였다. 찬반양론이 뜨거웠던 '정규전'부터 신규 확장팩 '비열한 거리의 가젯잔' 출시까지, 1년 내내 여러 가지 이슈들이 넘쳐났다.

크고 작은 이슈 속에서도 하스스톤은 e스포츠로서 한 단계 성장을 겪었다. 한국 e스포츠협회가 주관하는 KeSPA Cup에 하스스톤 종목이 새롭게 추가됐고, 다양한 팀 단위 리그들이 열리며 하스스톤 선수들이 활약할 수 있는 무대가 넓어졌다. 하스스톤은 진정한 e스포츠 거듭나기 위한 발돋움 준비를 완료했다.

e스포츠로서 하스스톤이 가야 할 길은 아직 멀지만, 2016년 한 해 동안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을 거듭한 하스스톤은 앞으로 다가올 2017년을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다사다난했던 2016년엔 어떤 일들이 하스스톤 유저들을 울리고 웃겼을지 여러 가지 이슈를 통해 2016년을 되짚어보자.



■ 카드 유통기한 2년? 논란의 중심 '정규전' 도입


▲ BB, 야생은 어썸할 거라면서요...


2월 3일, 메타 고착화와 밸런스 붕괴로 골머리를 앓던 블리자드는 고심 끝에 하스스톤 신규 콘텐츠 '정규전' 도입에 대한 공지를 발표했다. '정규전'은 2년 이내에 출시된 카드와 기본 및 오리지널 카드만 활용할 수 있는 대전 모드였다. 2년이 지나 '정규전'에서 제외된 카드는 '야생'에서만 활용할 수 있는데, 야생(Wild)이라는 단어 자체에 포함된 제어 불능(Out of control)의 느낌은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개발자들이 기존에 있던 카드들을 골칫거리로 여기고 폐기처분 한다는 느낌을 받게 했다.

유저들은 돈을 주고 산 카드에 유통기한이 정해졌다는 사실에 크게 분노했다. 블리자드는 진입 장벽 완화, 밸런스 안정, 메타 다양화 등 '정규전' 도입의 이유를 설명했으나 가장 중요한 야생으로 가는 카드에 대한 보상 언급은 일절 없었다. 유저들의 분노는 깊어졌고, 하스스톤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하는 유저들이 늘어났다. 그럴 때마다 수석 디자이너 밴브로드는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야생은 어썸할 거야"를 외치며 유저들을 달랬다.

'야생'은 유저들에게 외면받았지만, 결과적으로 '정규전' 도입은 하스스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2년 동안 메타 고착화의 주범이었던 OP(Over Power) 카드들이 사라지면서 획일화된 덱에서 탈피해 다양한 종류의 덱과 직업을 만나 볼 수 있게 됐다. 메타가 굳어질 때쯤이면 언제나 새로운 모험 모드와 확장팩이 출시됐다. 유저들은 모험 모드와 확장팩이 추가될 때마다 새로운 게임을 하는 듯한 신선함을 느꼈다. 여전히 정규전 도입 시기와 보상 관련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아있지만, 정규전 도입 자체는 하스스톤이 반드시 선택해야 할 길이었다.

낙스라마스의 저주와 고블린 대 노움의 카드가 야생으로 떠나면서 하스스톤 마스터즈 코리아(이하 하마코) 등 다양한 대회에서 빈번하게 등장했던 여러 가지 덱이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 모든 대회의 단골 손님이었던 비밀 성기사는 '앙갚음', '보호막을 쓴 꼬마로봇', '병력 소집' 등의 핵심 카드가 빠지면서 그 자취를 감췄다.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사제였다. 초중반 버팀목 역할을 했던 '죽음의 군주'와 핵심 광역기 '빛폭탄'이 야생으로 가면서 사제는 최하위를 맴돌며 대회에서 거의 등장하지 못하는 비운의 직업이 돼버렸다.

▲ 비밀 성기사에게 고통받던 그 시절




■ 빅 스트리머에서 국가 대표로! 세계로 진출한 '따효니' 백상현


▲ 비웃음을 환호성으로 바꾼 따효니 (출처 OGN)


'정규전' 도입 소식으로 한창 시끄럽던 2월 28일, '따효니' 백상현이 아시아 태평양(이하 APAC) 동계 한국 대표 선발전에서 자신의 인생 경기를 펼치며 우승을 차지했다. 백상현은 스트리머로서는 인정받았지만 선수로서 쌓은 커리어는 사실상 전무했다. 누구보다 커리어에 목말랐던 백상현은 자신에게 찾아온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온 백상현은 한국 대표 선발전에서 하스스톤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을 만들었다.

백상현은 한국 대표 선발전 4강 '정용' 정지인과의 대결에서 절체절명의 순간에 황금원숭이로 볼프 램실드와 리노 잭슨을 뽑으며 기적 같은 승리를 거두고 결승전에 진출했다. 결승전 '제이엠' 박재민과 맞붙은 백상현은 2:2 동점 상황에서 기적 같은 대지의 무기 드로우 한방으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백상현이 대지의 무기를 뽑자 경기장은 관중들의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결국, 팬들의 애정 섞인 비웃음을 환호성으로 바꾼 백상현은 당당히 국가 대표 자격을 얻게 됐다.

백상현은 질주는 APAC 동계 챔피언십에서도 이어졌다. 아시아의 수많은 강적들을 차례로 격파한 백상현은 '등급 전 지배자'라는 평가를 받던 '핸섬가이' 강일묵을 결승전에서 역스윕으로 꺾고 당당하게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언제나 밝은 표정으로 좌절을 이겨낸 백상현은 APAC 우승과 블리즈컨 진출이라는 엄청난 성과를 만들며 팬들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 두 유 노우 따효니? 예스 아이 두!




■ 운보다 중요한 것은 실력! APAC 2회 연속 우승자 '핸섬가이' 강일묵




4월 27일, 출시 전부터 다양한 길거리 광고로 기대를 모았던 신규 확장팩 '고대신의 속삭임'이 출시됐다. 그러나 기대와는 다르게 '차원문' 시리즈와 같은 도박성이 강조된 확률 카드들이 대거 추가되면서 하스스톤은 소위 '운빨'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그중에서도 '희망의 끝 요그사론'은 뜨거운 감자였다.

자신이 게임에서 사용했던 주문 카드의 수 만큼 무작위 주문을 사용할 수 있었던 요그사론은 이전 플레이가 무색해질 만큼 게임의 흐름을 완벽하게 뒤집는 카드였다. 결국, 게임의 승패는 요그사론 한 장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운적 요소의 중요성은 점점 커졌다. 이러한 논란의 영향으로 블리즈컨 초대 우승자인 '파이어뱃'은 자신이 주관한 토너먼트에서 카드 밴 룰을 도입하기도 했다.

이처럼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혼돈 속에서 스타가 탄생했다. 이미 팀 리그와 등급 전에서 최고의 실력을 인정받았던 '핸섬가이' 강일묵이 APAC 챔피언십 3회 연속 진출, 2회 연속 우승이라는 대기록 달성에 성공한 것이다. 동계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백상현에게 아쉽게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던 강일묵은 심기일전하여 APAC 춘계 챔피언십에 재도전했다. 압도적인 성적으로 결승전까지 진출한 강일묵은 호주의 'EdwardElric'을 4:2로 꺾고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강일묵의 활약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강일묵은 포인트를 쓸어 담으며 10월 진행된 APAC 하계 챔피언십에 진출에 성공했다. 결승전까지 파죽지세로 올라간 강일묵은 홍콩의 실력자 '율식'을 4:1로 꺾고 춘계 챔피언십에 이어 하계 챔피언십까지 우승,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강일묵은 하스스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실력임을 자신이 기록한 성적으로 전 세계에 증명했다. APAC 2회 우승의 기염을 토한 강일묵은 2016 한국 e스포츠 대상 수상식에서 하스스톤 부문 최우수 선수상을 받으며 환한 웃음을 보였다.





■ 한국인 세 명 진출로 기대 모은 블리즈컨, 우승은 러시아의 '파벨'에게...




11월 4일, 미국 애너하임에서 전 세계 게임 팬들의 축제 블리즈컨이 화려한 막을 올렸다. e스포츠 강국 대한민국이 블리즈컨에서 유일하게 정복하지 못한 하스스톤 종목을 올해는 정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렸다. 덱 메이커 '따효니' 백상현, APAC 2회 연속 우승에 빛나는 '핸섬가이' 강일묵, 라스트 콜의 생존자 '천수' 김천수까지 무려 세 명의 한국 선수가 블리즈컨에 진출했기 때문에 한국의 하스스톤 우승에 대한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높았다.

그러나 블리즈컨의 벽은 높았다. 기대를 모았던 백상현과 강일묵이 조기 탈락했고, 김천수만 유일하게 블리즈컨 메인 스테이지에 진출하게 됐다. 김천수는 침착하게 자신의 장점을 살리며 분전했지만, 그의 활약은 4강에서 멈추고 말았다. 비록 정점 도달에는 실패했지만, 한국 선수들이 보여준 활약은 내년을 더 기대하게 만들었다.

블리즈컨의 우승컵은 운과 실력 모든 부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 러시아의 '파벨'에게 돌아갔다. 16강에서 백상현을 꺾은 '파벨'은 이어진 8강에서 우승 후보로 평가 받던 미국의 천재 소년 '암네시악'을 4:3 역스윕으로 꺾고 4강에 진출했다. '파벨'은 4강에서 만난 중국의 실력자 '제이슨조'를 '불의 땅 차원문-리로이' 콤보로 박살 내며 결승전에 올랐다. 대망의 결승전, '파벨'은 강적 '닥터히피'를 상대로 뛰어난 심리전을 선보이며 4:2로 제압하고 영광의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파벨'이 우승까지 가는 과정에서 행운이 따른 것은 사실이지만, 그는 기본적으로 자신에게 찾아온 행운을 놓치지 않고 100% 활용할 수 있는 뛰어난 실력이 있었다. '파벨'의 뛰어난 심리전과 과감한 판단력은 전세계 하스스톤 팬들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의 뛰어난 실력에 행운까지 더해지면서, 우승컵은 당연하게 '파벨'의 것이 되었다.






■ 가젯잔으로 진행된 첫 리그 하스스톤 KeSPA Cup, 우승자는 '캐스터' 박종철




12월 12일, 한국e스포츠협회가 스타크래프트2와 리그오브레전드에 이어서 하스스톤 종목으로 KeSPA Cup을 개최 했다. 권위있는 하스스톤 리그가 새롭게 생기면서 많은 하스스톤 팬들과 선수들이 반가움을 표현했다. 게다가 신규 확장팩 비열한 거리의 가젯잔(이하 가젯잔)으로 펼쳐지는 첫 공식 대회인 만큼 팬들의 기대를 모으기 충분했다.

'캐스터' 박종철, '타임' 박종남 등 하마코 상위 입상한 선수 6명이 출전했고, APAC과 블리즈컨에서 활약한 백상현과 김천수가 출전하면서 이번 하스스톤 KeSPA Cup은 그야말로 올스타전을 방불케 했다. 게다가 새로운 경기 방식인 '변형 정복전'이 도입되어 신선함과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예고했다.

신규 확장팩 가젯잔의 출시로 KeSPA Cup에 새로운 덱이 대거 등장했다. 그중에서도 '해적 패치스'와 '신참 해적단원'을 필두로 한 강력한 공격성의 해적 덱이 두각을 나타냈다. 선수들은 해적 덱을 카운터치기 위해서 수비적인 덱을 준비했지만 해적의 빠른 공격 템포를 쉽게 막지 못했다. 대부분의 경기가 리노 잭슨이 등장하기 전에 끝나면서 컨트롤 덱을 준비한 선수들은 조기에 탈락하고 말았다.

하마코 시즌5의 우승자 '캐스터' 박종철만 유일하게 컨트롤 덱 위주로 상위 라운드 진출에 성공했다. 박종철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빙결 마법사를 8강부터 결승전까지 모두 사용하면서 파죽지세로 올라갔다. 결승전에서 강력한 우승후보 김천수를 만난 박종철은 풀세트 접전 끝에 김천수를 4:3으로 꺾고 하스스톤 KeSPA Cup 초대 우승자가 됐다. 박종철은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선수들이 해적 덱만 계속 사용하면 해적을 카운터 치는 덱으로 좋은 성과를 거둘 것으로 생각했다. 나의 준비가 빛을 본 것 같아서 만족스럽다"며 컨트롤 덱 장인다운 말을 전했다.